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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평점 :
유사 이래 인류의 가장 갈구하는 욕망은 '불로장생'이다. 고대 중국 진시황의 막연한 욕망으로서의 불로장생이 아니라 과학과 의학, 생물학 등 현대 최첨단의 인공지능까지 동원한 불로장생의 문제를 이 책 『죽음의 죽음』은 다루고 있다. 수천 년 전 인류의 평균 수명은 20~25세였다고 한다. 평균수명 80세를 바라보는 현재를 넘어, 미래에 인간의 수명은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을까? 당연히 100세를 넘기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인간의 수명은 대체로 100세를 한계로 본다는 것이 일반적인 바람이고 배워왔다. 그 이야기는 인간의 수명을 늘린 꾸준히 늘리는 데 기여해온 과학(의학)도 그렇게 생각해왔다는 말과 동의어로 간주된다. 그러나 꿈의 수명인 〈100세 시대〉라고 노래까지 부르며 좋아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노래도, 열풍도 말끔히 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자각에서일까? 팬데믹 기간 중에도 일부에서는 인간의 수명을 늘리려는 연구를 계속해왔다고 한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기하급수적으로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책 『죽음의 죽음』의 공동 저자인 호세 코르데이로와 데이비드 우드는 놀랍게도, 수명의 한계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빠르면 불과 20년 후인 2045년에 ‘죽음’이 선택사항이 된다는 것이다.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이 주장을 첨단 과학기술과 촘촘한 논리로 증명해가는 것이 이 책의 취지이다.
이 책 『죽음의 죽음』은 사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8년 스페인어로 처음 출간되어 스페인을 포함,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빠르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포루투갈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터키어, 독일어 등으로 차례로 번역되었으며, 2023년에는 한국어판을 비롯해 중국어, 영어판이 출간되고 있다. 그 외에도 일본어, 아랍어 등 모두 22개 언어로 출간 계약을 맺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여러 언어로 출간되면서 관심 있는 이들의 참여가 이어져 매년 새로운 정보가 책에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 한국어판 역시 2023년의 최신 정보가 담긴 번역본이다. 이 책의 행보는 수명 연장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 『죽음의 죽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고정관념을 논하면서 시작한다. 바로 ‘생명이 유한한가’의 문제다. 우리는 모든 생명은 시작과 끝이 있고, 종마다 고유의 수명이 있다고 배웠다. 예를 들어 성충이 된 매미는 2~3주, 인간은 100년, 그린란드 상어는 약 400년처럼, 기간은 극단적으로 다르더라도 언젠가는 늙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죽음’이 진화의 우연한 산물일 뿐, 생물 본연의 특성이 아니라면 어떨까?
저자들은 수명이 극단적으로 길거나, 늙은 개체가 젊은 개체로 회춘하며 계속 살아가는 생물의 사례를 소개한다. 포시도니아 해초는 약 10만 년의 수령을 갖고 있으며, 히드라 중 일부 개체(홍해파리)는 수명이 다하면 폴립 형태로 돌아가 다시 젊어지는 불멸의 생물임이 확인되었다. 한편 인간의 세포 중에서도 분열의 한계에 다다르면 죽는 세포가 있는가 하면, 영원히 분열하는 불멸의 세포도 있다. 바로 생식세포와 암세포다. 그리고 수명이 엄청나게 짧은 생물이나, 수명이 엄청나게 긴 생물이나 그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면 결국 동일한 조상으로 수렴된다. 모든 생명의 공동 조상, 루카(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다. 그러니 우리가 진화하면서 우연히 노화해서 죽을 운명에 처했지만,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 책의 부제를 「'신'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간 생명의 비밀」이라고 붙인 것도 과장이나 우연이 아니란 저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화를 막고 죽음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인가? 과학이나 의학, 생물학계는 이 주장에 대해 반론을 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 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이 책은 현재 가능한 기술과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노화를 저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최근의 노화 관련 책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들은 접근 방법부터 다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노화를 어디까지 저지할 수 있는지 분석한다. 여기에는 불멸인 헬라세포의 발견부터 유전자 지도(게놈 분석)의 완성,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스의 발견, 크리스퍼 기술의 개발 등 최신 기술은 물론, 유망기술로 꼽히는 나노기술이나 합성생물학 등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도 전망한다.
책에 따르면 기존 인간의 수명이나 노화, 죽음에 관한 수많은 이론과 학설들이 제기됐다. 과학이 급속히 발전하기 이전의 시대에는 역마차의 2배나 되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기관차보다 더 터무니없는 전망이 있을까?라는 기관차로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주장에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비평을 낸 〈계간 비평〉(1825년)을 소개한다. 또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 기계는 불가능하다.”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은 1902년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 기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토머스 왓슨 IBM 사장은 1943년 “핵에너지를 얻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으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마저 1932년 “세계의 컴퓨터 시장은 다섯 대 규모일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이 책은 밝힌다.
저자들은 권위자들과 언론의 이런 발언은 가까운 미래에 세상을 바꿀 신기술을 전혀 믿지 못했던 사조가 역사 속에서 반복되었음을 보여주기 위한 사례로 이 내용을 책에 싣고 있다. 혁명적 신기술은 그것이 실제로 보편화되기 전에는 거센 비판과 조소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노화 역전이나 불멸에 대한 외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수명의 극적인 연장은 생명과학 혁명이 가까워진 지금 이 시점에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주제로서 가능한가?라는 문제는 조금 결이 다르다. 그러나 유전학 분야의 권위자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 등 저명한 학자들이 이 책 『죽음의 죽음』을 그런 논의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책으로 추천한 것은, 이 책 안에 수명 연장의 과학적 가능성과 함께 미래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천사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미래의 물리학』의 저자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 뉴욕 시립대 교수는 "약국이나 서점에 가면 노화에 관한 말도 안 되는 약과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우리가 노화에 집착한다는 반증이다. 이 책 『죽음의 죽음』은 과학이 노화를 정복하기 위해 최근 이루어낸 놀라운 성과들을 요약하고 있다. 과대광고를 걷어내고, 논라의 여지가 있는 이 주제에 관해 권위 있고 균형 잡힌 지식을 제공해 건설적인 토론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기차가 10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논평한 지 불과 200년 만에 과학자들은 유전자지도 완성으로부터 노화의 비밀 텔로미어 발견에 이어지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혁명적인 발전 속도를 보여주었다. 이 책은 과학 발전의 역사와 미래 전망, 수명연장의 사회경제적 문제까지 살펴보면서 근미래에 닥쳐올 인간의 불로장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은 「서론」과 「결론」을 빼고 본론만 모두 9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생명이 유한한가에 관한 문제」, 2장 「노화란 무엇인가?」, 3장 「세계 최대의 산업」, 4장 「선형적 세계에서 기하급수적인 세계로」, 5장 「수명 연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6장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사람들」, 7장 「당신은 죽음에 집착하고 있다」, 8장 「플랜B: 냉동 보존」, 9장 「미래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 등이다.
1장과 2장에서는 생물의 수명에 관한 논의와 함께 노화란 무엇인지 과학적 테두리 안에서 살펴본다. 저자들은 3장에서는 산업으로서 ‘노화’를 진단한다. 태동기에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지만 현재 세계 경제의 근간이 된 자동차, 비행기, 원자력 에너지, 컴퓨터, 휴대전화 등의 산업을 예로 들며, 장수 산업 역시 지금은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역사상 가장 큰 산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명 연장에 대한 우려 중 하나는 고령화 문제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인류가 더 빈곤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의 발달로 식량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저자들은 두 번째 인구통계학적 위기인 고령화를 언급하며, 생산인구 비율의 축소로 인한 경제적 문제 등을 직시한다. 그리고 이 위기 또한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으로 예상 밖의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화를 저지하고 노화 관련 질병을 없앰으로써 비용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으며, 정년 연장, 연금 개시 시기 변경 등으로 사회적 자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암 사망률이 1%만 감소해도 5,000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또 6장과 7장에서는 사람들이 수명연장에 반대하는 이유를 파헤친다. 영원히 사는 것이 나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죽음’을 두려워해온 인류가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온 심리적 방어기제 때문이다. 저자들은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과 병원에서 손 씻기를 수용하기까지 오랜 배척의 역사를 살펴보고, 특정 사상이나 이데올로기를 바꾸기까지 지속적인 캠페인과 운동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21세기 초반인 지금, 과학의 발달은 생명연장의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앞서 언급한 대로 유전자 지도의 완성과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무엇보다 세포의 말단에 존재하는 텔로미어와 이 텔로미어를 계속 연장해주는 효소 텔로머레이스의 발견은 세포가 자신의 분열 한계를 극복해 영원히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1964년 한 강연에서 “모든 생물학에서 죽음의 필연성에 관한 단서가 없다”는 곳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죽음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생명공학의 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가 노화 관련 질병을 인정하기 시작한 지금, 저자들은 이 문제를 논할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기대수명의 증가는 특정 질병 시나리오에서는 약 1년, 노화 지연 시나리오에서는 2.2년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각 시나리오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결과다. 노인을 위한 의료 서비스,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 서비스, 장애 보험료, 사회 보장 보험료 등과 같이 공공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예상 비용에 더해 생활 환경의 개선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추정치를 포함하면 노화 지연 시나리오의 경제적 가치는 2060년까지 7조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혜택의 출처는 두 가지다.
1. 2030년부터 2060년까지 미국에서 장애가 있는 노인의 수가 최대 500만 명 감소한다.
2. 같은 기간에 미국에서 비장애 노인의 수가 최대 1,000만 명 더 증가해 경제에 대한 기여도(생산과 소비 측면 모두)가 높아진다."(p.210)
저자 : 호세 코르데이로(Jose Cordeiro)
세계학술아카데미의 회원이며, 휴머니티플러스 부회장, 밀레니엄 프로젝트 이사, 싱귤래리티 대학교의 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일본 무역진흥기구의 아시아경제연구소, 모스크바물리공과대학교의 물리기술연구소, 러시아의 고등경제대학교의 초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MIT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워싱턴DC에 있는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프랑스의 인시아드에서 경영학을,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대학교에서 과학을 공부했다. 그는 10권 이상의 책을 출간했으며 BBC, CNN, 디스커버리 채널 및 히스토리 채널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 미디어에 출연했다. 시그마 사이Σ≡ 및 타우 베타 파이TBΠ의 명예 회원으로, 장수와 수명 연장에 관한 연구를 촉진한 공로로 인스티투토 유러피오로부터 스페인 건강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했다.
저자 : 데이비드 우드(David Wood)
1998년에 세계 최초로 성공적인 스마트폰 운영 체제를 만든심비안을 공동 설립한 스마트폰 산업의 선구자다. 그의팀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이후 몇 년 동안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 에릭슨, 삼성, LG, 후지쓰 및 파나소닉과 같은 회사에서 만든 5억 대의 스마트폰에 포함되었다. 액센추어 모빌리티의 CTO로 3년간 근무했을 때는 국제 모빌리티 헬스 비즈니스 이니셔티브를 이끌었다. 미래학자이자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기술과 미래를 주제로 한 250개 이상의 공개 행사를 주재했으며, 2009년에 T3의 ‘기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목록에 포함되었다. 우드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 석사 학위를,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에서 과학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자 : 박영숙(朴英淑)
세계적인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한국 지부 (사)유엔미래포럼 대표. 20여 년간 주한 영국대사관, 10년간 호주대사관 홍보실장, 수석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부 미래예측 기법을 접했다. 이후 글로벌 미래예측 전문가집단에 합류해 현재 밀레니엄 프로젝트 등 미래연구 국제기구와 미래부상기술기업의 한국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 세계의 미래학자와 기업인들과 교류하며 해외의 미래예측을 가장 발 빠르게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박영숙미래TV’를 운영 중이며, AI넷·블록체인AI뉴스 편집인이자 국방부 국방개혁자문위원, 육군미래혁신자문위원, 국군의무사령부 미래위원, 등 정부기관의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경북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고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를,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3년 연속 경제경영 베스트셀러로 누적 70만 부가 판매된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를 비롯해 《인공지능혁명 2030》 《AI 세계미래보고서 2023》 《블록체인 혁명 2030》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