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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 - 방구석 혼술 유튜버의 인생 해장 에세이
이다정 지음 / 북라이프 / 2023년 7월
평점 :
이 책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의 저자는 인기 유튜버다. 그의 유튜브에서는 '혼술러'들의 인생철학이 난무한다. 술 먹고 하는 말엔 거짓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술 좋아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독자도 술깨나 마셨기에 기초적인 내용은 안다. 다만 저자와 독자의 세대 차이가 느껴질 뿐이다. 저자가 프로 혼술러 유튜버라서 관심이 갔다. 유튜버에서는 못할 말이 없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독자는 아날로그 세대라서 유튜브와 친하지 않다. 거의 안 본다. 그들은 독자를 '꼰대'로 볼지 모른다. 나이만 가지고 꼰대로 보이기엔 독자도 자존심 상 허락치 않는다. 그들의 언어와 그들이 하는 말의 중심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렇다고 살짝 유튜브에 들어가서 보고 싶진 않다. 그 자체가 '몰래' 하는 일 같아서다.
유튜버이자 저자인 이다정을 소개하는 출판사 측의 글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 고급진 푼수미와 해맑은 광기, 그리고 긍정 마인드로 17만 구독자에게 사랑을 받은 방구석 프로 혼술 유튜버 무임술차 이다정"이라고 쓰여 있다. 저자는 유튜브에서 미처 하기 어려운 말, 유튜브 영상이라서 차마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큰 맘 먹고 이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첫 책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의 탄생 비화가 책에 등장한다. "유튜브에 첫 영상을 올렸을 때, 그 찰나의 순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슨 용기로 그랬을까? 소위 얼굴 팔리는 짓이라고들 했다. 인터넷에는 '유튜브를 시작하려는데 해보니 어떠냐'는 상담 글이 의외로 많았다. 여기에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바로 얼굴 깔 용기였다. 나는 '얼굴 좀 깐다고 닳겠어?'라는 다소 초점 나간 엉뚱한 결론으로 얼굴을 노출해 버렸다. 멍청하면 정말 몸이 고생이다."(p.207)
오전 9시, 편의점에서 모닝 소주를 달리며 “숨 참고 소주 다이브~♪”를 외치는 무임술차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션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팍팍한 현생에 지쳐 마음 나눌 술친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곤조곤 웃기는 입담과 유쾌발랄한 매력으로 다가간 무임술차는 단숨에 17만 구독자를 사로잡았다.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무임술차의 일상은 웃을 일 없고 외로운 혼술러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위안이 되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금세 국내 혼술 유튜버 1위가 되며 누적 조회수 6,300만 뷰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 유튜버 이름이자 이 책의 표제어로 쓰인 '무임술차' 주인공이 여성인지 몰랐다. 당연히 남성으로 생각한 고정관념 때문이었으리라. 술로 인한 이 정도의 에피소드를 가지려면 국내 내로라하는 술꾼, 알코올 중독자들도 어렵다. '인생술차'는 그의 주장대로 '인생 무임승차'에 성공한 듯하다. 삶의 만족도가 최상인 그만의 독특한 삶의 방법에 자긍심에 존경심마저 생길 지경이다. 유튜브에서 검증되지 않은 말들이 난무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유튜브를 멀리 했는데, 거기서 다하지 못한 말이 무엇일까? 독자로선 궁금하기만 했다. 더욱이 '팍팍한 현생'에 지쳐 마음 나눌 술친구가 필요한 MZ세대들이 열광한다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저자는 덜 고민하고 덜 슬퍼하고 덜 노력하고 덜 걱정하며 힘 빼고 살아가는 법과 ‘진지한 이 세상 진짜 철들면 병난다’며 삶의 엄숙주의를 신봉하지 않는 인생 마인드를 통해 뭉친 근육을 풀어 유연하게 사는 법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하루 저녁부터 새벽까지 4차(章, '幕'(막)이라고 해도 무난할 듯)로 나뉘어 구성돼 있다. 흔히 술자리 옮기는 횟수에 따라 1차, 2차로 말하는 것과 같다. 1차 「소화 잘되는 죽 같은 인생」이란 제목이다. 시계는 오후 6시 20분으로 쓰여 있다. 작은 에피소드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서른일곱 살 어린이〉는 저자의 나이일 것이고, 〈넌 아침부터 술이냐?〉는 부모님의 걱정과 한탄의 말일 듯하다. 독자도 들은 적 있다. 아침부터 술을 대놓고 먹을 수 없으니 몰래 마셨으나 들켰을 때 들었으리라. 1차 제목으로 선택된 〈소화 잘되는 죽 같은 인생〉은 무슨 이야길까? 세상이 공평한가?에 대한 저자의 변명 같은 답변이다. "내가 떠드는 말이 거짓말 같지만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 손! 아무도 안 들 것 같아서 일단 내가 들었다. 어쩌면 시련을 시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함이 지금의 나를 만든 듯싶다. 아니다, 지금부터 '특별함'이라 부르겠다."(p.40) 기막히지만 솔직함이 드러난다.
〈돌연변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에서는 '나이와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개 나이대가 전해주는 당연한 사건들이 있다. 10대에는 공부하고, 20대에는 연애하고, 30대는 결혼해서 출산하고, 40대에는 블라블라. 나이가 주는 이런 이미지들은 누가 만든 걸까? 인간은 AI처럼 정확한 코드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 아니 보통의 부모님들이 원하는 건 AI 같은 획일화되고 평범한 삶이다. 요즘은 부모님들이 코드를 제대로 입력해줘도 미션에 성공하는 자식들이 드물다. 돌연변이들이 넘쳐나는 세상.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과거엔 돌연변이들이 손가락질을 받았다면 이젠 박수받는 일이 많아졌다. 언론 매체에서는 돌연변이들을 찾아서 주인공으로 모신다. 소위 말해 잘 팔리는 상품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저자의 가치관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저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했다.(물론 독자가 조금 과장되게 표현했다) 독자가 궁금한 건 구독자 수나 조회수가 아니다. 왜?란 질문을 하고 싶다. 책의 출간 취지로 답을 대신한다. "언제나 인생 허들에 대한 고민은 모든 사람의 숙제다. 숙제의 정답은 없다. 대신 이왕 가는 길 재미있게 즐기며 가자며 용기를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말이다. 저녁 9시가 넘었다. 이젠 2차로 갈 시간이다. 한 번 달리면 새벽까지 계속 달리는 게 인생술차의 특기인지 모르지만 사실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토이기도 하다. 자리를 옮겨 다시 시작한다. 처음 마음으로 다시 또, 1차 시작 때의 마음으로... 저자의 넉두리인가, 인생관인가 모를 말이 서두를 꿴다. '적당히 살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힘들어하고, 적당히 일하는 게 범죄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저자에겐 인생은 항상 물음표란다. 신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고 한다. 왜 이렇게 끝도 없고 답도 없는 문제들을 던져주는 거냐고. 저자가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하며 세상 사는 것은 아니란 반증이 된다. 수많은 문제들에 부닥쳐 풀려고 노력했다는 증거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인생에 질문이 없다면 그야말로 천국에서 놀고 먹는 사람이나 하는 말일 거니까.
누군가는 답을 찾았고(개인 생각이지만), 찾아가고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고민과 불안이 생겼나 보다. 혹시 저자 자신만 이렇게 앞뒤 꽉 막힌 느낌인 건가 싶어 불안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제는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 이래서 인생은 재미 있다고 수많은 사람이 외치고 있다고 생각한단다. 답도 없는 인생 재미라도 없으면 어떻게 살아가냐고요. 이번 생이 처음인 인간들이 모여 함께 답을 찾아가면서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인생. 정말 재밌게 살고 싶다고 저자는 외친다.
2차도 조금 시간이 지나니 저자의 취기가 조금 오른 듯하다. 옛날 이야기를 슬그머니 꺼낸다. "아주 잠깐 계획적이고 완변한 인간으로 살아보고 싶어서 소위 말해 지랄을 떨던 때가 있었다.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도 한쪽이 살짝 엇나가면 제대로 될 때까지 그리곤 했다. 해외여행을 갈 때는 더 심했다. 시간과 동선을 계산해서 모든 계획을 짰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물론 저자의 생각이다. 친구와 둘이서 첫 해외 여행길에 올랐을 때다. 계획한 대로 서로 짜증 내지 말고 잘 지내고 오자고. 친구도 저자도 열심히 노력한 끝에 첫날과 둘째 날은 무사히 넘겼지만 셋째 날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로 자존심을 세우려고 그랬는지 힘들어도 서로를 위해 티를 내지 않고 계획대로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음은 한국에 더 가까이 갔다고 고백한다. 그 친구와는 다시 여행을 같이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래서 저자는 느꼈나 보다. 세상의 모든 일이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계획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루쯤 계획을 무시하고 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비가 내리면 그냥 맞으면 되는 거였다. 느낌이 아니라 깨달음이었다. 그 깨달음은 다른 친구가 야구 보러 대구 여행을 제안했단다. 야구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데다 첫 해외 여행 때의 안 좋은 추억 때문에 거절하려 했는데 이 친구 제안이 매력적으로 바뀌었다. "딱 야구 보는 것만 정하고 나머지 시간은 즉흥적으로 보내자."는 제안이었다. 정말 계획대로 구체화되고 실현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혼잣말 하듯 읊조린다. "누구나 소나기에 옷이 젖는다. 계절이 지나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럴 때는 선택지가 있다. 어딘가로 피하느냐, 일단 맞고 나중에 잘 말리느냐, 다시 샤워를 하느냐다. 누구나 맞는 소나기, 앞으로도 잘 맞을 테다. 갑자기 일어나는 일들에 의해 우리의 인생은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이젠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이 좋아졌다."(p.103)
시계가 자정을 향해 가고 있다. 독자는 저자와의 술자리를 여기서 줄인다. 더 있고 싶은 독자들은 3차, 4차를 함께하시길 바란다. 그의 '무임술차'는 계속된다. 독자가 지면에 모두 옮길 수 없어 여기서 줄이려 한다. 사실 그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진짜다. 독자는 너무 너무 궁금해서 미리 3차와 4차 계획표를 읽어버렸다. 재미 있고, 때로는 시원하다. ‘등짝 스매싱은 참아도 혼술은 못 참는, 집에서 쫓겨나도 소주는 먹고 싶어 할 동네 누나(언니)’ 같은 술먹방 유튜버 '무임술차'는 계속된다. 특히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와서 삶에 조금 틈을 주고 싶은 사람들, 번아웃이 온 사람들, 심리적 방황기를 겪는 사람들, 삶의 목표를 잃은 사람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은 3차, 4차로 이어지는 저자의 '인생 무임승차론'을 더 들으시면 아까운 시간 보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인생 철학은 유쾌한 위안과 유연한 소신을 갖고 있어 현실을 보다 가볍게 느낄 수 있게 도와줄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이다정
17만 구독자와 콘텐츠 누적 조회 6,300만 뷰를 달성한 이다정은 ‘방구석 프로 혼술러’이자 조곤조곤 웃기는 입담으로 팍팍한 현실에 지쳐 마음 나눌 술친구가 필요한 MZ세대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혼술 유튜브계의 장윤정’으로 불리며 국내 혼술 유튜버 1위가 되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 고급진 푼수미와 우아한 광기, 그리고 솔직함이 매력이다. 오늘도 “숨 참고 소주 다이브~♪”를 외치며 시트콤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영상으로 다하지 못한 인생 내공 이야기를 담아 첫 에세이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를 썼다.
▶유튜브 @Freetea
▶문학특기생으로 대학교 입학
▶YTN을 거쳐 현재 모 지상파 방송사에 근무 중
▶하이트진로 ‘처음처럼’ 인터뷰 촬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