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튀르키예 나의 첫 다문화 수업 10
알파고 시나씨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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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있는 그대로 튀르키예』는 이름만 들어도 친근감이 드는 나라 '튀르키예'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쉽게 쓰였다'와 고등학교 때 세계사 교과서을 읽는 듯한 느낌이어서 인상적이다. 터키는 어렸을 때 우리 모두가 아는 한국전쟁 참전국이다. 궁지에 몰렸던 우리를 도왔던 유엔군이었다. 미군에 이어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나라다. 우리 입장에서 잊을 수 없는 은혜를 입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슬람 국가라고 하면 모두 어색하고 싫어했던 분위기와 다르게 터키(튀르키예)에게는 친근감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터키는 영어식 발음이고 또 예전에 '터키탕'이라는 정체불명(?)의 목욕탕이 등장해 성행하다가 터키 대사관의 공식 항의를 받은 일도 있다. 매음을 하기 위한 변태 목욕탕을 이른 말이었기에 그랬다. 아직도 독자는 터키탕의 기원은 알지 못하지만 한때 원산지가 터키가 아니었음은 분명한 사실로 밝혀졌다.

튀르키예인들은 동양인 입장에서 보면 이국적인, 즉 서양인의 모습에 가깝다. 얼굴 생김새나 체격 등이 서양인과 더 닮았다. 피부색은 동양인과 서양인이 섞여 있는 듯 백인보다는 검고 흑인에 비해서는 희다. 그렇다고 동양인에 가깝긴 하지만 육안으로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 구별하기엔 차이가 약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들의 생김새는 서양인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 나라가 최근 자신들의 정식 발음대로 나라 이름을 '튀르키예'로 바뀌었다. 다른 점은 모르더라도 나라 이름만 듣게 되면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지는 나라가 바로 ‘튀르키예’다. 흔히 ‘형제의 나라’라고 불리는 튀르키예는 우리나라와의 교류가 한국전쟁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 알파고 시나씨는 두 나라의 우호 관계를 맺은 것은 한국전쟁 훨씬 이전인 고대 시대부터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 알파고 시나씨는 고국 튀르키예에서의 엘리트 코스를 뒤로 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할 만큼 한국을 사랑하는 귀화 한국인이다. 그는 튀르키예의 역사뿐 아니라 한국사 나아가 세계사까지 꿰뚫고 있는 역사 덕후이자 국제 문제가 터질 때마다 국제 정세를 통찰력 있게 전해주는 언론인이기도 하다. 청소년 시절을 튀르키예에서 보냈고 19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튀르키예 홍보 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도 한국과 튀르키예에 애정을 갖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튀르키예에 대한 기본 정보뿐 아니라 튀르키예의 역사, 튀르키예 사람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까지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저자가 전해주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는 우리의 역사 교과서에 언급된 오스만제국 혹은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등과 같이 잘 알려진 관광지로서의 모습 정도로만 알고 있다. 저자는 튀르키예와 우리나라와의 비슷한 점을 설명해줌으로써 독자들이 튀르키예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좀더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책에 따르면 튀르키예에도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와 같은 건국 신화, 오구즈 카간의 전설과 회색늑대 전설이 있다. 또 우리나라와 같이 뚜렷한 사계절이 존재하며 기후 또한 바다와 산맥의 영향을 받는다. 에게해 지역의 주요 도시 이즈미르는 군산과 비슷한 특성을 지녔으며 흑해 지역은 전라남도 보성과 비슷한 기후로 사람들의 성향 또한 비슷하다. 튀르키예 사람들의 모국어인 튀르키예어는 우랄 알타이어 계통에 속해 있어 한국어와 어법의 구조와 어순이 같아 우리가 배우기 쉽다. 튀르키예 부모의 높은 교육열뿐 아니라 명문 학교 입학을 위해 치열하게 입시 준비를 하고 있다는 튀르키예 청소년들의 모습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튀르키예인이 역사에 정식으로 등장하는 때는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까지 흉노족들이 알타이산맥 중심으로 세력을 펼쳐가기 시작했던 시기다. 이 시기에 튀르키예 조상들도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흉노족이 멸망한 후 튀르키예인 조상들이 세운 돌궐 카간국은 200여 년 동안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했으며 셀주크 제국을 거쳐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러서는 200년 넘는 동안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그 시기 세상의 중심은 아시아 대륙의 아나톨리아반도와 유럽 대륙의 트리키아반도를 모두 장악했던 튀르키예였다. 튀르키예는 영토만 동서양에 걸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동서양의 종교와 문화 또한 적극적으로 융화시킨 코스모폴리탄 성격을 지닌 나라이다.

1~2년 전 케이블 TV에서 오스만 제국 시대의 튀르키예의 술탄(황제보다는 이 표현을 사용한다고 했다) 슐레이만 시대의 여인들이 거주하는 궁궐 〈하렘〉에 대한 이야기였다. 슐레이만 술탄은 화면에 자주 등장하지만 노예 출신의 왕비(러시아 출신 포로) 때문이고 실제 원정을 나가거나 궁내에서 정사를 보는 장면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가 정치를 잘 했다고 역사가 판정하는 것으로는 수많은 원정을 통해 대제국을 건설했고, 따라서 나라의 부도 굉장했으리라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가끔씩 정사를 보는 장면에도 등장하지만 결코 혼자 독단적으로 정무를 처리하는 일보다는 재상이나 종교 지도자의 충고를 잘 듣고 판단해 명령을 내리는 등 합리적 왕이었다고 드라마는 표현하고 있다.

대항해 시대와 1,2차 세계대전,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리기는 했으나 튀르키예는 유서 깊은 유적지가 산재해 있는, 나라 자체가 커다란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동서양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의 문화 수도이자 스포츠 수도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과거의 영광만을 그리워하며 그 속에 머물러 있지 않다. 세계의 패권이 미국 중심으로 이동됨을 파악하고 중립 외교에서 친미 외교로 전환했으며, 위에서부터의 개혁을 통해 민주화와 다당제 채택 및 튀르키예 공화국의 근간이 된 군부의 힘 또한 축소시키며 발 빠른 변화를 이루어나갔다. 미국 달러의 변동 상황에 직격탄을 맞는 환율, 빈번한 쿠데타를 야기하는 진보과 보수 세력의 정치적 충돌,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들과의 복잡한 외교 상황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해외에서 인정받는 건설업과 무역업, 뛰어난 기술력으로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려는 제조업에 대한 지원, 유럽연합 가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 등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시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튀르키예는 밝은 미래가 기대되는 나라이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뤄져 있다. 1부 〈메르하바! 튀르키예〉, 2부 〈튀르키예 사람들의 이모저모〉, 3부 〈역사로 보는 튀르키예〉, 4부 〈문화로 보는 튀르키예〉, 5부 〈여기를 가면 튀르키예가 보인다〉 등이다. 1부의 제목에 쓰인 '메르하바(Merhaba)'는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삿말이다. 1부는 튀르키예의 자기소개서다. 앞서 언급한 국호의 변경, 두 개의 반도로 이뤄진 튀르키예 지형과 지리, 사계절의 기후, 흑해·지중해·에게해를 끼고 있는 천혜의 땅이다. 강수량도 농작물 재배에 부족함이 없으며 로마시대부터 함께 발전을 해온 나라다. 로마시대 유적지도 원형의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 있는 곳도 많고, 이슬람의 최고 문명과 국력을 자랑하는 강대국이었을 때의 각종 건축물도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채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관광에도 부족함이 없다. 뿐만 아니라 특이한 지형이 잘 발달되어 동서양의 만나는 지리적 이점과 더불어 언제나 번성한 도시 이스탄불이 중심이 되어 발전돼 왔고, 1323년 신생 튀르키예공화국이 탄생하면서 수도를 앙카라로 옮겨지면서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 우리의 부산과 비슷한 모양새의 도시라고 한다.

 


 

튀르키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종족 문제인 것 같다. 돌궐의 후손인 튀르크족이 70~75%로서 다수이지만 쿠르드족도 15~20%가 살고 있다고 한다. 쿠르드족은 예전부터 오스만 제국 영토 안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오스만 제국의 영토가 연합군에 점령당하고 이 과정에서 쿠르드족이 주로 살고 있는 지역이 분단되면서 약 3,000만~4,000만 명의 쿠르드족이 튀르키예를 비롯해 이라크, 시리아, 이란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이란계 민족인 쿠르드족은 생김새가 이란 사람과 비슷하지만 산악 지대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성향과 정서는 이란 사람에 비해 좀 더 강한 편이라고 한다. 이라크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은 한때 튀르키예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라크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과 격렬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면서 자치권을 얻었다. 사담 후세인과의 전쟁 경험이 있는 이들은 지금도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 IS와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IS를 후퇴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워 국제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튀르키예에 사는 쿠르드족은 정치적으로 두 개의 세력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강경파 세력은 쿠르드족만의 자치권이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튀르키예의 지방 자치 행정이 미흡하다고 여기고 쿠르드족만의 언어로 초등학교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실에 정치적으로 불만을 품고 있어 자주 갈등을 빚는다고 한다. 이밖에도 아랍계, 카프카스 지역, 발칸 반도 지역의 민족들이 일부 차지하고 삶을 이어가고 있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3부 튀르키예 역사 중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 내용이 가장 알고 싶었지만 내용이 다른 나라 교과서처럼 짧게 기술돼 있어 사뭇 아쉽다. 독자가 앞서 언급한 대로 술레이만 1세부터 시작되는 오스만 제국은 드라마(우리 KBS 대하사극처럼 튀르키예 대하사극)를 다루는 데 「오스만 제국의 최전성기」란 제목의 글이 너무 짧아 실감하기 어려웠다. "자신을 하늘 아래 유일한 왕이라고 믿었던 술레이만 1세는 오스만 제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로 만들었다. 그의 재위 시절 오스만 제국의 군대는 유럽 연합군을 두 시간 만에 격파시킬 정도로 강력했으며 그 자신은 프랑스나 헝가리 같은 나라의 왕위까지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p.130)

 


 

독자가 또 하나 관심을 두었던 부분은 러시아와의 관계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튀르키예는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와 튀르키예 관계를 역사에서 찾아보는 것이 빠를 것이다란 판단에서다. 저자는 튀르키예 동부의 상징이자 러시아 제국이나 카프카스 지역의 영향을 받은 카르스는 '독특하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카르스에서 가장 먼저 방문해야 할 곳은 '아니(Ani)'이다. 카르스 외곽에 위치한 역사 유적지인 아니에 가면 어느 순간 시간 개념이 사라지고 몇백 년 전으로 가는 느낌을 받는다. (중략) 카르스 시내에서는 러시아 제국의 흔적을 볼 수 있다. 1800년대 말 오스만 제국과의 전투 끝에 카르스를 함락한 러시아 제국은 이곳에 시청 청사, 도서관, 그리고 성당들을 지었다. 그래서 40여 년 동안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은 카르스 곳곳에는 러시아 건축 스타일의 건물들이 있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다시 튀르키예 공화국에 합류되었지만 러시아 제국 시절에 지어진 건물을 그대로 사용했다."(p.239~240)

 

저자 : 알파고 시나씨

 

터키에서 가장 높은 산인 아라랏 산은 성서 속 ‘노아의 방주’가 발견된 곳이다. 아라랏 산 인근의 으드르 시에서 태어난 알파고 시나씨는 열네 살이 되던 해 어머니의 품을 떠나 ‘성모 마리아가 마지막 생애를 보낸 고대 도시’ 에페소스에 있는 과학고등학교에서 공부했다. 2004년 기술대학 중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이스탄불 기술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부처와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동양에서 공부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 충남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외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한국과 아시아 곳곳에서 외신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 [아시아엔AsiaN] 편집장을 맡고 있다. 굵직한 국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언론을 통해 한국인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내기도 하고, [소사이어티 게임], [비정상회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과 같은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언론인과 예능인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하여 ‘덕후’에 가까운 한국 사랑과 ‘최고의 한국 역사 가이드’로 극찬받았다. 3.1 운동 100주년 기념 토크퍼포먼스 쇼 [백범 얼라이브]를 촬영했으며, 각종 매체에서 역사 관련 프로그램의 패널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본업인 언론 활동뿐만 아니라 방송 및 저작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코미디 공연도 하는 등 다재다능한 만능 재주꾼이다. 저서로는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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