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알고 먹는 거니? - 그림으로 보는 우리 집 약국
최서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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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시대 때는 약국을 찾는 일이 잦았다. 전 국민건강보험(의료보험) 시대가 열리기 전의 일이다. 병원비가 비싸서 웬만한 것은 약국을 찾아 해결했다. 가령 감기라든지, 타박상, 또는 사소한 피부병 같은 것들은 약국을 찾아 약사가 조제, 혹은 건네 준 약을 받아 치료했다. 지금처럼 의사에게 가서 진료받도 처방전으로 약국 가지 않았다. 병원으로 바로 갈 경우에도 처방전 발행을 하지 않고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직접 조제약을 내밀곤 했다. 의약분업 전까지 그렇게 했다. 심한 의약 분쟁을 거치고 오늘날의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시스템이 확립됐다. 의약분쟁 이후라고 해서 의료 문제가 완전 해결되진 않았겠지만 그나마 의약 갈등이나 조제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져 다툼을 벌이지는 않은 모습으로 볼 때 '성공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늘날의 약사도 예전에는 4년제 약학대학을 거친 후 시험을 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약학전문대학원이 생겨 6년을 약학을 배워야 시험을 칠 수 있다고 자격이 바뀌었다. 약국의 숫자도, 병의원의 숫자도 많아진 것은 분명한데 왜 필요할 때는 모자라는 것일까.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 의사 부족으로 공중보건의, 지방의대 문제 등이 불거진 바 있지만 감염병이 유행병이라 극한의 상항을 지나니 의사 부족 문제는 잠잠해진 듯하다. 당국의 의료정책도 좀 더 세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독자의 생각은 여전하다. 약국도 의원(의원급 병원)들처럼 돈 잘 버는 약국과 못 버는 약국의 차이가 극심한 것 같다. 독자가 사는 동네에도 한 약국은 유별나게 잘 되는 것 같은데 그 이외는 자꾸 생겼다 폐업하고, 다시 생겼다 폐업을 자주 한다.

 


 

이 책 『약, 알고 먹는 거니?』는 저자 최서연이 직접 그림까지 그린 약 관련 건강에세이다. '광고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국내 광고시장은 여전하다. 잘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봐온 광고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아마 식품과 약 광고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약 광고는 많다. 특히 전문 치료약이 아닌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의약품 수가 많아지면서 'OOO이 좋대'라는 입소문, 'XXX가 OO에 잘 듣는다던데...' 등의 소문만 나면 제약 회사는 이른바 '대박'이 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약국에 가서도 약사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OOXX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독자도 가끔은 그렇다. 그것은 자주 이용하는(습관적) 약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기약을 하나 사더라도 "감기약 좀 주세요. 증세가 ~해요. 감기 같긴 한데..." 정도였는데 이젠 아예 약 브랜드 이름을 대고 달라고 한다. 공익광고 "약 모르고 오용 말고 약 좋다고 남용 말자'가 무색하다. 감기약도 여러 제약 회사에서 만들어 내고, 콧물엔 어떤 약이 좋은지, 해열엔 또 어떤 약이 효과적인지 등은 당연히 약사가 더 잘 알 텐데 약사의 의견은 끼어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환자 본인이 의사처럼 약사에게 처방전을 내미는 꼴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공익광고 약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증세에 따라 구급약으로 집에 비치해 둘 정도의 약에 대한 지식과 개념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저자가 그림 솜씨까지 발휘해 그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대학은 약학을 공부했지만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공부도 했다고 한다. 아마 약에 대한 지식과 그림 실력으로 광고 그림이나 웹툰 제작에도 참여한 것 같다. 해박한 약에 대한 지식을 그림으로 그려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약리 작용도 필요할 경우 알려주는 가정상비약처럼 한 권 집에 비치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약국을 찾는 순서일지도 모른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자주 약국을 찾는 이유로도 보인다. 물론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 자신과 관련된 부분만 봐도 충분하다. 이 책을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면 감기 걸렸을 때나 몸에 상처가 났을 때 들여야 할 노력과 시간의 10분의 1이면 된다는 사실만 기억해 두면 된다. 이 책엔 우리가 약국을 자주 찾는 가벼운 질병 혹은 의사의 치료가 아니더라도 치료가 가능한 정도의 약과 질병에 대한 상식도 굉장히 높여줄 것이다. 이는 질병의 예방 차원에서 해야 할 일도 포함되고 있으니 병이 나서 찾는 약을 알려주기보다는 질병을 예방해야 할 때 할 일 등에도 중점을 두고 썼으니 좋은 참고서 혹은 치료 기본서 등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구급약 상자와 함께 있으면 더욱 빛날 책으로 보인다.

1장 「감기에 걸렸어요」에서는 〈감기약 사는 법〉부터 감기 증상에 따라 〈해열제〉, 〈항히스타민제(콧물)〉, 〈비충혈 제거제(코막힘)〉, 〈진해거담제〉, 〈인후통 국소 제제〉 등의 사용법 등에 관해 쓰여 있다. 간결한 대화체인 데다 핵심 내용만 적어 놓아 독자들의 읽기와 이해하기가 말로 들은 것보다 훨씬 쉽다. 심지어는 책에서 일반 브랜드명을 잘 쓰지 않고 약품의 성분명으로 쓰는 게 보통인데 이 책에서는 일부 약 브랜드명도 그대로 제시하고 있어 그림만 보아도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일반 의약품을 사다가 먹는 약의 일부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잘 나타나지 않은 부작용이지만 전혀 없는 부작용이 아니니 만큼 〈주의사항〉도 꼼꼼히 챙겨야 할 일이다. 또 연령별 복용 용량 등도 놓치지 말 것을 저자는 조언하다. 콧물 감기약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한다는 점도 주의할 사항이다. 기계 조작이나 운전할 때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로 독자의 지인 한 분은 콧물 감기약을 약국에서 사먹고 운전하다고 사고를 내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1장의 맨 끝에는 〈알고 먹자, 편의점 약〉에서는 편의점에서 일상적인 약을 판매 허가했는데 이에 대한 주의사항이다.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은 일이다. 여기서도 역시 약의 브랜드명을 명기하고 있어 어린이용과 어른용, 증상에 따라 사서 주의사항을 통해 용량도 조절해야 할 일이다. 또 편의점 소화제는 모두 '소화 효소제'로서 음식물의 분해를 돕지만 만 7세 이하는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어야 한다. 훼스탈, 베아제, 닥터베아제 등 브랜드명을 밝히고 있다. 소화 효소 부족으로 인한 증상이 아니라면 약국으로 가야 하며, 심하거나 만성적일 때는 의사 진료를 저자는 권유하고 있다. 이 밖에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중 파스는 '제일쿨파프', '신신파스 아렉스'라는 2개 제품이 있고 이와 다른 파스들은 의약품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차이점은 진통 소염제의 유무다. 즉 의약외품 파스에는 진통소염제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알고 사용해야 오용이 없을 터다.

2장 「상처」가 났을 때 예전에는 상처 부위의 무조건 소독부터 실시했지만 이는 상태를 봐야 한다는 것. 소독이 필요없는데도 소독부터 실시하면 본 치료가 늦어질 수 있고, 환자에게 고통만 안겨 줄 수도 있어 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더러운 곳에서 상처가 난 경우(더러운 칼에 베이거나 공중 화장실에서 넘어져 피가 날 때)엔 소독의 필요성이 있지만 깨끗한 상처로서 2차 감염이 적은 경우에는 흐르는 물로 씻어내 감염원을 씻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알코올과 과산화수소의 사용은 주의해야 한다. 환자에게 고통을 심하게 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상처난 곳에는 주로 항생제 연고 약을 바른다.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가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연고 제품으로 후시딘과 마데카솔의 브랜드명을 밝히고 말한다. 후시딘은 상처 발생 초기와 감염 위험이 높은 경우에 좋고, 마데카솔은 아물기 시작한 상처로 감염의 위험이 낮을 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두 가지 약품이 워낙 오랫동안 쓰이다 보니까 국내 세균이 두 약에 대한 내성률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내성률이 낮은 다른 연고를 추천 받으려면 약사와 상의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 밖에 습윤 밴드 사용상의 주의 사항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특히 흉터 치료는 매우 중요한 일로서 특히 외부로부터 노출되는 곳이 대부분인 만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보기 흉할 평생 흉터로 남을 수도 있으니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저자는 흉터 치료의 열쇠는? '타이밍'과 '인내심'이라고 강조한다. 상처가 아물기 전도 안 되고, 너무 늦어지면 효과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 상처가 완전히 아물고 난 뒤 치료를 시작해 3~6개월,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흉터 치료제는 두 가지 성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헤파린 겔'(의약품)과 '실리콘 겔'(의료기기)이다. 색소가 침착된 흉터에는 헤파린 겔이, 볼록 튀어나온 흉터에는 실리콘 겔이 더 효과적이라고 하지만 두 가지를 병용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꿀팁을 준다. 단 두 약 모두 피부 안쪽으로 패인 흉터에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니 유의할 사항이다.

특히 화상 치료는 주의 사항이 많다. 당연히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면 병원으로 즉시 가야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1도 화상부터 얕은 2도 화상까지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도 화상의 경우 물집이 생기지 않은 상태를 말하며, 물집이 생긴다면 2도 화상 이상이 된다. 약국 이용으로 가능한 범위는 1도 화상이 대부분이다. 물집이 생기면 아주 작은 상태가 아니라면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때도 특히 주의할 사항은 물집을 절대 터트리지 않고 가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물집은 2차 감염을 막는 주요 예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작고 가벼운 정도의 물집이어서 집에서 치료할 때도 물집을 터트리지 않고 연고나 바르는 약, 항생제 등을 물집 위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3장 「속이 불편해요」에서는 '소화제'를 다루고 4장 「피부에 뭐가 나요」는 일반적인 피부 트러블(여드름 등)에 대한 치료를 언급한다. 5장 「여성들만 아는」에서는 여성 특유의 통증, 염증 등에 대한 치료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6장 「이럴 땐, 어떤 약을 써야 하나요?」에서는 '잠이 안 와요'(수면 유도제) '눈이 건조해요'(인공 눈물) '머리가 빠져요'(탈모) '입에 빵꾸가 났어요'(구내염) '입술에 물집이 생겨요'(구순 포진)처럼 일상적이지만 생소한 정보들을 다룬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각 장의 마지막에는 〈편의점 약〉, 〈칼슘제〉, 〈오메가3〉, 〈비타민D〉, 〈철분제〉, 〈눈 영양제〉 등 팁 항목을 넣어 실생활에 유용한 내용을 다루었다. 많은 사람들이 약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약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지식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약사가 직접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말해 준다. 모든 가정에 한 권씩 보관해 둔다면 막상 일에 닥쳐도 그리 당황하지 않고 최선의 대처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응급처치 능력을 습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최서연

 

그림 그리는 약사.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로 근무하면서, 접근하기 어렵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정보가 약학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본적인 약 사용법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약사의 전문성을 요하는 광고 및 웹툰 등의 일러스트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입시 미술을 했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석사를 수료하고 미술업계에서도 일했다. 미술 곁을 맴돌던 학생은 돌고 돌고 돌아 그림 그리는 약사가 되었고, 텍스트의 문턱을 낮추어 주는 그림의 힘을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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