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이하 『퍼머루트』)는 SF소설로서, 미래 과학의 발전을 근간으로 인류의 운명 등의 예상이 담겨 있다. 물론 인간이 중심이긴 하지만 인간의 힘과 능력보다 더 우월한 '라이톤'이 등장한다. 시대도 지금보다 멀지 않은 미래의 내용이긴 하지만 오히려 '시간'을 초월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쓰였다. 내용만으로 구분하자면 언젠가 읽었던 듯한 기시감도 든다. 독자는 SF소설을 즐겨 읽지 않았지만 최근 쏟아져 나오는 책들이 독자로 하여금 SF소설 책으로 손이 가게 만들었다. 현재 SF소설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큰 서점 어디를 가나 베스트셀러에 끼어 있고, 서점 책꽂이에는 어마어마한 책이 계속해서 출판·판매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추세가 아니라고 출판계는 말하고 있다. 오히려 외국의 추세에 따라 우리 독자들이 늘었고, 당연하게 작가들도 엄청 많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독자의 기시감도 서점에 가서 이리저리 책을 찾다가 책꽂이에 꽂힌 SF 책을 많이 봤기에 생긴 것일 수도 있다. 독자는 그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도 읽지 않았다.
그러나 SF 소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해리포터 시리즈〉 때문이다. 워낙 유명하게 알려진 내용이라 그냥 '해리포터'라고 말하면 독자들은 모두 알아듣는다. 해리포터 신드롬(Harry Potter Syndrome)이란 용어가 생길 정도이니 이젠 놀랍지도 않다. 독자는 매스컴이 '해리포터' 이야기로 온통 이야기되고 있을 때가 한참 지난 영화로 제작되기 시작할 무렵에서야 내용을 알게 됐다. 독서의 폭이 좁았던 독자였음이 분명하다. 영화로 보기 전에는 〈해리포터〉에 관련된 신문 기사도 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이처럼 SF 소설에 대한 인기는 해리포터 직후에 못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오며 지금은 많은 작가들이 SF소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해리포터 신드롬(Harry Potter Syndrome)이란 영국의 작가 조앤 K.롤링(Joan K. Rowling)의 아동소설인 〈해리포터 시리즈〉와 이를 소재로 한 영화, 캐릭터 상품 등에서 일고 있는 세계적인 열풍을 의미한다. 작가 롤링이 1997년 발표한 제1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제2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1998), 제3권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1999), 제4권 『해리포터와 불의 잔』(2000), 제5권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3), 제6권 『해리포터와 혼혈왕자』(2005), 제7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007)이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이 해리포터 시리즈와 관련해 일기 시작한 각종 열풍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두산백과)
해리포터 신드롬은 어쩌면 마법이 사용되는 미래라기보다 오히려 중세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판타지적인 면이 많아 '판타지 문학'으로 분류되면서 과학 소설(science fiction)과 혼용되면서 쓰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독자만의 생각이라서 맞는지는 모르겠다. 독자가 SF 소설을 읽지 않았던 것은 SF 소설을 '과학 소설'로만 인식했기 때문이다. 과학을 유난히 어려워했던 독자 개인적 이유였다. 우선 어려웠고, 관심이 멀어서인지 학교 다닐 때부터 높은 점수를 기대하지 못하는 과목이 과학 점수였다. 즉 예전에 달에 사는 이야기가 동화나 소설에 등장할 때처럼 먼 미래의 이야기를 작가가 상상으로 그리는 세계라고 알고 있어서, 독자 나름대로 '과학'이라기보다 '공상(空想)'의 의미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 『퍼머루트』는 표제어에 나와 있듯이 '보이지 않는 도시'이고, 시리즈 중 첫 번째로 보인다. 「공중에 떠 있는 집」이란 부제로 ①, ②권이 출간됐다. 번역자 이름도 빠져 있고 저자 E. S. 호버트도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다. 독자는 SF 소설 문외한에 가까워서 그렇지만 우리 출판사 〈팩토리나인〉에 대한 신뢰감은 갖고 있다. 독자가 읽은 책 중에 팩토리나인이 출판한 책도 꽤 여럿이다.
표제어 '퍼머루트'는 도시 이름이다. 이 책의 사건의 발단은 어느 마을에서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다. 한날 한시는 아니지만 피해 아이들의 생일은 모두 2012년 12월 5일이다. 며칠 전 이웃 마을에서 '어린이 실종 사건'이 발생할 때만 하더라도 주인공 이안이 사는 마을은 잠잠했고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사건이 확대되었는지 온 마을에 사라진 아이들의 사진이 붙기 시작한다. 수사 상황도 텔리비전을 통해 계속 뉴스로 보도된다. 어제는 남자아이, 오늘은 여자아이...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남자아이는 엄마와 장을 보고 집앞의 공원에 들러서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엄마는 벤치에서 아들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들어간 아들이 십여 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확인을 했으나 감쪽같이 사라졌다. 경찰에 신고한 후 공원 구석구석을 더 찾아보았지만 사라졌다. 여자아이도 비슷했다. 그것도 집에서... 아빠는 거실에서 어린 동생과 놀아주고, 엄마는 부엌에서 간식을 준비하는 사이, 이 층 방으로 올라간 여자아이가 온데간데 없다. 역시 경찰에 신고했으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남자아이나 여자아이 모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화장실로 들어간 이후, 방으로 올라간 이후 각각 사라져 버린 것이다.
12월 5일은은 바로 10살 소녀 이안(주인공)의 생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인간과 달리 특별한 마법 능력을 가진 '라이톤'들의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예언 때문이다. “라이톤의 모든 능력을 가질 수 있는 단 한 명의 ‘룩스’. 그가 11살 생일이 지날 때까지 폴로(인간) 세상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퍼머루트로 돌아온다면 라이톤과 폴로(인간)가 평화롭게 공존하게 되는 시대를 열 것이다”란 예언이 있다고 저자는 장치를 만들어 둔다. 이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막으려는 악당 '블락'들은 예언의 주인 ‘룩스’를 찾기 위해 온갖 음모와 계략을 꾸미기 시작한다.
인간 세상에서 엄마와 외롭게 숨어 살던 이안은 11살 생일을 앞두고 의문의 검은 그림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이안은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라이톤이자 예언의 주인 룩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시 이름은 퍼머루트. 이안은 여자아이지만, 엄마가 이를 숨기기 위해 남자아이처럼 머리를 꾸미고... 쉽게 표현하면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의미다. 왜 엄마와 이안은 숨어 지내야만 할까? 독자들의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몇 권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책 첫째 권에서 이유는 드러난다. 불행하게도 엄마는 이얀에게 펜던트를 주면서 "위험한 순간에는 가장 안전한 곳을 떠올려라"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그곳은 어디일까? 엄마가 마지막 목숨을 다하면서 이안에게 가르친 말은 '바람의 소리'다.
"바람의 소리." 엄마가 살랑이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바람의 소리?" 이안이 엄마를 보며 물었다.
"힘들 때는 바람의 소리를 들어 봐. 조용히 바람의 소리를 듣다 보면 슬픔이나 안 좋은 감정들이 바람에 흘러가 버리고, 따뜻함, 사랑 같은 좋은 감정들이 찾아온단다."
엄마가 이안과 눈높이를 맞춰 앉으며 말했다.(p.38~39)
엄마가 목숨을 잃은 이후부터 이안을 도와주는 테오도라라는 백발 할머니가 등장한다. 또 모든 이안과 여정을 함께하면서 삼총사로 굳게 믿음을 나누는 진과 비비스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안을 도와주는 인물 말고 당연히 이안을 없애려고 하는 악당들 '블락'이 있다. 이안은 블락들의 방해를 뚫고 퍼머루트로 들어갈 수 있을까? 우선 「공중에 떠 있는 집」(1, 2권)의 목표다. 물론 이안에게 숨겨진 마법 능력들을 발견해 진정한 룩스로 성장하는 일도 중요하다. 블락들과 맞서 인간과 라이톤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 이안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쉽지 않은 목표와 여정에 각종 험난한 일들이 펼쳐질 것은 훤하다. 현실 세계와 완전히 분리돼 있는, 특별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시리즈로 이어질 것을 예고하려는 듯 책의 맨 앞에 등장인물에 대한 짤막한 소개가 곁들여진다. 이는 대체적으로 대하소설처럼 스토리가 긴 책들에 대해 저자가 독자들이 중심을 잃지 않도록 미리 공유하기 위해 쓰인다는 점을 미루어 이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의 긴 여정을 암시하는 것 같다.
이안 켄튼 : 외롭고 소외된 삶을 사는 열 살 소녀 폴로(인간).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죽게 되고, 자신이 폴로 세상과 퍼머루트에 평화를 가져다줄 '예언 속 룩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총 다섯 종류의 라이톤(보석)의 능력이 생기게 되는 예언 속 룩스.
테오도라 대번포트 : 폴로들 세상과 퍼머루트를 이어주는 안내자이고 위대한 코리도란. 백발의 구름머리에 천부적 실력, 지혜로움과 신비로움, 작은 일탈을 눈 감아주는 센스 덕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블락들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라이톤이다. 이안에게는 영원히 부모이자 스승 같은 존재이다.
비비스 위버 : 노란빛을 보석을 지닌 스스로의 천재성을 모르는 아키테림. 이안의 감정과 고통을 이해하고, 비비스다운 장난으로 위로를 건네며 곁에서 늘 힘이 되어 주는 친구다.
진 호킨스 : 푸른빛의 보석을 지닌 빨간 머리의 코리도란. 이안의 곁에서 늘 밝고 당찬 에너지를 주는 친구다.
클로드 : 퍼머루트의 치료사이자 유일무이한 실력을 갖춘 페어도움. 테오도라가 이안을 지켜주는 것에 질투심을 느껴 이안이 죽기를 바란다.
클레어 켄튼 : 이안의 엄마. 뒤어난 실력을 지닌 브레익트.
휴버튼 켄튼 : 이안의 아빠. 플로지만 죽을 때 브레익트가 된다.
피터 : 어린 시절 겪은 어떤 사건 때문에 플로에 대한 증오심이 깊다. 이안의 엄마를 죽인 검은 정체로 절대악의 존재이며 블락의 우두머리이다.
맥스웰 : 현존하는 룩스이자 아키데릴. 자기 소멸 후에, 예언 속 룩스 이안을 돕기 위해 이안이 룩스가 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단서를 숨겨둔다.
죠 헤프너 : 스키샤인 수장이자 악명 높은 블락. 예언 속 룩스인 이안을 없애고, 블락들만 존재하는 세상을 꿈꾼다.
릴리 헤프너 : 죠 헤프너의 부인이고 능력이 뛰어난 스키샤인. 아름다움 뒤에 사악함을 숨긴, 뼛속까지 철저하게 블락인 진짜 악당이다.
맥 키스 : 코리도란 수장 집안의 아들이자 블락. 세상 모든 일에 무관심하지만, 플로들 세상에 흥미를 느끼고 폴로들 물건을 모으는 것이 취미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만큼 자신감도 크다.
이 책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는 모두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는 이안이 라이톤의 마법 능력을 하나씩 얻으며 악당 블락으로부터 인간과 라이톤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성장하는 특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테오도라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이안에게는 '동화 같은 그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주 먼 옛날, 폴로들 중에는 '특별한 존재'가 있었단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소중하게 믿었고, 흔히 '초능력'이라고 말하는 능력이 있엇지. 우리는 그들을 '라이톤'이라고 물었단다."(p.26~27)
테오도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면 폴로와 라이톤은 각각 다른 인간이 아닌 한 인간에 내재한 다른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 읽어봐야겠지만...
테오도라에 따르면 라이톤은 인간(폴로)과 달리 신비한 마법 능력을 가지며 자신의 라이톤 종류에 해당하는 한 가지 색깔의 보석을 이마와 목, 가슴(심장), 손목, 발목 등에 지니고 있다. 라이톤은 각각의 색에 해당하는 마법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초록빛은 '스키샤인'이라 불리는 라이톤으로 '우정'을 소중히 여긴다. 이어 노란빛 아키테림은 '지혜', 브레익트는 '용기', 마지막 페어도옴은 '사랑'을 소중히 여기며 보랏빛 보석을 지녔다. 이안은 특이하게 새로운 능력을 획득할 때마다 새로운 색깔의 보석이 추가된다. 이 때문에 예언을 막으려는 악당 블락은 이안이 바로 ‘예언의 주인 룩스’라고 확신하게 된다. 이안이 예언의 아이라는 테오도라 백발노인과 자신을 해치려 시시각각 위협을 가하는 사악한 블락. 이안은 아무런 보석도, 능력도 없이 엄마의 죽음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엄마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선 자신의 능력을 깨우쳐야만 한다. 과연 이안은 자신의 숨겨진 마법 능력을 발휘해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무사히 퍼머루트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저자 : E. S. 호버트(E. S. Hobart.)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는 것을 믿었던 순간이 있다. 피터팬과 함께 네버랜드로 가고,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고,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지나 마법사가 되어보는 상상. 이런 상상들은 살다 보면 삶에 치여 자취를 감춰버린다. 하지만 이 상상들은 내 안의 의연함, 회복력, 용기, 아이디어, 지혜가 되어 삶을 지탱해 주는 뿌리가 된다. 이것이 바로 상상의 힘이라고 믿는다. 이야기란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지도라고 생각한다. 어른에게 상상의 즐거움을 되찾아 주고 아이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