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떠나보내기 - 오늘이 아프지 않게, 내일이 흔들리지 않게
이승욱 지음 / 테라코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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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발생 직후 출판계가 들썩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회사는 재택 근무를 실시하고, 공연 등 야외 대중 집회 장소에서 열리는 예술 행사도 모두 연기됐다. 심지어는 친구를 만나는 장소인 커피전문점 등 요식업소마저 두 사람 이상 만나는 곳에서 영업에 제한을 두게 할 정도로 긴박했다.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반대 급부로 음식을 배달해 집에서 먹는 배달업체, 인터넷 쇼핑몰 등은 호황을 맞는 분위기로 들썩였다. 책을 만들어 파는 출판업계도 코로나 팬데믹의 반대급부를 받는 업계가 됐다. 독자도 재택 근무로 집에서의 개인 시간이 늘어났다. 한동안 책을 읽지 않은 것을 반성하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일상의 소통 부재를 책에서 풀어내려는 독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에세이나 명화 감상법, 영화나 공연을 책으로 해설하고 감상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소통 부재로 인한 우울감이 커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 심리학적 치료나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한 각종 책들이 많이 출간됐다. '코로나 블루'라고 명명된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한 일을 야외 활동을 할 수 없자 독서로 대체한 것이다.

이 책 『상처 떠나보내기』는 코로나 특수로 출판된 책은 아니다. 코로나 10년 앞서 번역 초판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이번엔 개정 증보판을 발간한 것이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 치료법과 치료 사례, 그리고 치료 과정 등을 정신분석 심리 상담 전문가인 저자 이승욱이 집필했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신적 결함으로 고생하는 환자들 치료를 위한 지침서로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어 독자들의 재출간 요구가 계속 이어진 까닭이다.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이 재출간으로 이어진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정신분석과 심리 치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모르고 있던 상처를 들춰내는 일이라 그 자체로도 도망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그러나 환자와 분석가가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며 좀 더 알기 위해 힘을 모아 치료가 이어진다면 치료는 훨씬 빠르고 쉽게 진전된다. 이런 치료 과정보다 더 힘든 것은 험난한 과정을 책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 역시 내담자들, 즉 이 책의 주인공인 여섯 사람의 도움 없이는 어려웠을 것"라고 말한다. 이젠 그들도 상처를 떠나보냄으로써 삶을 회복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들은 또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혹시 마음에 둔 상처가 있다면 치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꺼이 자신의 깊은 경험을 나누겠다고 마음을 내주었다. 그들의 이 같은 마음은 치료가 잘 된 훌륭한 사례이기도 한다.

 


 

표제어처럼 ‘가슴 깊은 곳의 상처를 극적으로 경험하고, 깊이 이해하고, 끝내는 받아들임으로써 떠나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담자들의 내밀하고도 고통스러운 정신분석 과정을 통해, 독자들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상처의 원인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이유로 마음의 고통 때문에 심리서를 찾은 이들의 ‘인생 책’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분석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인 정신분석가 이승욱은 이번에 출간한 개정증보판에 깊은 우울, 관계에 대한 집착, 실체를 알 수 없는 분노, 극심한 절망,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무력감 등으로 힘들어하는 다섯 명의 기존 임상 사례 외에 불행한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애쓰다 지쳐 버린 딸의 새로운 사례를 추가했다.

『상처 떠나보내기』 출간 이후 10여 년간 만난 수많은 내담자 중 이 사례를 선택한 이유는, 안타깝지만 많은 사람이 부모의 어떤 행위와 태도 때문에 상처 입고 평생 고통을 감당하며 살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이 고통을 대물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재출간된 이번 개정증보판 『상처 떠나보내기』는 저자가 만난 여섯 사람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타인의 상처를 다룬 이 책이 이토록 오랫동안 읽히며 회자되는 이유는, 우리의 상처가 그들의 상처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 사회가 디지털 사회로 변화하면서 엄청난 정보가 기존의 생활 패턴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도록 빨라짐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스트레스가 기존 가슴 깊이 감추어진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고 폭발적으로 휩싸이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책에 등장한 사례들이 독자와의 삶의 경험은 다르지만 책을 읽어 나가며 어느 대목에서 가슴속 깊이 묻혀 있던 아픈 기억이 소환되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 책이 혼자 울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지켜 줄 것이며, 든든한 안내자가 되어 고통스러운 여정을 함께 해 줄 것이란 기대감이 큰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는 모두 여섯 가지 사례가 등장한다. 사례 당 각 1장(章) 모두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자식이란 무엇인가」, 2장 「구원받기를 원하는 여자」, 3장 「레슬러의 사랑」, 4장 「누락된 자의 슬픔」, 5장 「스스로를 없앤 청년」, 6장 「마음이 가난한 자」 등이다. 저자 이승욱은 책의 앞 부분에서 「불완전함을 향한 즐거움」이란 제목의 〈서문〉을 통해 가장 최근의 분석 케이스인 첫 장의 지하 씨의 이야기부터 기존 다섯 사례에 대해 정신분석 결과를 통해 부드러운 제목으로 이름 붙여가며 내담자와의 친밀감을 우선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첫 케이스 지하 씨의 경우 '마녀적 모녀 관계의 민낯'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저자에게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한번 더 불러보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2장 채영 씨의 이야기는 지하 씨 케이스와 어떤 연관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독자들이 연이어 읽기를 당부한다.

제니스 케이스는 지금으로부터 시간적으로 가장 멀리 있지만, 첫사랑은 다른 관계로 대체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내 마음에서는 최초의 경험이라고 저저는 밝힌다. 미영 씨 케이스는 매 세션을 기록한 분석가의 일지를 거의 빠짐없이 드러냈다. 분석가의 심정이 좀 더 세밀하게 보일 것 같다. 또 은철 씨는 상실에 관한 아주 깊은 얘기를 한 경험이었다. 지금도 그를 생각하면 비 오는 창가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성직자 케이스는, 못다 한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 독신 수도자의 삶이 얼마나 신실한지 알기에 그에 대한 마음은 내내 기쁘다고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독자들도 읽으면서 느끼겠지만 저자의 심리 상담과 정신 분석 과정은 내담자와 상담자, 분석자와 피험자 간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한 흔적이 묻어난다. 심리 치료의 원칙인 것으로 느껴진다. 의사와 환자, 상담자와 내담자로 명확한 선을 긋기보다 서로 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심리 치료의 원칙인 것으로 독자에게는 느껴진다.

 

 

저자는 이 같은 심리 치료 기법이나 정신분석의 태도는 정신적 불안이나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일단 안정감을 주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요즘 엄마들을 보면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불안하다. 이 불안이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패막이 될 수 있겠지만, 너무 과도하면 아이에게 많은 걸 좌절시킬 수 있다. 엄마들이 자신의 불안을 잘 자각하면 좋겠다. 자각하면 덜 불안할 수 있다. 또 아이 입장이 돼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설명한다.

육아책은 많이 봐도 문제, 너무 안 봐도 문제다. 적절하게 보고 부모와 아이에게 맞는 육아 노하우를 선택하는 태도가 현명하다. 정신분석가 이승욱이 근간에 펴낸 『천 일의 눈맞춤』은 ‘0~3세 아이를 위한 마음 육아’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왜 3세까지의 육아에 집중했냐”는 물음에 “태어나서 3년까지, 인간은 정신 구조의 기초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20년 동안 정신분석가로 훈련 받고 일하면서, 수많은 내담자를 만나던 중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성장기 때,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고통을 겪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부모와 전혀 관계 없는 일들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분석하다 보면 부모에 대한 애증과 원망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고 밝힌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대부분 부모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부모를 사랑하되 부모의 ‘욕망’으로부터는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육아 핵심은 세 가지다. “따뜻한 응시와 안정적인 수유, 엄마의 품.” 굉장히 평범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책을 읽다 보면 진짜 아이를 위한 육아가 무엇인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전공하고 오클랜드의 정신병전문치료센터에서 정신분석가, 심리치료실장으로 일한 저자는 지금은 경복궁 옆 서촌에서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또 팟캐스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를 통해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알기 쉽게 전하고 있다.

 


 

이 책은 매우 체계적으로 장을 나누고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또 자칫 말의 성찬으로 들릴지 모르는 상담과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대상자의 동의를 구한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내용 대부분이 철저히 기록에 의해 기술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적이며 구체적 표현으로 오는 데에서 오는 자칫 있을지도 모를 기억의 오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여섯 가지 이야기가 여섯 개의 장에 기술되지만 간단하게 한 줄 정도로 요약해, 먼저 읽은 독자 입장에서 서평을 읽는 독자들의 선택을 돕고자 한다.

 

① 어머니의 구원자가 되고 싶었던 지하 씨

어머니는 불행한 결혼 생활 속에서도 딸 지하 씨에게 만큼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엾은 어머니의 구원자가 되고 싶었던 지하 씨는 열심히 공부해 완벽한 엘리트로 성장했다. 하지만 늘 채울 길 없는 공허를 느끼고 폭식과 그에 따른 자기 징벌 행위를 반복하는 섭식장애에 시달리는가 하면, 자기 삶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듯해 허망하다.

②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채영 씨

폭력적인 아버지와 가난한 가정 형편, 채영 씨의 유년은 비참했다. 그러나 유능한 남편을 만나 결혼한 그녀는 지금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아이들도 무탈하게 자라고 있으니 걱정할 일이 없다. 그런데 웬일인지 깊은 우울에 빠진 그녀, 5년 전부터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다.

③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던 제니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온정적인 제니스가 원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뿐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100퍼센트를 주어도 그들은 진심을 몰라주고 튕겨내기만 한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울고 매달리고 화내다 마침내 자해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녀는 버려지고 싶지 않았다.

④ 조력자의 삶에서 보람을 찾으려 했던 미영 씨

미영 씨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일해 왔다. 어린 시절에는 힘든 어머니를 알아서 도왔고, 어려운 집안일도 스스로 처리했다. 결혼해서는 남편의 성공을 바라며 조력자를 자처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보람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지금 남아 있는 건 보람이 아니라 실체를 알 수 없는 분노뿐이다.

 


 

⑤ 한 번의 사고로 너무 큰 것을 상실한 은철 씨

은철 씨는 여행길에 운전 미숙으로 교통사고를 냈다. ‘미숙’의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이제 막 세상에 나가 한껏 젊음을 만끽해야 할 스물한 살 그는 두 다리의 기능을 잃었고 자유를 상실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장애인의 삶…. 느닷없이 닥친 사고로 그는 절망에 빠졌다.

⑥ 자신을 신께 바치고 숭고한 삶을 살아가려 했던 성직자

병든 어머니가 나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신께 자신을 바칠 테니 어머니를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어머니가 나은 후, 그는 서원대로 성직자가 되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신께 인신공양하고 성직자로서 숭고한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은 자신이 무능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질 뿐이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마음속의 이야기들에 관해서다. 드러나 있지 않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대부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상처로 인해 우리 삶에 우울과 불안, 외로움, 분노, 공허, 무력감 등이 찾아올 때면 고통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고 저자는 심리상담이나 치유 경험 의 결과로 설명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 역시 무엇 때문에 아프고 고통스러운지 모른 채, 이해받지 못하고 공감받지도 못한 채 괜찮은 척 견뎌 왔다는 것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정신분석을 통해 가슴 깊은 곳의 상처를 극적으로 경험하고, 깊이 이해하고, 끝내는 받아들임으로써 떠나보내는 힘겹고도 기쁜 여정을 시작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경험을 소환하기도 하고, 꿈 해석, 카우치 분석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상처의 근원을 찾아가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고 강조한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슬프고 우울하고 아프다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 고통의 근원을 찾아 용기 있게 발걸음을 내디뎠던 여섯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며, 가슴 깊고 오래된 상처를 떠나보내고 아프지 않은 오늘을, 흔들리지 않을 내일을 맞이하길 바란다.

 

저자 : 이승욱

 

〈팟캐스트 공공상담소〉 〈닛부타의숲정신분석클리닉〉 대표.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전공했고, 오클랜드의 정신병전문치료센터에서 정신분석가로, 심리치료실장으로 일했다. 귀국 후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하자작업장학교의 교감직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경복궁 옆 서촌에서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공공재로 사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음 세대가 건강하게 잘 성장하도록 기여하는 일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영유아 시기, 부모의 양육 방식과 그로 인한 경험이 건강한 자아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저술, 강연, 팟캐스트 등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 『소년』, 『대한민국 부모』(공저), 『상처 떠나보내기』,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포기하는 용기』, 『애완의 시대』(공저)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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