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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의 삶 -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고 홀로 서기 위한 치유가이드
사브리나 폭스 지음, 김지유 옮김 / 율리시즈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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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이별을 경험한다. 그것도 한두 번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모두 다 만남의 횟수만큼 이별을 겪는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불교에서 쓰는 용어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맞다. 부처님이 자신의 임종을 슬퍼하자 위로하느라고 한 말이라지만 우리 삶에 딱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이별 중에는 기쁜 것도 있을 수 있으나 대개는 고통스럽고 슬프다. 때로는 고통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오랜 세월 괴로워하며 주변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바라본다면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심리상담가, 소통전문가로서 활동해온 저자 사브리나 폭스는 이별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아니며, 실수도 실패도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나 관계를 맺을 권리가 있듯이 이별할 권리도 있는 것이라고,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니 죄책감이나 지나친 고통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위로한다. 아까 말한 부처님의 뜻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책 『이별 후의 삶』은 종교적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다. 훨씬 현실적이고 인간의 감정에 의해 분석하고 규정되어진 현실 감정에 의해 쓰였다.
실제로 저자 역시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며 온갖 부침을 경험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30년간 상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관계의 시작부터 끝,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파트너 선택, 이별 전, 이별 과정, 이별 이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까지 각각 어떤 감정을 겪는지, 그 와중에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단계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이를 통해 비로소 객관화되는 진짜 내 모습은 어떤지…… 또한 부모의 이별로 아이들이 겪게 되는 슬픔, 아이들과의 이별,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이별 후 새로운 가족 구성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언까지 비중 있게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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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45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지만 구성은 단순하다. 모두 12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제는 '이별'이지만 이별 전과 후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사용된 언어도 지극히 평범한 언어가 대부분이며 이는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심리학 분야에서 다룰 법한 내용이지만 심리학 전문 용어를 가능한 배제시킨 것도 저자가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바랐기 때문이리라 짐작된다. 12개 장의 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쓴 이유와 통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1장 「이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2장 「왜 당신이어야 했을까」, 3장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마침내 자유」, 4장 「사랑, 그리고 사랑이라는 착각」, 5장 「이별은 실패가 아니다」, 6장 「헤어질 결심」, 7장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8장 「이별에도 의식이 필요하다」, 9장 「이별에도 의식이 필요하다」, 10장 「이별 후의 삶」, 11장 「아이들과의 이별, 그리고 패치워크 가족」, 12장 「아쉬워하지 말고, 아파하지 말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이별의 십계명」과 「이혼 후 새로운 가족관계를 위한 십계명」이 책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독자들의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또 〈부록〉으로 「이혼하려는 부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부부에 대한 조언」, 「이혼 후, 자녀와의 만남에 대한 조언」, 「패치워크 가족을 위한 유익한 정보」, 「이혼 후, 부모, 가족, 친구, 동료에게 쓰는 편지」 등이 첨부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바란다. 이 책은 이별을 겪은 이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는 이별 지침서이자 치유가이드다.
이별(이혼)에 앞서 부부 대다수가 "제대로 이별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봤음 직하다. 분명 문제가 있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지만, 이별에 대한 두려움에 결단을 주저한다. ‘사는 게 다 그렇지’라고 위안하며 미루거나 무시해버린다. 하지만 관계의 문제는 외면하고 억누를수록 곪아가며, 나중에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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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런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 도발적인 제안을 던진다. 문제를 안고 억지로 살아가기보다는 떨어져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면서, 잠시 휴식기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회복시킬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감행할지 고민해보라는 것이다. ‘관계 안에서 길을 잃었다면, 나를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이별뿐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의 관계에 속해 있는 동안에는 내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상대를 거울삼아 나 자신을 보거나, 내가 원하는 모습을 투영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관계에서 빠져나오면 비로소 진짜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차라리 관계에서 빠져나와야 자기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다. 분노, 두려움, 수치심, 복수심, 애증, 미련 등, 상대를 향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떨쳐버릴 수 있다.
다만 헤어질 결심에는 이후에 뒤따를 온갖 불안을 감내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특히 자녀들이 있다면 바닥까지 내보일 진흙탕 싸움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렇듯 관계의 늪에 빠져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이별의 가능성을 안내한다. 이 책은 이별 지침서인 동시에 관계 가이드북이다. 이별은 결코 관계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뿐더러,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한 관문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이별하지 못하면 그 누구와도 새로운 시작이 불가능하다. 왜 그 사람이어야 했는지, 그와 사랑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지, 그와의 관계에서 어떤 습관을 갖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과거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고, 나아가 앞으로의 관계에서도 더 확실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도, 악마처럼 못되게 굴었던 순간도, 휘몰아친 감정의 폭풍도 모두 지나간 지금, 그 모든 걸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돌아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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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수많은 내담자와의 상담을 통해 이별에 대한 연구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오랜 치유 경험을 더해 분석했다. 저자가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사랑에 빠질 때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고 헤어질 때는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앞서 저자는 먼저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다른 사람의 삶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니 저자의 경험을 통해 각자의 삶을 명확히 들여다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두 번의 이혼, 남자친구와의 만남과 이별, 그로 인해 파생된 여러 관계를 서술하고, 이별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들려준다. 이를 바탕으로 30년간의 상담 생활 동안 만났던 숱한 사람들의 사례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크게 과거, 현재, 미래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즉 이별 이전, 이별하는 과정, 이별 후의 시간을 살펴보면서, 그와 더불어 관계를 시작할 때, 또는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들을 하는지, 왜 그러는지 이유도 들여다본다. 그 과정을 통해 독자는 이들의 관계 지형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있는 부부, 아이가 없는 부부의 이혼, 우정, 원가족, 죽음 등 여러 사례를 통한 다양한 형태의 이별도 살펴본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많은 분량을 할애해 부모가 이혼할 때 아이들이 어떤 마음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이혼이 아이들에게 힘들고 슬프기만 한 과정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점이다. 누가 원인 제공자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아이들에게 죄인이 된 듯한 심정을 안고 사는 부모로서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저자가 상담한 수많은 사례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별 전후에 벌어지는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아우른다. 특히 실제 사례와 질문지를 활용하여 독자가 책에 서술된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해볼 수 있는 구성이 특징으로, 수록된 질문들은 저자와 마주 앉아 속 깊은 상담을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예리하고 치밀하다.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도구를 제시해준 연습문제집 같은 책’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고, 같은 행동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해로운 관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책’이라는 추천들이 이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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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는 '영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영성에 기반을 두고 관계와 이별을 탐구한다고 밝힌다. 책의 「들어가기」에서 저자는 자신이 영혼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영혼이 저자를 소유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이에 저자는 '환생'을 믿는다고 종교적 입장 역시 인정하는 듯하다. 다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새로 태어남'의 환생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하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혼과 정신은 서로 다릅니다. '영혼'이란 마음속 민감한 부분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단어지만 그런 식으로 설명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혼은 아픔을 느끼지 않습니다. 아픔을 느끼기 위해서는 감정이 필요한데, 감정은 영혼이 아닌 인격의 한 측면이거든요. 영혼은 그더 존재할 뿐이죠. 영혼은 기분족으로 사랑과 호의로 충만한 상태입니다. 반면 인격은 자신의 현재 상태, 성장, 만족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감정을 필요로 하죠."(p.12~13)
앞서 언급한 대로 〈부록〉에는 이혼 관련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실어 각각의 경우에 실용적인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제공한다. 이혼을 앞둔 부부,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부부, 이혼 후 자녀와의 만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 패치워크 가족을 위한 유익한 정보도 덧붙였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별은 실패가 아니다. 당신은 단지 결단을 내렸을 뿐이다.’도 포함된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누가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를 정말 아프게 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상대의 행동에 대한 나의 반응이라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관계를 맺을 권리와 이별할 권리가 있다.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관계에 대한 강박을 한결 내려놓을 수 있다. 이별은 실수도 실패도 아닌, 그저 삶의 일부일 따름이지만 그 이별을 어떻게 다룰지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이 책은 그 결정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수행하도록 격려하는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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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설명이 끝날 때마다 자문자답 형식의 별도의 난이 독자들 기다린다. 스스로 느낀 점을 적어볼 수 있고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작성해 나간다면 세부적인 감정 정리를 통해 책 전제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을 독자는 기대한다. 또 일부는 외워두고 수시로 자문해볼 만한 내용도 있다. 이른바 〈이별의 십계명〉과 〈이혼 후 새로운 가족관계를 위한 십계명〉이다. 이 가운데 〈이별의 십계명〉을 여기에 적어본다.
① 서로를 존중하기
②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에 감사하기
③ 상대 때문에 마음 아팠던 일 용서하기
④ 나 자신 때문에 아파했던 일 용서하기
⑤ 주도권 싸움을 하지 않기
⑥ 넓은 마음 갖기
⑦ 나를 부추기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⑧ 감정을 진정시키는 법 배우기
⑨ 내 삶을 챙기며 살아가기
⑩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로 지금 이 순간을 망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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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성숙한 사랑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성숙한 사랑에서는 두 사람 모두 관계의 시작과 끝을 스스로 선택합니다. 당연한 것인데 이 사실을 모두가 분명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 이별 후 슬픔에 잠겨 감정적으로 행동하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도 있거든요. 이런 사람은 빌려준 물건을 다시 돌려받는 것처럼 상대방을 반드시 되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파트너는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거지요.(p.122)
우리 삶은 실수가 아닙니다.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일에는 의미와 당위성이 있어요. 그리고 자신을 더 잘 알수록 더욱 분명하게 자기 행동을 인지하고 살아갑니다.(p.401)
저자 : 사브리나 폭스(Sabrina Fox)
작가, 심리상담가, 소통전문가, 명상지도자. 저널리스트로 시작해 독일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했고, 이후 30여 년간 임상최면치료사, 갈등해결코치, 중재자로서 몸과 마음, 영성간의 연결을 주제로 한 워크숍과 강연, 저술활동을 활발히 해오고 있다. 특히 모든 연령대의 여성을 대상으로, 내면의 지혜를 감지하고 직관을 신뢰하는 법, 자기결정적인 삶을 살기 위한 가이드를 전달하는 것에 주력한다. 저자는 영혼의 매개체인 인체를 주시하고 탐구함으로써, 영적인 신호를 감지하고 활용할 것을 당부한다. 각자의 삶에서 부여받은 숙제를 해결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20여 권이 넘는 책, 온라인 수업, 블로그, 워크숍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온라인 수업의 주제는 정신, 영혼, 육체, 직감과 마음챙김, 자기애와 관계, 느낌과 감정, 소통, 내면의 평화 등이며, 지은 책으로는 《마침내 각성하다》 《위기를 치유하는 법에 대하여》 《바디 블레싱, 내 몸 사랑하기》 《영혼이 원하는 것》 《모든 여성은 나이가 든다, 문제는 어떻게 늙어가느냐》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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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지유
충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독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통역사로 일했으며, 현재 출판번역 에이전시 유엔제이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좋은 외국 도서를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리에게 닥친 기후재앙을 멈추는 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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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