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연애실록 2
로즈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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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마지막 장 「내 아들이다」의 실록 기록은 같은해(해종 17년) 6월 2일의 기사로부터 시작한다.

헌부가 아뢰기를.

"중궁전에서 본가(本家)에 행행하시니 어버이에게 효도를 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오나 외청의 주악은 중지하여 주시옵소서."

하자 상이 이르기를.

"부모는 동일한데 무엇을 나누어 금할 수 있겠는가. 쾌히 따르지 못한다."

하였다.(1권, p.511)

 

소설 시작할 때(해종 17년 3월)에서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태진사에서 중전과 용희가 마주친다. 독자들의 바람은 용희가 완이 세자임을 알게 되는 것으로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헛된 바람이다. 저자는 그렇게 쉽게 문제를 놓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미래의 가족이 될 사이에 큰 장애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저자가 이끄는 대로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간다. 용희만 모르고 있는 사실이 답답했던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세자 완이는 무척 괘활하고 긍정적 성격의 매력적인 남자라는 점이 부각된다. 또 용희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이며 신분 확인의 날이 멀지 않았음을 기대하게 한다. 2권에서는 1권보다 로맨스 비중이 좀 더 높아진다. 저자는 용희와 완 두 사람의 감정이 진행되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 보여준다. 너무 두 사람의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지 저자는 중전과 용희의 만남이 이루어진 이틀 후 해종실록 기사를 끄집어 낸다.

정부와 육조가 청하면서 말하기를.

"세자궁을 오래 비울 수 없으니 간절히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작은 것을 살피시고 먼 일을 염려하시어, 세자인 즉 환궁할 수 있도록 하소서."

하자 상이 말하기를.

"그렇지 않아도 동궁의 병세가 차도를 보이고 있다니 종사의 다행일까 한다."

하였다.(2권, p.7)

 


 

둘의 애정관계가 조금씩 진척될 때마다 빨리 얽히고설킨 일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독자들은 열심히 읽어나간다. 닿을 듯 말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또 다른 갈등이 생기고... 저자와 독자들과의 밀당이 계속되면서 긴장감은 고조된다. 덕분에 독자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평화롭게 끝나서 두 사람이 제대로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동시에, 사건이 터지고 인물들에게서 다양한 내적*외적 갈등을 발견할 때마다 '너무 흥미진진한데...!' 하고 푹 빠져서 읽기 바빴다. 2권에서는 용희가 사실 자신의 어설픈 남장을 남자 셋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그간 모른 척 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세자저하 취향 해명 완료). 사실 초반부부터 언제쯤...용희가 눈치챌까 궁금했는데, 속이 시원했다. 2권의 초반부 세자 완과 용희의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된다.

 

용희는 귓가에 되울리는 자신의 박동 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정체도 알지 못하는 사내에게 조금씩 흘러가는 마음을 힘껏 막아 보지만, 새어 나가는 마음을 모두 막기엔 불가항력이었다. 내가 여인이란 걸 알게 되면 선생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속았다며 분노할까? 어쩐지 수상했다며 빠르게 진정할까? 내게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오랜 생각 끝에 그녀는 망연자실했다. 이런 상상들이 무슨 소용이겠나. 집을 잃고 헤매는 주제에 감정놀음도 사치인 것을.

“……후.”

잠에 취한 듯 조금 벌어진 선생의 입술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통증을 호소했다.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걸 알기에 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렸다.

“잘 자오, 선생."(2권, p.24) - 「27화 우연과 인연 사이」중에서

 


 

사건에 휘말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도 연애 감정은 진행된다. 설렘 반 두려움 반... 참다못한 용희가 여자라는 사실을 밝히려 하는 사자 완은 오히려 가로막고 자신은 사내가 취향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서로에게 서로를 숨겨야만 하는 용희와 완의 관계가 독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홍시'가 여인인 것을 알지만 모른 척 통역관으로 함께하던 중 세자 완이는 점차 그녀가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깨닫는다. 신기형은 왕에게 영의정의 부패를 다시 고하며 이미 죽은 자이더라도 다시 죄를 물으라고 재촉한다. 장안 곳곳에 영의정의 죄를 알리는 방이 붙자 홍시는 더 이상 대궐에 들어가 왕을 만나겠다는 청을 접게 된다. 그러는 사이 명의 사신인 륜명과 완은 은자 거래를 계속하고 륜명은 흑단의 수장인 신기형에게 명의 은자를 사줄 인물이 있다고 귀띔한다.

그렇게 흑단의 수장으로서 신기형과 완은 마주하게 된다. 세자 완은 이젠 신기형이 흑단의 수장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신기형은 위급한 순간에도 명의 은자를 거래하는 인물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추포하러 왔다고 둘러대고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완은 신기형의 진짜 정체에 대해 이미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궁으로 급히 들어가 왕에게 이를 고하지만 왕은 증좌도 없이 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오히려 호통을 친다.

완은 왕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은자거래를 위해 태진사로 향하던 중 흑단의 사내들에게 공격을 받게 되고 그 와중에 홍시는 독화살을 맞고 쓰러지지만 사라지고 만다. 홍시를 구한 것은 바로 륜명. 조선인의 피가 흐르는 비밀의 인물 륜명은 어느새 홍시에게 마음이 닿은 것을 느끼고 홍시를 구하지만 홍시의 마음이 이미 다른 남자에게 향한 것을 알게 된다.

 


 

신기형은 세자 완이 이미 다른 여인에게 마음이 가 있는 것을 눈치채고 자신의 여식을 세자빈으로 만들기 위해 서두른다. 그리고 서서히 홍시의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한다. 완은 진즉 홍시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기 위해 애를 쓰는데.... 남녀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맺어주는 것이라고 했던가.

이미 풍비박산인 고관대작의 딸 홍시, 용희와 세자 완의 사랑은 간신인 신기형의 방해로 자꾸만 벽에 부딪히지만 두 사람의 운명은 서서히 서로를 향해 다가간다. 홍시의 정체가 밝혀지지만 두 사람의 운명 또한 순탄하지 않을 것만 같은 복선이 깔린다. 신기형의 비밀을 밝혀줄 단서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된 륜명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다음편이 기다려진다. 세자 완과 용희의 로맨스에 가장 걸림돌은 사실 왕이다. 해종 이야기다. 왕이 무능하고 불민하여 참된 관리와 간신을 구별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51화 「만나고 싶어」에서 해종 17년 6월 20일자 기사에서 왕은 좌의정 신기형의 영상 임명에 거짓으로 고사하는 데도 강행한다. 세자 완이 흑단 사건의 전모를 살피러 출궁한 지 3개월 5일 지났을 뿐이다.

"만일 동궁이 진실로 죄를 뉘우치지 않으면 종사가 의지할 곳을 잃고, 나라의 운이 기울 것이며, 백성의 노여움을 살 것이다. 내 생각은 이러하건대 좌의정은 다른 사람을 물리치고 읍소하며 동궁을 극진히 대하니, 좌의정이 아니면 누가 나라의 재상을 맡을 수 있겠는가. 날이 밝는 대로 영의정에 임명할 만한 자를 가려야 하겠다."

하자. 좌의정을 비롯한 여러 재상들이 모두 대궐에 나와서 왕을 칭송하였다.

 


 

"용희는 마음에 담기지 않았던 대꾸를 끝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두르는 법이 없어 더욱 애가 탈 만한 자태로, 그녀는 다음 한 발을 디디며 간격을 좁혔다. 한 발엔 나무에서 떨어져 선생을 처음 만났던 날이 스쳤고, 두 발엔 거래를 시작하며 주고받았던 계약서가 스쳐싿. 세 발엔 도적떼를 만나 자결할 뻔했던 날이 떠올랐고, 마지막엔 선생과 입을 맞췄던 푸르고 맑은 날이 떠올랐다.

이윽고 결 좋은 치맛자락이 선생의 침구 가까이에 멈췄다. 용희가 몸을 수그리며 제 몸을 안겨 주기도 전에 선생의 다급한 팔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빨려들 듯 순순히 따라오니 제 품에 그녀를 꼭 안고 완은 두 눈을 세차게 감았다. 할 수 있다면 제 가슴속으로 그녀를 밀어넣고 싶을 만큼, 숨통도 트지 못할 정도로 억세게 품어 보고 싶을 만큼 간절했다."(2권, p.533)

 

저자 : 로즈빈

 

바람 따뜻한 봄, 입 안 가득 머금은 슈크림, 달달하고 따뜻한 카페모카, 가슴을 적시는 노래, 적당히 떨어지는 빗방울,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 방 안 가득 퍼지는 아로마 향기, 마주 보기 어색하지 않은 만남을, 좋아하는 글쟁이. 작품으로는 2014년 네이버 공모전 우수상에 당선된 『그 남자의 정원』, 2015년 『연꽃을 닮은 노래』, 2015년 『뉴욕 전쟁』, 2016년 『그대를 사랑하나 봄』,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한 2015년 『네 입술에 닿으면』, 2016년 『조선연애실록』, 2017년 『날 가져요』, 2018년 『완벽한 쇼윈도』, 2019년 『퇴근 후에 만나요』, 2020년 『찐한 고백』, 연재작으로 2017년 『우리 두 사람』, 2018년 『가져도 좋아』, 2019년 『이혼 뒤 연애』, 2021년 『됐고, 안겨』, 네이버 오늘의웹툰에 연재한 2019년 『날 가져요』 등이 있다.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한 작품들 중 『날 가져요』, 『완벽한 쇼윈도』, 『퇴근 후에 만나요』 는 출간도 진행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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