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야 : 야 1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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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장야』는 넷플릭스·왓챠·티빙의 인기 드라마 〈장야〉의 원작 소설이다. 2015 제1회 중국 인터넷 문학 비엔날레상 금상을 수상했고, 중국 현지 드라마 방영 6일 만에 5억 뷰를 달성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제호 '장야'는 영원한 밤을 의미한다. 이 소설을 읽기 위해 새워야 할 밤은 몇 밤이나 될까. 분위기도 매우 어둡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시대적 배경은 당(唐)나라 때다. 당나라 때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인물이 등장한다면 역사 소설에 해당될 터, 무협지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장르소설이자 SF 소설로 읽힌다. 방영은 '100부작'이라 하니 우선 숫자에 압도당한다. 100부작이라면 몇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쉽게 가늠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저자 묘니는 중국의 대표적 장르소설 작가로 꼽히고 있다. 그는 전작 『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를 6권으로 발간했다. 소설의 스케일뿐만 아니라 책 권수에서도 대하소설처럼 독자를 압도한다. 마음 먹고 쓴다면 『삼국지』 전편도 하룻밤 새에 떠낼 작가로 보인다.

이 소설은 빛과 어둠이 순환하는 호천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천 년마다 명왕(冥王)에 의해 온 세상에 어둠이 깔리고 혹독한 추위가 닥치며 만물이 생명을 잃는, 영원한 밤(永夜)이 찾아온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한 가문이 몰살당하는 '선위장군부 사건'이 발생한다. 이때 이곳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이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녕결이다. 주인공이다. 녕결은 평생에 걸쳐 복수하기로 다짐하며 도성을 벗어난다. 그는 길가의 시체 더미에서 울고 있던 여자아이를 구해준다. 녕결은 그녀에게 상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녀를 시녀로 삼아 함께 살아간다.

 


 

상상과 함께 힘겹게 살아남으며 위성의 군졸이 된 녕결은 수많은 마적을 죽이는 매우 뛰어난 전투 실력을 발휘하며 주목을 받는다. 선위장군부 사건으로부터 십여 년 뒤, 우연한 기회로 귀인을 도성으로 안내하게 된 녕결은 도성에 도착하면 서원에 들어가 수행하며 힘을 기르기로 결심한다. 도성으로 향하는 길에서 귀인을 노리는 자객의 습격을 받은 녕결 일행, 그런데 이들을 습격한 동현 경지의 대검사는 녕결이 평생 복수를 다짐해온 하후 장군의 부하였다. 자객이 노린 귀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과연 녕결은 무사히 도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마침내 복수의 칼날이 그 한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위성의 3백여 명 부하 중 적을 가장 많이 죽인 사람이 꼭 녕결 그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장담컨대, 어떤 참혹한 전투에서도 살아남을 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소년입니다.”(1권, p.33)

영원한 밤의 세계여서 고요한 분위기지만 어둠 속에서는 치열한 암투가 벌어진다. 이 소설에는 무협지가 그렇듯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챙겨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앞으로 계속 읽어나갈 생각이면 인물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결국 인물들이 소설을 끌어갈 테니 말이다. 독자는 무협지 열혈 팬은 아니지만 이야기로나 TV를 통해 자주 접하는 편이다. 무협지의 재미를 옛날에는 책을 통해 읽어야, 그것도 밤을 새우며 읽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많았는데 이젠 영상으로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돼 있으니 심심풀이로 보기에는 더한 것이 없다. 역시 무협소설의 재미는 '복수'에 있다.

 


 

저자의 전작 『경여년』을 몇 권 읽었다. 비록 전 권(6권)을 다 꼼꼼이 읽지는 못했지만, 시작부터 강렬했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어느 날 뜻하지 않게 미지의 세계에 초대받은 손님.

알 수 없는 이유로 해하려 하고 또 알 수 없는 이유로 도우려는 자들로부터, 그는 자라난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품고 있는 현재라는 시간속에서 신비의 존재들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가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간 속, 숙명같은 소용돌이에 휘말려 진정한 나의 동지와 나의 적을 묻는다.

선과 악을 넘어 도달해야 하는 당신의 신묘.

당신은 그곳으로 안내할 상자의 열쇠를 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신비롭기도 하고,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기도 한 주인공의 활약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작품 『장야』도 도입 부분이 만만찮다.

"아주 오래 전, 수없이 많은 불가지지(不可知地, 알 수 없는 곳)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또한 수없이 많은 불가지인(不可知人, 알 수 없는 사람)이 존재했다.

황혼의 황야.

먼 곳에 걸려 있는 화염에 휩싸인 구(球) 하나. 붉은 빛이 불처럼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번져 나간다. 들판에 눈이 녹으며 자라난 이끼기 화상의 흉터에 새 살이 돋아나듯 번져간다.

고요(1권, p.8)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형편없음을 발견하고 꿈을 이루지 못할 때 고통스러워하거나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고통이나 성공에 대한 환상에 빠져 스스로를 마음의 감옥에 가두고 끊임없이 발버둥 치며 과거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녕결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1권, p.153)

죽을 때까지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의지와 결심만 확고하다면, 새로운 길을 택하는 사람이 더 존경받을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이 좋은 녀석에게는 하나의 길을 가게 하는 것보다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게 하는 데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1권, p.153)

 

이 책이 장르소설이란 것은 분명 지난 시대 있었던 나라이고, 눈에 익은 모습들의 사회인데 막상 읽어보면 시간이 혼재되어 나타난다는 점이다. '타임슬립'이나 '시간 여행'의 모습이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일이다. SF 판타지 소설은 독자로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 책에서도 갑자기 등장한 어색한 단어들로 혼란스럽다. 시간을 뛰어넘는 신묘한 능력의 인물이란 점을 간과한 탓이리라. 당나라 때가 배경인데도 한밤중의 녕걸의 헛소리에는 이상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열이 심하게 나면 창백한 두 뺨에 건강하지 못한 홍조가 가득한 채 더 이상한 단어들이 더 많아진다.

"넋을 잃고 천장과 상상을 번갈아 보는 모습이 눈동자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모하는 듯했다. 그리고 마르고 튼 입술을 벌려 쉰 목소리로 이상한 말을 지껄였다. 상상은 녕걸이 하는 말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자전거 뒷자석, 등록금, 장작칼, 초콜릿, 피, 민산, 피, 위성, 피, 초원, 피, 장군 저택 안에 온통 빌어먹을 피······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2권, p.185)

 


 

이래서 무협지의 고수인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난다. "무협지는 인물에 대한 탐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수많은 인물 속에 독자는 빠져든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따라만 가다가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말, 생각 등을 암시하는 장치들을 놓치기 십상이다." 이 조언에 따라 주인공 녕걸의 정체를 다시 한 번 살핀다. 어린 소년이다. 가족의 몰살을 경험한 복수심 가득하지만 소년에 불과하다. 그럼 어떻게 복수를... 혹시 입산수도 후 장안에 내려와서 고수들을 차례로 꺾는다?

궁금증하고 소설을 제대로 끌고 갈지 걱정도 된다. 혹시 입산수도해 내공을 쌓은 뒤 복수? 그러나 이런 일은 현대의 무협지에선 통하지 않을 터, 쓸데없는 걱정에 오히려 소설의 줄거리를 놓칠까 후다닥 정신을 수습한다.

소설의 주인공이니만큼 뭔가 비장의 무기를 꺼내서 저자가 주인공에게 쥐어주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저자가 마련한 비장의 무기는 뭘까? 그러나 저자 묘니는 이러한 독자들의 상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계에 부딪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내보낸다. 이쯤 되면 저자에게 제발! 하면서 부탁하기에 이른다. 속도가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다. 녕걸의 행동과 그의 마음을 표현하는 저자의 눈치를 살피며 책장을 넘긴다. 저자는 요령 있게 한계가 나올 때마다 주인공의 무력함을 가까스로 넘어가는 안간힘만 보여주고 장면을 바꿔버린다. 이젠 정말 귀인을 만나는 수밖에... 그래도 독자들이 주인공을 믿을 만하다고 생각할 빌미를 아예 없애버리지는 않는다. 주인공 녕걸은 처음부터 공주를 호위하는 역할을 맡아 잘 수행하여 공주의 마음에 들게 된다. 저자가 무언가 복선을 깔지 않았나 예의주시한다. 어리지만 주인공 녕걸의 성격이 아주 까칠해서 어지간해서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녕걸의 비장의 무기가 무언가 있을 듯한 기대감이 커진다. 나이는 어리지만 복수를 위해 녕걸이 갖고 있는 무기는 과연...

 


 

“희망이 허망일 수도 있지만 희망이 없는 것보다는 나아. 그래서 노력해야 해.”

“도련님, 만약 호천께서 도련님을 끝내 수행의 길에 오르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호천께서 그렇게 나쁘다면…… 난 하늘을 거스를 거야.”(p.185) 하늘을 거스를 수 있다는 호기의 정체는?

 

저자 : 묘니(猫?)

 

1977년생. 중국 1위 장르소설 작가. 중국의 대표 장편소설 작가 김용 이 후 가장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집필한 작품들은 저자만의 독특한 세계관속에 갖가지 사건들을 알차게 구성하였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갈등속에서 한줄기 목표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맛이 그의 소설속에 잘 녹아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주작기』, 『경여년』, 『장야』, 『택천기』, 『간객』. 그의 작품 대부분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중국에서 80억뷰가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최근 자신의 마지막 장편 소설 『대도조천』을 마감했다.

2007년 『주작기』로 제4회 시나 오리지널 창작대회, 무협판타지상 1등상, 2013년 『간객』으로 제1회 서호 장르문학상 은상, 2015년 『장야』로 제1회 인터넷문학상 금상, 2015년 텐센트 서원문학상, 올해의 작가상, 2017년 『간객』으로 인터넷 문학 20년, 20대 작품 1위, 2020년 『택천기』로 제1회 천마문학상을 받았다.

 

역자 : 이기용

 

경복고, 서울법대를 나왔다. 중국에 관심이 많아 중국의 부상에 한국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중이다. '문화'를 화두로 떠돌다 '묘니'와 친구가 되었다. 영화와 출판에 관심있어 『경여년』 외에 『장야』 등 묘니 작품을 우선 번역할 생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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