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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 - 노래로 알아보는 마음의 작동 방식
박진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7월
평점 :
이 책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은 분류상 심리학 책이다. 다만 우리가 듣고 부르는 ‘노래’의 가사와 곡들을 받아들이는 감정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준다. 왜 노래를 듣고 부르고 감정이 몰입되는가를 심리학 차원에서 해석해 주는 것이다. 이 해석은 우리가 노래를 듣고 부르며 감성적으로 어떻게 처리하기에 우리 감정을 순화시켜 주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노래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각각의 개인이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기 마련이다. 애창곡이나 즐겨 듣는 노래를 심리학적 방법이나 이론에 의해 '나의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까지 탐색 범위를 넓혀간다.
저자 박진우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이른바 '인생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 〈들어가는 말〉을 통해 "그 노래가 어떻게 인생 노래가 되었나? 어떤 노래가 인생 노래가 되려면 '네 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네 박자의 조건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결정적 시기다. 남들이 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했고, 그 순간에 어떤 음악을 만났다면 그 음악은 잊지 못할 노래로 남는다. 그러나 특별한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 노래를 만나는 결정적 시기는 엇비슷하다고 말한다.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결정되는 시기도, 정치적 성향이 확립되는 시기도, 그리고 인생 노래가 각인되는 시기도 정해져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치적 견해가 형성되는 시기는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시기, 즉 투표권이 생길 때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 때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인생 노래가 결정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저자는 최고의 시기를 빛나게 해준 순간이어었거나 반대로 최악의 순간에 위로받았던 노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인생의 최고와 최악의 시기는 대략 언제쯤일까? 저자에 따르면 유독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함께 겪는 시기가 있다. 사람들은 굴곡의 세월을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평탄했던 시기보다 더 많이, 더 오래 기억한다. 그리고 그러한 새로운 변화를 많이 경험하는 시기는 대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기에 만난 노래를 인생 노래로 기억한다. 따라서 인생 노래는 그 나이대에 만났을, 혹은 만나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힌다.
두 번째는 결정적 시기에 만난 결정적 관계가 인생 노래를 탄생시킨다고 한다. 결정적 관계는 가족, 친구 선후배, 짝사랑하는 상대, 연인 등 다양하다. 음악은 '진화심리학'에서 볼 때 사회적 상황에서 상호 결속력을 강화해 준다. 올림픽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도 이런 원리라고 한다. 음악과 언어 활동을 관장하는 뇌신경 영역은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저자는 심리학을 대입시킨다. 엄마의 자장가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길러주고,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를 강화하며, 아이의 언어기능을 발달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음악은 사회적 맥락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으므로, 인생 노래 역시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가장 자주 듣는 것이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뇌는 가장 처음 좋아하게 된 노래를 계속 찾아 듣도록 유도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와 좋아하지 않는 음악을 들을 때 뇌의 반응 패턴은 전혀 다르다는 실험 결과로 밝혀진 사실이다. 음악치료의 마이클 타웃 교수는 초기 치매 환자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3주 동안 하루 한 시간씩 들려주었다. 그러자 의사결정, 행동 조절, 계획 수립을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피칠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좋아하지 않는 음악을 들었을 때는 뇌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불안과 공포 같은 부정적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기능이 완화되었으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든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불쾌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극에 잘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인 것이다. 이로 인해 결정적 시기에 결정적 관계를 통해 좋아하게 된 노래가 있다면, 그 노래가 아주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거나 그저 스쳐 들리기만 해도 뇌는 모든 신경을 그 노래에 집중한다는 것. 남들은 듣기 힘든 사운드나 비트를 듣고 '이거 내 노래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또 다른 장점은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혈압이 낮아지고 마음이 안정화된다는 실험 결과도 소개한다. 그래서 화가 나거나 불안하고 초조할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나아질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인생 노래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르거나 악기로 연주한다면 우울한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저자는 제시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부르고 연주할 때, 불안이나 우울 수준은 낮아지고 일상적 행복 수준은 높아졌다는 실험 결과로 자주 듣는 노래가 어떻게 좋아하는 노래가 되는지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은 노랫말이다. 책에 따르면 오랜 세월 시와 노래는 하나였다. 인류의 조상들에게 시는 노래하듯 읊는 맛이었다. 눈으로만 읽는 시는 없었다. 노래가 된 시는 언제나 인간의 삶에 가까이하며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위로한다. 그러다 시와 노래가 분리된 뒤 시는 언어에만, 노래는 리듬에만 더 치중한 독립된 장르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가 지닌 철학, 꿈, 희망, 그리고 치유와 위로의 힘이 있다. 그래서 시적인 노랫말은 어느 순간 마음에 꽂혀 인생 노래가 된다.
이처럼 심리학의 눈으로 깊이 들여다보고 곱씹으면 좋은 노랫말이 있다고 저자가 '네 박자'를 제시하는 것이다. 각자가 좋아하는 노래 자체는 저마다의 취향일 수 있지만, 노랫말을 통해 배우는 심리학은 시를 통해 느끼는 보편적 깨달음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을 맺는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3~4분 남짓의 노랫말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타인과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집필 취지를 밝힌다. 이를테면 아이유의 〈라일락〉을 통해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뇌가 왜 마음과 정반대의 방어기제를 드러내는지 명쾌하게 풀어니다. 또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를 통해 ‘비가 오면 왜 그 사람이 생각나는지’를 심리학적으로 밝혀내기도 한다. 그리고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를 통해 부러움이 자기 자신을 부정, 파괴하는 감정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통해 잊고 싶은 기억일수록 자꾸 생각나는 까닭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스텔라장의 〈빌런〉을 통해서는 개소리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상에 현혹되지 않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세심한 선곡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인디음악부터 팝송까지 가사와 멜로디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던 노래들이 저자의 인문학적 사유와 만나 한층 더 빛을 발한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나에서 우리로 세계를 넓혀가며 사고의 확장을 돕는다. 1부 「나를 알아가는 마음의 지도 그리는 법」에서는 타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돌볼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타인의 고통이나 불행을 보며 기뻐하는 심리, 끝 모를 우울함이 우리의 뇌와 몸에 작용하는 메커니즘,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 쓰는 예민한 성격이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를 어떻게 고갈시키는지, 선택지가 많을수록 왜 피로감이 밀려드는지 등을 다양한 노래와 심리 실험으로 함께 풀어내면서 그에 걸맞은 심리 처방을 내린다.
2부 「건강한 관계를 위한 사랑의 방정식」에서는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만남부터 이별까지 이른바 사랑의 단계로 나아간다. 결국 모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랑이 다 같은 것은 아니고, 핵심은 ‘건강한 사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의 노랫말을 읊으며 집착을 초래하는 뇌과학적 원인을 짚은 뒤에 집착이 왜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밖에 없는지를 알려주면서 건강하게 관계 맺는 방법들을 자연스레 펼친다. 또한 김동률의〈취중진담〉과 멜로망스(김민석)의 〈취중고백〉, 태연의 〈Happy〉를 통해 사랑 고백법과 적절한 고백 타이밍 등을 설명한다.
3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에서는 나 자신을 오롯이 지켜내면서 타인과, 세상과 한데 어울려 현명하게 살아가고 살아낼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통찰과 깊이 있는 해석 덕분에 익숙했던 노래들이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이와 함께 책 곳곳에 풀어놓은 저자의 경험담은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값지고 피부에 와닿는 조언들을 얻게 될 것이다.
누구나 지치고 힘이 들 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위로를 건네는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친구가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는 음악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알고 싶을 때, 사랑과 우정이 엇갈리기만 할 때, 왠지 모를 불안함과 우울함에 잡아먹힐 것 같을 때, 지난날의 선택으로 후회가 밀려들 때 등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보았을 문제들을 음악을 매개로 해서 하나씩 풀어나간다. 이 책은 특정 음악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BTS, 트와이스, 멜로망스, 이무진, 잔나비, 폴킴 등 33곡의 다양한 노래들을 심리학적으로 조명한다. 게다가 독자들이 손쉽게 노래를 찾아 들을 수 있도록 각 꼭지마다 QR 코드가 있어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듣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들을 수 있는 이유이다.
문화인류학자 제임스 프레이저James Frazer의 ‘전염의 법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어떤 것의 속성이 다른 것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퀴벌레나 대변이 담겨 있던 컵을 세제로 깨끗하게 씻고 살균 처리까지 해서 깨끗한 물을 담아서 주어도 사람들은 선뜻 물을 마시지 못한다. 마음속에서는 혐오하는 무언가가 컵에 닿는 순간 이미 혐오적 속성이 전이되었다고 속단하기 때문이다. 전염의 법칙은 부정성에 더 강하게 나타나지만, 긍정성일 때도 나타난다. 그런데 전염의 법칙이 꼭 접촉을 통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 매개가 되면 아무런 접촉이 없더라도 전염이 쉽게 일어난다. 멜로망스의 〈선물〉에서 별생각 없이 지나치던 것들이 예뻐 보였던 이유도 감정 휴리스틱 때문이다. - 「3부, 감정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p.226~227」 중에서
우리는 노래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러니 나 자신조차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해보자. 내 마음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노래가 들어 있을 것이다. 또 나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을 때도 노래를 활용해보자. 대화가 없더라도 노래를 통해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나오는 말, p.287~288」 중에서
저자 : 박진우
성균관대학교 산업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아주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코오롱인재개발센터, SK네트웍스, 한국정보화진흥원(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조직개발과 인적 관리 실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직장인의 심리적 안녕감과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해 심리학 연구 성과를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강의와 컨설팅을 하며 글쓰기에 힘쓰고 있다. 음악에 심리적 치유의 힘이 있음을 믿으며, 곱씹을수록 가사가 좋은 노래와 여러 사람이 함께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밴드음악을 좋아한다. 그동안 쓴 책으로 『심리학, 직장 생활을 도와줘』『리더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