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트리 - 꿈꾸는 작은 씨앗들의 모험
브라이언 셀즈닉 지음, 이은정 옮김 / 니케주니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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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빅 트리』는 「꿈꾸는 작은 씨앗들의 모험」이란 부제를 갖고 있다. 지구에서 큰 나무가 되기 전까지의 과정을 지구 역사와 함께한 '씨앗'의 모험 여정을 다뤘다. 씨앗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주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떻게 작은 씨앗이 오늘날 지구의 큰 식물들의 기원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어린이용 모험 소설처럼 씨앗을 의인화하고 엄마 나무가 따로 존재함을 작품에서 보여준다. 저자 브라이언 셀즈닉이 그림과 함께 쓴 동화 같은 책이다. 어린 씨앗이 태어난 시대는 지구 지질학 분류로 백악기에 해당된다. 백악기의 오래된 숲속에서 엄마 나무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던 작고 어린 씨앗 남매 머윈과 루이스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플라타너스 나무 씨앗이다. 그들은 언젠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루이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말을 걸어오는 꿈을 계속 꾸게 된다. 어느 날 숲속에 큰불이 나고, 엄마 나무를 잃고 아직 영글지 않은 상태로 세상 밖으로 나와 숲에서 멀리 떨어진 미지의 세계로 떠밀려 가게 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홀로 남겨진 남매는 재치와 상상력을 발휘해 공룡과 유성, 화산으로 가득한 위험한 세상을 헤쳐 나와야 한다. 물론 뿌리를 내리고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영영 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까지도 함께 안고 가야 할 숙명이다. 꿈속에서 들리던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면서 루이스는 자신들의 삶에 주어진 사명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한다. 작은 씨앗이지만 의인화해 이들은 대화도 나누고 이별도 경험한다. 물론 다시 재회하기도 하는 모험을 다룬다. 『빅트리』라는 제목에 걸맞은 '빅북'이다. 520페이지에 달하는 책에 300여 컷에 달하는 방대하고 독창적인 삽화가 실려 있다. 그림만으로 읽어도 지질학이나 지구과학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 읽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풍부한 과학 지식이 밑바탕된다.

 

 

유머와 경이로움, 신비로움과 희망으로 가득한 이 책 『빅 트리: 작은 씨앗들의 모험』은 유례없는 모험을 다룬 책이다. 지금까지 셀즈닉의 작품 중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고 예리한 관찰력과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전 세계 평론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될 전 세대 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책이다.

버섯 전령사들을 통해 숲과 식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엄마 나무에게 외부 위험을 알리고, 파괴된 숲이 죽은 나무와 잎사귀 들의 순환 과정을 통해 새롭게 되살아나게 한다. 사랑스러운 풀잠자리는 씨앗들의 모험에 기꺼이 날개를 내어 주고, 바닷속 해조 임금을 위해 일하는 유공충 ‘과학자’들은 새롭게 발견한 정보를 자신들의 몸에 새겨 넣는다. 이처럼 책은 자연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연 이야기인 만큼 크고 작은 자연의 주체가 등장인물로 나오며, 아파하는 지구를 보호하도록 북돋는 강력한 환경 메시지를 담고 있다.

 

루이스는 곤충의 한쪽 날개에서 작게 갈라진 상처를 발견했다. 고치 안에서 긁혔거나 찢어진 걸까?

“이 상처 좀 봐, 오빠. 점박이가 잘 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날아?!” 머윈이 소리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점박이를 타고 날아서 여기를 나가면 되겠다! 아름다운 산으로 바로 갈 수 있겠어.”

“그게 될까? 난 잘 모르겠어.” 루이스가 말했다.

“당연히 되지. 완벽한 계획이야.”

루이스는 점박이 옆에 앉아서 아직 붙어 있는 날개를 솜털로 살살 떼어 주었다.

머윈이 그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며 말했다. “조심조심.”

머윈은 남매의 미래가 갓 태어나 바들거리는 이 생명체에게 달려 있음을 알고 있었다.(p.220~221)

 


 

인간을 포함해 자연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소중한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이 책의 플라타너스 씨앗들처럼 말이다. 이 작고 약한 존재들이 수억 년간 푸르른 지구를 지켜온 나무가 되었듯 이 책은 우리가 뿌리내리고 사는 이 지구가 얼마나 위대하고 경이로운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꿈, 희망, 공동체, 연대, 환경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가족과 우정의 소중함 등등 읽을 때마다 새로이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와 감동이 이 한 권에 가득 담겨 있다. 특히 아동문학 삽화가에게 수여하는 칼데콧상을 2회나 수상한 셀즈닉만의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흑백 연필화는 이야기의 흐름과 한데 어우러져 상상 속 모험을 생생하게 그려낸다.(특히 이 책은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보호’를 위해서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해 호평을 받았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미국 아동·청소년 출판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브라이언 셀즈닉의 작품들은 지금껏 출간 즉시 미국 주요 언론들의 주목을 받으며, 할리우드에서 종종 영화화되었다. 이번 신작 소설 『빅 트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미니언즈〉를 탄생시킨 애니메이션계의 전설 크리스 멜러단드리 회장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이 관련 내용은 책 뒷 부분에 〈이 책의 씨앗〉이란 글에 명기돼 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저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공동 제작자인 크리스 멜러단드리가 만나는 자리에 초대받았다. 두 사람이 저자에게 영화 시나리오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스필버그 감독은 당시에 다른 프로젝트를 작업 중이었는데, 문득 자신이 자연의 시각에서 자연을 기리는 영화를 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당시에 스필버버그 감독은 공룡시대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시기에는 세상이 식물로 뒤덮여 있던 때다. 매우 흥미롭게 들렸지만 나중에야 그 시기의 세상이 지금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저자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때도 육지에 몇 종류의 곤충, 물속에 다수의 생명체가 서식했고, 이끼와 우산이끼, 쇠뜨기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양치류를 포함해 식물들이 살기는 했다. 아무튼 스필버그 감독의 말은 듣는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스토리가 전개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됐다. 저자는 백악기로 불리는 공룡시대가 끝나는 2억3.200만 년 전의 시점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그 시기의 숲이 현재의 숲과 비슷하다는 점이 저자에게는 중요했다고 한다. 아울러 자연의 시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니만큼 우리 모두가 아파하는 지구를 보호하도록 북돋우는 강력한 환경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독자들이 책에서 본 나무와 식물들 사이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하고 있다.

저자는 2년에 걸쳐 스필버그 감독, 멜러단드리와 함께 이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강타하고 세상이 거의 멈추면서 이 영화가 결코 만들어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즈음 이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던 저자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따라 책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고 스필버그 감독과 멜러단드리는 응원해 주었다는 것. 특히 스필버그 감독은 이 책에 보내는 찬사를 통해 “자연의 시각에서 바라본 자연 세계 이야기”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 주목을 끌었다. 또 『빅 트리』는 미국에서 오디오북으로도 제작 발매되었는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이 내레이션을 맡고, 1996년에 영화 『캔터빌의 유령』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음악감독 어니스트 트루스트가 음악을 맡아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빅 트리』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로 탄생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제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림책으로 세상에 먼저 소개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창작된 세계관과 스토리라인을 가진 소설인만큼 모든 장면에서 보다 생생한 재미와 감동, 살아 숨 쉬는 듯한 캐릭터들의 면모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과학적 상식이든 전문적 지식이든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의 세상을 보여준다. 너무 커서 볼 수 없는 모습인 지구, 달, 행성, 그리고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너무 작아서 볼 수 없는 미시의 세상을 저자의 지삭과 상상력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것만으로도 획득할 수 있는 과학적 사실과 지식은 물론 성인이 된 이후 더욱 잘 보이지 많는 상상력의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지구에게 닥친 환경 위기와 우리가 할 일 등에 관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글자 수가 많지 않은, 어릴 때 읽었던 그림책처럼 천천히 읽고 많이 생각하는 데에는 안성맞춤의 책이다.

이 책은 모두 26장의 여정을 내포하고 있다. 1장 「별들」부터 26장 「6천6백만 년 후」까지 어린 씨앗 남매의 시각으로 그려진다.

1장의 경우 새까만 바탕(우주)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는 그림이 먼저 나온다. "안녕, 별들아." 커다란 태양인지 행성인지 달인지 별인지 모를 밝게 빛나는 곳에서 말이 들려온다. "너희가 날 불렀니?" 다시 밝은 불빛 위로 새까만 우주의 별들이 보인다. "별들아,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니?" 다시 묻는다. 밝게 빛나는 하나의 별에서 비치는 어두운 하늘 뒤에는 여전히 별들이 군데 군데 보인다. 좀 전 장면과는 다른게 두 개의 산봉우리 뒤로 밝은 빛이 비치고 그림 전면에는 숲인 듯 거뭇한 물체들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얽히고설킨 형태만 내보이고 있다.

 


 

"하늘에서 내가 보여?" 질문이 다시 이어지고 커다란 나무가 나타난다. 다시 말소리. "너희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싶은데." 큰 나무 뒤의 밝은 빛이 비추기 시작한다. "아, 벌써 아침이 오나 봐." 그림은 나무껍질 사이에 작은 꽃잎이 보이고 한 마리 곤충이 나타난다. 머뭇거리던 곤충은 밝은 곳을 향해 날아오르고... 다시 말소리가 들린다. "밤이 되면 너희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화면이 바뀐다. 아침인지 밝은 빛이 배경에 비추고 나무에 매달린 열매가 여러 개 매달려 있다. "내 이름 잊지 마···," "난 루이스야! 루이스! 루이스!" 크고 둥그런 열매가 클로즈업된다. 한 마리의 곤충이 앉아 있다. 열매의 모습은 멜론을 닮았지만 겉모습은 솔방울 껍질처럼 우둘투둘하다. 빼곡이 까만 점이 낱개의 알알마다 박혀 있다. 각각의 열매 부분이 클로즈업되며 알알이 박혀 있는 열매 표면에 집중한다. 멀리서는 동그랗게 보이던 것이 가까이 확대하니 육각형, 오각형 등 각각의 모습으로 보인다. 같은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촘촘하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보인다. 비로소 루이스와 머윈의 대화가 시작된다.

"루이스, 일어나!"

루이스의 형제자매들이 깜짝 놀라 동시에 루이스를 쳐다보았다가 방금 소리친 머윈만 빼고 곧 다시 잠들었다.

"루이스." 이번에는 머윈이 더 작게 속삭였다.

"너 또 잠꼬대했어."

"꿈을 꿨어."

"그래, 넌 항상 꿈을 꾸지." 머윈이 말했다.

"별들을 보는 꿈이었어."

"알아. 네 잠꼬대 들었어."

"꿈에서 별들이 나를 불렀어. 나한테 뭐라고 얘기를 했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씨앗 남매가 머나먼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시대는 6천6백만 년 후 지구이다. 비 내리는 어느 도시의 모습이 독자로서는 반갑기 그지 없다. 이제서야 눈에 익숙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 발 밑의 작은 틈에서 새싹이 돋아난 모습도 보인다. 손을 내밀어 소중하게 감싸는 모습이 그려진다. "안녕, 친구야!" 어린싹이 말했다. "넌 누구니?" 새싹을 소중하게 감싸안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유리병 속에 새싹을 담아 다른 어린이에게 건네는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새싹에 대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관찰하는 듯하다. 집 안 창가에 큰 화분의 식물 옆에 어린 새싹의 유리병이 놓여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굿나잇 인사를 건네는 모습. 아들은 침대에 누워 아버지를 바라본다. "졸려요." 어린싹이 말했다.

"오늘 많이 피곤했을 거야. 푹 자렴."

"옛날이야기 하나 해주세요."

"좋아, 어디 보자. 이건 우리 엄마가 들려주신 이야기란다."

옛날 옛적 아주 오래된 숲에 두 개의 작은 씨앗이 살았단다. 엄마 나무는 씨앗들에게 뿌리와 날개를 주겠다고 말했어. 뿌리는 언제나 나의 자리인 집이 되어 주고, 날개는 아주 용감하게 나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힘이 디어 주기 때문이지···,"

글그림 : 브라이언 셀즈닉(Brian Selznick)

 

브라이언 셀즈닉(1966 ~ )은 어린이 책을 위한 삽화를 그리는 미국 출신의 화가이다. 그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맨해튼의 출판사에서 3년 간 일했다. 그의 첫 작품인 The Houdini Box는 그가 그곳에서 일하면서 출간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셀즈닉은 칼데콧 상을 비롯하여 블루 보넷 상, 로드 아일랜드 어린이 도서상, 크리스토퍼 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가장 최근에 그는 The Invention of Hugo Cabret이라는 작품으로 2008년 칼데콧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The Invention of Hugo Cabret (author and illustrator; Scholastic 2007)』,『Amelia and Eleanor Go For a Ride: Based on a True Story Pam Munoz Ryan』,『The Dinosaurs of Waterhouse Hawkins: An Illuminating History of Mr. Waterhouse Hawkins, Artist and Lecturer Barbara Kerley』,『The Doll People Ann M. Martin』,『The Dulcimer Boy Tor Seidler』,『Frindle Andrew Clements』,『The Houdini Box Brian Selznick』,『The Landry News Andrew Clements』,『The Meanest Doll in the World Ann M. Martin』,『Riding Freedom Pam Munoz Ryan』,『The School Story Andrew Clements』,『Walt Whitman: Words for America Barbara Kerley』 ,『When Marian Sang Pam Munoz Ryan 』등이 있습니다.

 

역자 : 이은정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와일드우드》 《언더 와일드우드》 《와일드우드 임페리움》 《나는 혼자 여행중입니다》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 《찰리와 소매치기단》 《지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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