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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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후려치는 안녕』은 사회 풍자 소설이다. 불법이나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기묘한 능력의 소유자가 죄를 짓는 사람, 부조리한 사회에 편승해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향해 회초리를 휘두르는 모습이 연출된다. 회초리는 '뺨을 후려치는' 행위로 상징된다. 표제어 '후려치는 안녕'이란 단어 조합이 조금은 어색하지만 '후려친다'는 의미에 방점을 찍으면 상징적 의미로서 부조리한 인간에게 휘두르는 회초리 역할로 알맞은 어휘이다. 보통 사람들은 뺨을 맞게 되면 아픔보다는 자존심에 상처나 분노하기 쉽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병삼에게 뺨을 맞는 사람은 즉시 뉘우치는 마음으로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왜 뺨을 맞고 화를 내지 않고 뉘우치게 되는지는 우리 삶의 모습에서 지워진 이야기다. 독자도 중학교 때까지는 선생님들의 구타(폭력)를 무서워했다. 중학교 때 영어선생님이 생각난다. 그 분은 학생들에게 〈오늘의 단어〉라고 매일 아침 등교 시간 전에 칠판 한 귀퉁이에 적어 놓으셨다. 학생들은 모두 외워야 했다. 다음날 아침이나, 혹은 영어 수업 시간 전에 외우지 못한 학생들은 호되게 뺨을 맞았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80년대까지는 선생님들의 폭력은 '사랑의 회초리'라고 용인되는 시대였다.

뺨을 맞는 일을 무척이나 무서워했지만 반발하거나 안 맞으려고 도망 가는 학생은 없었다. 학습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뺨을 때리거나 심지어는 군대에서처럼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는 것은 다반사였다. 매맞는 학생이 그때는 '공부 못하는 학생'이었다. 공부 못해서 선생님이 매를 때리는 일이 선생님의 의무 사항이라고 할 정도로 선생님들의 구타는 일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뺨을 후려치면 잘못을 뉘우치고 순종하는 모습을 보이는 부분을 읽다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독자도 몇 번 맞은 적이 있다. 꼭 감은 눈앞에 별이 반짝이는 느낌을 처음으로 알았던 때이다. 분노보다는 잘못했다는 생각이 학생들에게는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게 하려는 선생님의 '사랑의 매'로 인식되었다.

 


 

이 책의 사회적 배경은 2023년 대한민국 서울이 주 무대다. 오늘날 뺨을 때린다면 어쩌면 선생님은 더 이상 선생님으로 교단에 서지 못할지도 모른다. 좀 심한 경우 폭행죄로 다스려질지도 모른다. 사회가 변한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생님의 회초리는 '만행'이 될 것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병삼이 사회를 발전적으로 이끌려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졌을까. 성인도 아니고, 신(神)은 더구나 아닌데도 말이다. 병삼은 어릴 적 가정 환경이 매우 불우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은 직후 사망했고, 아버지는 매일 술 마시고 아들 병삼에게 술 심부름 시키고, 폭행은 물론 폭언을 일삼는, 주인공 병삼으로서는 차라리 죽기를 바라는 아버지다. 그렇다고 병삼이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불우한 환경으로 자라나면서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일하는 평범한 극빈층에 해당되는 신분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그가 뺨을 후려치면 맞은 사람은 왜 잘못을 뉘우치게 될까? 책에서는 그의 능력이 발휘되는 부분만 있지, 그가 어떻게 능력을 획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저자가 일부러 능력 획득 과정을 빼먹었을 것은 아닐 텐데... 우리 사회 모습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이 소설이 왜 주인공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지 않을까. 독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전작에 기대어 본다. 저자 전우진은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2020년) 당시 수상작은 『관통하는 마음』이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대사와 지문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듯 녹아 있는 구성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읽을수록 흡인력이 떨어지기는커녕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한국판 코니 윌리스’ ‘페이지 터너’라는 찬사와 함께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도 알려졌다. 당시 출판을 맡았던 출판사 측은 "50대 아줌마의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이렇게나 몰입할 만한 이야깃거리인가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독자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빠지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스토리가 지닌 힘을 보여주는 소설이다."라고 책을 소개했다.

 

 

그의 두 번째 이야기가 이 책 『후려치는 안녕』이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고, 대화나 연극의 지문에 해당하는 동작 설명, 배경에 대한 세세한 묘사는 생략했다. 스토리 중심의 작품이기에 일반 소설처럼 풀어 쓴다면 500페이지도 훨씬 넘을 것이다. 그래도 막힘 없이 술술 읽힌다면 소설 전개가 독자들의 막힌 마음을 풀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전우진이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장점들을 극대화해서 이 책 『후려치는 안녕』을 썼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사회를 향한 시선이 더 날카로워진 것처럼 독자의 눈에는 비친다. 사회 부조리와 부조리한 사회를 만들어낸 인간 군상에 대한 회초리로서 역할을 하는 작품이기에 독자들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후려치다’란 말에는 정신이 들 정도로 세게 뺨 따위를 때리는 듯한 뉘앙스가 배어 있다. 따귀를 맞은 상대가 진실을 토해내는 능력을 지닌 한 남자를 주인공의 성격을 창조한 것으로 작품을 대할 수 있다. 교훈적이고 단순한 내용이라면 사실 이 소설이, 스토리가 우리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구성 능력으로 대치시킨다.

주인공 병삼의 능력에 의해 개과천선한 또 한 명의 남자, 현재의 부와 권력을 안겨준 근본을 사실 그 누구보다 경멸하고 우습게 보는 남자를 등장시켜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사고가 이어지게 한 것이다. 독자들은 읽을수록 인연인지 악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얽히고설킨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 인물들이 맞이하는 결말은 타인이나 보이지 않는 힘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결국 자신이 깨달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죄의 속성과 심판의 이유를 우리 내면에 배치시킴으로써 '신통한 능력' 역시 내면에서 생겨난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특히 바로 내 옆에서 수다를 떠는 듯 입에 착 붙는 대사(인용부호 없이 단어 선택만으로 나열하다시피 전개해 나간다), 동네 편의점에서 볼 법한 리얼리티 넘치는 인물들이 현장감이 살려준다. 저자가 영화 시나리오를 써서인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현장감이 넘친다.

 


 

주인공 병삼은 이 소설 무대에 어렸을 적 환경과 중간 성장 과정, 먹고 살기 위한 일에 대한 집착, 그러나 상류층이라고는 옆에 가보지도 못한 환경에서 걸직한 입담을 가진 극히 약하고 소외된 인간이지만, 이야기는 중년의 병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병삼은 친구 바울이 목사로 있는 작은 교회에서 셔틀버스 운전사로 일한다. 이렇다 할 꿈도 즐거움도, 옥신각신할 가족도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인물이지만 사실 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에게 따귀를 맞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속내를 줄줄 털어놓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절대자 앞에 선 죄 많은 인간처럼. 돈이 되는 능력도 아니고,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를 조용히 시킬 때 가끔 쓸 만하긴 하지만 어쨌든 초능력입네 떠들고 다닐 정도조차 못 되는 그저 그런 능력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병삼은 한 남녀의 다툼에 휘말리고, 보다 못해 여자의 따귀를 후려치고 만다. 밑도 끝도 없는 손찌검으로 모두가 경악한 와중에 여자는 느닷없이 자신의 과거를 참회하고 남자에게 사과한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한 상대 남자는 강남 대형교회의 담임목사 재일이다. 그는 병삼의 능력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깨닫고 그를 자신의 교회로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초능력이라 불릴 정도로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당사자인 병삼과 그의 친구 바울은 유의미하게 사용할 방법을 모른다. 그 능력이 잔재주가 아닌 진짜 초능력, 돈이 되는 능력임을 알아본 사람은 누구보다 계산적이고 비범한 재일이다. 혈혈단신 병삼에게 믿음, 소망, 사랑 무엇 하나 없다고 판단한 재일은 그 능력을 손에 넣기 위해 한번 마셔보면 다시는 믹스커피로 돌아갈 수 없는 ‘파나마 게이샤 커피’로 병삼을 유혹한다. 또 곁에 붙잡아 두기 위해 그가 돌아갈 곳을 짓밟아 버린다. 그러나 재일에게는 없지만 병삼에게는 있는 것, 평생 재일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어떤 것 때문에 완벽했던 계획은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속도감 있는 전개로 단 한 순간도 눈을 돌릴 수 없는 페이지터너로서의 『후려치는 안녕』은 읽는 즐거움만큼이나 읽은 후 여운이 강하다.

 


 

이 소설은 중요 등장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 주인공 손병삼은 한마음 교회 운전사이다. 잘못한 사람의 뺨을 후려쳐서,

후회하고 뉘우치게 하는 기묘한 능력의 소유자다. 한마음 교회 목사, 바울은 그의 친구이다. 피트니스 트레이너 '서보라'는 '트리메탈아민뇨증' 환자이기도 하다. 트리메탈아민뇨증은 생선 냄새 증후군이라는 유전적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이 질환은 소변, 땀 및 입에서 악취가 발생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희귀난치성 질환이라 아직 근본적인 치료약은 없는 병으로 알려졌다. 또 신사동 재일교회 담임목사 전재일은 병삼을 이용가치가 많은 사람임을 알고 그를 곁에 두기 위해 그의 거주지마저 없애버릴 정도로 집착이 강하다. 중부경찰서 방 소장, 교회 인물 한 장로, 우 권사 등이 나온다.

이 작품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부의 구별은 소설을 끌어가는 주체가 달리해 나뉘었다. 1부는 병삼, 2부는 바울의 관점에서 소설이 전개된다. 1부에 10개의 장(章)이 있고 2부에 12개의 장이 있어 모두 22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특이한 점은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 21개 모든 장의 제목이 두 글자로 돼 있다. 저자의 의도에 대해선 알 수 없다. 소설을 즐기는 독자라면 놓쳐서는 안 될 책이다.

 

할 만하니까 한 것이구나. 해도 되니까 한 거였어. 그래. 아버지가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은 거잖아. 내가 왜 혜주 누나네 집 앞에서 뛰어내렸는지 묻지도 않으시는 것 보니까. 어머니도 자초지종을 아시는 것 같은데 가출도 안 하시고 이혼도 안 하시네. 하긴 어머니는 원래 그런 성격이니까. 그러니까 아버지랑 결혼도 한 거겠지.(p.304)

 

저자 : 전우진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쓴 첫 장편소설 『관통하는 마음』으로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하였다. 동화 『예언의 고야』로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동화작가로도 영역을 확장하였다. 『관통하는 마음』, 『후려치는 안녕』에 이어 초능력을 지녔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린 3부작의 마지막 권을 집필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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