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솔직하다
신세연 지음 / 우주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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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피는 솔직하다』는 소설 작품으로 "돈과 범죄는 서로의 그림자처럼 늘 가까이에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한 편의 느와르 영화 같다. 돈이 최고의 가치를 갖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돈 때문에 일어나는 각종 범죄가 날이 갈수록 다양화하고 수법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범죄 관련 돈의 액수도 놀랄 만큼 단위가 커지고 있다. 아무리 현대 과학을 이용한 첨단 과학 수사를 해도 미제 사건이 남을 정도로 범죄도 치밀하다. 뿐만 아니라 돈을 위해서라면 생명까지 하찮게 다룬다. 뿐만 아니라 사회를 이끄는 계층도 돈의 권력은 정치 권력 못지 않은 힘을 가진 존재이다. 정치·사회의 부정부패도 모두 돈과 관계가 있다. 이렇게 사회에 미쳐 돌아가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간혹은 권력기관마저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있으니 범죄가 뿌리뽑힐 수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범죄에 사용되는 돈은 물론, 돈 때문에 벌어지는 범죄는 잔혹하다. 검다는 의미에서 느와르가 떠오르고 잔혹하다는 뜻으로 늘 검붉은 피가 연상된다. 암흑가란 단어의 표현도 어둡고 검은 거리란 한자어다. 프랑스어 느와르(Noir)란 말도 영어의 Black이다. 어둡고 긴장감 있는 서스펜스 영화를 느와르 영화로 지칭하는 이유다. 전형적인 느와르영화는 카르네(M. Carne) 감독, 장 가방 주연의 〈시작되는 하루(Le Jour se Leve)〉다. 할리우드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널리 퍼져 갱스터 영화, 폭력물 등에 차용되었다고 한다. 할리우드 대표작은 존 휴스턴 감독의 〈말타의 매(Maltese Falcon)〉(1941)다. 느와르라는 말이 우리에게 널리 사용되게 된 계기는 1980년대 중반 오우삼 감독, 주윤발 주연의 영화들 〈영웅본색〉, 〈첩혈쌍웅〉등 홍콩느와르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부터다. 그 당시 우리나라 평론가들이 홍콩영화들의 어둡고 암울한 정서, 반영웅적 주인공, 범죄가 배경이 되는 점 때문에 홍콩 느와르라는 이름을 붙여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책의 주제가 느와르라는 의미보다는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전개가 느와르의 세계인 어두운 곳에서 돈을 위해 불법과 폭력, 급기야 살인까지 주저하지 않는 볌죄의 세계를 다루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일상이 매우 평범하고 견고할 것 같지만 마음 먹기에 따라 '특별한' 일상으로 바뀐다. 욕망,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대한 욕망은 일상을 '지옥'보다 처절한 세상으로 만든다. 욕망이 범죄를 낳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욕망을 자제하지 못하고 돈을 쫓는다는 것은 자신의 일상과 평범한 삶을 완전히,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는 '진리'를 이 소설 작품은 확인해준다. 이 작품에서 저자 신세연은 평범한 일상이 완전하게 뒤틀리는 것은, 아주 미세한 균열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아주 보통의 회사원, 누군가의 남편,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였던 '최선'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공부를 잘해 대기업에도 단숨에 합격하고 안정된 직장으로 결혼하고 딸도 낳아 키우는 지극히 보통의 사람이다. 단지 돈 욕심이 조금 과했는지 모른다.

친구의 유혹에 빠져 불법 토토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일궈놓은 모든 것을 잃는다. 예고되고 조작된 파국에 직면했지만, 여전히 도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최선은 우연히 만난 남자 진수혁과 기이한 인연을 맺고 이전과 다른 세상을 조우한다. 불법 토토, 조직 폭력배, 대한민국의 재벌과 검찰·경찰까지 복잡하게 얽힌 관계의 틈에서 분주한 최선과 진수혁은 각각 감당할 수 없는 진실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음을 느낀다.

거듭해 예측을 뒤엎고, 반전의 반전을 선사하는 돈과 피냄새로 점철된 두 남자의 느와르가 시작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소설은 교차 편집된 영상처럼 평범한 회사원 '최선'의 일상과 어두운 범죄의 단상이 불규칙하게 포개진다. 그리고 그 면이 맞닿은 순간, 예측 불허의 스토리가 더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맞춰지는 퍼즐. 과연 진수혁은 최선의 삶을 치료할 구원자인가, 아니면 또 다른 파괴자인가. 지극히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은, 신세연 작가의 필력으로 짙은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표제어뿐만 아니라 16부 구성된 각 부의 제목도 심상찮다. 1부 「거짓된 빛은 쉽게 꺼진다」에서 16부 「피는 솔직하다」까지 소설의 사건은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마치 독서의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는 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는 마치 시간을 늦추거나 생각할 틈을 주면 실패하기 십상인 범죄처럼 모양새를 갖춘다. 속도감 있게 읽어내기 위해서는 범죄 현장에서 사용되는 이른바 '전문 용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몰라도 사건 전체를 이해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다.

"(서울) 도산대로에 있는 김청아 부티크는 도박장이라는 소문이 있다. 목 좋은 자리여서 비싼 월세임이 틀림없을 텐데 20년째 그 자리 그대로 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장사도 잘되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 주인이 있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가끔 마네킹에 입혀진 옷이 바뀌는 것을 보면 영업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P.9)

첫 문장부터 강남의 간선도로 이름과 도박장이란 단어가 나온다. 돈과 관련된 사건이 벌어진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강남이란 지역은 대한민국 부의 상징이라고 할 만큼 부자들이 살고, 일하고 놀고, 먹는 지역의 대표적 명소(?)다. 그들 부자들에게 말이다. 이곳의 아파트는 평당 1억 원이 넘은 지 수십 년이 되었다. 상업지역의 번화가나 큰길가는 말할 것도 없이 수억 원씩이다. 돈 많은 부자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돈을 불리는지, 어떻게 노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이 책은 수시로 독자들에게 부자들의 삶의 행태를 각인시켜 준다. 돈을 쉽게 벌고, 그만큼 쉽게 쓰기도 하는 사람들 중에 으뜸은 어쩌면 범죄자들일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이 소설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범죄 조직과 범죄 행위가 돈에 몰입될수록 독자들의 호흡은 빨라진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신세계를 처음 접한다면 호흡은 점점 더 가쁘게 쉴 것이다.

 

 

토토란 스포츠 게임에 돈을 걸고 하는 일종의 도박이다. 경마에서 돈을 걸듯이 각종 프로 스포츠 게임에 승부 맞히기, 스코어 맞히기 등 여러 가지 게임이 있고, 게임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10여년 전 프로 스포츠의 '승부 조작' 파동이 일어났다. 이는 토토 게임에 돈을 건 도박꾼들이 돈을 따기 위해 조직적으로 실제 경기의 승부를 선수들이나 감독 등과 짜고 조작한 사건이다. 당연히 경찰이 수사에 나서 해당 선수들과 조직 관련자들이 구속되고, 해당 스포츠에서 영구 제명 당한 사건이다. 이에 가담한 선수들은 일부러 경기에 나가 져준다는 식으로 가담해 아마 수수료로 얼마간의 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 처벌 받았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야구, 축구 등 몇몇 인기 스포츠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소설에는 '환치기'도 등장한다.

독자는 잘 모르지만 외환거래를 이르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불법 외환거래를 환치가라고 한다는 것.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 계좌를 만든 후에 한 국가의 계좌에 입금한 후 다른 국가에서 해당 국가의 환율에 따라 입금한 금액을 현지화폐로 인출하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을 일컫는다. 국가 간 오가는 외환거래를, 환전업자가 국내에 마련한 계좌를 통해 마치 국내에서만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위장하는 것을 말하는 불법 외환거래의 속칭이다. 다시 말해, 한국 내 거주자와 외국내 거주자 사이에 발생하는 현금을 포함하는 자본거래에 있어 적법한 외환취급허가를 받은 금융기관을 통해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 간에 사적으로 거래하거나 유사금융기관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치기는 세금탈루나 외국에서 사용할 유흥자금 또는 해외도박·마약밀수 등의 불법자금을 조달하는 데 이용된다.

 


 

저자가 강남 지역에서의 돈에 대한 그곳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처음 시작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문장 다음에 썼다. "김청아 부티크가 있는 건물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건물 1층의 월세는 삼천이다. 평수가 두 배 정도이긴 하나 같은 라인에 있는 매장 월세가 삼천이다. 평수가 두 배 정도이긴 하나 같은 라인에 있는 매장 월세가 삼천이라는 말은 1층에 위치한 김청아 부티크의 웰세는 못 해도 천은 된다는 소리다. 정확하게 월세가 얼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월 천 정도는 무난하게 넘을 것이란 건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는 초등학생도 알 것이다." 보통의 독자들은 저자가 쓴 이 문장을 보면 너무 품위 없이 쓰인 것 아니냐는 비난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는 돈에 대한 인식을 강남 사는 사람들이 어떤한지를 알리기엔 무리 없는 문장으로 독자는 본다. 거친 문장이 이어진다. "강남 바닥이라는 곳은 초등학생 때부터 돈에 대한 개념이 천 원, 만 원이 아닌 월 오백, 월 천 이런 식으로 이해를 하는 곳이다. 이처럼 돈에 의해 움직이고 돈 때문에 무엇이든 벌어지는 곳이 강남 바닥이다."고 쓰고 있다.

이 소설의 성격상 소설의 시작으로는 꽤 성공적인 문장들이라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아직 전문 용어도 나오지 않았다. 시작이니만큼 이 세상 사람들이 돈에 대해 인식하는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문장들이다. 부동산 가격이 돈의 가치를 결정 짓는 곳이라는 느낌도 든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풍자적 표현도 실감나게 하는 지역이 강남지역이다. 건물 하나 갖고 있다면 월세 수입만으로도 1억~2억원은 보통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건물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10층 미만의 상업용 건물은 대부분 월 임대료가 수천 만원씩 하는 곳이 신문이나 방송 뉴스에도 자주 나온다. 이들의 수입을 연봉으로 계산하면 수십억 원이라는 계산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어쩌다 이런 곳에 발을 들여놓는 보통 사람도 돈 욕심이 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이 소설은 돈에 대한 이런 의식이 범죄에 쉽게 빠져들고, 한 번 빠지게 되면 인생은 완전히 한없이 추락한 채 막을 내린다는 교훈을 이 풍자적 느와르 소설로부터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 나오는 범죄와 관련된 각종 범죄 행위나 가담자들의 심리를 비교적 잘 묘사하고 사건의 전개를 빨리 함으로써 저자는 독자의 생각을 한곳에 모으기를 바라는 것 같다. 돈에 대한 욕심은 범죄와 일상의 경계에서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명확히 갈 곳을 지정해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사람의 욕심은 늘 범죄를 낳았고, 범죄에 빠져드는 순간 일상적인 보통의 삶과는 작별해야 한다. 그들만이 사는 곳이지만, 그곳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다. 사람의 욕심은 그렇게 인간의 삶을 비틀리고 왜곡시킨다. 자본주의가 더 깊어지면서 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더 크고 발전되는 양상을 띤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은 법을 피해 요리조리 잘 만들어내고 실제 정치계, 심지어 검찰·경찰까지도 일부 있다고 하니 자본주의의 끝은 어디인가? 가늠하기도 쉽지 않고, 이젠 가늠하고 싶지도 않다. 관심을 가지는 순간 유혹의 대상이 된다니까. 돈이란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인가, 창조주의 시험용인가? 소설의 마지막 파트인 16부 「피는 솔직하다」는 부제가 표제어가 된 이유를 책을 다 읽는 순간 알게 된다. 돈에 대해 욕심이 없는 사람과 돈에 대해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 소설을 한 번쯤 읽고 깊게 생각해보기를 먼저 읽은 독자로서 권유한다. 출판사 측의 책 소개글이 머릿속을 맴돈다. "읽을수록 축적된 몰입감과 긴장감은, 비로소 마지막 장에 도달해 폭발한다. 활자의 모양새를 차용했지만, 도서가 아닌 느와르 영화 한 편을 관람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내일 당장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그런 소설." 영화화는 확정되었다고 한다.

 

저자 : 신세연

 

사회에 숨겨진 어두운 이야기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 알 수 없도록 풀어내는 이야기꾼. 2018년 장편소설 『처절한 계획』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대표작인 장편소설 『피는 솔직하다』는 2023년 2월 새롭게 출간되었으며, 영화화가 확정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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