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이헌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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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가 됐지만 과거 산업화 시절 대한민국은 북한을 소재로 삼는 소설은 으레 '반공'이 주제였다. 같은 한민족이지만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자마자 국제적 힘의 논리에 따라 허리가 끊겼다. 임시 정부의 이름으로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인사들도 서로 다른 이념(민주주의와 공산주의)으로 나뉘었고, 각각의 정부를 세웠다. 이념 차이는 혈육마저 적으로 만들었다. '동족상잔'이라는 혈육간 전쟁도 겪었다. 치열한 3년 여의 전쟁 이후 서로간 반목은 정전 상태로 지속되었다. 이후 분단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한민족이 감내해야 했다. 정전 이후 무려 70년이 지났지만 통일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분단이 고착화되어 가는 가운데에서 분단국 중 대한민국은 유일하게 '통일되어야 할 국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사실상 종전도 아니어서 한국전쟁은 정전 협정으로 우선 미봉했지만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남북으로 갈라진 지 70여 년이 흘러 통일을 염원했던 많은 사람이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시점이기도 하다. 통일의 기원이 가장 현실화될 때는 공산주의 종주국 구 소련의 붕괴시점이었으나, 독일도 이때 통일돼 이젠 안정된 나라가 됐고, 베트남은 우리보다 늦게 분단이 시작됐지만 전쟁에 이김으로써 통일을 맞았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가 지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통일의 좋은 기회였던 구 소련 붕괴에 따른 양쪽의 적절한 대응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가져오지 못한 이유로 분단이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기는 하다. 한반도에 사는 한 피할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변화한 통일환경에 따른 새로운 통일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라고 분석이 가능한 이유다. 과거의 통일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일 논리가 필요하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남북간 정상 회담이나 북한 방문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결국은 정치권의 뒷받침이 없이는 통일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만 더욱 높아진 상태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21세기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세계 10대 강국에 들어섰지만 통일에 뒷받침이 돼 주는 데는 한계에 부닥친 형국이다.

 


 

이 책 『남북통일』은 표제어대로 대한민국과 북한과의 통일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이다. 과거처럼 '반공'의 개념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이미 어렵다고 확인된 바, 새로운 통일 논리를 제시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통일 소설'의 새로운 관점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남북 통일을 위해 새로운 통일 논리가 장착된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의 시도는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저자 이헌영의 통일 논리는 이 소설이 처음은 아니다. 전작 『한 생각』에서 저자는 정관영이란 인물을 내세워 통일을 위한 아이디어로 ‘경제적 양극화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대통령 선거제도를 개혁해 고질적인 정치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었다. 이 책 『남북통일』은 전작의 등장인물이 대부분 그대로 활동하며, 통일을 위한 논리를 맞춰 나간다. 저자가 통일의 캐릭터를 독창적으로 창조한 인물이다. 전작에서 정관영은 남한의 경제 양극화 해결에 주력했고, 선거제도 개혁을 했던 인물이다. 이번 작품에서 정관영은 남북통일을 위해 스스로 볼모를 자처하며, 전임 대통령 허장훈과 북한에 입국한다. 이는 전작과 이번 작품이 연작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70여 년 동안 서로를 타도해야 할 주적으로 삼아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을 끊임없이 연출해온 남과 북의 모습은 비단 소설이 아닌, 우리가 당면한 비극적인 현실이다. 거대한 장벽과도 같은 남과 북의 현실을 주인공이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남북통일을 간절히 이루길 소망하게 될 것이다. 말 그대로 통일을 위한 길을 새로 개척, 제시하는 셈이다. 저자는 최근 남북관계 전망에 관련해 2022년 1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국민 통일 여론조사 결과에서 통일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내놓는다. 이 설문 조사 결과 남북관계가 나빠질 것(25.5%~34.9%)이라는 응답이 좋아질 것(16.6%~23.1%)이라는 응답을 앞서고 있다. 남북관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일관되게 높게 나오는 현실에서 남북통일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접촉해 만나서 대화로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양쪽이 거부할 수 없는 논리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의 '통일 문학'으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소설로 읽히는 이유다.

 

 

남북통일은 우리 민족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숙원이며, 앞으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숙제다. 통일되는 그날까지 우리 민족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 주인공 정관영이 이번에는 남북통일을 위해 평양에 입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양에 들어간 주인공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통일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거는 모습을 보면, 남북통일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현실을 축소한 이 소설을 보며, 소설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남북통일을 이룰 조각을 맞춰 보는 일도 이 소설을 의미 있게 해주는 하나의 요인이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통일 논리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의식이 밑바닥에 짙게 깔린 일이다. 최고의 통일 해법은 역시 무력보다는 협의와 평화적인 방법이어야 진정한 통일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설득력과 정당성을 동시에 획득하는 일이다. 이것이 주제가 되려면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현실과 사회·경제적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하고, 더불어 북한의 정치·경제·사회 현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통해 독자들이 신뢰할 만한 방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정보가 많아야 할 것이다. 즉 독자들의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는 과거 통일 소설보다는 사회적 여건이 굉장히 좋아진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반공이나 승공을 외칠 무렵에는 북한에 대한 정보는 일반인들의 거의 접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여지는 대로 북한을 이해했다. 이런 사실은 북한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알지 못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통일 논리가 나올 수 없다. 대치와 반목만 연장될 도구로 이용될 뿐이다. 공산주의 사회의 변화가 적시였다는 것이 그래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론화, 정론화되지 못한 것은 적극적 통일 의지가 별로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그럼에도 북한을 접하는 우리의 정보는 훨씬 다양해지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데에도 극비 사항을 제외하고는 신문이나 방송 보도에 거르지 않고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탈북민들의 엄청난 증가로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민의 숫자가 이미 3만5,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탈북민의 숫자는 타국으로 가거나 아직도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떠도는 숫자를 합치면 10배 가량인 30만 명을 웃돈다는 것이 대한민국 정보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다.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민 중 일부는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나 사회 현실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한다. 시청자들이 놀랄 정도다. 조금 과장된 것이겠지 할 정도로 믿기지 않은 현실이다. 그들의 말을 듣다보면 세계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아직 존재하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 논리나 이성보다 감성과 혈육이라는 지극히 감정적인 태도로 북한 주민들을 동정하는 차원에서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을 각성시킨다. 그런 정부를 끌어가는 북한 당국자나 그들에게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현실이란 게 21세기 지구상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독자도 그들을 통일 협의나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느낌을 넘어서 '불가능한' 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정도면 대화나 협의를 통한 통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서로 적으로 대하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의 통일 논리도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 통일은 결과보다 그 자체, 그리고 과정이 중요하다. 무력에 의한 통일은 양쪽 다 원하지 않을 것이다. 또 무력에 의한 통일은 혼란을 수습하기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 인간이 가진 이념과 사상이 종교적 신앙심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북한 주민들의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를 그냥 무력하다고만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더욱이 먹고 살 것이 없는 주민들에게 저항하지 않느냐고 따질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소설에서 많은 부분이 그동안 북한 문제를 계속 접했던 사람에게는 쉬운 내용일지 모르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하거나 조금 과정된 것 아닌가? 하는 관례적 생각 정도에 그칠 수는 있으리라. 북한 당국자들의 대화나 그들의 태도 묘사, 그리고 무엇보다 머릿속의 생각들은 직접 함게 생활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소설 작가가 꼭 경험해야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개념만 안다면 얼마든지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것이 소설 아닌가? 어쩌면 그래서 더 현실 같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정보나 첩보 당국자들도 꼭 확인해야만 알아내는 것이 있는 반면, 불확실한 첩보라도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추정해 들어가는 것도 상상력이긴 하다. 정보나 첩보를 다루는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하지만 일반인들은 현실은 물론 상상력도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 읽히는 소설을 쓰려면 저자로서 고충을 이해되기도 한다. 평양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기까지 소설 내용은 마치 눈앞에서 보이는 것처럼 치밀한 묘사가 이 책에 있고, 그들이 보여주는 태도 또한 자세히 기술된다. 다만 이런 요인들을 자세히 그럴 듯하게 엮어내는 것은 오로지 작가의 몫이기에 북한 사회를 소설로 그려내기에는 쉽지 않을 일이다. 그래도 저자의 통일에의 염원이나 희망은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모두 현실로, 사실로 읽힌다. 다큐멘터리처럼 말이다. 이것이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것일까. 쉽지 않은 소재의 소설에 매달리는 저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날이 왔다. 판문점으로 이어진 길엔 어마어마한 인파가 나와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남북통일을 외쳤다. 김경희 대통령 일행이 지나갈 때는 함성이 하늘을 들어 올렸다. 남북의 기자는 물론 전 세계 언론사에서 몰려온 기자들이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 김경희 대통령이 판문점에 도착했다. 곧이어 북한 김주형 위원장이 휠체어를 탄 채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김경희 대통령이 다가가 큰 키를 깊이 숙여 김주형 위원장과 가볍게 포옹하고 다시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아, 아! 위원장님 편치 않으신데 여기까지 오시느라… 반갑습니다. 힘드시죠?”

“아! 대통령님, 반갑습니다. 괜찮습니다. 견딜 만합니다.”(p.320)

 

저자 : 이헌영

 

현 이헌영패션 대표. 아이디어 소설 『한생각(2017)』을 발표했으며 2018년 한국예총 [예술세계] 신인상에 장편소설 『은미야 괜찮아 노래해!』가 당선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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