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스타일 아이콘
찰리 콜린스 지음, 박경리 옮김 / 브.레드(b.read)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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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로서 프리다 칼로의 이미지는 독자에게 시련과 극복의 예술가로 각인되어 있다. 그를 안 지 불과 5년도 채 안 되었지만 최근 2년 내 그의 책이 그림 위주로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그의 그림과 그의 짧은 생애에 대한 것으로 채운 책이었다. 그에 관한 스토리는 굉장히 풍부했다. 그는 1907년 생이다. 1954년까지 47년간 그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멕시코의 코요아칸에서 유태계 독일인 아버지 빌헬름 칼로와 스페인과 인디오의 혼혈(메스티조)인 어머니 마틸데 칼데론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세 살이 되던 해인 1910년 멕시코에서는 농민과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혁명이 일어났다고 한다. 1917년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보다 7년 앞선 노동자·농민 혁명이다. 혁명의 열기가 가득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칼로는 6살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힜다. 그러나 총명하고 아름다웠다고 한다. 당시 멕시코 최고의 교육기관이던 에스쿠엘라 국립 예비학교에 진학했는데 여학생은 전교생 2,000명 중 35명뿐이었다고 하니 우수한 재원이었음에 틀림없는 듯하다. 칼로는 생물학, 해부학 등을 공부해 장차 의사가 되는 꿈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칼로는 이 학교에 다닐 때 강당에 벽화를 그리러 온 리베라를 처음 본다. 당시 리베라는 멕시코와 혁명을 대표하는 미술가라는 명성과 함께 분방한 여성편력과 돌발적이고 기괴한 행동으로 인해 '식인귀'라는 악명도 함께 드날리고 있었다. 그림에 관심은 있었지만 화가가 될 생각은 없었던 칼로에게 리베라는 자신의 인생과는 무관한 그저 괴팍한 예술가였을 뿐이었다. 칼로가 18살이던 1925년 9월에 일어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멕시코의 진보적인 여성 의사로 인생을 살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운명은 계획한대로 그녀의 삶을 이끌지 않았다. 하굣길에 오른 버스와 전차가 부딪히면서 칼로는 치명상을 입었다. 그녀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간 강철봉이 척추와 골반을 관통해 허벅지로 빠져 나왔고 소아마비로 불편했던 오른발은 짓이겨졌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의사들은 아무도 그녀가 다시 걸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칼로는 꼬박 9개월을 전신에 깁스를 한 채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녀는 이 사고로 자신은 ‘다친 것이 아니라 부서졌다’고 표현했다. 아무 것도 꿈꿀 수 없는 시간들이 칼로를 덮쳤다. 깁스를 한 채 침대에 누워 두 손만 자유로웠던 칼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었다. 부모는 그녀를 위하여 침대의 지붕 밑면에 전신 거울을 설치한 캐노피 침대와 누워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젤을 마련해주었다. 누워서 운신할 수 없었던 칼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며 스스로의 모습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녀가 평생을 두고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였다. 칼로는 자화상에 대해 “나는 너무나 자주 혼자이기에 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고 말했다.

걷기 위한 수 차례의 수술 끝에 칼로는 기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은 그녀를 평생 동안 괴롭혔다. 척추의 고통은 그녀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였다. 병상에 누워 그림을 그리는 동안 칼로는 자신의 운명이 그림에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기에 그림을 정확히 평가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칼로는 리베라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칼로는 사회주의 사진작가인 티나 모도티를 통해 리베라를 만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재능과 열정을 평가받고 싶어했다.

칼로의 그림을 본 리베라는 “프리다의 작품에서 예기치 않은 표현의 에너지와 인물 특성에 대한 명쾌한 묘사, 진정한 엄정함을 보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잔인하지만 감각적인 관찰의 힘에 의해 더욱 빛나는 생생한 관능성이 전해졌다고 해야 할까. "나에게 이 소녀는 분명 진정한 예술가였다”고 평했다는 것. 리베라는 화가가 되겠다는 칼로의 결심을 굳혀주었다 그리고 둘 사이에 사랑이 싹텄다. 1929년 8월, 22세의 칼로는 그녀보다 21년 연상인 리베라와 결혼을 했다.

 


 

이미 두 번이나 결혼한 적이 있는 리베라와 칼로의 결합을 사람들은 ‘코끼리와 비둘기의 결합’이라고 했다. 당시 멕시코를 대표하는 천재화가의 반열에 올라있던 리베라의 아내로서 칼로는 만족하는 듯이 보였다. 멕시코 공산당 입당과 탈당을 같이 했으며 함께 사회운동에 나섰고 그의 그림을 위해 기꺼이 모델이 되었으며 영감을 주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조용하고 행복한 삶은 칼로와는 먼 것이었다. 이미 수많은 여성편력을 가지고 있던 리베라는 결혼 후에도 외도를 멈추지 않았다. 남편 리베라로 인해 칼로는 질투와 분노를 넘어선 고독과 상실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만 했다.

“나의 평생소원은 단 세 가지,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

프리다 칼로에게 있어서 디에고 리베라는 배우자 그 이상의 존재였다. 그녀에게 그는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랑이자 증오였으며 기쁨이자 지극한 고통이었고 갈망이자 짐, 희망이자 절망, 연인이자 적이었다. 리베라와의 결혼은 운명이고 필연이었지만, 그것이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리베라는 결혼생활 동안 칼로의 삶 전체를 지배했고, 고독과 고통에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칼로에게 화가로서, 혁명가로서의 인생도 함께 주었다.

프리다 칼로만큼 강렬한 이미지의 예술가가 또 있을까? 풍성하게 땋아 올린 머리와 짙은 눈썹, 상대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깊고 야성적인 눈. 그녀가 남긴 작품 속, 사진 속 이미지는 프리다 칼로를 예술가로서뿐만 아니라 시대와 나라를 대표하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우뚝 서게 했다. 프리다 칼로의 독보적이고 화려한 스타일은 그녀를 평생 짓누른 고통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어린 시절 겪은 소아마비로 인해 왜소했던 오른쪽 다리와 비극적인 버스 사고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던 몸. 프리다 칼로는 이러한 자신의 약점에 좌절하지 않았다. 스페인과 멕시코 혼혈이라는 정체성, 사진작가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예술성과 어머니에게 배운 강인함을 토대로 삶의 의지를 다졌다. 수많은 액세서리와 의복, 소품을,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때로는 숨기며, 반대로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마법의 도구로 삼으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책에서 우리는 만인의 뮤즈이자 혁명가, 사상가로서의 프리다 칼로를 만날 수 있다. 그녀가 자유롭게 날아오르고자 선택했던 아이템들,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변모한 스타일, 프리다 칼로를 유일한 존재로 만든 멕시코의 전통 의복과 뒷이야기까지. 프리다 칼로 인생의 주요 순간과 그녀를 지탱했던 삶의 도구를 그린 일러스트는 이야기와 또 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 책 『프리다, 스타일 아이콘』은 프리다 칼로를 한 시대를 살다 간 예술가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장 폴 고티에, 알렉산더 맥퀸 등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의 뮤즈이자 만인의 뮤즈였던 프리다 칼로의 스타일을 통해 패션이 자기표현의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던 프리다 칼로의 삶을 조명한다. 옷을 대하는 프리다 칼로의 태도를 형성한 데 일조한 극적인 사건부터 처음 패션계의 ‘잇 걸’로 우뚝 섰던 순간과 프리다 칼로의 영향으로 탄생한 패션의 역사적 순간, 프리다 칼로가 살던 라 카사 아술의 문이 열린 2004년의 순간까지. 그의 그림과 고통과 극복의 삶만을 조명하던 책과는 다른 각도, 시선으로 그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패션이나 독창적이고 강렬한 스타일에 대한 고찰이다. 독자로서는 처음 접하는 프리다 칼로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어쩌면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프리다 칼로의 고갈되지 않는 패션의 영감을 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프리다 칼로가 패션계와 프리다마니아에게 남긴 지속적인 유산에 대한 통찰력과 영감을 기대하게 한다.

 


 

저자 찰리 콜린스(Charlie Collins)는 패션 컨설턴트이자 스타일리스트로서 우이필과 전통 테우아나 드레스부터 직접 고르고 장식한 원주민의 보물로 만든 장신구까지 빠짐없이 챙기고 설명을 통해 '프리다, 스타일'을 설명한다.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스타일을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표현의 수단으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보여준다. 프리다 칼로 사후 50년이 지나 대중에 공개된 프리다 칼로의 옷장에서 멕시코 전통 드레스인 레보소, 자수가 놓인 블라우스인 우이필, 롱 스커트인 에나과와 올란, 코르셋이 발견되었다. 프리다 칼로가 고른 의류, 액세서리에는 모두 저만의 의미가 있었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코르셋은 평생 프리다 칼로를 옭아매는 동시에 지탱해 주는 힘이었고, 멕시코 전통 의류는 프리다 칼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유일한 존재로 만들었다. 이 책에서는 프리다 칼로의 옷장에서 발견된 의류와 액세서리들이 각자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 프리다 칼로의 비밀을 톺아보고 있다. 독자처럼 칼로의 그림만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마땅히 굉장한 '득템'이다. 보관하고 언제든 자료로 쓰고, 또 인용할 필요가 있을 때 저자의 이름으로 인용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책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성장통」, 2장 「파워 드레싱」, 3장 「내밀한 옷장」, 4장 「슈퍼 스타일리스트」, 5장 「불멸의 인플루언서」 등이다. 저자 찰리 콜린스는 〈서문〉을 통해 칼로의 생애는 물론 그림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지만 대체로 그의 스타일이 완성되어 가는 삶과 극복의 의지로서의 그림 및 그의 생활 등에 초점을 맞춰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아픔은 그의 잠재력을 깨웠다. 프리다는 거듭되는 붓질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처절한 아름다움으로 승화하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릴 때 그의 불행은 감정적 힘을 이끌어 내는 자양분이 되었고, 부상당한 육체를 극복하고자 하는 도전은 그를 하나의 아이콘으로 탄생시켰다."(p.7)

 


 

1장부터 5장까지 저자는 매 장마다 장의 제목 아래 간략한 문장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각 장에서 다루는 칼로의 스타일에 대해 조목조목 해석하고 설명한다. 1장-Growing Pains(성장통)에서는 "프리다 칼로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안목을 키웠다. 어린 프리다는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고 훗날 스타일을 향한 그의 탐욕에 영향을 미치는 영감의 파편들을 포착했다"고 말한다. 두려움이 없었으며 공상하기를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했다는 어린 시절의 칼로를 설명한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연 관찰을 즐겼다는 이야기다. 2장-Power Dressing에서 저자는 디에고 리베라와의 관계에서 칼로의 '열정'을 이끌어 내고 있다. "디에고 리베라는 칼로가 겪은 어떤 끔찍한 사고보다도 그를 거듭 산산조각 냈다. 디에고의 예측할 수 없는 기행과 진실을 왜곡하는 경향은 프리다를 미칠 지경까지 몰아갔다. 그러나 한편으로 프리다는 다른 어떤 영약보다도 디에고에게서 자양분을 얻었고, 이를 통해 정신을 단련하고 오래도록 뜨겁게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었다고 해석한다.

3장-Closet Confidential(내밀한 옷장)에서 저자는 "라 카사 아술을 그토록 선명한 푸른색으로 칠한 이유는 사악한 영혼들을 쫓기 위한 것이라고 사람들은 수근댔다. 그러나 프리다 칼로가 자신을 지켜 주던 담장 안쪽에서 마지막 숨을 내쉰 지 반세기가 훌쩍 넘었고, 그곳에 반쯤 잊힌 채 잠들어 있던 보물들이 감탄해 마지않은 수집가들에 의해 깨어났다."고 기술하고 있다. 4장-Super Stylist에서 저자는 칼로가 스타일 면에서 자신만의 개인적이고 정치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인 시선을 담아 독창적이고 심리적인 요소를 가미해 나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어떤 복식은 그저 아름답기 때문에 따른 것도 분명하다. 그의 옷장을 조심스럽게 복원해 나가는 과정 덕에 우리는 그 옷 뒤에 숨어 있는 한 여자에 대해 보다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5장-Immortal Imfluencer(불멸의 인플루언서)에서 "프리다 칼로의 독특한 미의식은 장 폴 고티에와 엘사 스카아파렐리부터 알렉산더 맥퀸과 레이 카와쿠보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경계를 넘어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들의 창조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이끌었다. 프리다는 불멸의 인풀루언서이자 진정한 스타일 아이콘으로서 수준 높은 패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1937년에 실린 첫 번째 사진에서부터 프리다 칼로는 멋스러운 ‘잇 걸’이자 인플루언서로 자리를 굳혔다. 프리다뿐 아니라 그가 되고자 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사진이 화려한 패션 잡지에 실렸다.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그리고 제작 감독들에게 프리다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영감의 원천이었다. 오늘날에도 그는 ‘보그(Vogue)’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바 그대로, 변함없이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p.137) - 「〈보그〉 속 프리다」 중에서

 

저자 : 찰리 콜린스(Charlie Collins)

 

찰리 콜린스는 고객이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품질과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옷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패션 컨설턴트이자 스타일리스트다. 개인이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패션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필요없는 아이템들이 재판매되거나 기부를 통해 보다 가치 있게 쓰이도록 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지역사회 모델인 말라이카 채러티(Malaika Charity)의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400명이 넘는 소녀와 그 가족이 도움을 받고있다. 프리다 칼로의 오랜 팬이며, ‘창조적인 옷장’(Creative Wardrobe)이라는 커뮤니티를 설립하고 보물 같은 빈티지 물품이나 구제 물품을 찾아 다닌다. 남편 매트와 아들 이보, 메인쿤 고양이, 울프와 함께 이스트 서식스주(East Sussex) 루이스(Lewes)에 살고 있다.

 

역자 : 박경리

 

프랑스 누벨 소르본에서 비교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인문, 실용, 한국문학 등 편집 일을 배우다가 민음사에서 프랑스어 작품 담당 편집자로 자리 잡았다. 세계문학전집을 비롯하여 ‘밀란 쿤데라 전집’,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편집했다. 말레이시아로 이주하여 번역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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