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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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상금 1억 원에 달하는 공모전이 있다는 것은 '장르문학'이 최근 소설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만큼 장르문학은 SF소설의 대세를 평가하고 있다. 공모전 대상 수상은 작가 지망생에게는 문단 데뷔라는 꿈의 실현이 이루어진다. 대상 수상작인 마태 작가의 『습기』가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으로 동시 출간됐다. 이번 〈장르문학 IP 공모전: 리노블 시즌1〉은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해피북스투유’가 국내 NO.1 웹툰 제작사 ‘투유드림’, ‘CJ ENM’, ‘밀리의 서재’와 공동으로 주최한 국내 최대 규모 장르문학 공모전이다. 주최사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수한 IP를 발굴하여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웹툰, 영상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벨류 체인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책 『습기』는 이번 공모전 대상작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들과의 추격전,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심리 싸움 등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주요 배경을 대단지 아파트로 설정한 것과 밤 시간 아닌 낮 시간을 택한 것, 사람이 많이 밀집한 열린 공간에서 사건을 전개시키는 대담함으로 기존 장르소설과의 차별점을 두었다. 심사위원 이미예 소설가(『달러구트 꿈 백화점』) 역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캐릭터, 영리하게 숨어있다가 등장하는 소설적 장치들이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고 평가하며, “클라이맥스 이후에도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게끔 탄탄하게 쌓아 올린 구조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이번 ‘리노블 시즌1’ 대상 수상작인 『습기』는 공동주최사와 협업을 통해 웹툰과 영상, 오디오 드라마 등으로 다양한 매체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작가 '마태'의 건필을 기대하게 한다.

 


 

앞서 심사위원이 극찬한 것처럼 소설의 발단은 우리의 일상이 주무대다. 등장인물 역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런 설정으로 흥미와 공포, 신비감과 미스터리 소설을 이끌어간 저자 마태의 글솜씨가 탁월한 내공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 기적과도 같은 청약 당첨으로 신도시 신축 대단지 아파트인 ‘드림힐’에 입주하게 된 워킹맘 미연은 소설의 주인공이자 평범한 우리 이웃의 '아줌마' 같은 성격이다. 소설로서는 어쩌면 주인공의 성격으로서는 어딘가 못 미더운 결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축 아파트 당첨의 기적을 이룬 미연은 기자인 남편 정우와 초등학생인 아들 지호와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며 ‘드림힐’로 이사한다. 본격적인 신도시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미연은 한 시간 이상 더 걸리는 출근 시간과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지호를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남편의 무관심과 시댁의 지나친 간섭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미연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 채팅방에 초대되고, 거기서 만난 지호의 같은 반 친구 학부모인 영희엄마와 인사를 나눈다. 바로 위층인 1402호에 산다며 지나치게 친밀감을 표현하는 영희엄마에게 미연은 거부감을 느끼지만, 미연의 퇴근이 늦을 때마다 지호를 돌봐주는 영희엄마에게 점점 의지하게 된다.

미연은 새 집 마련 축하를 겸한 회식 때, 동료들이 ‘드림힐’ 인근에서 연속적인 아동 실종사건이 벌어졌다고 수군대는 소리를 듣고 기자인 남편 정우에게 물었지만, 정우는 그저 루머에 불과한 사건이라고 일축한다. 지호 역시 영희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공책에 이상한 주문을 빽빽이 쓰거나 외우고, 과도하게 식탐을 보이는 등 이상한 행동이 늘어만 간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라는 현실 때문에 마땅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아등바등할 뿐이다.

 


 

모처럼 휴가를 내고 아들 지호와 근처 쇼핑몰에 있는 키즈카페에 놀러간 미연은, 그곳에서 단체 채팅방에 있던 준서엄마와 시후엄마를 만난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지만, 냉랭한 둘의 태도에 미연은 당황한다. 직장 때문에 지호 친구 부모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었던 미연은 어떻게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같이 차를 마시자 제안하고, 단체 채팅방 등 그건의 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하지만 미연의 말에 준서엄마와 시후엄마는 크게 당황하고, 단체 채팅방의 존재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둘에게 그간의 사정을 들은 미연은 모든 배후에 영희엄마가 있음을 직감하고 미연의 집 위층인 1402호로 달려가 초인종을 누른다.

본격 사건이 일어나는 부분이지만 이 소설이 가족 소설이 아닌 만큼 평범한 일들이 모두 복선의 장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실제로 미연의 눈에는 아파트 주변의 시설 미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새 집, 널찍한 내 집에서 살림을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 탓이라고 해둬도 된다. 아파트지만 널찍한 새 집은 가구를 들이기에 충분한 공간을 갖추고 임자가 빨리 들어와 방안을 꾸며주기를 기다린다는 듯 넓게만 보인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와서 물건을 방안에 들여놓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정작 생각과는 다른 문제점들이 하나씩 노출되기 시작한다. 붙박이장 문이 슬라이딩 형태가 아니라 여닫는 공간이 필요하다. 다른 쪽 벽에 두자니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을 가려야 한다. 문제는 단순히 장식장만 아니다. 서재는 이미 컴퓨터 책상 두 개와 책장으로 꽉 차 있는 상태다. 거기에 정우가 갖고 싶어 했던 리클라이너가 배송되어 도착하면 방은 더 좁아질 것이다. 지호 방에 옮길 것을 생각해보지만, 그렇자면 그 방의 배치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건조기 배송이 '예정대로' 모레 월요일에 완료된다는 문자도 온다. 미연은 분명 원하는 배송일을 입력하라는 칸에 오늘 날짜를 넣었다. 월요일에 미연은 출근을 해야 하고 정우는 전학 첫날인 지호를 학교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방의 공간만 말썽이 아니다. 설치된 터치 스크린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거기다가 정우와 지호는 자신의 문제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던 짜증이 터져 나오기 전에 바람을 쐴 필요가 있다고 느낀 미연은 밖으로 나온다. 바깥으로 나온 미연은 잠시 당황한다. 아파트 구조가 생각보다 복잡했기 때문이다. 외부인에게 각 동의 입구와 시설들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듯 폐쇄적으로 돼 있어, 집의 베란다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였던 놀이터도 두 번이나 구부러진 길을 지나쳐서야 나타난다. 어디가 몇 동인지 알 수 없도록 불친절하게 세워진 건물들 자체가 드림힐아파트 단지를 외부와 완벽하게 분리하고 내부를 섬처럼 존재할 수 있도록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파트 경비실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경비원의 외모도 삭발에 한쪽 눈이 의안이라 느낌이 싸~ 하다. 주눅이 들어 더듬더듬 입을 연다. "오늘 이사 왔는데요, 1302호요." "······." " 벽에 그, 조명 조절하는 패드가 안 되는데 봐주실 수 있나요? 인터폰 같은 거요."

미연의 말을 듣던 경비는 콧등이 간지러운지 팔을 들어 코를 한번 쓱 훔쳤다. 소매가 걷힌 왼팔에는 손이 없었다. 손목 위부터 잘려 나간 것 같았다. "그런 거는 저기 관리사무소에 물어보세요. 여기서는 못 해요." 경비원은 손 없는 팔을 창밖으로 내밀었다. 손가락 대신 뭉툭한 단면이 미연의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거칠게 마감된 단면으로부터 팔꿈치까지 이어지는 팔은 작고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중략) 온전치 못한 신체와 고된 노동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근육에 미연은 적대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미연은 경비실의 창문을 응시했다. 불쾌하지만 그녀에게는 그 창문을 다시 두드려 경비원을 불러낼 용기가 없었다. 바닥으로 떨구어진 시야에 경비실 벽에 기대어 있는 공구가 눈에 들어왔다. 반질반질한 돌벽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낡아빠진 도구들이었다. 낫의 자루는 손때가 묻어 새까맸고, 도끼날은 얼마나 녹이 슬었는지 붉은색에 가까웠다.

 


 

집 정리도 채 끝나지 않았지만 미연의 세 식구는 쇼핑센터를 찾는다. 식사도 해결하고 무엇보다 지호에게 집 근처의 시설물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놀이터가 있어 잠깐 들른다. 생각보다 넓은 놀이터 한쪽엔 기차선로를 따라 장난감 기차가 선로를 횡단하고 있었다. 무지개 색깔의 순설대로 페인트가 칠해진 기차 칸마다 아이들이 앉아 있었고, 중간쯤에서 지호가 손을 흔들었다. 미연은 지호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증기관 효과음이 나오는 스피커가 달린 맨 앞 칸에는 '성인 탑승 금지'라고 팻말이 붙어 있었다. 정우는 지호가 손을 흔드는 쪽을 향해 스마트폰을 연신 눌러대고 있었다. 미연이 지호를 촬영하는 동안 미연은 정우를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순간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미연보다 몇 살 어린 듯한 여성이 지호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조그마한 체구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닮은 모녀였다.

"지난주에는 없었던 거 같은데······. 우리 애가 타보고 싶다고 하네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늘 처음 왔거든요."

"아아······." 그녀는 미연의 말을 듣고 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점이 있었다. 미연이 껄끄러움에 자리를 피하려고 할 때 마침 기차가 멈췄다. 지호를 내리게 한 후 서 있던 딸애를 타게 해줬다. 고맙다고 반색하는 여자가 딸애를 기차에 태우기 전에 지호에 고맙다고 인사하라고 딸에게 말했다. 미연의 시선은 딸애를 주시했다. 꼼꼼하게 땋은 갈래머리에,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재질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집에서도 꽤 예쁨을 받는 것 같았다. 딸애의 이름은 채윤이었고, 지호와 같은 나이다. 여성은 당연히 '채윤 엄마'로 불리운다.

 


 

본격적인 여러 가지 사건은 이날 이후 일어난다. 사건의 개요를 말할 수 없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불문율과 같은 것이엇(스포일러) 더 이상 언급을 못하지만 신축 아파트 주변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옛날 미신 같은 부적, 사이비 종교 만세교 사건 아동 실종사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음습한 이야기들이 떠도는 신축 아파트는 여러 가지 사건의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얽히면서 몹시 불안한 아파트단지로 바뀌어 간다. 인심마저 흉흉해지고 점점 탈출해야 할 곳으로 꿈꾸던 곳이 꿈에 보일까 무서운 곳으로 변모해 간다.

 

“세상에.”

미연의 입에서 앓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찾아 플래시 기능을 켜고 붙박이장의 벽면을 비추었다. 세로로 길쭉한 노란색 종이 위에 알 수 없는 구불구불한 글자가 붉은색으로 쓰여있는, 틀림없는 부적의 모양이었다. 그 미친 여자가 무슨 의도로 이걸 붙여놓은 걸까. 미연은 그것을 당장 떼내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떼버리면, 영희엄마가 이걸 붙였다는 증거가 사라진다. 지금 당장 영희엄마를 찾아가 따져도 그녀는 발뺌할 것이다. 일단 이대로 놔둔 다음 확실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듯했다. 미연은 쭈그리고 앉아 벽면의 부적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p.159)

 

저자 : 마태

 

어렸을 때부터 음습한 이야기만을 좋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쓰는 것이 목표다. ‘장르문학 IP 공모전 리노블 시즌1’ 대상 수상을 계기로 본격적인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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