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으로 과학하기
박재용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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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과 과학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어떤 면에선 정반대의 입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거나, 한편으론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과학은 19세기부터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어쩌면 그 전 수천 년간 인류가 쌓아온 과학의 지식은 최근 200년 동안 발전해온 과학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산업혁명시부터 과학과 기술은 우리 삶에 크게 기여했다. 과학의 분야는 크고 복잡하기도 해서 많은 분야로 나뉜다. 우주 천제부터 인간의 몸까지 크고 작은 생명 운동에도 과학은 적용된다. 인류는 과학의 힘으로 많은 두려움이 공포를 극복해 왔고, 앞으로도 더 빠른 속도로 과학의 힘을 커질 것이라고 독자는 예상한다. 과학은 괴담뿐만 아니라 종교와도 대립각을 이뤄왔다. 사실 종교와 과학은 서로가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과학적 원리보다는 인간이 가진 감정, 특히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는, 결과와 예외 없는 원리 원칙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두 분야가 함께 서로를 인정하기에는 어려울 뿐이다. 과학은 종교가 이룰 수 없는 분석과 결과로 인간의 믿음을 과학 쪽으로 돌려놓았으며, 종교는 인간의 공포심이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당초 경쟁 관계가 아니었기에 지금까지는 공존하는 듯하다.

이 책 『괴담으로 과학하기』는 종교와의 대치점에 있는 것을 밝히는 목적이 아니다. 민간에서 전해지는 각종 괴담들-옛날 흡혈귀부터 오늘날 인공지능까지-을 과학적으로 풀어헤치고 분석해 괴담을 과학을 통해 근거없는 낭설임을 밝혀내려 한다.

허구인 괴담에서 과학을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듯하지만, 저자 박재용은 괴담은 허구이기 때문에 인간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한다. 오히려 과학처럼 자명한 사실일수록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 환한 빛 뒤에 숨은 그림자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을 즐겁게 공부하고 싶은 청소년 독자들, 특히 요새 과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궁금한 학부모들, 그리고 과학적 이슈로 어떻게 토론(과학페어)을 진행할지 고민하는 선생님들께 이 책은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저자는 기대한다.

 


 

누구나 살면서 유령, 귀신, 혹은 외계인, 흡혈귀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럴 듯한 스토리가 장착되어 있다. 스토리가 없다면 널리 전해지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해도 인간의 호기심은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생긴다. 사실 모든 괴담이나 기묘한 이야기, 믿기 어려운 일은 있었던 일을 과장해서 꾸미거나, 일부러 거짓으로 지어낸 것도 많을 것이다. 특히 과학의 시대라고 일컫는 19세기 이전에는 인간의 두려움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꾸며낸 괴담들도 많았을 것이다. 상대에게 극도의 두려움을 안겨 주기 위해, 제압하기 위해 공포의 괴담들을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스토리가 있어야 상대의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꾸고 어떻게 극복할지 교훈도 줄 수 있게 꾸미면 되는 일이다. 사실이 아니지만 스토리를 얹어 그럴 듯한 이야기가 된 것 중 11가지를 이 책에서 풀어 설명해 준다. 물론 과학적 방법으로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 결과를 얻은 것들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아직까지 과학 역시 100%는 아니다. 100%로 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과학의 길로 가는 것임을 알기에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뱀이나 귀신 같은 한국적인 괴담뿐만 아니라 폴터가이스트와 도플갱어 같은 해외의 괴담 소재 11가지를 끌어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마녀, 흡혈귀를 지나 평행우주와 인공지능 시대의 괴담에 대해 풀어내면서 동시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과학의 발전, 그리고 그 이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괴담에 나오는 이상한 현상을 과학의 시선으로 살펴보면, 흥미진진한 지식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괴담의 소재와 연결된 과학적 개념을 알아보는 일은, 괴담을 읽는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괴담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책에 따르면 첫 번째 유형은 초인간적 존재에 대한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자연현상을 너무나 궁금해했고, 그 궁금증을 유령, 흡혈귀, 좀비, 도플갱어 등 초인간적 존재를 통해 풀고자 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접하면, 귀신이나 유령이 한 짓이 아닐까 추측했던 것.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들이 이들의 등장으로 설명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미지의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만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거나 교훈을 전하려고, 유령이나 흡혈귀 이야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런 괴담들에는 밤에 돌아다니지 말고, 휘파람도 불지 말고, 묘지에 가지 말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괴담의 두 번째 유형은 동물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고양이, 뱀과 관련되 괴담만 소개했지만, 개·소·호랑이 등 여러 동물에 대한 괴담이 많다. 신기하게도 지역에 따라 괴담에 등장하는 동물이 다르다. 우리나라 동물 괴담은 고양이·뱀·개·쥐·호랑이 등이 대표적 주인공인데, 아프리카에선 코끼리·사자·하이에나·원숭이 등이 이야깃거리다. 또 유럽에는 박쥐와 늑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사실 괴담은 과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도시에 거주하는 오늘날에는 도시 생활과 관련된 괴담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괴이한 일들이 주로 도시에서 일어난다. 건물에 대한 괴담이 대표적이다. 폐가 이야기, 아무도 없는 밤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 엘리베이터 괴담 등이 그것이다. 또 이동 수단과 관련된 괴담도 많다. 지하철 괴담, 택시 괴담, 버스 괴담 등.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은 온라인 괴담도 많아지고 있다.

 


 

괴담이 퍼지는 과정도 많이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옛날에는 당연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책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고, 글자를 아는 사람도 적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지는 과정에서 괴담의 변형이 이루어지곤 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호랑이가 주인공이었는데, 괴담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어느덧 주인공이 사자로 바뀐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17~18세기, 유럽은 16세기 이후 책 출판이 활발해지면서 괴담집이 등장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리고 20세기에 접어들어 많은 나라에서 괴담집이 인기를 끌면서, 더욱 많은 사람에게 괴담이 퍼져나갔다. 책을 통해 다른 나라의 괴담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괴담들은 그 기원이 일본인 경우가 많은데, 20세기 중후반 일본 괴담을 번역해 소개한 책들이 다수 출판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도 책은 괴담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매체이다. 여기에 더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도 괴담이 퍼지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부터는 무엇보다 인터넷이 괴담의 주요 유포 경로가 되었다고 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괴담의 세계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여러 나라의 괴담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이 지금 알고 있는 괴담들도 대부분 인터넷으로 접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과학의 눈부신 발달은 괴담의 성격을 바꾸기도 한다. 이제 동물이 사람으로 둔갑했다는 이야기는 잘 등장하지 않는다. 유령이나 좀비, 도플갱어에 관한 이야기도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괴담의 소재는 외계인이나 비밀 조직, 연쇄살인범, 사이토패스, 스마트폰 등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렇듯 괴담의 소재와 주제 등은 시간에 따라, 또 사회의 발전에 따라 계속 바귄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괴담의 존재 그 자체다. 괴담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과거의 자연 현상처럼 우리의 상식으로 풀 수 없는 것, 또 오늘날의 흉악 범죄처럼 좀처럼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각각의 항목 뒤에 괴담에 얽힌 과학적 사실이나 근거를 살펴보는 란을 따로 마련했다. 괴담에 나오는 이상한 현상을 과학의 시선으로 살펴보면, 흥미진진한 지식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괴담의 소재와 연결된 과학적 개념을 알아보는 일은, 괴담을 읽는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과학만 다뤄서는 안 된다. 사회적·역사적 맥락도 따져봐야 한다. 예전에 만들어진 괴담이 아직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는 이유는, 사회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괴담은 당시 사회상을 담고 있기에, 배경과 의미를 따져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고 저자는 권유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 것은, 우리가 괴담을 즐기면서 얻을 수 있는 귀한 수확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각 항목의 괴담과 관련해 함께 생각해볼 문제를 〈더 알아보자!〉 코너에 실었음을 저자는 미리 밝힌다. 괴담에 담긴 현대적 맥락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재미에 더해 지식과 교양까지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은 괴담의 11개 소재에 각 한 장(章)씩 모두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흡혈귀: 피를 빠는 광견병 환자」, 2장 「좀비: 죽었니? 살았니?」, 3장 「폴터가이스트: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진동」, 4장 「유령: 뇌의 장난 혹은 착각」, 5장 「외계인: 그들이 지구인을 찾지 않는 이유」, 6장 「도플갱어: 겉모습은 닮아도 커넥톰이 다르다」, 7장 「마녀: 가장 약한 사람과 가장 악한 사람」, 8장 「고양이: 너무 귀엽지만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 9장 「뱀: 지혜와 치유의 상징이자 혐오의 대표」, 10장 「평행우주: 다른 우주에 사는 또 다른 ‘나’」, 11장 「인공지능: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등이다. 저자는 「만나지 못한 괴담도 생각해보기」란 제목의 〈에필로그〉를 통해 "책에서 언급하지 못한 괴담도 무척 많다면, 괴담을 들으면 흘려버리지 말고 친구나 독서 동아리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시대적 배경은 어떠했을까?'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등을 이야기해봄으로써 괴담을 즐기면서 과학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SF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상호 교류를 원한다거나, 아니면 우리를 노예로 삼으려는 외계인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친선이 목적이라면 은밀하게 행동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구를 찾을 정도의 기술이라면 전파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테니, 직접 오기보다는 통신을 통하는 게 훨씬 수월할 겁니다.(p.111)

 

우리가 무엇인가를 볼 때, 그 물체의 현재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보는 것은 과거입니다. 이상하게 들리나요? 좀더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이지요. 멀리서 다가오는 친구를 본다고 칩시다. 친구와 나의 거리가 1킬로미터쯤 떨어졌다면, 햇빛이 친구의 몸에서 반사되어 나에게 오기까지는 30만 분의 1초가 걸립니다. 즉 우리는 1킬로미터 떨어진 친구의 30만 분의 1초 전의 모습을 보는 거죠. 하지만우리의 눈과 뇌는 이 정도 차이는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라고 느끼지 못합니다.(p.210)

 

저자 : 박재용

 

과학과 일상을 연결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 주로 과학과 사회,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경계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쓴다. 주로 과학 분야에 대한 책을 쓰고 있지만, 사회의 불평등에 문제의식을 느껴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첫 결실이『불평등한 선진국』이다. 근거를 가지고 글을 써야 망해도 남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자료를 열심히 뒤지고, 통계를 찾아 그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 여긴다. 안토니오 그람시의“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개별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신뢰와는 별개로 집단으로서의 인류의 미래에 대해 비관하는 회의주의자다. 역사에서의 커다란 몫을 자임할 생각도 능력도 되지 않기에 그저 할 수 있는 역할을 열심히 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은 책으로 《녹색성장 말고 기후정의》, 《탄소 중립으로 지구를 살리자고?》,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등이 있다. ‘기후 위기의 본질과 대책’, ‘생명 진화 40억 년의 비밀’, ‘과학, 인문에 묻다’ 등의 강연을 진행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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