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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숲 차 - 나의 몸을 존중하고 계절의 감각을 찾고 산뜻하게 회복한다
신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인간의 수명은 다른 생명체에 비해 긴 편이지만 인간은 만족하지 못한다. 누구나 오래 살기를 희망하지만 누구나 죽는다. 인간의 희망을 담아 노력 끝에 의과학의 발전으로 인간 수명을 크게 늘렸다. 그 유명한 '100세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유명한 〈백세 인생〉이란 노래가 미디어나 휴대폰 벨소리 등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려왔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아직 좋아할 때가 아니란 듯 코로나 팬데믹은 일시에 '100세 찬가'를 잠재워 버렸다. 오만한 인간에게 경고를 준 것인가? 아니면 성찰의 기회를 준 것인가? 팬데믹을 가까스로 넘겨온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장수'라는 단어가 나오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 자리에 이젠 '건강'이 다시 화두에 오른다. 역시 장수보다는 건강이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침대에 누워 지낸다면 그 기간이 길어진다면 장수보다는 오히려 단명이 더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건강이 담보되지 않은 장수는 복이 아니라 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 『요가 숲 차』는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까지 모든 것의 건강을 이야기한다. 사실 "건강은 스스로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병 들어 후회 말고 평소에 건강 관리해야 오래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등 의사뿐만 아니라 장수하는 분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 책에서 저자 신미경은 "지금 나는 건강을 탐내는 삶을 산다. 부와 명예에 대한 탐심은 삐걱거리는 몸 앞에서는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건강해야 욕심도 생긴다. 그러고 보면 체력이야말로 행복의 척도 같다."고 말한다. 스스로 건강치 못한 몸을 방치해 심하게 병원 생활도 해봤고, 이후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큰 병원에 다닐 만큼 아프기도 하며 건강하지 않은 채 나이를 먹어간다고 토로한다.
저자는 자신을 되돌아본다. 체력을 저금하기 가장 좋았던 젊은 시절을 흘려보냈지만, 지금이라도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말한다. 가장 만만해 보이는 요가를 시작했지만, 입문자의 '만만하다'는 엄청난 착각임이 첫 번째 수업이 끝나자마자 밝혀졌다는 후회도 남긴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고 2년 같은 5년 동안 요가를 꾸준히 해왔단다. 처음으로 매일 운동하는 뿌듯함을 느껴봤다고 털어놓는다. 한 달에 적어도 두 번은 낯선 산으로 하이킹을 다녀온다. 산을 10여 분만 올라도 숨을 헐떡였던 10년 전과 지금은 천지차이라고 밝힌다. 나이와 체력이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비로소 이해한다고도 소회를 털어놓기도 한다. 저자는 "무엇이든 단련한 만큼 강해지고 반복한 만큼 는다"는 귀중한 교훈을 뼛속 깊이 새겼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말한 몸이 지극히 실무적 시스템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젠 깨달았다고 설명한다. 시간을 들여 단속적, 구체적으로 고통을 주면 몸이 메시지를 이해하고 주어진 운동량을 자진해서 수용한다고 했던 것을 일컫는 것을 말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 시대를 웰니스의 시대라고 주장한다.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을 합한 개념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심신의 안녕을 바라며 집중하는 활동으로 웰니스란 매우 사적인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아침 식사를 하지 않으면 기운이 없고,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괴롭고, 개인 스포츠를 선호하며, 혼자 있기 좋아하는 기질이고, 명상을 하며 차분함을 배우고 화가 날 때는 호흡으로 다스리는 방법이 자신에게 가장 알맞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해온 경험을 토대로 밝히는 것이다. 독자들 중에는 성격이나 체질적으로 이와 반대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건강에 관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고, 절대적인 건강법을 찾기보다 스스로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모아 자신만의 복지 생활을 꾸려 나갈 것. 저자는 그게 바로 개인이 지향해야 할 웰니스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책은 제호처럼 요가, 숲, 차를 매개로 하는 자신의 소소한 웰니스 라이프에 대한 기록이라고 저자는 「나의 골디락스를 찾아서」란 '프롤로그'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체력 단련에 한정하기보다 몸과 마음 모두를 잘 보듬는 시간을 갖고, 집이나 사무실처럼 나를 둘러싼 환경을 관리하고 좋아하는 차를 마시는 휴식 시간으로 나를 되돌아보며 반성과 나아감이 있는 나날이다. 타고난 건강 체질이 아니고, 출퇴근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고, 이렇게밖에 못 사는 건가, 다른 삶의 방식은 없나? 등으로 종종 고민하기도 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그래도 조금은 더 나은 컨디션을 가져보겠노라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10년 후에 '인생을 다시 한 번 산다면'으로 시작하는 자신의 메모가 지금과 같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금까지 해온 대로 더 열심히 할 작정이라고 넌지시 알려준다. 완벽하게 만족하는 인생이 뭔지 모르지만, 같은 후회를 반복하는 정체된 삶이 아님은 안다는 저자의 경험을 이어 받아 실천함으로써 독자 역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을 뜻하는 '골디락스를 찾고 싶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요가 : 내 몸에 대한 존중」, 2장 「숲 : 치유의 공간」, 3장 「차 : 일상의 위안」, 4장 「느슨하게 산다 : 나는 내게 좋은 사람」 등이다. 저자는 맥시멀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로 극단적인 두 가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했다고 한다. 산다는 건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 저자의 일상을 지켜주는 지금의 세 가지 ‘복지’는 바로 요가, 숲, 차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인생을 다시 산다면’ 혹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새로운 공부, 더 많은 곳으로 여행 가기,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매달리지 않기, 좋아하는 운동 갖기 등 사람마다 각자의 리스트는 다르겠지만 이 모든 바람의 공통점은 바로 ‘나에게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시작으로 미니멀한 자신의 삶을 균형 있게 가꿔온 신미경 저자는 이번 책에서 유해한 것들을 더 최소화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중심에는 바로 ‘요가, 숲, 차’가 있다.
책에 따르면 수시로 번아웃되기 좋은 도시에서 일을 한다는 건 출퇴근 교통체증, 대충 때우는 밥, 노트북 모니터만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기, 예측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그런 생활을 하며 20대와 30대를 보냈고 그 결과 얻은 건 훅 망가진 몸뚱아리였다.
잠을 줄이고 체력을 저금하기 가장 좋았던 젊은 시절을 흘려보냈지만, 지금이라도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5년 동안 요가를 꾸준히 하며 처음으로 매일 운동하는 뿌듯함을 느껴보기 시작했다. 고요한 차의 시간을 가지며 손에 쥐는 따스한 찻잔의 온기로 알게 모르게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저자는 이를 자기만의 ‘복지 생활’이라고 표현한다. 일상에서 도망치지 않았고, 업을 손에서 놓지 않은 보통의 삶에 녹아 있는 편안함 말이다.
저자는 책 출간 후 가진 예스24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건강이 정말 좋지 않았고, 운동마저 싫어해 체력도 완전 밑바닥이었다고 말했다. "저는 그다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70대 후반에 가까워진 아버지보다 체력이 약해요. 그런데 운동이 너무 싫었어요. 그러다 젊은 나이에 남은 수명을 걱정할 만큼 많이 아프기도 했고요. 컨디션이 나쁘니까 매사 예민해져서 못된 사람이 되어가는 것도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건강 관리에 집착하기보다는 컨디션 관리를 최우선으로 두기 시작했어요. 건강책이나 친구나 사회 선배들이 좋다고 하는 여러 건강법을 삶에 시도해본 시기가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쓸 무렵이었고, 세월이 흘러 『요가 숲 차』는 그 시도 끝에 내게 좋은 것, 잘 맞는 것을 남긴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결과적으로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만 골라내 일상에서 누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터득한 건강의 지식를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다른 일이 그러듯 '노력한 만큼 되돌려 받는다'란 말을 뼛속에 새겼다. 마치 농부가 곡식을 재배할 때 자주 쓰는 '땅은 농부가 흘린 땀만큼 돌려준다'는 지혜다. 지금의 상태로 꾸준히 해나간다면 한 가지를 제외하면 건강이나 체력 등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도 남겼다. 어쩌면 '매일 꾸준히 노력하면 결실은 반드시 맺는다'는 자신감도 붙은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저자의 말에서도 자신감과 겸허함이 함께 묻어나온다. "10년 후에는 지금 제가 고민하는 것들을 아마도 이루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것들을 분명하게 마음에 그리고 있고, 표로 정리도 해두고 계획대로 못하는 날도 있지만, 중단할 땐 하더라도 어쨌든 조금씩 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바라는 대로 풀릴지는 알 수 없죠. 산에 오르면 보이는 풍경, 그건 오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던 거잖아요. 그와 마찬가지로 살면서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어떤 것을 만나고 무엇이 보일지는 모릅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자연스레 하고 살면 그뿐이고요. 거기에 저는 나중에라도 제 자신을 혹독하게 평가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일은 이 책의 마지막 장 「느슨하게 살기」인 것 같다. 요가, 숲, 차를 가까이 하는 생활로 만족하고 있지만 '느슨하게 살기'는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요가 2년을 하다 보니 체력이 좋아져서인지 '할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한다'는 버릇을 아직 완전히 깨부수지는 못한 듯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료하게 시간만 보내고 있으면 흘러가는 삶이 아깝다고 하니 '느슨하게 살기'가 가장 지키기 어려운 일이었던 듯하다. 번아웃과 인생 권태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잠깐 쉴 때 회복된 줄 알고 다시 일하다 보니 쉽게 고쳐지지 않은 습관 중의 하나인 듯하다. 고착화됐다고 할까. 그러나 요가 숲 차로 이미 훌륭한 효과를 얻었고 충분한 성과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10년 후 생각하면 「느슨하게 살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저자의 말대로 이루어진다면. "지금 내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불필요한 긴장을 내려놓는다. 느슨한 마음이 나를 구한다."(p.165)
오랫동안 여러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해보았다. 어떻게 살면 좋을까를 고민하며 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기보다 근사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던 나는 정작 먹고살기 바쁘면 삶의 기본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함을 알게 되었지만. 내게 기분 좋은 생활 방식이란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지금 나에게는 좋은 컨디션을 만드는 방법이 삶에서 가장 앞서 있다.(p.31)
가끔 패잔병 같은 청춘의 시기를 떠올린다. 다시 오지 않을 그때의 고민과 걱정은 지났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의 모든 헛발질을 포용하겠노라고. 늘 실패만 하지도 않았고, 손에 꼽는 잔잔한 성공은 칭찬받을 만하다고. 앞서 나가는 사람이란 없는지도 모른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도 잘 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경쟁자는 때때로 나와 가장 닮은 동료이기도 하다.(p.169~170)
저자 : 신미경
수필가. 주로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실천과 철학이 담긴 글을 쓴다. 맥시멀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로 극단적인 두 가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한 후 산다는 건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 마흔, 생활·건강·일과 같은 삶의 주요 영역에서 균형 감각을 유지하며 취미에 가까운 지적 생활로 더 나 다운 내가 되는 오늘을 보내고 있다. 저서로는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나를 바꾼 기록 생활》 등이 있다.
블로그: blog.naver.com/mikyangel
인스타그램: @shin_mikyong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