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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참 멋있다 - 당신에게 남기는 첫 번째 댓글
김현 지음, 줄리아 조 그림 / 스토리텔러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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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서는 이 책 『당신 참 멋있다』의 저자 김현을 처음 만난다. 일면식도 없는데 책을 통해 독자와 저자로 만났지만 '참 멋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그가 글을 잘 쓰는지, 아니면 잘생겼는지, 그렇잖으면 매너 좋은 신사 스타일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글 몇 편과 〈작가의 말〉을 통해 그는 멋있는 사람이란 확신이 든다. 출판사 측을 통해 내놓은 〈작가의 말〉에 “거리를 걷다가 들려오는 노래 한 곡에 한참을 멈추었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다시 걸음을 옮긴 적이 있었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Old and Wise〉였다. 늘 들었고 좋아하는 노래였지만, 새삼 걸음을 멈추게 했던 아름다운 선율과 인생을 관통하는 가사에 나도 그러한 ‘인생작’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썼다. 이른바 '인생 노래'도 밝힌다. 영화 〈비열한 거리〉(2006)의 OST로도 사용한 곡이다. 가사 일부를 인용한다.
내 눈이 볼 수 있을 때까지
날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들이 있어
내가 떠날때 쯤에, 네가 알아줬으면 해
난 내 가장 속에 있는 얘기를 너와 함께 했고 너는 내가 가는 곳으로 따라와줬어
그리고, 내가 나이를 먹고 현명해진 순간에는
쓰디쓴 말들은 내겐 별 의미가 없어지더라
가을 바람은 나를 향해 불겠지
그러고는 점차 시간에 묻혀갈거야
그것들이 나에게 너를 아냐고 묻거든 너는 내 하나뿐인 친구였다고 웃으며 말할 거야
그러면 내 눈가에서 슬픔은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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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최근의 읽은 책 중의 하나인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는 좋아하는 노래에 대해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이른바 '인생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 노래가 어떻게 인생 노래가 되었나? 어떤 노래가 인생 노래가 되려면 '네 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네 박자의 조건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결정적 시기다. 남들이 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했고, 그 순간에 어떤 음악을 만났다면 그 음악은 잊지 못할 노래로 남는다. 그러나 특별한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 노래를 만나는 결정적 시기는 엇비슷하다고 말한다.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결정되는 시기도, 정치적 성향이 확립되는 시기도, 그리고 인생 노래가 각인되는 시기도 정해져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치적 견해가 형성되는 시기는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시기, 즉 투표권이 생길 때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 때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인생 노래가 결정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저자는 최고의 시기를 빛나게 해준 순간이어었거나 반대로 최악의 순간에 위로받았던 노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한다.
기나긴 줄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더라도 꼭 먹고 싶은 맛집, 휴가 때 방문하리라 마음먹은 SNS 명소, 언제든 들을 수 있는 세계 각국의 노래, OTT로 골라볼 수 있는 높은 평점의 영화들. 삶의 여력이야 사람마다 차이가 크지만 소비의 삶은 평행에 가까운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에 반해 일상에서 쉼 없이 벌어지는 사건들,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사람들은 마치 밀물과 썰물 같다. 그런 우리 인생에서 엔딩은 멀고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려면 비상은 필요하다. 세상은 복잡하고 관계는 위태롭고 평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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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문득 기우뚱해졌을 때 이 책 『당신 참 멋있다』를 한 권 내밀어보면 이 책이 가진 위로의 힘을 충분히 실감할 것이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잔잔하고 평평한 파동과 그 물결에 실린 위로가 이 책에는 가득 차 있다. 그것도 아주 쉬운 말로, 또 우리가 흔히 겪는 감정의 적절한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담고 있다.
우리에겐 ‘시절 인연’이 있고, ‘시절 음악’이 있다. 앞으로도 시절 따라 변함없이 나타날 테고 분명 추억의 한 장면으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할 것이다. 이 책의 구절들이 ‘시절 인연’과 ‘시절 음악’과 함께 ‘시절 구절’이 되기를 저자는 바란다. 그 시절, 그날, 그 시간의 구절을 남기고 또 되뇌고 싶은 독자들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느끼라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시간이 하락할 때 부담 없이 들춰볼 수 있는 페이지들이 되었으면 하면서. ‘신파’이거나 ‘참신’하거나 관계없이 가슴 짠해지게 말이다.
우리 사는 동안에 무수한 인연 중에 단 하나가 되었으니
헛된 꿈을 꾸기보다 살고 있는 이야기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고
네 탓 내 탓 하기보다 우리 함께 해결하자며 진실로 위로해 주고
힘이 들어 흔들릴 때 튼튼하고 촘촘하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밉더라도 티 내지 말고 싸우더라도 먼저 손 내밀며 마주 앉아 속내 터놓고
한순간의 틈이 굳건한 바위를 쪼개지 않도록 믿음을 거스르지 말며
오늘 울어도 같이 울고 내일 웃어도 같이 웃고 서로의 마음을 진실로 이해하며
우리 사는 동안에 무조건 사랑하자.(p.118)
- 「우리 사는 동안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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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현은 〈프롤로그〉를 통해 "인생은 좋아하는 영화를 닮는다"고 말한다. 대세가 바뀌어 버림받은 스파이나 의리를 따르다 배신을 당해 최후를 맞는 갱스터, 주군에게 토사구팽을 당하는 최측근 공신. 그러한 일들은 너무나 현실에 기반한 사실이었음을 모진 세월을 겪으며 알 수 있었고 사랑 역시 그 시련 앞에서 어쩔 도리가 없음을 알았다고 털어놓는다. 허구를 담은 영화로 보고 좋아했는데 어느 날 자신에게 현실로 다가온 영화 같은 이야기들. 그래서 인생은 좋아하는 영화를 닮는다. 남루한 티셔츠에 닳은 운동화를 신고 쓰디쓴 소주 한 잔을 앞에 둔 채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무슨 상관이 있냐는 듯 겪어야 했으니 이젠 원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들을 말이다.
당신이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는 인생이 던진 수많은 시험과 시련에
꺾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어.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지.
자랑스럽게 걸고 다녀야 할 전리품들이니까…….
살다 보면 사람이 참 우습고도 싫어질 때가 많지?
그런데 어떤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은
그 사람한테도 타격을 주지만 나 또한 타격을 받더라고.
우습게도 싫어하는 사람 생각하느라 정신 에너지랑 시간 허비하는 게 타격이고
삶의 질마저 떨어뜨리는 거지.
(중략)
그저 좋았으면 추억이고 나빴으면 경험이야.
아브라카다브라. 멋있게 살자고.(p.148~149)
- 「당신 참 멋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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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하나가 저자의 여린 마음이다. 여린 마음이라 세상의 상처를 누구보다 많이 받고, 많이 받다 면역력도 커졌다. 그래 이젠 다른 사람의 상처를 씻어주고 치유해줄 자체 면역력을 가졌다. 슬픔과 고통, 괴로움과 좌절은 그렇게 저자의 면역력을 키웠으리라. 저자는 평소 독서를 할 때도 소심함이 드러나는 성격이었다. 〈에필로그〉를 통해 고백한다. '내일 하루 읽을 것이 있고 볼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때란 생각을 했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추리소설이라도 딱 멈추고 내일을 위해 살짝 남겨둔다.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서 '너는 새까만 오지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살았는데 그 울림들이 삶에 큰 힘이 되는구나 여기기도 하는 때다고 자신의 성장을 풀어놓는다.
한 번뿐인 인생이라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각오 대신 체념으로
하루하루 맞이하는 우리의 공허함.
힘내라는 말을 매일같이 다른 이에게 하면서
한 번쯤 힘차게 안아 주지 못하는 우리의 건조함.
진심이란 단어는 참 쉽게 쓰면서도
정작 그 마음은 생각조차 않고 살아가는 우리의 무심함.
참을 수 없는 우리의 가벼움.(p.18)
- 「참을 수 없는 우리의 가벼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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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은 책의 글 전편을 통해 하나의 사실로 수렴되고 있다. ‘당신 참 멋있다’이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책들과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감성 글귀들을 보며 저자는 더는 같은 말을 하지 않는 참신한 글들을 쓰겠다 했었다. 중요할 것 같지도 않은 톤으로 누군가 건넸던 한마디가 가슴에 유난히 남았던 기억처럼 휘발되지 않는 글들을 쓰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받은 힘 나는 댓글 같은, 무심해 보여 전혀 뜻밖이었던 사람의 격려와 응원 같은 글들을 말이다. 그리고 댓글처럼 말하고 싶었다. ‘당신 참 멋있다’라고. 그 결심이 실현되고 있다.
잡초가 새싹과 꽃들이 서 있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 생각지 마라.
뿌리로부터 초록으로 먼저 깨어나 눈을 뜰 새싹과 피어날 꽃들을 품는,
봄이 봄답게 하는 마음을 가졌으니까.
잡초가 단풍잎과 은행잎이 누울 자리를 줄이는 것이라 생각지 마라.
뿌리로부터 힘차게 손에 손잡고 여름의 태풍과 폭우로부터 토양을 지켜 내
가을을 맞게 하는 고마운 배려를 지녔으니까.
억세고 하찮다고 막사는 인생 같다고 결코 함부로 말하지 마라.
잡초로 인해 더 귀하게 여겨지는 화려한 꽃들과 아름드리 뽐내는 나무들아,
잡초가 살아가는 낮은 자리까지 빼앗지는 마라.(p.161)
- 「잡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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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말줄임표처럼 신중히 침묵하고
인생은 물음표처럼 끝없이 질문하고
인생은 느낌표처럼 한없이 감탄하고
인생은 따옴표처럼 때로는 특별하고
인생은 쉼표처럼 가끔은 쉬어가야 하는 것.(p.63)
- 「인생」 중에서
저자 : 김현
대학 문예창작과 재학 중에 ‘아동문예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쪽나라 아동문학상’을 수상했고, 동시집 《우리 둘이》와 《가위바위보》를 출간했다. 감성 시집 《너를 만난 이후에》, 《다음사랑》, 《그대를 만난 날 난 오늘과 같은 내일을 생각합니다》, 산문집으로는 《까까머리 바람났네》, 《사랑하니까 눈물이 난다》, 《고맙다 사랑, 그립다 그대》를 출간했다. 이 책들에 실린 사랑에 관한 글들은 오래도록 회자되고 유명 가수의 노래로도 만들어졌다. 이번에 출간한 《당신 참 멋있다》는 작가의 흥미로운 인생 항해 일지이기도 하다.
그림 : 줄리아 조(Julia Cho)
서울외국인학교(Seoul Foreign School) 11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국내외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열린 여러 미술대회에서 입상하였다. 평소 감성적인 시와 에세이 읽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김현 작가의 《당신 참 멋있다》 글들에서 받은 감동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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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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