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녹스 Beo Nox
이설 지음 / 좋은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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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베오 녹스』는 '행복한 꿈'이라는 대명사로 불리워지는 중독 물질을 소재로 다룬다. 때는 2202년, 고도로 발달된 미래 사회가 배경이다. 이 시대에는 발달된 유전 공학 기술이 인간을 두 종류로 나눴다. 저자 이설은 〈프롤로그〉를 통해 "영생을 누리며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면서 사는 부유한 특권층 '칸델라'와 유한한 수명과 가난에 시달리는 피지배계층 '큐비'로 구분되어 있는 시대"라고 밝힌다. 이 소설은 표제어로 쓰인, 인간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베오 녹스'(Beo Nox)의 탄생과 목적 그리고 그와 관련된 거대한 음모를 다룬다. 지배 집단은 이미 부자들이고 불멸의 삶이다. 영원히 사는 것이다. 이 특권층을 ‘칸델라’라 이름 붙인다. 유한한 수명을 가진 피지배계층 ‘큐비’와 구분된다. 주인공 스칼렛은 의대에 다니며 아픈 엄마를 돌본다. 어느 날, 우연히 총리의 둘째 아들 제이크와 만나게 되고 교수의 추천으로 총리의 큰아들 노아의 치료를 맡게 된다. 그녀는 총리의 가족들과 얽히게 되면서 점차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소설 안에서 칸델라와 큐비는 사는 지역, 음식, 문화 등 모든 것이 철저하게 구별된다. 영생을 누리면서 부를 축적하는 칸델라에 비해 큐비는 가난을 대물림하며 점차 두 계급 사이의 격차와 갈등은 심각해진다. 저자 이설은 현대 사회 체제 및 자본주의 경제의 빈부격차 문제를 조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미래에 특정 권력층만이 과학 문명의 특권을 독점할 때,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 피지배계층을 착취 및 말살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소설로 읽혀지는 이유다.

저자는 이 소설 『베오녹스 Beo Nox』를 통해 인간은 신이 아니며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으로 대할 때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설을 통해 과학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와 삶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독자들은 지금의 사회가 발전하면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누적될 경우 200년 이후의 지구 인류의 삶을 디스토피아로 설정한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베오녹스 Beo Nox』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일반적인 SF소설에서 보여지는 상상에 의한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를 그리지만 않는다. 공학적 측면으로 발달된 과학과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비판적 시선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아마 저자가 공학자 출신이기 때문에 훨씬 기술 공학적 측면에 대한 많은 사유가 있었으리라 생각되기도 한다. 특히 어려운 반도체 이론이나 과학과 기술의 전문 용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도 저자의 지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창의력과 전문성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독자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SF소설, 동떨어진 미래 공간이 아닌 현대 사회와 연결된 우리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밑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소설 내용으로 일일이 모두를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어 주석을 달아놓은 것마저 SF가 어려운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배려로 생각된다.

특히 AI, 클라우드 및 해킹 관련 부분에서도 연구자료를 참조한 저자의 노력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SF 소설의 근간인 인간의 가치와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광대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정치, 종교, 철학, 러브스토리, 액션 및 판타지적 요소들을 스토리 안에 잘 버무려 녹여내고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다르고 새로운 '블록버스터 SF'의 탄생의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계기로 소설 독자들이 기대하는 SF소설의 새로운 장르로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소설의 시작은 우리가 미래 사회를 조망하는 그림이나 삽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그대로다. 2202년 10월 12일 화요일 저녁 8시, 대도시의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에어 모빌리티와 드론 택시들은 지상과 상공을 각각 푸른 네온 트랙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북잡한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연방 최고위원회 빌딩 안에서는 위원장 K가 회의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복제 휴머노이드의 완제품이 2203년까지 총 1억 개의 생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T가 말했다.

"T, 그렇다면 이제 큐비들의 노동력이 전혀 필요 없게 된다는 말입니까?"

"노동력뿐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큐비들의 인구 증가로 인해 고갈 위기에 처한 식량 자원 문제를 휴머노이드로 자원을 대체함으로써 파미드의 생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량 자원 부족 때문에 그동안 포기해 왔던 토지개발도 드디어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들은 인간형 로봇으로 일컬어지는 '휴머노이드' 생산으로 내년 중에 1억 개가 보급되는 점에 관해 회의를 하고 있다. 당연히 사회 피지배계층이 해온 일을 로봇형 인간들이 대신하게 됨에 따라 큐비의 일과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을 예상하고 큐비 처리에 대해서도 논의를 할 것이다.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큐비들은 이제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습니다."(p.9)

 

 

칸델라와 큐비로 지칭되는 두 종류의 인간들은 사는 지역도 다르기 때문에 2202년의 시대는 두 가지 세상에 각기 다른 두 가지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이 지역 구분이 지금의 나라별 구별이라기보다 아마 한 도시 안에서 지역적으로 다른 차별적 공간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지역의 미국 미시간 주가 중심이지만 미국의 예전 인종차별의 모습 그대로 지속된다면 미래 사회엔 칸델라와 큐비로 구분될 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언젠가 보았던 프랑스 파리가 무대인 〈13구역〉이 연상되기도 한다. 특권층 칸델라들의 수명은 발달된 유전 공학을 이용해 '영원'으로 바뀌었고, 피지배계층의 큐비들은 건강과 행복, 꿈과 식량 등을 위해 오직 지배계층이 필요한 것들의 생산에만 매달려야 한다. 칸델라들의 의식주 해결을 위해 그들이 하기 싫어 하는 3D 업종에서 생계와 목숨을 이어가는 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큐비들도 인간이라 먹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로봇으로 대체하면 큐비들의 일자리는 그만큼,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은 큐비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당연히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연방최고위원회(국가정책 결정)에서는 큐비들을 '해충 같은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칸델라들의 일상을 그린 부분을 보면 지금 미국 상류 사회의 일상과 비슷하다. 특별한 서비스로 하고 싶은 일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칸델라들은 최고급 시설의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게 법칙이라고 저자는 묘사한다. 또 칸델라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적에 따른 '룩스'를 받기 위해 일한다. 레벨이 높은 칸델라들은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하여 모든 정보를 공유하였으며 룩스에 따라 그들 사이에도 명백한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칸델라들 중 최고 레벨의 룩스를 가진 이는 'LK-10'으로 칸델라의 레벨은 총 1~10등급까지 'LK'라는 표식과 함께 왼손 엄지손가락과 검지 사이의 손등 위에 마크되어 있다. 그 레벨 인식칩은 모든 곳에서 신분증과 지불 수단을 대신한다.

 


 

이 책은 소설 작품이지만 중심 테마 이외의 소재가 되는 각종 기술이나 전문적 용어를 서평에 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비밀스러운 작업이 많다. 그 비밀스러운 작업은 지극히 비인간적(?) 계획이나 프로젝트이고 전문 용어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줄거리마저도 쉽게 쓰기 어렵다. 스포일러가 되기 십상이다. 두 가지 종류의 인간과,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살아가는 이유 등이 다르다. 또 지배계층이라도 자신들이 정한 정도에 따라 10단계로 계급이 나누어진다. 그들에게 인간적인 행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배계층이라고 해도 피지배계층을 위해 일하는 사람, 간혹 영웅이나 위인이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은 있다. 아직까지 인간으로서의 이성과 감성, 그리고 특성 등을 고루 갖춘 인물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과 재배계층과의 갈등이 충분히 생길 수 있고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칠지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서와 한 치도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 소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소설을 통해 미래 사회의 디스토피아를 막는 저자의 속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것으로 이 소설이 보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베오 녹스의 시작」이라는 장(章)에서 베오 녹스의 탄생을 알린다. 베오 녹스는 국가 차원이 아니라 한 글로벌 기업에서 진행된 큐비들이 현혹될 만한 제품이다. 이 글로벌 기업 Silva는 모든 엘리트 칸델라들이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AI 일류 기업이다. Silva는 AI 기업형 기반 시스템은 물론이고 칸델라와 큐비들의 모든 생활형 가전과 자동차, 통신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사업을 확장시켜 왔다. Silva의 CEO 제프리 번디는 최고위원회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그들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제프리는 LK-10레벨로 칸델라 중에 최고 등급이었으며 이는 전체 칸델라 중 상위 0.01%를 의미했다. 큰 키에 금발 머리, 완벽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주변에는 가족도 친구도 가까이하지 않아 그 누구도 그의 사생활에 관해서 아는 사람이 없다. 루모 시태 본사 건물 제일 위층에 그의 방으로 앞서 소개한 연방최고위원회 T가 들어온다.

"지난주에 Beo Nox가 최종 테스트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요청하신 대로 대부분의 큐비들이 모두 현혹될 수밖에 없는 최고의 장치입니다. 여기 1차 인체 테스트 결과입니다."

이들은 지금 모든 큐비들을 중독 상태를 유발할 수 있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신물질 Beo Nox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저자 이설은 〈에필로그〉를 통해 이 소설 작품에 오늘날 우리가 사는 현대의 모습을 투영시켰다고 말한다. 현대의 빈부 격차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 문제를 미래 사회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미레에 특정 권력층만이 과학 문명의 특권을 독점할 때,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 피지배계층을 착취 및 말살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작품의 의도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지금은 신의 영역인 인류의 수명을 미래에 인간이 유전자 조작으로 그 경계선을 넘게 된다면, 일부 부유층에게만 영생이라는 특권이 주어질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만일 미래에 이러한 일들이 생긴다면 계층 간의 갈등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며 이러한 갈등 해결의 시발점은 특권층 안에 있는 사람들의 선한 의지와 피지배계층 사람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과 합심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p.434)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자 : 이설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 전자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USC), Biomedical Engineering(의공학) 대학원 졸업.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논문 연구 중, 시뮬레이션 작업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SF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반도체 이론을 미래 인간 사회에 투영하여 2202년 빛과 어둠의 세계로 초대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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