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 명작 영화의 촬영지로 떠나는 세계여행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지음, 에이미 그라임스 그림, 최지원 옮김 / 올댓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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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889년 에디슨이 발명한 지 불과 50년도 안 되어 미국에서 산업화됐다. 대량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다른 예술에서는 쉽게 꿈꿀 수 없는 산업화의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처음 발명 시에는 신기함과 눈앞의 '움직이는 사진'에 현혹되었겠지만 산업화가 이루어진 이후 영화는 상품화가 가능했다. 오늘날 영화는 우주나 해저, 지하를 막론하고 관객들을 모두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데는 최고의 예술이다. 물론 연극의 형태를 빌어 스토리와 배우, 감독 등이 꼭 필요하지만 이들은 대중의 인기를 사로잡을 때는 명예와 함께 돈방석에 앉을 수도 있다. 물론 상업성을 들어 영화를 예술의 범주에 넣기를 반대한 적이 있지만 오늘날 영화를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 인류가 해왔던 미술 음악 문학 무용 등 모든 예술 행위가 약 두 시간의 움직이는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종합예술'로 자리 잡았다.

영화는 이처럼 아름다운 화면,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 능력에 따라 우리 관객들에게 번잡한 일상을 잊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다. 영화는 인생의 교훈과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고 압도적인 풍경을 담아 관중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영화는 TV라는 새로운 매체 발달로 잠시 주춤한 적이 있지만 TV로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큰 화면과 음향 시스템으로 여전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도 영화 도입 100년 만에 영화계 최고의 상이라는 아카데미 감독상(봉준호, 〈기생충〉을 수상하는 등세계적 수준으로 인정 받고 있다. 영화의 이처럼 다양한 분야는 때론 영화의 내용 못지않게 압도적인 광경이나 아름다운 배경이 마음에 남는 경우도 많다. 영화의 배경은 주인공의 심리나 내용 전개, 영화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화의 촬영지가 주인공이나 줄거리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된다고 이 책 『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는 말한다.

 


 

평범한 장소도 일단 영화의 스토리가 입혀지면 그 장소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있는’ 장소가 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곳을 찾아가 사진을 찍거나 영화의 감동을 되살려보고 싶어한다. 여행 작가인 저자 세라 백스터는 이 책에서 심혈을 기울여 고른 스물다섯 편의 영화와 그 배경이 된 세계 곳곳의 영화 촬영지를 소개한다. 히치콕의 고전적인 스릴러부터 〈레버넌트〉, 〈런치박스〉, 〈기생충〉 등 비교적 최근의 명작까지, 〈피아노〉 같은 시대극, 〈델마와 루이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같은 로드무비, SF, 로맨틱 코미디, 예술적인 스릴러, 첩보물, 우화, 액션, 스포츠 영화까지 시대도 장르도 다양하다. 또 유럽, 미국, 캐나다, 중남미,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등 지역도 다채롭다.

저자는 영화의 줄거리, 제작에 얽힌 사연, 촬영 에피소드와 함께 촬영지의 정치, 지리적 특성과 역사도 함께 풀어놓는다. 여기에 마음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70쪽이 넘는 삽화는 영화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특히 영화의 줄거리를 뛰어넘는 영화에 대한 지식은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는 독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영화를 제작하고 선보일 때, 장르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뿐 관객들은 '명작'이라고 손꼽히는 영화에는 뭔가 다른 느낌을 갖는다. 영화에 대한 설명과 해석은 우리가 영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데 필수적이다. 점점 영화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세상을 표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요즘 유행하는 장르인 SF나 스릴러의 긴장감, 심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들이다. 영화에 '명화'의 해석을 입히는 사람은 주로 영화평론가들이지만 관객들의 호응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흥미로운 스토리, 극적인 플롯, 아름다운(또는 강렬한) 비주얼, 효과적인 배경음악과 OST가 영화를 보는 내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하면 영화보다 좋은 것은 별로 없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인 〈들어가며〉를 통해 "스포일러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고 말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영화는 이미 모두 개봉된 것인데다 명화로 손꼽히는 영화가 대부분이어서 이 책의 내용이 스포일러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란 게 독자의 판단이다. 저자가 선정한 25편의 영화는 이미 관객들로부터 많은 칭찬과 관심을 가지고 '우수한 영화'로 판정된 것들이다. 물론 많은 영화를 모든 사람들이 다 관람했을 수는 없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유명하고 관객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영화엔 '뭔가' 있다. 주인공의 이야기부터 스토리, 배경, 역사적 배경, 감독의 역량 등이 '영화 팬'들에게는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그 영화를 못 봤을 때는 소외감을 느낄 정도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의 수가 5,200만 명 정도인데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한 영화를 봤다면 그건 이미 '사건'이 된다. 우리 영화 중 '1,000만 관객'이라 불리는 영화가 얼마나 많은 지를 보면 미루어 짐작할 일이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는 스토리를 제외한다면 소통의 핵심이다. 우리의 경제가 좋아지고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서 영화 촬영지가 관광의 중심지가 되어 있는 곳을 들를 때가 많다. 배경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 영화의 분위기, 심지어 영화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주인공이 깃들었던 영화의 촬영지를 일부러 찾아가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 영화의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한다는 것. 이 책에서는 세계적인 명작 영화 촬영지 스물다섯 곳(편당 한 곳)을 소개하고 있다. 보통은 이미 본 영화와 모르는 영화의 목록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책을 읽노라면 이미 본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고, 영화를 보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그간 잘 알지 못했거나 무심하게 보았던 장소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될 때도 있다. 사진과는 이 책에서는 또다른 감성의 아름다운 '삽화'가 그 감동과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게 해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독자 개인적 입장으로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영화를 다 여기에 소개하고 싶지만 저자가 말하는 '스포일러 주의' 때문에 독자가 보았던 영화 두 편만 소개한다. 영화의 내용(스토리)과 함께 감독, 배우는 물론 배경지의 역사, 역사적 의의 등 스토리에 얽힌 많은 것들을 저자는 이 책에서 알려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는 우리가 편의상 분류하는 많은 장르로 나뉘지만 사실 그 내용의 구분일 뿐이다. 영화의 완성도는 장르보다는 스토리나 연기, 감독의 연출 능력에 크게 좌우한다고 본다. 다만 배경지 선택도 감독의 임무이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별도의 '장소 헌터'를 고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혹은 영화 스토리와 분위기에 맞는 촬영은 촬영감독이라는 직업도 따로 있다. 음향 감독, 조명 감독, 미술 감독 등 분야별 책임자도 따로 있다. 영화 한 편을 완성시키기에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에서 '종합 예술'임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독자가 가장 먼저 소개할 영화는 〈킬러들의 도시〉(마틴 맥도나, 2008)에 등장하는 도시는 벨기에 수도다. 유럽 여행을 몇 번 갔지만 독자는 아직 벨기에는 가보지 못했다. 유럽의 통로라는데 이상하게 벨기에는 인연이 없었던 듯하다. "굳이 안 가도 책에서 배운 도시"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웃 네덜란드에 들렀을 때도 벨기에는 선뜻 떠오르지 않은 이유는, '베네룩스 3국'이라고 교과서를 통해 배웠는데도 네덜란드에 비해 독자에게는 인지도가 낮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적은 있다. 화면에 운하가 많이 나와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비슷하다고 느낀 적은 있다. 저자는 벨기에 브뤼해를 "꼬불꼬불한 길, 낭만적인 다리, 길쭉한 탑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는 흡사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고 묘사했다. 도시의 풍경 묘사는 이뿐 아니다. "박공지붕을 얹은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거리에선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며, 잔잔한 운하 위로 백조가 우아하게 물을 가른다.(p.56) 디즈니 마법의 왕국처럼 생긴 〈킬러들의 도시〉에는 누구에게는 천국 같은 도시가 누군에겐 지옥이 되고 만다.

 


 

책에 따르면 신참 살인청부업자인 레이(콜린 파렐 분)는 첫 번째 임무 중에 실수로 무고한 소년을 죽이는 바람에, 선배인 켄(브랜단 글라슨 분)과 함께 브뤼헤에 몸을 숨긴다. 두 사람을 피신시킨 두목 해리(랄프 파인즈 분)는 심각한 사이코패스이지만, 어린 시절에 딱 한 번 다녀간 브뤼헤에 깊은 애정을 표한다. "그 운하며 다리며 자갈길이며 성당이며, 제기X, 동화 속 마을에나 있을 법한 그런 것들을, 제기X, 누가 감히 자기 취향에 안 맞는다고 해?"

캔은 브뤼헤와 사랑에 빠져서 건축과 운하, 그림, 경치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반면에 레이는 최악의 관광객이다. 그에게 이곳은 자신의 죄가 심판받기 전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연옥이나 다름없다. 아름답게 보존된 이 중세 도시를 찾은 방문객이라면 대부분 레이보다 캔과 같은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브뤼헤는 보물상자 같은 곳이라, 우리의 눈만 아니라 입도 동시에 만족시켜 준다. 프릿(벨기에식 감자튀김) 노점과 수많은 와플 가게, 초콜릿 상점들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더욱이 브뤼해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유럽의 구시가지들은 늘 미로 같은가 보다. 브뤼헤도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 브릭 고딕 양식의 정교한 건축물이 늘어서 있다. 그물망처럼 연결된 운하에는 이제 관광용 배와 백조들만 한가롭게 떠다니지만, 한때는 이 운하도 중요한 무역로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준다.

영화 〈킬러들의 도시〉는 이 도시 전체를 무대로 하고 있다. 캔과 레이는 추운 겨울날 브뤼헤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감탄하거나 불만을 터뜨린다. 이들이 묵었던 를레 부르곤디스 크라위스 호텔은 단아한 반목조 건물로, 운하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두 사람은 현지의 인기 비스트로인 츠바르트 하위스에서 술을 마신다. 찬 바람을 맞으며 나룻배도 탄다. 바실리크 성혈 예배당에도 들어가는데, 켄은 레이에게 이곳에 예수의 성혈이 담긴 유리병이 보관되어 있다고 가르쳐준다(실제 이 장면은 브뤼헤의 예루살렘 예배당에서 촬영했다고 저자가 주를 달았다). 이들이 잠시 들르는 로젠후드카이(묵주 부두라는 뜻-역자 주)는 과거에 묵주를 팔던 곳이며, 현재는 브뤼헤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장소로 유명하다. 영화 스토리나 이들이 나눈 자세한 대화는 소포일러를 걱정해 독자가 임의로 생략한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alez Inarritu)는 로키산맥이라는 가혹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비극과 역경, 복수와 인내에 관해 이야기한다. 원시적이고 단순하게, 언어가 아닌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이리저리 배회하는 카메라워크와 산속 풍경의 상호작용,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통해 조명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난폭함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역이다. 촬영 감독인 엠마누엘 루베즈키Emmanuel Lubezki가 아카데미 촬영상을 거머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p.162) -캐나다, 앨버타

 

저자 : 세라 백스터(Sarah Baxter)

잉글랜드 노퍽에서 자랐고 현재는 바스에 산다. 여행에 대한 열정과 멋진 세상에 이끌려 아시아와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와 미국을 횡단한 뒤 작가로 자리 잡았다. 독립심이 강한 여행자들에게는 성서와 같은 잡지 [원더러스트(Wanderlust)]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가디언],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등에 광범위한 여행 관련 글을 썼다. 또한 십여 권이 넘는 『론리 플래닛』에도 글을 썼으며, 『500개의 길에 담긴 세계의 역사』와 『500곳의 기차 여행지에 담긴 세계역사』, 이 책의 시리즈인 [Inspired Traveller’s Guide] 의 첫 번째 책 『Spiritual Places』의 저자이다.

 

그림 : 에이미 그라임스(Amy Grimes)

런던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연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자연스러운 무늬에서 영감을 얻어 밝고 강렬한 소재, 꽃과 나무의 풍경을 자주 그립니다. 출판과 디자인 업계와 협업하는 동시에 그림과 문구 등을 판매하는 ‘헬로 그라임스’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신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잠들기 전 5분 잠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역자 : 최지원(崔智媛)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에머슨 칼리지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미국에서 문화산업 관련 일을 했으며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을 번역해 왔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해리 포터 지팡이 컬렉션』, 『해리 포터 무비 스크랩북: 주문과 마법』, 『신비한 마법의 기록: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영화 속 숨은 이야기들』, 『해리 포터 무비 스크랩북: 다이애건 앨리』, 『해리 포터 무비 스크랩북: 호그와트』, 『로키: 장난의 신』, 『Marvel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얼티밋 가이드』, 『어벤저스 얼티밋 가이드』, 『마블 스파이더맨 백과사전』, 『마블 스파이더맨: 게임 아트북』, 『DC 아쿠아맨 아트북』, 『옥자: 디 아트 앤드 메이킹 오브 더 필름』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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