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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 - 죽기 전까지 몸과 정신의 활력을 유지하는 법
마리아네 코흐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9월
평점 :

통계청이 올해 밝힌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2.7세(남자 79.9세, 여자 85.6세)로 1970년 62.3세(남자 58.7세, 여자 65.8세)에 비해 20년이나 늘었다. 얼마 전에는 〈100세 시대〉를 열었다며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에 온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열풍이 불기도 했다. 대중가요계도 트로트 바람과 함께 수십 년 전 유행했던 노래 〈100세 인생〉이라는 노래(가수 이애란)가 갑자기 소환돼 수년 동안 국민 최애창곡이 되기도 했다. 이젠 말 그대로 〈100세 시대〉를 사는 것 같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전 세계에 퍼진 공포에 노래의 유행은 쏘옥 들어갔지만... 수백만, 수천만의 희생자를 냈다는 보도를 뒤로 하고 코로나는 이제 조금 고개를 숙인 듯하다. 감염병 공포가 아직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많은 부분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일상은 아니다. 그러나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옛 선조들의 말처럼 마스크와 백신으로 버티며 코로나 정국을 벗어나려 애쓰는 모습은 어쩌면 인간 본연의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많은 후유증이 심각하게 남아 있지만 코로나도 처음 발발했을 때처럼 극한의 공포감은 주지 못할 정도로 됐다. 일상도 가급적 대면 접촉을 피하는 선에서부터 차츰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간 수명에 대한 관심과 호응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고령, 즉 '100세의 삶'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깨달아서일까? 유행가는 속성상 일시적일지라도 인간 수명에 대한 열풍과 희망은 되살아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인간의 진정한 바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독자에게도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이 책 『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는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최근 인간 수명이 늘었다는 실감은 굳이 통계청 자료를 빌지 않더라도 실제로 기대수명을 훨씬 뛰어넘은 노인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마리아네 코흐가 「죽기 전까지 몸과 정신의 활력을 유지하는 법」이라는 부제에서 암시하듯 수명이 길어진다는 건 우리가 보내야 하는 노년 역시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회는 물론 개인 차원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미 선진 외국에서 특히 장수 국가로 세계적 이름을 떨친 일본은 고령화 사회, 초고령 사회가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시작되었다. 지금 일본이 안고 있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 문제를 생각해보면 장수가 마냥 축복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저자는 나이 듦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은 곧 젊음에 대한 맹목적 추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젊어지기 위해 아들의 피를 수혈받아 화제가 된 미국 백만장자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안티에이징 효과가 있다는 물질이 발견될 때마다 세상은 호들갑스럽게 노화의 종말을 언급하지만, 장밋빛 가능성은 아직 동물실험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인간은 노화를 피할 수 없다. 실험실 밖에서 사는 평범한 우리가, 지금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최선이란 노화의 시작을 최대한 ‘늦추는’ 것뿐이다.
기대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건강수명은 기대수명만큼 늘지 않는다고 한다. 1988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70.65세였는데 2020년 기준 기대수명은 83.5세로 약 13살이나 늘었다. 기대수명이 느는 만큼,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나이 즉 건강수명은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계가 증명해준다. 건강수명을 파악하기 시작한 2012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87세, 건강수명은 65.70세였다. 그러나 2020년 기대수명은 83.50세, 건강수명은 66.30세이다. 기대수명이 약 3세 느는 동안 건강수명은 0.6세밖에 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가난한 사람은 더 일찍 사망한다. 가장 큰 문제는 모아 둔 돈이 없는 저소득층 노인들이라는 사실이다. 건강수명을 다시 소득계층별로 구분해 보면 결과는 더 참혹하다. 소득수준이 상위 20%에 속하는 소득 5분위 노인의 경우 건강수명이 72.2세에 달한다. 그러나 반대로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 노인의 건강수명은 60.9세에 불과하다. 2분위 노인(하위 40%)도 65.3세이다. 아프고 병든 노인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길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통계청 수치로만 보면 소득 1분위 노인의 경우 이미 몸이 아프고 병들기 시작한 후에 연금을 받기 시작해 고작 10년을 받다가 사망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의 법정 은퇴연령은 만 60세이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에서 은퇴하는 나이는 50세에 미치지 못한다. 원래 직장에서 퇴사하게 되면 소득이 끊기거나 더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이동할 확률이 높아진다. 공적연금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노인이 은퇴 이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 통계뿐만 아니라 세계의 인구 통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9년 WHO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수명(83.3세)과 건강 수명(73.1세) 사이에는 약 10년의 차이가 있다. 절대 짧지 않은 이 수치는, 신체나 정신의 질병으로 인해 원활한 일상생활이 어려워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기간을 의미한다. 오래 사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일까? 시대가 변했다. 장수는 이미 도래한 현실이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이 10년의 기간을 줄이는 것, 다시 말해 노화의 시작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깜빡하는 뇌와 약해진 다리, 무기력한 마음으로 수십 년을 버틸 것인가, 아니면 노화의 기간을 단축해 노년을 진정한 자유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매일의 실천으로 건강한 노년을 가능하게 만드는 비밀(?)을 담은 책이 『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이다. 저자 마리아네 코흐는 풍부한 임상 경험을 지닌 의학박사이자 92세란 나이에도 여전히 활력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저자는 노화를 질병이나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스스로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학 지식과 자신의 삶에서 집약한 노화 지연의 비밀은 절대 복잡하지 않다. 높은 자존감, 건강한 식생활, 규칙적인 운동, 끝없는 배움에 답이 있다. 의사로서의 전문성과 건강서 베스트셀러 저자로서의 필력이 더해진 이 책은 독일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17만 부 넘게 판매되었다.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시니어는 물론 건강한 노년기를 앞서 준비하고자 하는 중년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20년 넘게 라디오 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매주 독일 사람들과 만나는 마리아네 코흐 박사는 나이 들어도 몸과 정신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강조하는 노화 지연의 핵심은 높은 자존감, 건강한 식생활, 규칙적인 운동, 끝없는 배움이다. 저자가 높은 자존감을 첫 번째로 꼽는 데는 젊은 시절 그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20~30대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활동하며 얼굴이 알려진 그였기에 나이 듦에 따라 달라지는 겉모습을 부정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더욱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40대가 된 저자는 오랜 꿈이었던 의사가 되기 위해 다시 의대로 돌아가 국가고시를 통과한 뒤 면허를 취득했고, 정부 보건 규정의 변화로 만 68세 이상 의사의 활동이 제한되자 책과 방송 매체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최신 건강 정보를 알리고 있다. 중년 이후 그의 행보는, 배움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끝없는 배움이 나이 들어서도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길임을 보여준다.

높은 자존감과 끝없는 배움이 정신 건강과 직결된다면,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은 신체 건강과 직결되는 요소다. 식사와 운동의 중요성은 모든 건강서에서 반복되는 내용이지만 마리아네 코흐 박사는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노년에 쉽게 취약해질 수 있는 신체 기관과 큰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과 연결 지어 어떤 영양소와 운동이 필요한지 상세히 설명한다. 60세 이상인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목록과 백신 접종 주기 등의 정보도 수록했다. 노년을 이론이 아닌 ‘경험’으로 이해하는 저자의 조언을 담은 이 책은, 친절하고 노련한 주치의를 곁에 두는 것과 다름없다.
사람의 수명은 다른 생물, 특히 동물들에 비하면 수명이 꽤 길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수명이 길어진다고 행복 기간이 정비례해 늘지 않는다. 의학의 발전으로 고령화 사회로 변해가면서 이미 사회 문제화 돼 있다. 대체적으로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이 고민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선진국 국민들은 은퇴 후 이른바 '노후 대책'을 개인에 맡겨서는 적절한 대책이 안 된다고 판단, 은퇴 후 고령의 노인들에 대한 다양한 복지 대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선진국에 끼지 못하고 개발도상국 상황은 벗어난 상태의 국가들은 노후 대책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미흡하다. 급속도로 성장한 나라들이 대부분이어서 노령화 인구 대책을 제대로 마련할 틈도 없었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재원도 없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예다. 당장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데도 대책은 없다. 고령화 기준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린다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미봉책으로는 급한 효과는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대책'이 아니라 문제만 더 키우는 졸속대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들 나라의 정부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능력을 축적해올 시간도, 재원도 충분하지 못했다. 정부에서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늘어난 수명만큼의 의무도 오롯이 자신이 지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병원에 누워서 지낸다면 수십 년을 더 살아도 큰 의미가 없을 터이다.

이 책은 모두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노인들은 더 이상 예전의 늙은이가 아니다」, 2장 「우리는 도대체 왜 늙을까」, 3장 「노화를 늦추는 첫 번째 조건, 높은 자존감」, 4장 「노화를 늦추는 두 번째 조건, 건강한 식생활」, 5장 「노화를 늦추는 세 번째 조건, 규칙적인 운동」, 6장 「노화를 늦추는 네 번째 조건, 끝없는 배움」, 7장 「가장 심각한 노인성 질환, 외로움」, 8장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등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쓸 당시 92세로 작가이자 기자로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사를 꿈꿨으나 영화의 제의해 주연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꿈꾸던 의사로 뒤늦게 되돌아갔다. 지금은 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배우 의학 지식과 의사로서의 경험과 사회 생활 등을 토대로 노년의 건강 유지법을 담아낸 책이다. 각 장에 들어 있는 핵심어만으로도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 수 있게 매우 간결하게 전할 말을 전하는 기자의 경험에서 쌓아온 글쓰기 능력인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건강(신체, 정신, 마음)을 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숫자로 말하는 '100세'는 아무 의미가 없는 통계 수치일 뿐이라는 것. 건강하지 못하다면 그 숫자마저도 허공에 떠 있는 실체 없고, 의미 없는 신기루일 뿐이다는 말이다.
저자는 책서 "머릿속에서 시작되는 젊음의 비결"에 관한 인터뷰 형식의 글을 게재했다.(p.189~195) 이 글에서 저자는 "(죽음은) 두렵지 않다. 물론 언젠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지해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느낍니다. 하지만 고령의 명배우인 앤서니 홉킨스는 '우리가 언젠가 죽을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 우리를 인간적으로 만든다'라고 말했어요. 죽음을 외면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 삶의 유한성이 비로소 삶의 가치를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노년의 삶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되도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어 저자는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머릿속에서 시작됩니다. 자기 나이를 애써 잊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자신의 나이를 의식하면서 '난 더 이상 못 해' '더 이상 할 필요는 없잖아' '해서 뭐 해'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같은 생각들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태블릿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기에는 너무 나이 들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 적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품지는 마세요. (중략) 하지만 배워두면 이메일로 순주들의 최근 사진들을 볼 수 있고 필요한 앱들을 다운 받아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 모든 행위는 회색 뇌세포(졸고 있는 뇌세포)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저자 : 마리아네 코흐(Dr. Med. Marianne Koch)
어릴 적부터 의사를 꿈꿔 의대에 진학했으나 영화 출연 제안을 받게 되면서 인생의 경로가 바뀌었다. 독일 영화계를 넘어 할리우드까지 진출해 ‘황야의 무법자’ 같은 유수의 작품에 주연으로 참여했고, 약 70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러나 마흔이 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배우로서의 삶을 내려놓고, 오랜 꿈인 의사가 되기 위해 대학으로 돌아갔다. 다시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했으나 국가고시를 통과하며 배움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증명해냈다. 그 후 내과 의사로 환자와의 대화를 중시하는 진료를 오랫동안 해왔다.
92세인 지금도 작가이자 의학 전문 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바이에른 2 방송국에서 매주 라디오 방송 ‘건강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대중에게 올바른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여러 차례 수상했고, 2019년에는 독일 연방 의사 협회에서 수여하는 최고의 상인 파라셀수스 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자신이 소개하는 건강 상식을 매일매일 실천에 옮기고 있는 마리아네 코흐 박사는, 우리 스스로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몸소 보여주는 최고의 본보기라 할 만하다. 저서로는 『신체지능Korperintelligenz』, 『우리의 놀라운 면역체계Unser erstaunliches Immunsystem』 등이 있다.
역자 : 서유리
국제회의 통역사로 활동하다 얼떨결에 출판 번역에 발을 들인 후 그 오묘한 매력에 빠져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내가 원하는 남자를 만나는 법』, 『공간의 심리학』,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내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 『사라진 소녀들』, 『상어의 도시』, 『카라바조의 비밀』, 『독일인의 사랑』, 『월요일의 남자』, 『언니, 부탁해』, 『관찰자』, 『타인은 지옥이다』, 『당신의 완벽한 1년』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