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 - 미중 전쟁과 뉴노멀 그리고 위기의 대한민국
이철 지음 / 처음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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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2010년 G2로 올라서자 세계 경제 지형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구 소련 해체 후 유일 강대국이자 패권국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미국은 세계의 경찰 국가임을 자처하며 지구촌을 손아귀에 쥔 듯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뤄낸 유일한 국가로서 지난 세기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미국이 승리한 패권 쟁탈전에서 대한민국도 미국과 보조를 맞춤으로써 한몫 챙긴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IMF라는 교과서에서 말로만 듣던 채무국 신세로 전락해서 미국이 우리에게 특혜를 준다는 믿음은 근거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중국은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으로부터 경제 발전을 폭발적으로 이뤄내고 2010년엔 일본을 제치고 G2로 올라섰다. 역사적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G2 진입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2050년을 목표로 미국을 제치고 G1으로 올라설 계획임을 공공연히 밝혔다. 세계 경제계는 이때에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G1 진입을 목표로 중점 추진하는 경졔 정책이 차근차근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공언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직시하게 됐다. 일대일로, 세계 교통망 연결, 제 3세계 원조 등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추진해 나갔다.

이에 미국의 입장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듯한 제스처를 여러 번 취했다. 가장 강경한 대중 정책을 편 트럼프 대통령 시절엔 드디어 〈미중 무역전쟁〉을 선언할 정도로 급격한 중국의 추격에 대처해 나가고자 했다. 이처럼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글로벌 경제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갈등은 단순한 정치적 충돌을 넘어 세계 경제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인 구조 자체를 흔들 것이란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일촉즉발의 상태로 치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시작으로 에너지, 식량, 반도체, 베터리, 희토류와 같은 핵심 분야의 동향이 크게 흔들리고 있고, 이 변화의 파장은 각국의 산업과 경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닿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무역 문제를 넘어, 우리의 일상에서 필요한 기본 자원, 그 가격과 그 자원에 대한 접근성에도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 『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은 미중 분쟁의 시작점부터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시나리오까지 깊고 넓은 영향을 철저히 분석한다. 저자 이철은 이 책에서 주요 공급망의 변화와 우리 기업 및 국민이 직면하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미래 지향적인 대안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깊이 탐구하기 위해 쓰였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어떻게 안정적인 위치를 찾을 수 있는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독자들에게 국제 정세와 미래의 전략적 방향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먼저 독자는 이 책의 표제어로 쓰인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단어에 대해 지식을 갖지 못해 이 용어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물론 이 책에도 설명이 나와 있다. 그러나 너무 짧은 설명만 들어 있어 독자가 나름대로 찾아 먼저 정리해 본다. 디커플링이란 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의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탈동조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동조화(coupling)의 반대 개념이다. 한 나라 또는 일정 국가의 경제가 인접한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세계경제의 흐름과는 달리 독자적인 경제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크게는 국가경제 전체에서, 작게는 주가나 금리 등 국가경제를 구성하는 일부 요소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수출과 소비, 주가하락과 환율상승 등과 같이 서로 관련있는 경제요소들이 탈동조화하는 현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한민국 경제와 미국 경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때는 "미국에서 콧물을 흘리면 일본이 기침을 하고,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였다. 미국의 주가가 떨어지면 한국의 주가도 떨어지고, 반대로 미국의 주가가 오르면 한국의 주가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와 같이 미국의 주가와 한국의 주가 움직임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커플링이라고 한다. 반대로 미국의 주가가 오르는 데도 한국의 주가는 미국의 주가 흐름에 동조하지 않고 미국 주가의 영향에서 벗어나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탈동조화 현상이 디커플링이다. 또 주가가 하락하면 환율은 상승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환율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와 달리 주가가 하락하는 데도 환율이 상승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무르는 현상, 수출이 증가(감소)하는 데도 소비는 감소(증가)하는 현상, 서구의 증시는 상승(하락)하는데 아시아 증시는 전체적으로 하락(상승)하는 현상 등도 디커플링에 속한다.(두산백과)

이와 비교되는 '디리스킹(de-risking)'이란 단어도 요즘 많이 쓰인다. 책에 따르면 디리스킹이란 말은 2023년 3월 30일 우르줄라 게르트루트 폰 데어 라이엔(Ursula Gertrud von der Leyen)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한 연설에서 처음으로 언급되면서 주목받았다. 그는 "중국으로부터의 디커플링은 실행 가능하지도 않고 유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유럽연합(EU)은 물론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도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지지한다고 표명했고, 이어 2023년 5월 20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경제 안보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으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국제정치에서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험 요인을 줄여 나가는 전략이다. 디리스킹은 사전적으로 '위험 경감'이라는 의미로, 원래는 금융기관이 위험 관리를 위해 문제 소지가 있는 특정 고객뿐만 아니라 유사한 특징을 갖는 고객집단에 대해서도 선제적이고 광범위하게 거래를 제한하는 방침을 일컫는 용어였다고 한다.

 


 

올해 6월 19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미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미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느냐에 전 세계의 명운이 걸려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양국 관계가 ‘디커플링(미중 공급망 분리)’에서 ‘디리스킹(양국 갈등으로 인한 위험 줄이기)’으로 완화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저자 이철은 여기에는 서로의 국사를 존중하고 큰 싸움으로는 번지지 말자는 함의가 담겨 있지만, 과연 주변국들도 이 전쟁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컨퍼런스에 경제 관련 장관들과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의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대한민국의 제일 위험 요소는 바로 ‘지정학적 불안정성’이었다. 미중의 분쟁과 이로 인한 공급망 분리, 각국의 보호무역정책, 양안 전쟁 문제 등에서 한국은 완전한 휘둘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즉 세계가 디커플링이 진행되건 디리스킹으로 변해가건, 중국과 가까운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반중 정서에는 익숙하지만, 국제 관계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 기업과 국민이 모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지 반도체나 자동차 등의 수출길이 막히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쓰는 물품과 식량의 부족, 에너지 고갈 그리고 전쟁 위협까지 모두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 『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을 통해 미중 충돌이 야기할 모든 공급망 문제를 시뮬레이션해 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고래등 싸움에 새우" 꼴이 되는 대공황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질서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디커플링」, 2장 「미중 대립으로 파편화된 공급망」, 3장 「하나의 시장은 무너졌다」, 4장 「두 개의 시장과 교차 시장」, 5장 「새로운 경제 질서의 시작, 탈달러화」, 6장 「전략 자원의 공급망 리스크가 밀려온다」, 7장 「대한민국의 선택, 새로운 세계 질서」 등이다. 이 책에서 다룬 디커플링과 공급망 문제, 그리고 디리스킹은 모두 미중 무역분쟁으로부터 촉발된 문제들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누가 선언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젠 미중이 전면전으로 뛰어들었다고 판단되는 만큼 중국 시진핑이 말한 '각자도생' 전략을 세워 자력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미국도, 그렇다고 중국도 우리를 특혜 대상으로 생각지 않는 현실에서 확실한 의사 결정을 내리든지, 가능하다면 미국과 중국과의 교차점에서 경제 정책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책에서 눈길을 끈다. 여러 가지 대안이나 기존 나온 대안 중 대한민국에 가장 이익이 될 현실적인 결정을 해야 하기에 더욱 새롭게 들린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지금이라도 능동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을 잡고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겉으로 보기에는 이러한 노력이나 대안에 대한민국 정부가 무관심해 보인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현재 저자는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미디어 활동을 조금 하다 보니 중국에 진출한 여러 대한민국 기업들의 소식을 듣는 편인데, 이미 상당수의 중국 진출 대한민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났다는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듣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현지에서의 상황은 매우 긴박하게 들리는데 정작 대한민국 정부의 경제 정책은 한미일 공조 외에는 아무 대안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안보 문제를 이유로 한미일 공조가 경제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안보는 안보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대안과 나름의 능동적인 정책 하에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가장 핵심적 내용이다.

 


 

이 책의 기점이 되는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공급망 문제 등은 모두 미중 무역전쟁으로부터 도출된 해결책의 일환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의 원인과 진행 과정, 향후 예측과 전망에 대해 정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자칫 어렵게 일군 경제 대국 신화가 사상누각으로 끝나고 경제가 무너진다면 대한민국의 발전은커녕, 정체성, 안보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물론 경제 문제에 문외한인 독자가 이 책의 중심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필자의 의도도 미중의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의 의견은 대한민국 모든 구성원들의 바람이고 목표이라는 데는 공감하기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일반 경제 전문가는 물론,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읽기 편하게 경제 용어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비경제인이 읽어도 술술 읽힐 정도로 쉽게 기술되어 있는 특징을 잘 갖추고 있다. 이는 비경제적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모두 읽어야 할 책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 들어 있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특히 정책 부재와 정책의 잘못을 따지는 탓하는 국민들에게 볌우리의 경제 문제가 외부에서 온 영향 때문이라고 잘못이나 정책 부재를 탓하는 국민들에게 볌

 

저자 : 이철

 

1960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무기정학도 당하는 등 곡절 있는 청소년기를 보낸 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학사 및 석·박사를 취득하였다. 중화민국(타이완)인 아내와 결혼 후 20년 이상 중국에 머무르며 활동하고 있다. KT 기술협력부장, 삼성SDS 중국 법인장, 디지카이트 CEO, SK 전문위원, 플랜티넷 중국법인장, 중국 기업 TCL의 CIO를 역임했고 이스라엘의 카타센스에서 아시아 태평양 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중국 공유 자전거 한국 Localization’, ‘중국 상무부 CPC 코드 시스템’, ‘중국향 통신건설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 ‘산시성 유해사이트 차단 시스템’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한 바 있다. 저서로는 『중국의 선택』, 『중국 주식 투자 비결』, 『이미 시작된 전쟁』이 있다. 또한 현재 유튜브 채널 [이박사 중국 뉴스 해설]을 운영하며 여러 매체에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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