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은 노래한다
엘리 라킨 지음, 김현수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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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서는 오랜만에 읽는 미국 일반 가족의 문제점과 극복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홈 드라마' 같은 소설을 읽었습니다. 요즘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스터리나 SF판타지 소설이 대세던데. 미국의 역사는 250년 정도, 이민의 역사는 500년도 안 될 정도로 짧다. 그런데도 오늘날 세계의 패권 국가로 발돋움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많은 역할을 한 것이 '개척 정신'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은 신대륙 발견부터 이민자들이 들어오던 시대에는 유럽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아메리카 대륙 오른쪽, 미국의 동부였다. 뉴욕항을 중심으로 차츰 이민자들의 영역이 넓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1776년 독립 때만 하더라도, 불과 250년 전이다. 이때도 독자들이 잘 알다시피 독립전쟁에 참가한 주(州)가 13개밖에 안 됐다. 모두 미 동부지역이다. 독립전쟁에 승리, 정식으로 독립국가로 발족하면서 서부 개척의 시대에 돌입한다. 이때는 원주민(인디언)과의 갈등, 이민자끼리의 갈등(각자의 국적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 강력한 정부라고 할 수 없는 국가 운영 실태 등으로 이민자들이 직접 서쪽으로, 서쪽으로 개척의 삶이 이어졌다. 국방이나 치안 능력도 아직은 정부의 강력한 힘이 미치지 못했을 때 이민자들은 스스로 개척하고 목장을 만들고 땅을 일궈 식량도 직접 조달했다. 뿐만 아니라 외부의 적은 스스로 방어해내야 애써 일군 재산을 지킬 수 있었기에 나라의 틀을 제대로 갖출 때까지 그들의 희생은 컸다. 그러나 결국 서부 개척을 이룩해 내고 광활하고 비옥한 땅의 대륙 전체를 통합하고 20세기 들어서는 본격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면모를 키웠다.

미국의 이민사는 엄청난 눈물과 감동 없이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생명과 가족의 모든 것을 바쳐 지켜낸 성공한 사람들의 역사다. 그 과정에서 가족은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도 뿌리내렸다.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은 자신의 목숨보다 가족의 안위를 돌보는 책임감과 가족에 대한 인식은 각별하다.

 


 

이 책 『에이프릴은 노래한다』는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 작품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누구나 ‘가족’을 가질 자격이 있지만 그것을 갖기 위해 싸우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이 책 『에이프릴은 노래한다』는 그 ‘가족’을 갈망하는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이야기며 희망, 유대감, 소속감, 그리고 우리를 치유하는 노래의 힘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만들어 가는 가족, 그리고 그 가족을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의 성격과 출생 배경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16세 가정이 해체된 나이 어린 소녀이다. 이름 또한 '4월'이라는 뜻의 메타포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이면 봄이고, 만물이 소생해 활기를 띠고 생명활동을 시작하는 때이다.

에이프릴의 여정은 ‘나의 자리’와 ‘나의 사람들’을 찾아 헤매며 꿋꿋하게 고단한 길을 걸어온 모든 아웃사이더를 위한 이야기다. ‘우리 집’에 왔다는 감각, 진정한 가족을 찾았다는 안도, 그 소속감과 안정을 얻기 위한 분투는 우리의 가슴에 깊은 공감과 위로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엘리 라킨의 이 작품은 전작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와 마찬가지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가슴 저린 주인공의 고난 속에도 저자가 가진 포근하면서도 단단한 감성은 어김없이 잘 녹아 있다. 자극적인 이야기가 범람하는 요즘, 누구나 할 법한 고민을 서정적이면서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바로 저자 엘리 라킨의 장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을 찾으려는 에이프릴의 여정이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누구나 '가족'에 대한 깊은 믿음과 애정이 한꺼번에 밀려올 것이다. 독자도 한동안 멍하니 '가족'을 생각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태어나면서부터 얻게 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관계? 그리고 가장 큰 사랑을 주는 사람들? 이런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결혼과 출산을 통해 만들어진 가족 관계에 배려와 사랑이 결여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그리고 가족에게서 받아야 할 사랑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유대감과 자기 수용, 관계와 성장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쉽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 문제 가정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일이라고 의학계는 인정하고 있다.

1994년 뉴욕의 리틀 리버, 열여섯 살인 에이프릴 사위키는 아빠가 포커 게임으로 따낸 모터 없는 캠핑카에서 혼자 살고 있다. 엄마는 에이프릴이 어릴 때 집을 나가 버렸고, 아빠는 애인의 집에서 머물며 애인의 아이에게 최고의 아빠인 척 구느라 친딸인 에이프릴은 내버려 둔 상태다. 고등학교도 다니지 않게 된 에이프릴은 아빠의 전 여자 친구였던 마고 아줌마의 식당에서 교대 근무를 하며 겨우 생활을 유지한다. 그녀는 마고 아줌마와 남자 친구인 매티를 제외하고는 마을의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지낸다. 흔히 결손 가정에서 보여지는 미성년자들의 행태다. 이 마을을 자기가 속한 고향으로 여기지 않으니 그 소외감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시간을 에이프릴은 혼자 기타를 치고 노래를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아줌마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그냥 나이만 먹은 거예요.”

“정말 그래, 그렇지 않니?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는 거야, 안 그래?”(pp.51~52)

 

 

그러던 어느 날 에이프릴은 이웃의 차를 ‘빌려’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오픈 마이크 나이트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마을을 나선다. 거기서 에이프릴은 가수이자 작곡가로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는다. 작은 마을에 머물러 살기엔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그러던 중 아빠와의 큰 싸움으로 뺨을 맞고 기타까지 망가지게 되자, 에이프릴은 캠핑카를 떠나 자신의 삶을 찾는 여행을 시작한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차를 몰던 에이프릴은 휴식을 위해 이타카에 잠시 멈춘다. 그 순간 에이프릴의 유일한 목표는 말 그대로 생존이었다. 그녀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타카를 헤매다 커피숍 ‘데카당스’에서 개성이 강한 친구들을 만나 난생처음 소속감와 위안을 느낀다. 이렇게 인생이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오히려 불안하기까지 하다. 에이프릴은 이타카에서 알게 된 이들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면 느낄수록 자기가 받은 것과 같은 상처를 그들에게 주고 말 것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단골이라고 했으면서 애덤은 오지 않았다. 혹시 단골이 아닌 거 아닐까? 실은 데카당스 사람들은 그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위험한 사람인거 아닐까? 아님, 혹시 내가 전화를 안 해서 언짢았나? 내가 차라리 캠핑장을 선택해서 기분이 나빴나? 나한테 명함을 줬다는 사실을 기억은 하는지 몰랐다.

내 근무 시간은 세 시까지였는데 나와 교대할 직원이 심리학 시험이 있어서 못 오겠다고 두 시 사십오 분에 연락을 했다.

"부잣집 년들은 하여간."(p.182)

 


 

자기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처음 얻은 안정과 소속감을 등지고 다시 길 위로 내달려야 하는 에이프릴. 그녀는 여행을 이어가며 자신의 마음의 고향이 어디인지, 또 무엇인지 점차 확고하게 알게 된다. 그 그리움과 갈망, 가슴 아픈 이별과 재회를 통해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며, 정체성은 누구에게서 태어나 어디에서 자라는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

저자 라킨은 "에이프릴에 관한 것을 생각하고 에이프릴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책의 뒷 부분 〈감사의 글〉을 통해 털어놓는다. "책 속의 인물들은 내 마음속에서 전화 한 통이면 만날 수 있는 오랜 친구 같은 존재가 됐다. 마치 내 책상에 쌓인 종이 무더기 아래, 그들의 전화번호를 끼적인 냅킨을 찾기만 한다면 우리 즐겁고 긴 수다를 떨 수 있을 것만 같달까. 그래서 좀 바보같이 들리리란 걸 알지만 내가 첫 번째로 감사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에이프릴 사와키다. 그녀는 내가 다른 무언가를 쓰고 있던 어느 날 내 머릿속에 홀연히 나타나 나의 모든 감정들을 새로운 이야기로 그려 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우주를 설명해 줬다."고 비유적 표현을 이용해 자신이 창조한 인물에 만족과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한 감사가 끝나고 비로소 현실의 인물들을 드러내며 마찬가지로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소설을 쓰는 내내 즐거움이었고, 소설을 읽고 조언해주고 감상평을 준 모든 사람들이 이 소설의 완성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이란 말이다.

그가 이 소설을 오랜 기간에 걸쳐 쓰고 다듬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당연히 주인공 에이프릴의 삶의 태도일 것이다. 미국을 세계 최강국이자 패권국으로 끌어올린 정신, 그 정신이 에이프릴에게 투영돼 있음을 독자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 수많은 유명 작가와 문학평론가, 또 책 리뷰어들이 찬사를 보낸 것을 들어보면 놀랍기 그지 없다.

“엘리 라킨은 부드럽고 여린 장면들을 증류시켜 본질로 압축하는 재주를 가졌다. 당신은 에이프릴과 끝없이 사랑에 빠질 것이고, 그녀가 떠날 때, 떠나는 이유를 다 알면서도 그러지 말라고 소리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집’을 가질 자격이 있지만 그것을 갖기 위해 싸우는 건 두려운 일이다. 『에이프릴은 노래한다』는 그 ‘집’을 갈망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이며 희망, 소속감 그리고 우리를 치유하는 노래의 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만들어 가는 가족, 그리고 그 가족을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컨트리 리빙」

“이 책의 모든 요소가 좋았다. 엘리 라킨은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선사하면서도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하는 최고의 주인공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 「뉴욕 타임스」

"『에이프릴은 노래한다』의 모든 점이 좋았다. 나이에 비해 훨씬 지혜로우면서 동시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순진한 주인공 에이프릴 사위키부터, 시대적 배경이 1994년이라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에 이르기까지. 엘리 라킨은 우리의 마음을 찢어 놓았다가도 곧 희망을 심어 주는 어리고, 가공되지 않은 진짜의 여자 주인공을 선사해 주었다." - 크리스 보잘리언(「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번역자 김현수도 「누군가를 진정으로 '안다'는 것의 의미」라는 제목의 〈옮긴의 말〉을 통해 작품 감상평을 한마디 보태고 있다. "(에이프릴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사람들의 선의를 이용하기도 하고, 때론 맹랑하다 싶은 짓들을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갈수록 이상하게 에이프릴을 응원하게 됐다. 그러니까 어느새 에이프릴이란 아이를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에이프릴이 비난 받거나 공격당하면 마음이 아팠고, 간신히 마음 붙였던 곳에서 짐을 꾸려 다시 떠나는 장면을 읽을 때면 따뜻한 방 안에서도 마음이 스산했다."(p.700~701)

 


 

이들은 전부 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어디 사는지 알았고, 아빠가 나를 두고 떠난 것도 알았다. 그들도 나를 버렸다. 캠핑카에 혼자 사는 어린애가 쿠키와 우유가 먹고 싶어 놀러 오진 않을까 생각하는 대신 자기 자식들에게 나와 놀지 말라고 했다. 마치 내가 나의 존재 자체를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 내 부모가 이혼했고, 내 신발이 낡아 빠졌고, 내 머리가 지저분하고, 손톱 밑에 늘 때가 끼어 있었다는 이유로,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나의 수치스러움이 그들에게 옮기라도 할 것 같은 취급을 했다. 그들은 아빠가 그랬듯 기꺼이 나를 잊었다. 그래 놓고 다들 나타난 것이다.(p.633)

 

저자 : 엘리 라킨(Allie Larkin)

 

이타카 컬리지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세인트 존 피셔 컬리지에서 작문을 공부하며 첫 작품인 『기다려(STAY)』의 초고를 완성했다. 이후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글쓰기를 향한 갈망을 잊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첫 장편소설인 『기다려』와 그 다음 작품인 『나는 왜 당신이 될 수 없는가(Why Can’t I Be You)』가 큰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섰다. 『나는 왜 당신이 될 수 없는가』는 곧 영상화될 예정이다.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Swmming for Sunlight』을 썼다. 현재 라킨은 남편 제레미와 겁 많고 충직한 저먼셰퍼드 스텔라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역자 : 김현수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글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이 좋아 라디오 작가로 일하기도 했고, 글밥 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실버베이》,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나무처럼살아간다》, 《피터 래빗의 정원》, 《자기만의 방》,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미라클모닝》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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