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 - 변호사가 알려주는, 민법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오수현 지음 / 시원북스 / 2023년 7월
평점 :
현대 모든 국가가 그렇듯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이는 우리의 가장 큰법 〈헌법〉에 명시돼 있다. 국가의 모든 행위는 법에 의해 규정되고 제한된다. 법치국가에 사는 이상 법에 규정된 법을 어기고 한 행위는 모두 무효 처리될 수 있다. 그러나 법치국가에 산다고 모든 시민·국민이 모두 법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르고 살 수 있는 것이 법이 잘 지켜지는 나라이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역설도 있다. 사실 살면서 모든 행위를 도덕적이고 기본적인 상식에 맞는 행위를 한다면 굳이 법을 따로 제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인간은 집단 생활을 시작한 이래 모든 집단에는 일정한 법이 있었다. 그것은 국가를 다스리기 위한 것이든, 국민을 위해서든 필요에 의해서 제정된 것이다. 실제 적용하고 집행할 수 있는 국가에 일임한다. 법치국가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항상 법과 함께 살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법을 잘 모르고 살아간다. 법을 잘 몰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이 필요한 순간은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법을 잘 아는 사람에게 의뢰해야 한다. 자신이 잘못했든, 상대가 잘못했든 말이다. 법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법조계 사람들도 모든 법을 다 잘 아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무려 5,787개의 법령(2023년 5월 기준)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p.13)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이 많은 법령 내용을 모두 꿸 수는 없을 터, 법률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기 전에 스스로가 기본적인 것들을 알고 있다면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법치 국가인 만큼 법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대우가 뒤따른 것도 사실이다. 살다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법에 호소해야 하고, 어떤 피해를 보아도 법에 의하지 않고 직접 보상을 받거나 보복을 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개인적인 보복을 허용한다면 그야말로 무질서, 무법 천지가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법에 호소할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으면 훨씬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다.
이 책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은 표제어가 암시하듯이 법률 전문가들이 읽는 책은 아니다. 우리 삶에 가장 기본적인 민법, 가장 널리 적용되는 민법의 개요를 담아놓은 책이다. 민법은 헌법 아래 있는 여섯 가지 법률, 육법(六法) 중의 하나이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법이 필요한 순간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알고 겪는 것과 아예 모르고 겪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민법에 대해 큰 틀을 알려주는 책이다. 사실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 다양한 물건들과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생활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물건을 택배로 받기도 하고 중고거래 마켓에서 내 물건을 사람들과 무료나눔을 하기도 하며 친구의 물건이나 돈을 빌려서 쓰기도 한다. 이런 관계에서 생기는 모든 권리와 의무는 민법에서 규정된다. 앞서 언급한 행위들이 모두 법률 행위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에서 민법은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와 상관없어 보이는 매매, 위임, 증여 같은 용어들이 우리의 일상에 숨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다. 변호사인 저자 오수현은 민법이 사람과 물건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우리가 소유하는 재산들은 어떻게 규율하는지 등 민법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 썼다. 우리가 가장 광범위하게 겪는 법률이 민법인데도 우리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때문에 민법은 익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아는 다른 법들을 생각해도 그렇다. 민법은 뉴스에 자주 나오는 도로교통법이나 범죄를 다루는 형법에 비하면 우리와 너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법이 바로 민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많은 상황들은 민법을 필요로 한다. 작게는 쇼핑, 택배, 렌탈에서부터 크게는 전세계약, 주택담보대출까지 민법은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민법을 친절하게 설명하며 어떤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나열하기보다는 민법의 기본적인 구조와 작용원리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어떤 문제이든 기본적인 구조와 원리를 파악하면 어떤 방향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지 그 방향을 찾아가기에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이 책은 민법에 관하여 그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실용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법학 교양서이자 민법 입문서로써 민법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 민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민법이 궁금한 사람 모두에게 충분히 좋은 시작을 안겨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8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세 가지 키워드로 보는 민법 개요」, 2장 「인스타그램과 민사사건의 공통점」, 3장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4장 「쌍무계약과 마법 저울 이야기」, 5장 「약속과 처분의 차이」, 6장 「세 가지 그림으로 보는 물권법 개요」, 7장 「물건을 사용할 권리」, 8장 「약속을 어길 수 있으니 담보가 필요합니다」 등이다. 저자는 민법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체를 빠르게 훑어본 뒤 이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민법을 구성하는 논리 대부분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느 한쪽 면만 보아서는 전체는 물론이고 그 단면조차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민법은 하나의 논리를 가지고 끙끙대는 것보다 다소 엉성하더라도 빠르게 나머지 논리와 함께 익히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귀띔이다. 특히 이런 접근법은 낯선 전문 용어와 친해지는 데에도 매우 유리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민법의 키워드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개인' 둘째 '관계' 셋째 '게임'이다. 저자는 우리가 예전에 배운 고조선의 〈8조 금법〉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8개의 법조문인데 현재 전하는 것은 세 가지 조항만 남아 있다고 한다. ① 사람을 죽인 자는 즉시 사형에 처한다 ② 남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곡물로써 배상한다 ③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노비로 삼되, 용서를 받으려면 돈 50만 전을 내야 한다.로 돼 있는 법 조항을 배운 기억이 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현대식으로 바꿔 알려준다. 첫 번째 조문은 바꿀 내용이 거의 없다고 한다. 현행 우리나라 법에 따르더라도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형법 제 250조 제1항) 이 조문은 개인과 국가간의 법률 관계를 다루고 있다. 사형이란 국가가 개인에게 내리는 형사 처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과 국가 간 법률관계를 다루는 법을 '공법(公法)'이라고 한다.
공법에는 형법, 행정법, 헌법이 대표적인 예이고,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같은 절차법도 공법에 해당된다. 두 번째 조문도 바꿔본다. 남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곡물로써 배상을 해야 합니다. 그 당시에는 곡물이 화폐 같은 역할도 겸했으므로, 이 조문은 남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정도로 바꾸면 된다. 우리 민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0조) 이처럼 '개인과 개인 간 법률관계를 다루는 법'을 '사법(私法)'이라고 한다. 한자 뜻 그대로 개인에 관한 법이다.
마지막 세 번째 조문은 조금 까다롭다고 한다.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려면 고칠 부분이 많다는 것. 우선 현대 사회는 노비 제도를 알지 못한다. 이 부분은 감옥살이 정도로 바꾸면 될 것이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감옥에 가야 한다. 용서를 받으려면 돈 50만 전을 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개인과 국가 간 법률에 해당하므로 공법이다. 개인을 감옥에 넣는 것(징역)은 국가가 내리는 형사처벌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형법에도 비슷한 조문이 있다.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29조) 한 번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현행법은 합의금을 지급해 용서를 받더라도 국가로부터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과 공법이 별개 절차란 이유다.
민법의 두 번째 키워드는 '관계'이다. 앞서 민법을 개인과 개인 간 법률관계를 다루는 법이라고 언급했다. 똑같은 문장에서 이번에는 '개인'이라는 단어 대신 '관계'라는 단어에 주목해본다. 저자는 좀 더 쉽게 풀어써 제시한다. "민법은 관계의 학문이다. 그래서 그림을 잘 그리면 민법 공부가 쉽다. 무슨 대단한 능력이 필요한 건 아니고 관계도를 그릴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A가 2022년 1월 1일 B로부터 X아파트를 10억 원에 샀다고 해보자. 이 사건은 결국 A와 B의 법률관계이므로 그림으로 그리면 이처럼 된다.(p.21 참조)
동그라미 두 개와 직선 한 개, 그리고 네모 한 개. 이것이 민법의 전부이다. 나머지는 모두 주석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동그라미는 법률관계를 맺은 두 당사자를, 직선과 네모는 법률관계의 내용을 뜻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는 '2022. 1. 1. X아파트, 10억' 같은 내용이 칸 안에 들어가면 적절하다. 이것이 민법의 큰 그림이고 나머지는 모두 응용일 뿐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안에서 당사자가 더 많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면 동그라미를 더 그리면 된다. 혹은 당사자끼리 다른 법률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그러면 네모 안에 다른 내용을 적으면 된다. 이처럼 사안에 따라 세부사항은 조금씩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큰 그림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민법의 핵심은 결국 '관계'이기 때문이다. '관계'에서 저자는 민법과 형법, 그리고 행정법과의 관계를 덧붙인다. 마지막 세 번째 '게임'이란 키워드는 앞선 두 키워드가 민사의 '실체'를 이야기했다면 이 세 번째 키워드 '게임'은 민사 '절차'를 위한 것이다. 테니스 게임을 하려면 두 명의 선수와 심판, 이렇게 세 사람이 필요하듯 민사재판도 마찬가지다. 민사재판을 하려면 ① 원고 ② 피고 ③ 재판부까지 셋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원고'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람을 이르는 말로 재판으로 해결되길 바라는 바를 소장(訴狀)에 적어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반면 '피고'는 민사소송을 당한 사람이다. 법원은 원고로부터 받은 소장 부분을 피고에게 전달하여 답변서(答辯書)를 제출토록 한다. 한편 여기서 피고는 민사사건에서 사용하는 용어이고, 피고인은 형사사건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이다.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격언입니다. 모두가 수긍하는 문장이지만 안타깝게도 항상 잘 지켜지는 원칙은 아니지요. 이번 장에서는 민법에서 말하는 약속에 대해 공부해봅시다. 민법이 바라보는 약속이란 무엇인지, 약속을 어기고 지킨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또 약속을 어기면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차근히 알아보겠습니다.(p.86)
저자 : 오수현
성균관대학교 학부를 졸업하였다. 학문을 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배운 바를 렌즈 삼아 세상을 관찰하는 것인데 법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해져 이후 같은 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수험 법학’에 적응하지 못해 오랫동안 길을 헤매었고, 결국 1학년을 마치고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덕분에 두꺼운 교과서를 차근히 음미할 여유가 생겨 기초를 보다 탄탄히 할 수 있었다. 2019년도에 변호사시험을 통과하였고 지금도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좋은 변호사란 결국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군법무관 시절 3년동안 부지런히 글을 썼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글쓰기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해 썼지만, 도중에 법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가 생겨 본인의 로스쿨 1학년 시절을 떠올리며 민법 교양서를 집필하였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첫 작품이자 이 책의 모태가 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은 제10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하였다. 뜨거운 학구열에도 불구하고 공부 방법을 몰라 길을 헤매고 있는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오늘도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보다 더 쉽고, 보다 대중적인 법학 인문 교양서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