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격차의 해소 격차의 해소 시리즈 2
알렉스 퀴글리 지음, 김진희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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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이 책 『어휘 격차의 해소』를 선택한 이유는 표제어가 지칭하는 '어휘력' 때문이다. 독자가 최근 이 책 저 책을 읽으며 '어휘력 부족'을 느꼈다. 요즘 한참 대두되는 문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휘력 부족 탓인가 해서다. 이 책의 표제어처럼 '어휘 격차'를 줄이거나, 독자 자신의 어휘력을 늘리기 위한 방법이 책에 담겨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저자 알렉스 퀴글리는 15년 이상의 영어 교사와 학교장의 경력을 갖고, 지금은 EEF(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에서 교사들의 연구 자료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저자의 책에 추천을 하는 분들의 면면과 추천사를 보더라도 오랫동안 영어를 연구하고 영향력 있는 귿을 많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제프 바톤 영국 학교 및 대학 지도자 협회 사무총장은 추천사를 통해 "수년 동안 문해력에 전념하면서 문해력 발달에 단어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우리는 어휘를 통해 세상을 읽어내고, 자신을 더욱 명확하게 표현하며, 자신감·통찰력·직관력을 갖게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빈부 격차의 해소와 사회적 이동성 문제의 해결은 단어가 관건이 될 것이란 점을 깨달았다며 이 책의 탁월한 제안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또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케이트 네이션 실험 심리학 교수는 "알렉스 퀴글리는 교실 관찰 사례와 학문적 연구 성과를 전문적으로 엮어내어 단어 빈곤 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는지, 이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해 준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한국어임을 감안해 역자 김진희가 〈역자 서문〉을 썼다. 역자에 따르면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순간들은 저마다의 감정과 사유를 동반한다. 언어로 담는 감정과 사유는 경험하는 순간 그것에 적확한 단어로 나타내지 못하면 간직하지 못하고 이내 소멸되고 만다. (···) 어떤 사람의 말과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을 알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한국인인 독자는 역자 서문에서 독자가 목적하는 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온갖 이미지와 영상이 범람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역자는 전제한다. 이로 인해 읽고 쓰는 양은 많아졌고 정보의 편의성과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역설적이게도 깊이 있게 사유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감정을 찾는 일에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역자는 지적한다. 최근 언론에서 청소년이 '심심한 사과'. '사흘' 등의 단어를 모르는 심각성에 대해 수차례 보도한 사실을 적시하고,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일찍이 학생의 어휘력 저하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는 반응이라는 말을 꺼낸다. 교과서의 등장하는 어휘의 상당수를 이해하지 못하여 교과서를 읽지 못하고 학업 실패를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안타까운 교실 모습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어휘력 저하 문제는 더 이상 촌극으로 넘길 수 없는 사태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학생의 어휘력 부족은 학생들의 기초 학력 부진과 직결되며, 유감스럽게도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학생의 어휘력 문제를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 되며, 이제 교육적인 개입과 노력을 보여야 할 때라고 역자는 판단하고 있다.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다.”라고 말했다. 이 책이 저자 알렉스 퀴글리가 교실 속 문해력 격차에 대한 문제 의식 속에 펴낸 것이라고 밝히는 이유가 되는 명언이다. 독자가 어휘력 부족을 느낀 점과 이 책이 집필된 이유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모두 8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어휘 격차의 해소: 문제점과 해결책」, 2장 「교사라면 누구나 읽기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3장 「단어란 과연 무엇인가? 당신의 뿌리를 아는 것이다」, 4장 「학술 어휘란 무엇인가?」, 5장 「어휘력과 ‘학문 문해력’의 개발」, 6장 「맞춤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7장 「어휘 격차의 해소를 위한 실천 전략」, 8장 '어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총체적 학교 전략'인 「다음 단계」 등이다. 이어 〈부록〉으로 「라틴어 차용어 또는 라틴어 공통 어근이 있는 영어 단어 목록」, 「인체, 사람, 집단과 관련된 라틴어 어근」,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영어 단어 100개」, 「에이브릴 콕스헤드(Avril Coxhead)의 ‘학술 단어 목록’ 총 570개」를 덧붙였다.

 


 

저자는 "당신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가?"란 단어로 책의 첫 문장을 시작한다. 저으기 당황스럽다. 책을 몇 권 읽었느냐?란 질문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당혹감이 든다. 한 번도 헤아려본 적도 없고 헤아려보려 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은 언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사고를 확장하며 서로 소통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어휘는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빈곤층일수록 어휘 지식의 결핍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있었다고 말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풍부한 단어는 삶의 지위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모든 아이들이 어휘력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의 성패를 결정짓는 학생 간 어휘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해 왔다. 이 책은 그 탐구의 결실로서, 교실 속 학생들이 겪는 어휘 격차 문제를 조명하여 학교 교육과정에 꼭 필요한 실질적 조언을 제공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첫 질문에 당황했지만 저자의 말을 듣고 나니 문득 사전의 단어 수가 몇 개나 들어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일일이 세어서 확인할 수 없으니 우연히 읽은 책에서 그 단초를 발견할 때가 생각난다. 우리말 사용과 한자어 사용 등에 관한 책이었다. 그 책에서 우리말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40만 개쯤이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가운데 약 "70%에 가까운 단어가 한자어이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어떤 사전이냐에 따라 어휘 수가 결정되겠지만 우리말사전이란 표현으로 봐서 '대사전'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알렉스 퀴글리는 영어 사전에 등재된 단어 수를 밝힌다. 100만 개를 넘는다는 것이다. 옥스포드 대사전 기준인지는 저자가 밝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단어는 문명이 발전될수록, 사용연도가 길어질수록 많아진다는 점에 비춰볼 때 가능한 수치라는 느낌이 든다. 단어의 총 개수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수와 우리가 아는,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수가 아닐까? 독자의 생각에 답하듯이 저자 역시 하나의 답을 내놓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교사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일반인을 포함한 숫자로 독자는 파악함)가 보유한 평균적인 어휘가 대략 5만에서 6만 개의 단어라면 놀라울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특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어휘 능력은 학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교실 안에는 ‘단어 빈곤’ 학생과 ‘단어 부자’ 학생이 공존한다고 밝힌다. 이 책은 1장 「어휘 격차의 해소: 문제점과 해결책」에서 어휘 격차를 지닌 학생들의 어휘 개발을 위해 노력한 교사의 실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모든 교사에게 유용한 학습 도구, 교육용 자원, 교실 활동 등을 총망라하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주제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며 어휘 교육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지식들을 전하고 있다. 단어의 어원, 용법, 역사, 맞춤법 등에 대한 이론을 소개한 뒤 실천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

대부분의 어휘 학습이 학교 밖에서 우연히 그리고 은연중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한다. 어휘력은 무의식적이고 잠재적으로 발달 능력이라는 점에서 아동의 신체적 발달과 닮아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교사는 아동의 어휘력 발달을 위한 노력에 가치를 두는 것만으로도 교실에 존재하는 어휘 격차를 해소하는 첫 걸음을 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E. D. 허쉬의 『단어 부자』에도 잘 나타나 있다고 인용한다. "어휘량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능력뿐만 아니라 과학·역사·예술 등의 일반 지식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교육적 성과 및 역량을 보여주는 간편한 척도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1970년부터 30년 동안 꾸준하게 진행한 '영국의 한 코호트 연구'에서 다양한 사회 집단에 속한 5세 아동 수천 명의 어휘 능력을 비교 분석한 내용을 설명해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한적인 어휘력 수준의 5세 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독해 부진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고, 실직자가 될 확률 또한 높으며 심지어는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까지 겪을 것으로 예측하였다.(p.26)

 


 

2장 「교사라면 누구나 읽기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에서는 '효과적인 읽기 교육을 위한 5대 요소'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00년 미국에서 독서 전문가 위원회가 효과적인 읽기 교육을 위해 가용 자료를 통해 고안한 것이다. 이 고안은 오늘날까지 많은 나라에서 강력하고 유익한 교육용 모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① 음소 인식 ② 파닉스 ③ 유창성 ④ 어휘 ⑤ 이해 등이다. 설명에 따르면 음소 인식은 말소리를 '알파벳 원리'로 번역하여 특정한 소리(음소)를 문자(자소)에 대응시키는 능력으로 읽기의 기반이 된다. 파닉스는 다양한 소리와 문자의 관계와 까다로운 변형을 통해 소리와 문자가 서로 어떻게 대응되는지 인식하도록 가르치는 언어지도법이다. 파닉스를 먼저 가르치는 것이 조기 읽기 능력을 개발하는 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음으로 유창성이다. 아이들은 단어와 의미 사이의 '빠른 연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짧은 순간에 단어를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개 학교에서 접하는 난해한 학술 어휘를 짧은 시간에 인지하려면 수많은 반복적인 노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어휘에 대한 설명도 있다. 읽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해력, 즉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일부 아이들은 능숙하게 해독하지만 특수한 어휘 지식이 부족하고 글의 배경지식에 있어 상당한 공백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례로 아동은 'cracking(균열)'이라는 단어를 해독하고 일반적인 용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화학에서의 'cracking(분해)'이라는 단어는 매우 특수한 의미(큰 탄화수소가 작은 탄화수소로 분해되는 과정과 관련이 있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면 심층적인 어휘 지식이 더 필요하다. 이 책을 읽는 숙련된 독자들-비과학자-도 이 정도의 깊이 있는 단어 지식은 모를 수도 있다. 이에 '명시적인 지도법'으로 난해한 학술 어휘를 배우면 그 어휘의 복잡한 의미를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글 이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어휘 지식은 뛰어난 독해력의 핵심이며 동시에 이해력은 어휘 개발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읽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의 이해라는 것이다. 글의 이해를 위해서는 또 하나, 어순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장에서 독자의 눈을 가장 끌었던 부분은 '유능한 독자는 어떻게 읽는가?'이다. 저자는 읽기는 매우 복잡한 행위이므로 잘못된 방향으로 빠질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만일 '5대 요소' 중 하나라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아이는 자신이 읽는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역동적인 교실 안에서는 단어 지식과 배경지식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으며, 그 격차는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어휘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유능한 독자의 습관적 행위부터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독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이야기여서 여기에 적는다.(번호는 독자가 임의로 붙였음)

① 단어를 유창하게 해독하고, 의미를 신속하게 대응시키며, 배경지식과 연결한다.

② 폭넓고 깊은 어휘 지식을 가지고 있다.

③ 글 이해하기 위해 방대한 배경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④ 빠르고 정확하며 적절한 표현으로 읽는다.

⑤ 더 많은 노력과 끈기를 갖고 오래도록 읽는다.

⑥ 책을 많이 읽고 어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단어 지식의 깊이를 더하고 더 많은 배경지식을 얻는다.

⑦ 글 구조에 대한 견고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제목처럼 글 구조를 드러내는 특징을 찾아 지식을 기억하기 쉽게 도식화하여 정리한다.

⑧ 예측이나 요약과 같은 이해 전략을 자동으로 활용한다.

⑨ 끊임없이 자신의 이해 과정을 점검하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한다.

 

저자 : 알렉스 퀴글리(Alex Quigley)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직 영어 교사이자 학교장으로, 현재는 EEF(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 교육기금협회)에서 교사들의 연구 자료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트위터(@HuntingEnglish)와 블로그(www.theconfidentteacher.com)에서 정기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어휘 격차의 해소(Closing the Vocabulary Gap)』, 『자신감 있는 교사(The Confident Teacher)』 등이 있다.

 

역자 : 김진희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 박사). 경남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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