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식사합시다
이광재 지음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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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같이 식사합시다』의 저자 이광재는 정치인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울 정도로 그의 신임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관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인물이다.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과 패배도 영광도 함께했다. 그는 정치인인 동시에 강원도 지사를 지낸 관료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지금은 국회 사무총장으로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지 않는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저자는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진보 정권의 한 축을 담당했다. 다른 진보 정치인들처럼 학생 시절 운동권에 깊숙이 관여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대학생이 돼(1983년) 학생운동으로 수배(1986년) 생활도 했다. 1년 간의 도피생활 끝에 마침내 체포돼 옥살이도 했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무척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덕분에 대학생도 읽기 어렵다는 책들을 읽었다고 이 책에서 회고하고 있다.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가 안 돼도 책 읽는 게 좋아서 절에 들어가 읽을 정도였다.

이 책 『같이 식사합시다』에 기록된 저자 이광재는 정치인으로 생활하는 동안 말그대로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그가 국회 사무총장으로 음식 관련 책을 냈다는 사실이 처음 믿기지 않았다. 최근 움직임이 거의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정치를 떠나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고 독자는 생각했다. 그가 독자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모 신문에서 기획한 젊은 정치인 4명의 대담 기사 때문이었다. 저자를 포함, 진보권 인사 2명, 그리고 보수권 인사 2명의 생각과 한국 정치에 대한 바람과 발전 방향을 인터뷰 기사로 내보냈다. 한참 떠오르던 4인방 중 보수권 2명은 지금도 정치인으로 생활하고 있다. 다만 진보 인사 1명만 자성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들 4명이 모 신문사가 집중한 것은 그들이 젊은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우리 정치와 나라를 이끌어갈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의 평가도 내려진 후이니만큼 그들의 정치 인식은 참신했고, 우리나라의 앞날도 밝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들은 올바른 방향의 한국 정치와 나라 발전 방향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독자에게는 무척 인상적이어서 그 뒤로 그들의 진로를 눈여겨볼 정도였다. 그 중의 한 명인 저자는 국회 사무총장이 됐는지도 몰랐다. 신문이나 언론에서 크게 다룰 자리는 아니라서 보도를 하지 않았거나 독자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낸 탓이거나 할 터다.

 


 

이 책은 그가 하루아침에 쓴 책은 아닌 듯하다. 에세이 형식의 글이지만 가벼운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 특히 정치인으로서의 삶과 음식을 적절히 섞어가며 잘 차린 밥상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의 이야기까지 자신의 일상 경험을 함께 버무려 정치 역정을 주로 담아냈다. 이 책에 담긴 음식들은 우리 일상에서 늘 먹는 것들이라 별로 특별하지 않은 느낌이 들지만 저자의 삶과 함께 풀어놓으니 매우 맛깔스럽다. 대부분 예전의 추억을 간직한 것들이라 애틋한 마음까지 자극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한 음식과 평범한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이 정치인의 삶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곡절이 많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봐도 아마 화려함보다는 안타까움, 성공보다는 퇴보의 모습이 더 기억 날 것이다.

저자는 「세상도 정치도 좀 푸근해졌으면 좋겠다」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달고 짜고 쓰고 매운 인생을 살아왔고, 모든 경험 속에서 그는 무언가를 늘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품으며 가슴속에 하나의 메시지를 새겼다"고 전제하고. 그것은 바로 ‘보통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였다고 술회한다. 그가 마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이 책에서 건네는 이야기는 오늘날 위기의 대한민국, 그리고 그 안에 던져진 국민 모두를 향한 맛의 위로이자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간절한 꿈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찌 들으면 매우 정치적 발언이고, 목적 있는 말 같지만 자신의 진심을 담아내는 데는 솔직한 저자를 믿고 싶다. "먹고사는 일에는 좌우가 없다. 급변하는 시대, 극단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맛을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저자의 진심을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출판사 측에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맛있는 음식'이란 말은 과장이다. 그러나, '맛있는 사람, 맛있는 인생의 이야기'가 담겼다는 주장은 진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음식은 모두 10가지다. ① 라면 ② 김치찌개 ③ 도리뱅뱅이 ④ 짜장면 ⑤ 두부 ⑥ 미역국 ⑦ 오므라이스 ⑧ 대합탕 ⑨ 샤부샤부 ⑩ 열무김치 등이다. 모두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대하는 음식이다.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서, 대통령의 오른팔로서, 도지사의 음식은 아니다.

 

 

저자가 평범한 음식을 특별한 음식으로 만들어낸 재주는 그의 진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말하자면 그의 인생 역정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정성이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 눈 뜨며 신념에 따라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이야기을 담았기에 평범한 일상의 특별한 음식이야기이다. 그의 이 책의 집필은 오늘날 우리의 삶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제 대국', '선진국', '강대국'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난무하던 때가 불과 수년 전이다. 지금은 오히려 잘 살지 못했던 "옛날이 더 그립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 보수 정권의 잘못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보 정권 때문도 아니다. 지금 힘들다고 국민들이 느끼는 이유는 경제 문제 때문이기는 하지만 '소통의 부재'가 더 크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독자의 생각이다. 아마 저자도 그런 점을 염두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저자는 실제 예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삶이 전쟁 같은 시대, 하루 먹고살기가 참 힘든 시대,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드리고자 쓴 책입니다. 우리는 늘 “식사하셨어요?”라고 서로에게 안부를 묻잖아요. 그만큼 인간의 삶에 있어 ‘밥’이 주는 의미가 큰데, 10가지 음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았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에서 저자는 음식점을 개업했던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에서 ‘소꿉동무’라는 식당을 열었던 기억이 나요. 자영업의 고됨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였지요. 낮에는 주로 오므라이스, 밤에는 낙지볶음에 집중했지요. 직접 시장조사도 뛰고, 주방장도 구하러 다니고... 내 손으로 벌어 먹고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잘 쓴 문장을 스스로 뽑아보라는 질문에 “세상도 정치도 좀 푸근해졌으면 좋겠다”는 〈프롤로그〉 제목이라고 한다. 저자의 집필 의도가 담긴 문장이라고 독자는 추정한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인생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계절이 켜켜이 쌓여 있다. 마치 반세기 넘는 삶이 한 편의 자기소개서를 보는 듯하다. 그가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는지, 어떤 가정환경과 주변 상황을 겪으며 성장했는지,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사람을 만나며 지적·정신적 성숙을 이루어갔는지, 그리고 86세대로서 사회의 공적 영역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고 그것이 이후의 정치적 행보에 어떤 나침반이 되었는지 등이 생생하게 살아나온다.

특히 평범한 10가지 음식이 저자의 추억인 된 에피소드가 책 전체를 아우르고 있어 말 그대로 '인생 음식'이 된다. 책장을 펼칠 때마다 평범한 음식이 맛있는 사람과 만나 맛있는 인생 역정이 펼쳐진다. 첫 번째 등장하는 음식은 '새우 라면'이다. 우리나라 라면에 '새우 라면'이 있었나? 의아하지만 평범한 라면이 새우 라면이 된 이유를 들어보면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다. 20대 시절 막노동판에서 일하던 중에 저수지에서 잡은 새우를 넣고 냄비에 보글보글 끓여 먹었던 기억에 '새우 라면'이다. 또 수배자 신분을 숨기고 지내던 중에 부산 어느 주물 공장에서 일하며 먹었던 김치찌개, 2011년 중국 유학 생활 중 너무나 그리웠던 짜장면, 어머니가 손수 끓여주셨던 미역국의 맛을 기억하며 신림동 자취방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미역국 등 어쩌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음식과는 거리가 먼, 소박하고 평범한 음식들이다. 그리고 그 음식들에는 인간 이광재의 인생에 좌표가 되어준 값진 경험과 추억이 새겨져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정치인 이광재를 떠올릴 때마다 빠질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故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는 이광재의 정신적 지주이자 정치적 동료였다. 함께 밥을 나누는 사이였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함께 꿈꾸던 벗이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는 이러저러한 위기는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치가 답을 주지 못한다는 불신과 불안, 불만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3불(不)은 무엇보다 내가 먼저 반성하고 성찰하는 자세를 가져야 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살아온 궤적을 돌아보았다고 고백한다. 이 책이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 『같이 식사합시다』에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추억이 알알이 새겨진 음식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저자에게 도리뱅뱅이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다. 도리뱅뱅이는 피라미를 튀기고 구운 요리를 말하는데 청와대 생활 중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찾았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의 소년 같은 미소를 볼 수 있던 소중한 음식이기도 했다. 국가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훌륭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이 마음을 다잡던 순간에는 도리뱅뱅이처럼 소박하고 평범한 음식이 늘 있었다고 저자는 책에서 털어놓는다. 독자로서는 다른 9가지 음식은 일상처럼 자주 먹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도리뱅뱅이'란 음식은 처음 접한다. 여기에 재료 등 음식 이름도 적혀 있어 무슨 음식인지 알겠지만 피라미 튀김이란 맛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독자로서는 도리없이 먹어본 '빙어 튀김'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며 헤아려본다.

저자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추억에 얽힌 음식이 많다며 털어놓은 이 도리뱅뱅이의 정체를 밝힌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했던 식사만 수천 번, 음식 종류만도 수백 종은된다고 말한다. 역시 '노무현의 오른팔'임이 입증된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 이 도래뱅뱅이라고 한다. 독자의 심정을 헤아리듯 저자는 친절한 음식 맛과 모습을 표현해 준다. 멋진 그림도 곁들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가끔 자극적인 음식을 찾았다. “도리뱅뱅이가 먹고 싶은데…” 하면서 소년 같은 미소를 지을 때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에 강원도 정선에 함께 출장을 갔던 적이 있다. 도리뱅뱅이를 그때 처음 드셨는데, 맛을 잊지 못하셨던 것 같다. 대통령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음식조차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그런 모습이 애잔해, 옥천 쪽으로 업무차 가는 직원이 있으면 돌아오는 길에 도리뱅뱅이를 좀 사달라고 부탁했다. 대통령의 갈증과 스트레스를 풀어드릴 수 있는 비서진의 작은 선물에 불과했다. 무척 흡족해하시면서 “막걸리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거절할 수 없는 미소를 짓곤 하셨다.(p.93~94)

 


 

음식을 나누며 마음을 터놓던 노무현과 이광재는 위로의 정치, 정치의 위로를 꿈꾸었다는 것을 우리 국민 대다수는 알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먼저 하늘의 별이 된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마음에 되새기며 저자 이광재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대합탕 편에서도 소개되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추억은 모두가 그리워하던 그때 그 시절로 우리의 시간을 되돌려놓는다.

 

빗소리 들으며 대합탕에 소주 한잔은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다.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비서진 몇십 명을 데리고 가셨던 적이 있다. 몇 번 낙선하면서 보좌관 한두 명 데리고 쓸쓸히 찾아오던 정치인이 어느 날 대통령이 되어 나타나자 주인장도 크게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그 포장마차는 근처에 번듯한 점포를 구해 2023년 현재도 영업 중이다. 가끔 찾아간다. 대합탕을 주문한다. 마주 앉았던 사람의 자리에 빈 술잔을 놓는다.(p.222)

 

저자 : 이광재

 

1965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났다. 원주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의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2002년 ‘대통령 노무현’의 탄생에 기여했으며, 30대에 참여정부의 첫 국정상황실장으로 주요 국가 정책 디자인에 매진했다.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10년 강원도 도지사에 당선되었다. 2011년 정계를 떠나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공부하며 시야를 넓혔다. 이후 싱크탱크 ‘여시재’의 원장으로 재임하며 국가 미래전략을 연구했다. 재임 중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리더, 학자들과 교류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되어(강원도 원주시 갑) 정계에 복귀했다. 더불어민주당 K뉴딜본부장으로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이미 와 있는 미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개발에 앞장서왔다. 사회 원로, 전문가, 일반 시민들에게 지혜를 묻고 답하며 함께 생각의 힘을 키우는 저서들을 연속 출간하고 있다. 현재 국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광재 독서록》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 《노무현이 옳았다》 《세계의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대한민국》 《중국에게 묻다》(공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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