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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아 타임스 - 외국인이 본 신기한 100년 전 우리나라
이돈수.배은영 지음, 토리아트 그림 / 제제의숲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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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간지 〈하퍼스 위클리〉 1898년 1월 15일자에 말을 타고 꼬레아를 유람한 사진 작가 W. H. 잭슨의 글이 실렸다. 제물포항으로 '꼬레아'에 들어간 잭슨은 항구의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하고 나서 조랑말을 타고 서울로 향했다. 초가지붕을 올린 흙집이 줄지어 선 꼬레아의 마을과 거리를 지나가면서 마주친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보며 꼬레아 사람들의 삶을 엿보기도 했지요. 잭슨은 처음 본 꼬레아의 경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관은 다양하고 낭만적이었다. 산맥은 선이 굵어 아름답고 섬세한 푸른색과 보라색을 띤다. 만듦새도 조악하고 사용된 자재도 지저분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의 작은 집들조차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19세기 말 세계에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알려졌던 작은 나라 꼬레아. 외국인들이 부르다 지금도 코리아로 정착된 우리나라의 이름이다. 꼬레아는 발음상 아무래도 불어나 스페인어 계통이 아니었을까? 신문과 잡지가 만들어져 머나먼 나라의 소식까지 다루었던 세계의 언론. 그 언론에서 다룬 조선 후기와 개화기,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를 세계 언론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그들에게 비친 우리나라 꼬레아의 모습은 어땠을까? 많지는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 대한 기사를 남긴 언론이 있었다. 주로 우리에게 개항을 요구했던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이다. 이 책 『꼬레아 타임스』는 우리가 몰랐던 세계에서 회자된 우리나라의 모습과 역사를 보여 준다. 그 내용을 보면 우리 역사에 관심이 없던 아이뿐만 아니라 제대로 몰랐던 성인들도 이 책에서 얻을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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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돈수, 배은영이 공동으로 썼다.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면 무조건 구하고 봤던, 외국 자료에 실린 우리나라 자료 수집가인 저자의 고해상도 이미지들을 만날 수 있다. 사료로서 가치도 높다. 또 책장만 넘기며 사진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냥 고리타분하기만 했던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에 아이들에게 색다른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책에서만 최초 공개되는 미공개 이미지는 물론, 희귀하거나 구하기 힘든 역사 자료도 적잖게 실려 있다. 독자가 꽤 오래 전에 『꼬레아, 꼬레아』란 체목의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책도 개화기, 대한제국의 시기, 일제 강점기를 관통하는 100년의 역사를 중심으로 쓰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사진 자료나 신문 기사 등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인지 사진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에서 보는 사진 상당 부분이 독자로서는 처음 보는 사진이다. 독자가 그 시기의 우리나라 실상에 관심이 컸던 것이 아니기에 한 번 읽고 잊어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아쉽다. 훌륭한 생각 자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특히 이 책은 사진뿐 아니라 사진과 기사를 바탕으로 한 그림도 많이 들어 있어 어린이들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더욱의 책의 맨 뒤에는 잘라 쓸 수 있게 만든 이미지 자료 부록까지 들어 있어 활용도 높은 소장용 책이라는 게 출판사 측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온 사람이나, 우리가 처음 본 서양 사람이 서로 서먹서먹하거나 경계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더욱이 우리의 개화기는 대원군의 쇄국정치와 일제의 침략 의도가 노골화되는 시점이어서 외부인이나 외국인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그들에게는 더욱 냉담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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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신문에 실린 글을 토대로 이 책에 실은 잭슨의 감상기는 적대적이지 않지만 매우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로 들어선 잭슨은 북새통을 이루는 사람들과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언덕과 구릉, 유서 깊은 궁궐 앞을 지키고 있는 몇몇 군인을 보았다. 그리고 곧 내부대신(조선 후기 내무행정을 맡아보던 관아의 으뜸벼슬) 남정철을 만나 꼬레아 왕실에 들어가 따뜻한 샴페인과 달콤한 케이크를 대접받았다"고 공동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왕을 기다리는 동안 알현실과 경복궁의 흥미로운 사진 몇 장을 찍었고, 얼마 후 잭슨은 꼬레아의 왕과 세자를 만났다. 잭슨은 이렇게 신문에서 기술하고 있다.
"왕은 밝은색 천으로 덮인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는데, 탁자에 있는 두 개의 등유 램프가 방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왕은 키가 큰 내시들 옆이라 오히려 왜소해 보였으나, 대화를 시작하자 왕의 얼굴은 흥미와 지적 호기심으로 밝아졌다." (중략) 왕은 통역관을 통해서 많은 질문을 했는데, 특히 내가 꼬레아에 좋은 인상을 받았는지를 궁금해 하는 듯했다. (중략) 함께 자리한 세자는 얼굴이 둥글고 졸려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세자에게 소개되었다. 그는 오가는 이야기에도 흥미가 없어 보였으며, 단답형의 대답 말고는 어떤 말도 하지 않거나 짧게 대답하였다.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우리는 최대한 공손하게 왕을 알현한 후 절을 세 번 한 뒤에 뒷걸음으로 나왔다."(p.4~5)
잭슨은 남은 여정 동안 도와줄 안내자를 알렌 박사한데 소개받았는데, 박내원이라는 꼬레아인이었다. 이튿날 아침, 잭슨은 왕이 하사한 호랑이 가죽, 은 상자 등 다양하느 선물을 가지고 박내원과 함께 다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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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또 잭슨의 이후 일정을 쫓아가면서 몇 가지 사실을 더 기록한다. 서울과 원산(함경남도 남쪽)의 중간 지점에서는 쾌활한 성격의 어느 지방관의 대접을 받았다. 그 지방관은 잭슨에게 가진 것 중에서 최고의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대접해 주었고, 잭슨은 라이 위스키(미국과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위스키의 한 종류)로 답례했다. 여행의 후반부에 잭슨은 기사에서 꼬레아가 더욱 다양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기록한다. 꼬레아 유람을 마친 잭슨의 마음은 원산의 잘 익은 논밭처럼 꼬레아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알알이 꽉 차 있었다고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책은 영국 런던 주간지 〈더 그래픽〉 기사를 발굴, 소개한다. 기사의 제목이 「이채로운 조선인의 모습」이었던 듯하다. 이에 따르면 조선은 특이한 모자를 쓰는 나라다. 조선인 누구나 입는 길게 늘어뜨린 하얀 가운은 수의를 연상시켜 오싹함이 느껴진다. 책은 이 기사가 실린 날짜를 1909년 12월 4일자라고 밝힌다. 나라의 운명의 풍전등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그리고 1909년이면 우리나라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고 숨졌다. 12월의 시사라면 안중근 의사도 사형을 언도 받고 이미 숨졌을 때다. 〈더 그래픽〉은 사진 기자 톰 브라운이 작성한 기사를 사진과 실었던 듯하다. 지게를 메고 지팡이를 든 짐꾼, 아기를 업고 있는 낮은 신분의 여자, 수도인 한양의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고 하는 외국인을 둘러싼 조선 사람들, 열네 살의 어린 신랑, 가마꾼, 인력거꾼, 장옷을 쓴 여성, 등에 짐으 가득 실은 수소와 앞에 앉은 남자 등 조선을 여행하며 만난 다체로운 조선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고 공동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특히 톰 브라운의 기사 일부 내용을 직접 인용해 여기에 적었다.
"말총으로 촘촘히 엮어 만든 뻣뻣하고 투명한 모자(갓)는 결혼한 남성이 쓴다. 우산처럼 쓰는 모자(삿갓)는 효과적으로 몸을 보호해 준다. 조선 사람 누구나 입는 길게 늘어뜨린 하얀 가운(두루마기)은 수의를 연상시켜 오싹함이 느껴진다."(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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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파트나 장(章)의 구별 없이 각 사안에 대해 한 건씩 기술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아마 여러 나라, 여러 신문에서 발굴, 발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빵과 잼을 처음 맛본 조선인」(p.14), 「조선의 민속놀이, 석전」(p.18), 「수도 나들이에 나선 상류 계층 여성」(p.22) 등으로 한 제목 당 한 건씩의 기사를 처리했다. 이를 테면 「빵과 잼을 처음 맛본 조선인」이라는 제목 밑에 '- 영국 런던 주간지 〈더 그래픽〉'이라고 적어 출처를 밝힌다. 다음 부제목처럼 '자, 이거 한 번 먹어 보세요.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푹신한 빵, 고소한 버터, 달콤한 잼, 처음 먹어 보는 신비로운 맛에 홀딱 반할 거예요'라고 적고 있다. 기사 본문은 다음 이렇게 쓰여 있다.
"1888년 12월 22일자 영국 런던 주간지 〈더 그래픽〉에는 난생처음 빵과 버터와 잼을 맛본 조선 사람들의 모습과 외국인이 건네는 담배를 집는 조선인의 모습이 실렸다.(어린이들이 읽을 것을 대비해 존칭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 서평에서는 존칭 생략) 이 기사에 실린 그림은 영국인 여행자가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에요. 노란 머리에 파란 눈, 하얀 피부색의 서양인을 처음 본 사람들은 낯선 이들을 반기지 않았다. 게다가 서양인이 어린아이를 잡아먹는다는 소문을 듣고 이들을 멀리했다. 이때 한 영국인 여행자가 우리나라 사람에게 빵과 버터와 잼, 담배와 성냥 등을 나눠 주며 호감을 샀다. 서양 음식과 물건을 처음 본 사람들은 경계심을 풀고 영국인 여행자가 안전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림 속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정을 잘 보라. 처음 빵과 잼을 맛본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묘한 표정과 몸짓이 그 맛을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곰방대를 입에 문 조선인과 궐련(얇은 종이로 말아 놓은 담배)을 피우는 영국인의 대조적인 자세와 외국인이 신은 구두를 신기하다는 듯 만지작거리는 어린아이의 몸짓이 웃음을 준다."(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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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특히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저격한 사건을 보도한 기사가 눈에 띈다. 이탈리아 주간지 〈라 트리부나 일루루스트라타〉 표지 기사로 소개되어 있다. 이 기사 역시 앞서 언급한 영국 주간지 〈더 그래픽〉 보도와 같은 방식으로 번역해 다시 두 저자가 쓴 형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번역한 후 동일하게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소개하는 형식을 취했단 말이다. 사진도 없이 그림으로 대신했다. 아마 저격 당시 모습을 사진으로 남은 것은 없을 것 같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우리나라 식민지화에 앞장섰던 이토 히로부미를 만주 하얼빈역에서 총으로 쏘아 죽이고 현장에서 체포된 사건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을사늑약 체결을 강요하고, 을사오적을 중심으로 한 친일 내각을 구성한 중심 인물이며, 조선 통감부 초대 통감 자리에 앉아 고종 황제를 퇴위시키는 등 우리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독립운동가였던 안중근은 중국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의병 활동을 하고 구국 투쟁을 벌였다. 그러던 중 러시아 재무상 코코프체프와 만나기 위해 만주를 방문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하얼빈 총영사와 궁내대신 비서관 등 일본 주요 인물에게 중상을 입히고 러시아 경찰에게 체포됐다.(p.131)
글 : 이돈수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뒤, 스페인에서 미술사를 공부했어요. 명지대학교 연구 교수로 활동했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고지도, 옛 사진, 신문과 책 등 우리나라 관련 자료를 40년 가까이 모으고 있는 수집가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역사 문화 관련 이미지 아카이브인 “이미지로 떠나는 역사 문화 기행” 사이트 ‘코리아니티닷컴’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다양한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전시, TV 다큐멘터리 및 출판 등에 지금껏 수집해 온 이미지를 제공해 주고 있어요. 현재는 현대 미술을 기획 전시하는 갤러리 ‘북과바디’의 대표입니다.
글 : 배은영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으며, 아동·청소년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국어 천재가 된 철수와 영희의 배틀』 시리즈 네 권과 『기시니 스릴러툰』 등을 썼고, 철수와 영희가 나오는 책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그림 : 토리아트
상상하는 모든 것을 그리고 디자인하는 푸른 꿈이 있는 곳, 무한한 상상력을 갖고 색다른 기획과 그림, 디자인으로 수준 높은 창작물을 만들려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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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