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권력 - 권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스탠퍼드 명강의
데버라 그룬펠드 지음, 김효정 옮김 / 센시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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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수평적 권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권력'(權力, power)과는 관점이 다른 설명을 한다. 권력은 타인 또는 조직단위의 행태를 좌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즉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일컫는다는 것이 사전적 의미다. 프렌치(J. French)와 레이븐(B. Raven)은 권력의 원천에 따라 권력을 합법적 권력(legitimate power)·보상적 권력(reward power)·강압적 권력·전문적 권력(expert power)·준거적 권력(reference power)의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타인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화된 힘을 권력이라 한다. 좁은 뜻으로는 국가가 갖는 강제력인 정치권력·국가권력과 같은 뜻으로 쓰이고, 넓은 뜻으로는 다른 사람을 부종시킬 수 있는 사회적인 힘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행정학사전에서도 권력의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개인 또는 집단이 다른 개인 또는 집단을 자기의 의사에 따라 행동하게 하는 힘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힘이 정치적 기능을 하기 위하여 형성된 경우를 정치권력이라 하고, 법학 부문에서는 공권력 또는 국가권력이라 부른다고 구분한다. 이런 의미의 권력은 사실상 수직적 관계, 종속적 관계로 이해된다.

이 책의 저자 데버라 그룬펠드(Deborah Gruenfeld)는 권력을 다른 관점으로 살펴본다. 권력이라 하면 흔히 우리들은 앞서 말한 권력, 즉 수직적 권력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권력의 속성 또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어 권력자는 지배자이고, 권력이 없는 사람은 피지배자의 위치에 놓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권력이란 수평적 관계에서 획득하는 자신의 노력에 의해 따라오는 것이며, 이 권력은 속한 집단에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권력은 개인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에 관련 없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권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권력을 잘 쓰려면 권력을 지금과는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는 대체로 권력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회적 힘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나쁜 것이며, 부패하기 쉽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권력을 누리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며, 심지어 잠재적인 악당이라고 생각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권력에 대한 우리의 이러한 편견에 과감하게 반기를 든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표제어에서 보여주듯이 ‘권력의 수평성’이다. '수평적'이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존재하며,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시 말해, 권력은 인간 간의 사회적 역할 안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권력자이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평적 권력』은 권력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권력을 재정의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불어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력은 뛰어난 한 명의 개인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역할과 관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자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권력에 따르는 책임을 인식하고 잘 사용할 때 권력은 민주적이고 선하게 발현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권력을 특별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우리는 권력의 주인공이 될 수 없으며, 권력은 일방적이고 위계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스탠퍼드대학교에서 25년 연속 최고 명강의로 뽑힌 데버라 그룬펠드 석좌교수는 이 책 『수평적 권력』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권력에 대한 상식을 뒤엎으며 권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권력에 대한 흔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권력은 사회적 지위가 아니고 권한도, 권위도 아니라고 말한다. 영향력과도 다르며, 부, 명예, 카리스마, 야망, 매력과도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권력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자원이라고 말한다. 권력은 모든 사회적 역할과 모든 관계에 존재하며,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권력자이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권력을 제대로 쓰려면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른 이가 당신을 필요로 하는 한 당신은 권력을 가졌고, 따라서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권력자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권력의 양보다도 그 사용 방법이라며, 권력은 우리가 남들로부터 얼마나 필요한 사람이 되는지, 그리고 남을 얼마나 잘 보살피는지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은 우리가 가진 권력에 따르는 책임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다. 권력의 역할과 책임을 지금보다 더 진지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권력을 배우가 연기(Acting)하는 것에 비유해 설명한다. 배우가 역할을 맞게 연기하듯이 우리가 사회와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에 맞게 권력을 사용하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역할에는 다른 역할보다 큰 권력이 주어지는데 이 역할에 맞게 권력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면 온갖 사회제도를 유해하게 만드는 권력 남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권력의 핵심으로 접근하는 데 수많은 심리학 이론과 실험을 동원하지만, 결코 지루한 논리로 다가서지 않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치인, 연예인, 기업가 등의 실제 사례를 통해 권력을 잘 활용하는 인물과 부정하게 활용하는 인물들을 대비하여 보여주고,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정치적 비화, 평범한 인물들이 직장에서 겪은 수많은 사례 등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

 


 

권력을 다룬 기존의 책들이 어떻게 해야 권력자가 되는가, 혹은 위대한 권력자들은 어떻게 권력을 획득했고 행사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 『수평적 권력』은 우리가 이미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그 권력을 드러내고 숨기는 법, 오용된 권력에 저항하는 법, 권력에 따른 불안을 다스리는 법,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법, 권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 등 우리가 권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권력자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권력자의 세 가지 기준은 첫째,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는 ‘성취 지향’의 권력자. 둘째, 유능하면서도 배려와 헌신을 다하는 ‘헌신 지향’의 권력자. 셋째, 한 집단의 성공과 번영을 위해서 필요에 따라 권력을 공격적으로 발휘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집단 지향’의 권력자다. 즉 새로운 권력은 개인의 명예와 파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권력, 집단을 위한 권력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때 권력의 오남용과 부패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을 자신이 맡은 배역이나 역할로 보면, 조직에서 가장 주목 받는 배우들은 조직에서 가장 신성한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력한 리더는 결과만 이끌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의 목적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길러주며, 희망과 신뢰를 가꿔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리더는 그럴 의도가 있든 없든 무언가를 상징한다.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소통은 신뢰를 높이고 전략적 협력을 유도한다. 서로에게 헌신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전략을 구사할 기회를 준다.:(p.293~294)

 


 

저자는 리더십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을 이 책에 적어 놓았다. 영화 많은 조직이 〈매드 맥스 3〉은 종말 이후의 미래를 다룬 4부작 시리즈의 제 3편의 내용을 예로 든다. 이 영화는 세상이 끝나고 미성숙한 사람들만 남아서 새 세상을 건설한다면 어떤 일이 벌이질지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 영화 속 바터타운의 주민들은 순진하고 옹졸하고 미숙하며, 세상에 대한 유치한 믿음을 품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들이 세우는 새 세상은 사회 질서도 없고, 누구도 안전하지도 않으며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문화가 만연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때 새 리더가 필요하다며 「리더십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① 성취 지향성 ② 헌신 지향성 ③ 집단에 대한 헌신 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리더의 자격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에 대해 저자는 책에 설명을 하고 있다. ① 성취 지향성 : 권력을 잘 쓰는 비결은 집단적 요구에 주목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런 행동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기자 샘 워커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유능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에 속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조차 원하지 않았다. 당이 원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출마했다는 것이다. 권력을 가치 있는 자원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라기보다 의무로 여기는 리더들은 지위, 인정, 평판에 대한 자신의 욕구보다는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는다.

② 헌신 지향성 : 불행히도 카리스마나 호감도를 기준으로 권력자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이 기준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자신이 관리하는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데 신경 쓰는 관리자들은 대체로 권력자로서 성과가 좋지 못하다고 셜명한다. 카리스마는 특정 인물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많이 발산하는 매력을 가리키는데, 대인관계에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이 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카리스마는 실제로 집단과 조직의 성공과 생존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③ 집단에 대한 헌신 : 선행은 발달 성숙의 증거다. 하지만 권력자를 캐스팅할 때 이 자질을 거론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문화와 심리적 이론 전반에서 성숙이란 이기적 충동을 통제하고 타인들에게 혜택을 줄 만한 행동을 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매클렐런드도 권력에 대한 성숙한 접근을 비슷하게 정의한다.

 


 

이 책 『수평적 권력』은 권력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권력을 다루는 방법을 완전히 뒤바꿔줄 책이다. 가진 줄도 몰랐던 권력을 직시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권력을 적절히 사용하고 때로는 멈추는 방법을 말해주는 책이다. 큰 역할에 발을 들여놓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과, 더 작은 역할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조금 더 존중받기 위해 한 단계 올라서고 싶은 사람들, 공격성을 내려놓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권력을 요구하는 이 시대를 위한 책이다.

 

저자 : 데버라 그룬펠드(Deborah Gruenfeld)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조지프 맥도널드 석좌교수.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심리학 박사이자 사회심리학의 권위자. 권력의 심리학과 집단행동에 관한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으며 ‘개개인은 조직과 사회 구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주제로 수많은 연구와 강의를 진행했다. 스탠퍼드대학교에 개설된 ‘권력의 본질과 역할’에 관한 그의 강좌는,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밖에도 노스웨스턴대학교의 J.L. 켈로그 경영대학원 등에서 경영학 석사 학생들과 임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요커] [오프라 매거진] [워싱턴 포스트] [시카고 트리뷴] 등의 주요 일간지와 다수의 학술지에 기고했으며, 여성 지도자를 위한 스탠퍼드 최고경영자 프로그램과 여성 리더십 발전센터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역자 : 김효정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당신의 감정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상황의 심리학』, 『최고의 교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떻게 변화를 끌어낼 것인가』, 『야생이 인생에 주는 서바이벌 지혜 75』, 『철학하는 십대가 세상을 바꾼다』 등이 있고 계간지 『우먼카인드』와 『스켑틱』 한국어판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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