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평점 :
이 소설 『살인자의 숫자』는 한마디로 재밌다. 출판사의 표현을 빌자면 '지독하게' 재밌다. 범죄, 사이코패스의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 작품인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사건의 발생과 뒤쫓는 경찰과의 '머리 싸움'은 극한의 서스펜스를 자아내 독자들의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참혹한 살인 현장, 단서를 찾기 어려운 현장에서 로마숫자를 발견한 경찰은 범인이 의도적으로 남긴 것으로 추정한다. 로마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사건에 투입된 런던 경찰 그랜트에게 일주일 사이에 세 건의 살인 사건이 넘어온다. 은퇴를 앞둔 경찰인데 마지막 임무인가, 아니면 사건을 남겨두고 해결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불명예 은퇴가 될 것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독자들의 흥분까지 불러일으킨다.
일면식도 없는 희생자들의 이마에 로마 숫자, 그것도 순차적으로 커지는 숫자 표식이 새겨져 있었고, 그랜트는 연쇄 살인임을 직감한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건들로 골머리를 앓던 그랜트는 뉴욕 경찰 프랭클에게서 이마에 그다음 숫자가 남겨진 살인 사건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랜트는 뜻하지 않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 프랭클과 공조를 시작한다. 접점이 전혀 없는 사건들을 조사하던 두 경찰은 범인이 구약 성서의 십계명을 어긴 사람을 희생자로 삼는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동시에, 그랜트가 오래전에 해결한 사건과도 관련이 있음을 알아냄으로써 범인의 실체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된다.
이 책 『살인자의 숫자』는 할리우드의 저명한 시나리오 작가인 스콧 셰퍼드의 ‘오스틴 그랜트 형사 시리즈’ 첫 번째 소설이다. 한번 보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흥미진진한 플롯과 빠른 전개는 수십 년간의 텔레비전 시리즈, 이른바 ‘미드’ 집필 경험에서 우러난 작가의 전매특허로 이 작품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십계명에 의한 살인이라는 범행 동기는 이해했지만 어떤 모순이 잠재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십계명을 어긴 사람을 차례차례 죽인다는 설정은 한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독자가 무척 재미있게 봤던 영화 〈세븐〉이다. 독자들 중에서도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워낙 유명하고 인기 있었던 영화다. 영화 〈세븐〉은 3억3,000만 달러(북미 1억, 해외 2억3,000만 달러) 이상의 관람 수익을 올린, 철저한 범죄 스릴러로 지금까지도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 영화는 배우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기네스 펠트로 등 화려한 출연진이 참여해 1995년 개봉되었다. 성경에서 금기로 하는 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네오 느와르 장르를 설명할 때 항상 좋은 예시로 선택되는 명작이다.
〈세븐〉은 스콧 셰퍼드의 저작은 아니지만 성경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름 없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칙칙하고 음침한 영상미가 특히 일품이며, 그 외에도 훌륭한 캐릭터 구축, 상징적이고 짜임새 있는 플롯들, 그리고 스릴러의 구성요소를 두루 훌륭히 갖추었다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를 본 독자는 이 책 『살인자의 숫자』의 범죄 현장이나 범죄 동기 등을 그 영화의 모습으로 상상하게 돼 오히려 약간의 방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나 범행 방식 등의 차이점을 보이는 데다, 성서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은 ‘탐식’, ‘탐욕’, ‘태만’, ‘욕정’, ‘교만’, ‘시기’, ‘분노’로서 '살인'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십계명엔 여섯 번째 계명에 '살인하지 말라'고 분명히 적시돼 있다. 그렇다면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연쇄 살인마는 범죄 동기가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모순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소설 『살인자의 숫자』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이 사진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작권 문제 없는 <네이버영화 예고편>의 한 장면 캡처한 것임.
십계명에 의한 살인이라는 범행 동기는 이해했지만 어떤 모순이 잠재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십계명을 어긴 사람을 차례차례 죽인다는 설정은 한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독자가 무척 재미있게 봤던 영화 〈세븐〉이다. 독자들 중에서도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워낙 유명하고 인기 있었던 영화다. 영화 〈세븐〉은 3억3,000만 달러(북미 1억, 해외 2억3,000만 달러) 이상의 관람 수익을 올린, 철저한 범죄 스릴러로 지금까지도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 영화는 배우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기네스 펠트로 등 화려한 출연진이 참여해 1995년 개봉되었다. 성경에서 금기로 하는 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네오 느와르 장르를 설명할 때 항상 좋은 예시로 선택되는 명작이다.
〈세븐〉은 스콧 셰퍼드의 저작은 아니지만 성경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름 없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칙칙하고 음침한 영상미가 특히 일품이며, 그 외에도 훌륭한 캐릭터 구축, 상징적이고 짜임새 있는 플롯들, 그리고 스릴러의 구성요소를 두루 훌륭히 갖추었다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를 본 독자는 이 책 『살인자의 숫자』의 범죄 현장이나 범죄 동기 등을 그 영화의 모습으로 상상하게 돼 오히려 약간의 방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나 범행 방식 등의 차이점을 보이는 데다, 성서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은 ‘탐식’, ‘탐욕’, ‘태만’, ‘욕정’, ‘교만’, ‘시기’, ‘분노’로서 '살인'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십계명엔 여섯 번째 계명에 '살인하지 말라'고 분명히 적시돼 있다. 그렇다면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연쇄 살인마는 범죄 동기가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모순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소설 『살인자의 숫자』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이 책 『살인자의 숫자』에서 성경을 모티브로 일어나는 사건의 발생과 범죄자를 쫓는 영화 〈세븐〉을 설명하는 것이 맞다. 스포를 줄이기 위해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서평에서 줄거리나 범죄자의 결말 등을 미리 알아보는 데 익숙하다. 서평을 쓸 때 가장 주의할 점이다. 독자는 영화 〈세븐〉과 비슷하다는 이야기 이외에는 비밀에 부치고 싶다. 형사들도 비슷한 점이 연상된다. 영화 〈세븐〉의 주인공 윌리엄 서머셋(모건 프리먼)은 은퇴를 1주일 앞두고 있는 노련한 형사다. 서머셋은 사건현장을 둘러보는 중에 새로 부임한 데이비드 밀스 형사(브래드 피트)를 만난다. 밀스는 아내 트레이시(귀네스 팰트로)와 함께 도시에 온 젊은 혈기가 가득한 신참으로, 서머셋은 일하기 괴로운 도시에 자원해서 부임한 밀스를 신기하게 여긴다. 혈기만 넘치는 밀스를 처음에는 탐탁치않게 여겨 탐문수사정도만 맡기던 서머셋은 트레이시의 초대로 저녁식사를 함께한 이후로 가까워지며 그에게 선배로서 많은 조언을 해주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런데 두 형사 앞에 7대 죄악을 모방한 기이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밀스와 서머셋은 이 사건의 수사에 나선다. 다음은 범인이 저지른 살인과 그 죄악이다.
식탐(Gluttony): 거구의 비만 남자에게 머리 뒤로 총구를 겨눠 협박해 스파게티를 위가 터질 만큼 먹였다. 이후 복부를 발로 차서 음식으로 가득찬 장기가 터져버리게 해 살인한다. 인색(탐욕)(Greed): 어느 변호사에게 스스로 1파운드[3]의 살을 도려내어 저울에 달게 했고, 변호사는 복부를 도려낸 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나태(Sloth): 마약유통업자를 1년 동안 침대에 묶어 감금한 채 대소변과 사진 등을 모아두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을 때는 카메라 플래시에 쇼크를 받아 사망할 만큼 약해져 있었다. 범인은 피해자의 손목을 자른 뒤 '인색'의 범죄 현장에 그 지문을 남겨 경찰을 끌어들였다. 색욕(Lust): 피해자는 매춘부였으며, 한 남자를 협박해 30cm에 가까운 칼날이 달린 인공 성기로 강제 성행위를 시켰다. 여담이지만, 이 인공 성기 제조업자는 경찰의 추궁에 이것보다 더 심한 걸 주문한 사람도 있었다고 발언했다. 교만(Pride): 한 미인 여성의 코를 잘라낸 뒤, 양손에 아교로 전화기와 수면제를 붙여뒀다. 흉측한 얼굴로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자살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한 것. 결국 피해자는 수면제로 자살했다.
밀스의 아내 트레이시는 자신이 임신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자 흉악 범죄가 빈번이 일어나는 위험한 도시에서 아이를 키워도 될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래서 남편의 가장 친한 조력자인 서머셋을 불러 상담을 한다. 서머셋은 그녀를 위해 본인도 예전에 사귀던 여자와 아이를 임신한 후 같은 고민을 했었고 결국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트레이시에게 혹시라도 낙태를 하게 될 수 있으니 임신 사실을 밀스에게는 잠시 비밀로 한다. 그럼에도 서머셋은 만일 아이를 낳기로 마음먹겠다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주라는 말을 해준다. 사건을 조사하던 서머셋은 한계를 느끼고 도서관의 이용 내역을 불법적으로 얻어내[6] 범인의 이름과 거주 지역을 알아낸다. 그렇게 알게 된 범인의 거주 지역을 습격하지만 범인을 코앞에서 놓쳐버리고, 밀스는 범인을 쫓던 중 팔이 부러지고 이마가 찢어진다. 범인의 매복에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어째서인지 범인은 밀스를 살려주고 떠난다. 범인은 전화를 통해 여기까지 자신을 쫓을 줄은 몰랐고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조롱한다.
거주지가 경찰들에게 철저하게 수색되고 밀스와 서머셋의 추격이 심화되자 범인은 갑작스레 온 몸에 피를 묻힌 채로 경찰서에 나타나 자수한다. 그 동안 단 하나의 지문도 발견할 수 없었던 이유는 범인이 열손가락의 지문을 모두 잘라냈기 때문이었다. 잡힌 범인은 나머지 2명의 시체가 있다고 말하곤 자신의 범행을 법정에서 자백하는 대신, 밀스와 서머셋 단 둘이 그와 함께 시체가 있는 곳까지 같이 가야한다고 말한다.
서머셋과 밀스, 그리고 범인이 탄 검은세단은 범인의 말대로 차를 운전하고 경찰은 헬리콥터로 그들을 뒤쫓는다. 운전 중 서머셋과 밀스는 범인과의 이런저런 대화를 하지만 범인은 태연하게 둘을 갖고 논다. 전신주가 가득한 사막지대로 들어선 바람에 경찰은 셋의 대화를 도청하는데 애를먹고 셋은 결국 범인이 말한 마지막 범행장소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다. 그때 저편에서 셋을 향해 트럭 하나가 맹렬히 달려온다.
십계명에 대해 알아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 〈세븐〉은 인간의 7가지 죄악을 저지른 자에 대해 살인을, 『살인자의 숫자』는 '십계명'에 의한 연쇄 살인 사건이다. 동기와 방법은 다소 다르면서도 같다. 십계명은 두산백과에 기술된 것에 따른다. 십계명은 하느님이 시나이산(山)에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셨다는 열 가지 계명을 말한다. '모세의 십계(十誡)' 또는 '십계'로도 불리는데, 원래 두 개의 돌판에 새겨졌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5장에 거의 비슷한 형태로 쓰여 있다. 이 계명은 후대 이스라엘의 모든 율법의 기초가 된 것으로,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이 농경문화를 이루고 있던 가나안의 토착민들과의 대결에서 필연적으로 자기들의 사회의식 ·종교의식 ·윤리의식 등의 고유 전통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십계명은 이스라엘 왕국시대는 물론, 초대교회 이후 오늘날까지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기본 생활규범이 되고 있다. 이 십계명이 새겨진 원래의 돌비는 후에 ‘언약의 궤(법궤)’에 담아 예루살렘 성전의 지성소에 간직되었다.
개신교와 가톨릭교회의 십계명이 약간 다르다. 이는 개신교의 경우 유대인인 필론의 구분법을 따르고, 가톨릭교회의 경우 아우구스티누스의 구분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각각의 십계명을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① 야훼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② 우상을 섬기지 말라. ③ 하느님의 이름을 망녕되이 부르지 말라. ④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 ⑤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⑥ 살인하지 말라. ⑦ 간음하지 말라. ⑧ 도둑질하지 말라. ⑨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⑩ 네 이웃의 아내나 재물을 탐내지 말라.
가톨릭교회의 십계명은 대동소이다. ①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②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③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④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⑤ 사람을 죽이지 말라. ⑥ 간음하지 말라. ⑦ 도둑질하지 말라. ⑧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⑨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⑩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살인자의 숫자』는 십계명에 따라 열 건의 살인을 예고한 사이코패스와 런던과 뉴욕의 두 형사 사이에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그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런던에서 세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 셋은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마에 일련의 로마 숫자가 새겨진 채로 살해되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피해자부터 세 번째 피해자까지 모두 로마 숫자 I부터 III이 이마에 표식처럼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런던의 오스틴 그랜트 총경은 우연찮게 피해자들이 십계명을 어긴 사람들이라는 접점을 찾아내고, 혹시 모를 네 번째 살인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다음 피해자는 런던이 아닌 대서양 건너 뉴욕에서 발견된다. 마치 심판이라도 하듯 십계명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을 쫓아 뉴욕으로 온 그랜트는 NYPD(뉴욕 경찰)의 프랭클 형사와 함께 범인을 추적한다. 그런데 수사를 할수록 범인이 그랜트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그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어진다. 이에 두 형사는 그랜트가 해결한 과거 사건의 범인이나 주변 인물 위주로 수사 범위를 좁혀 나가게 된다. 이 작품은, 십계명에 따라 강박적으로 연출된 살인 사건, 항상 다른 모든 이들보다 한발 앞서 있는 사이코패스 살인자, 그리고 이를 쫓는 유능하고 헌신적인 형사들과 조력자들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작가의 냉철하고 담백한 필력으로 흥미롭게 버무려져 빠르게 전개되는 웰메이드 범죄 소설이다.
다음은 출판사 측의 작품 소개글에 나온 내용이지만 독자들이 알아두어서 나쁠 건 없다는 판단에서 몇 자 여기에 옮긴다. 이 소설의 작품 구성 기법을 말하고 있다. 버디 캅(buddy cop)은 매우 다른 면을 가진 두 경찰이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면서 겪는 일련의 에피소드를 줄거리로 하는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 장르를 말한다. 대부분의 버디 캅 영화나 드라마는 클리셰 범벅이거나 재미는 있지만 내용 전개 과정이 뻔하고 전형적인 결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레전드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의 창작자 스콧 셰퍼드의 손에서 탄생한 버디 캅 소설은 다르다. 일단 런던과 뉴욕, 심지어 스위스의 마터호른산까지 오가는 스케일을 허황되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개연성을 이어 가는 데서 할리우드 인기 작가의 여유가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고품격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두 형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설정과 디테일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 식스 센스급 반전 결말이 주는 여운으로 말미암아 읽는 이로 하여금 이 작품을 n차 정독하게 만들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몇 시간 남기고 경찰청 형사들은 그랜트가 어떤 식이든 절도 혐의로 감옥에 집어넣은 사람을 명단에서 여섯 명 추려 냈다. 죄다 형을 살고 출소한 사람들이었다. 한 명당 순경을 하나씩 배정해 연락을 취하고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감시하라고 했다.
사적인 관계를 전제로 깔고 프라이어 실버의 파일을 살피며 강도질을 함께한 공범 중에 표적이 될 만한 이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실버가 복역한 웨이크필드와 헤트필드에서 감방을 같이 쓴 사람도 몇 명 만나 봤다. 역시나 쓸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실버가 교도소에서 절도 혐의로 들어온 다른 재소자와 갈등이 있었고 이에 앙심을 품은 그가 현 시점에서 그 재소자를 범행 대상으로 노릴 가능성도 염두에 뒀지만, 하나같이 그런 다툼은 없었다고 했다. 실버는 작은 검은색 성경 책에 코를 박고 늘 혼자 다녔다고 했다. 어쩌면 혼자만의 믿음에 매몰되고 그 믿음을 왜곡해 광란의 살인을 저지르는 건지도 몰랐다.(p.320~321)
저자 : 스콧 셰퍼드(Scott Shepherd)
25년이 넘는 경력의 베테랑 작가이자 프로듀서로서 다수의 텔레비전 시리즈를 제작하고 흥행시켜 왔다. 그가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쓴 작품으로는 ‘더 이퀄라이저’, ‘마이애미 바이스’, ‘제3의 눈’, ‘헤이븐’, ‘사선을 넘어’ 등이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성장했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텔레비전 시나리오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살인자의 숫자The Last Commandment》는 그의 첫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역자 : 유혜인
경희대학교 사회과학부를 졸업했다.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에서 영어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봉제인형 살인사건』 『꼭두각시 살인사건』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우먼 인 캐빈 10』 『아임 워칭 유』 『나는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했다』 『정신 차리기 기술』 『여덟 가지 삶의 태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