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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 : 동아시아 편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이야기 ㅣ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3년 7월
평점 :
지금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좀비'는 영화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예술에 등장하는 '아이콘'이나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를 휩쓸었다. 안방의 TV 드라마에서도 거침없이 좀비물의 각종 영상들이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케이블 TV 역사 다큐 전문채널에서는 외계인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연속 다큐멘터리를 기획 방영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외계인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과학자와 수많은 관련 학자들이 인터뷰나 설명을 곁들여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등 꽤 설득력 있는 프로그램을 연속적으로 방영하기도 했다.
이 책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는 〈동아시아 편〉은 듣기에도 으스스한 괴담이나 기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두 번째 책으로 〈동아시아 편〉이다. 전작은 '조선환담'이라는 부제로 우리나라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괴담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의외로 폭발적 반응이 있어 이젠 무대를 넓혀 〈동아시아 편〉이다. 동아시아는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과 일본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독자는 전작을 보지 못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괴담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 괴담실록도 이 점을 주목했으리라.
괴담실록은 유튜브 채널 이름이기도 하고, 이 책의 저자이다. 흔히 아는 이야기지만 괴담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흥미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비록 괴담이라고 표현을 하였지만, 대부분 옛 기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전설이나 신화, 야사 등으로 재가공 되어 생생한 재미와 교훈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만큼 괴담은 시대의 반영이라고 할 만큼 우리의 생활을 투영하며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시대의 ‘희노애락’을 담은 사회 현상이자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고단함일 수도 있다. 특히 여름철에 읽는 호러나 공포 소설, 미스테리, 괴담 등은 무더위를 잊을 수 있는 이야기라서 말로 듣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상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 책을 더 선호할 것이다.
독자는 괴담이나 호러, 공포·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이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한 호기심으로 몇 권 읽어봤는데 저자들이 워낙 출중해서인지 꽤 재미를 느꼈다. 일본 공포·미스터리 소설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일본 괴담은 6편에 불과하지만 구전돼 온다는 괴담들의 구성과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고 느꼈다. 중국이나 조선 괴담처럼 간혹 나오는 '우연'이 거의 없이 작가의 창의력에서 나온 듯한 이야기들이다. 현실을 바탕으로 전해져 내려 온 이야기들이라 실감도 훨씬 더하는 느낌이다. 저자 괴담실록에 따르면 두려움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감정이다. 미지에 대한 공포와그것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공포심은 무자비한 자연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필연적으로 넘어서야 하는 벽이기도 하다. 불을 두려워하던 인간은 그것을 다룰 수 있게 된 후에야 추위와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지옥불이 기다린다는 수평선으로 나아간 후에야 세상의 끝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이 같은 공포심은 오랜 세월 함께해온 만큼 인류 문명에 짙은 흔적을 남겼는데, 바로 '이야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대와 문화에 상관없이 인간이사는 곳이라면 초월적이고 기괴한 존재가 등장하는 무서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는 것이 반증이다. 인간에게 벌을 주고 갈등을 만들어 내는 신이나 인간을 해치고 질투하는 요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단순히 옛사람들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그 존재들은 인간을 끈질기게 괴롭혀온 '그것'과 너무나도 닮았다고 오랫동안 이 문제를 다뤄온 저자는 주장한다. 그것은 자연과 질병, 축음, 피할 수 없는 재앙이며 신화와 전설 속 존재들은 옛사람들의 두려움이 투영된 상징이자 정서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옛사람들의 두려움은 이야기라는 생명력을 얻어, 어떤 것은 글의 형태로, 어떤 것은 입에서 입으로 수천 년을 살아남았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수많은 콘텐츠의 원형이 되어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기도 한다. 이 이야기가 가진 힘의 원천은 공포가 갖는 매력과 동일하며, 본능에 내재된 공포를 끌어내 몰입을 자아낸다. 이 책이 그 두려움의 유산들을 풀어내 독자들 앞에 풀어낸다. 무섭고 기괴한 이야기에는 단순한 재미 그 이상을 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은유와 암시에 가려진 옛사람들의 두려움을 엿볼 수 있고,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한 사건 뒤로 있었을 어떤 일을 상상하기도 한다는 것. 이 책 2권은 동아시아의 이야기를 담아 우리의 조상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던 옛사람들의 괴이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각국 괴담의 정서와 함께 우려움의 키워드를 담아 이야기를 엮은 것은 저자의 역할이었다. 다만 원전에서 과도하게 짧거나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을 각색하고 살을 붙여 '괴담실록'만의 해석을 녹여 냈다고 저자는 밝힌다.
옛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괴담들을 남겼을 것이다. 후대의 사람들에게 그 위험을 전하기 위해서일 수도, 두려움에 맞섰던 이들의 좌절과 성공의 지혜를 남기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죽음과 두려움에 맞서 끝내 패배한 사람들, 영원히 괴물과 피해자로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그 어떤 것이든 나름의 감상을 느껴 보길 바란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신과 인간의 경계〉, 2부 〈한국 괴담: 원한과 인간〉, 3부 〈중국 괴담: 욕심과 인간〉, 4부 〈일본 괴담: 재앙과 인간〉 등이다. 각 부에는 10편 안팎의 장(章)과 괴담 중 대표적인 스토리를 실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외전〉도 필요할 때마다 덧붙였다. 각 부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동아시아 3국의 대표적 괴담에는 각 지역의 자연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한국은 '원한', 중국은 '욕심', 일본은 '재앙'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본 괴담 중 하나를 먼저 따라가 본다. 「아홉 손가락 하녀」의 이야기다. 일본에서는 '사라야시키 괴담'으로 전해져 내려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따르면 일본 에도시대 하리마스라는 영주에게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보배가 있었는데, 바로 열 개의 귀한 그릇이었다. 그는 그 그릇들이 자신을 암살로부터 지켜 준다고 믿어 몹시 애지중지하였다. 저택에 아예 그릇을 보관하는 방을 따로 두어 관리할 정도였다. 영주는 소중한 그릇의 관리를 그가 평소에 가장 신뢰하던 하녀에게 맡겼는데, 그녀는 오키쿠라는 여인이었다. 오키쿠는 원래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으나 뛰어난 외모로 영주의 눈에 띄어 저택에서 일하게 된 여인이었다. 그녀는 항상 영주에게 은혜를 입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매일 그릇들을 깨끗이 씻고 정성 들여 관리하였으며, 작은 실수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녀의 수려한 용모는 결국 화근이 된다. 많은 젊은이들의 구애를 받았는데, 영주의 가신 중 한 사람이었던 데츠잔이라는 무사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그녀를 흠모하였다. 평소 오키쿠를 마음에 두고 있던 데츠잔은 어느 날 영주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릇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구애했다.
"영주님께 내리신 은혜를 저버릴 수 없으니 나리의 제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거절 당했지만 데츠잔은 포기하지 않았다. 갖은 선물과 함께 열렬한 구애를 더 적극적으로 계속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매몰찬 거절뿐이었다. 여느 날처럼 오키쿠는 그릇을 씻다가 혼비백산하여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그릇이 하나 없어져 아홉 개 뿐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를 확인한 영주는 오키쿠를 다그쳐 그릇의 행방을 묻지만 오키쿠는 용서를 구하며 빌었으나 오키쿠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에제 그릇이 아홉 개가 되어 열 개를 셀 일이 없어졌으니, 네 손가락 하나도 더 이상 필요가 없겠구나." 칼을 빼들어 그녀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 버렸다. 그릇을 찾을 때까지 매일 손가락 하나씩을 자르겠다고 엄포를 놓고 오키쿠를 가두라고 명한다. 이때 방 안으로 몰래 들어온 데츠잔이 "나는 당신이 훔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소. 영주님께서는 나를 신뢰하시니, 내가 잘 말씀드리기만 한다면 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오키쿠는 거절하고 강제로 제압하려는 데츠잔을 피해 몸을 틀어 근처 우물에 몸을 던진다.
이후 우물에서 밤마다 그릇 세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귀신이 열까지 세는 것을 들은 사람은 모두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도쿄를 불바다로 만든 저주받은 기모노」 장도 흥미롭다. 이를 '후리소대의 저주'라고 한다. 17세기 일본 에도에 혼묘지라는 사찰이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주로 사찰에서 장례를 치르곤 하였는데, 혼묘지는 에도 안에서도 큰 곳이었기에 수많은 사람이 장례를 치르고자 찾던 곳이었다. 추운 겨울 어느 날에 가면 장수 부부가 시신 한 구를 가지고서 혼묘지를 찾았다. 장례를 치르는 승려가 관을 받아 열어 보니 그 안에는 한 묘령의 여인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죽어 있었다. "짝을 찾지 못해 죽은 아이이니 죽은 뒤에라도 그 한을 풀 수 있도록 빌어 주십시오." 승려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소녀의 장레를 치러 주었다. 시신을 묻을 때가 오자 가면 장수 부부는 딸의 몸 위에 화려한 후리소데 한 벌을 덮어 주었다. "딸아이가 생전에 아끼던 것입니다···." 후리소데란 당시 결혼하지 않은 여인들이 성인식이나 혼례를 올릴 때 입던 예복으로, 본래 화려한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짙은 보랏빛 천에 아름다운 무늬가 빈틈없이 수놓아져 있는 것이 전에 본 적 없이 화려했다.
한 해가 지나고 어느 날 도착한 시신 또한 공교롭게도 젊은 여인이었다. 승려는 문득 1년 전 절에 왔던 가면 장수의 딸이 떠올랐다. 날짜를 헤아려 보니 그날은 그녀의 시신이 온 지 딱 1년째가 되는 날이었다.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르다가 관을 덮을 때 그녀의 부모가 딸이 생전 아끼던 물건을 관속에 넣어주는데, 이를 본 승려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1년 전 가면 장수 부부가 딸의 시신 위에 덮어 주었던 그 보랏빛 후리소데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난 날 그 후리소데가 또다시 죽은 여인의 몸에 덮인 채 사찰에 돌아온 것이다. 시체를 옮기는 일을 하는 일꾼의 고백이 이어진다. 자신이 옷을 빼돌려 시장에 내다 팔았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러핟고 이번에도 같은 날 이곳으로 돌아오다니··· 승려가 가면 장수 부부를 찾아가 들은 사연인 즉 딸을 엄하게 키운다고, 바깥 출입을 금했다고 한다. 다만 1년에 단 두 번 마을의 큰 축제 때만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했다. 손꼽아 기다리던 소녀는 열일곱 살 되던 해 마을을 떠나 세상 구경을 하다 화려한 무늬의 보라색 예복을 입은 사내와 눈이 마주쳤는데 흔히 말한 사랑에 빠진 것이다. 집에 돌아와 상사병에 걸려 앓아눕게 되자 부부가 사내의 행방을 찾아 결국 찾아냈다. 그러나 딸에게 그 사실을 말해 줄 수 없었다고 한다. 사내의 직업은 남자 귀족들의 잠자리 수발을 드는 와카슈도였기 때문이다.
결국 승려는 절에 돌아와 그녀의 후리소데를 두고서는 제를 올렸다. '당신의 한은 잘 알겠으나, 억울하게 죽은 처녀들은 무슨 죄겠소? 생전의 한은 그만 잊고 이제 편히 잠드시요···' 그러자 주변에 한차례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오키쿠의 혼이 응답하는 듯했다. 승려는 안심하여 제의 마지막 순서로 오키쿠의 후리소데에 불을 붙였다. 오키쿠의 화려한 후리소데가 타들어 가는 것을 보고 발길을 돌리지 문득 숲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활활 타오르는 후리소데가 오키쿠의 모습이 보이는가 싶더니 법당으로 불이 번지고 하늘 높이 올라 삽시간에 사찰을 집어 삼켰고 마침내 근처 민가까지 번졌다. 후리소데에서 시작된 불길은 금세 온 도시에 번져 이윽고 에도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이 사건이 바로 1657년 일본에서 일어난 '메이래키 대화재'다. 화재는 사흘이나 계속되면서 동경의 7할을 불태웟고, 무려 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저자 : 괴담실록
동아시아 야사와 전설, 괴담을 들려주는 유튜브 채널이다. 괴담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과하지 않은 효과음, 묵직하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역사적 인물들이 겪은 기이한 이야기부터 괴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모두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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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