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이별 - 나를 지키면서 상처 준 사람과 안전하게 헤어지는 법 오렌지디 인생학교
인생학교 지음, 배경린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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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안전 이별』은 정확한 목적 의식을 갖고 쓴 에세이다. 그 목적은 우리를 타성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려는 시도이다. 저자 '인생학교'는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확실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떤 독자들은 이 책의 제목 '안전 이별'과 쉽게 연관 관계를 찾기 어려운 말로 들릴 수도 있다. 저자는 이별, 특히 연인이나 애인처럼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람과의 이별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이별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정도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은 쉽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인과의 이별 후 실의와 좌절로 일상이 파괴되고 심지어는 몸의 밸런스마저 잃어 삶의 질곡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는 데 이 책의 발간 취지가 되었다는 점을 분명해 보인다. 차라리 애인이 절대 용서할 수 없을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거나 진저리가 날 만큼 싫은 짓만 골라 해서 이제 일분일초도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다면, 즉 상대를 경멸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진다. 때문에 문제가 별로 되지 않는다. 이별을 선언하고 관계를 끊으면 큰 문제가 없을 터이니.

그러나 현실은 대개 복잡하기 마련이며 여러 문제가 얼기설기 엮여 있다. 여전히 애인을 좋아하고, 함께 웃으며 서로를 존중한다. 또 얼마 전 밤에는 애인이 사람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띌 만큼 유난히 매력적으로 하루에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단연 상위 1퍼센트 안에 들 것만 같았다. 정떨어지는 이유를 아무리 구구절절 읊어도 그 사람을 뼛속 깊이 미워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의 이별이라면 쉽게 결정 내리기는 어려워진다. 저자는 책의 「들어가기 전에」를 통해 무엇이 되었든 이별을 고민하는 상황이 될 경우 이 모든 고민이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고 말한다. 바로 관계가 삐걱댄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이가 좋은 커플을 볼 때면 나와 애인 사이에 결여된 무언가가 뼈저리도록 아프게 다가온다고 전제한다. 친구들의 조언을 듣다 보면 각자의 가치관이나 인생 경험이 끼어들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 책의 필요성으로 화제를 전환시킨다. "오랫동안 깊이 고민하고 바랐던 일을 마침내 행동으로 옮기기 전, 스스로 내린 결정이 정당하다고 학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든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깊이 고민하고 바랐던 일을 마침내 행동으로 옮기기 전, 스스로 내린 결정이 정당하다고 확인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럴 때 이 책이 선택의 당위성을 제공할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저자 '인생학교'는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학교의 명칭이다. 알랭 드 보통에 관해서는 이 서평의 마지막에 프로필로 별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은 뒤 누군가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힐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누군가는 당장 애인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이별을 결심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저자와 이 책 모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는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붙들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의 관계에 충실하거나 아니면 정리하거나,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헤어지지 않는다면 분명한 결정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헤어지고자 마음먹는면 자기 결심에 의심과 후회를 최소화할 것, 그것이 저자와 이 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결론이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사랑과 이별을 결정할 권리는 오롯이 개인에게 있다. 누구나 자기 생각과 감정을 기준으로 관계를 시작하거나 끝낼 수 있다. 종교나 가족, 사회적 관습이 만남과 헤어짐을 주도하던 과거와 비교할 때 크게 바뀐 점이다. 문제는 판단의 근거가 되는 인간의 감정이 합리성의 테두리를 자주 벗어날뿐더러 주변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탓에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은 자기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이것이 사랑과 이별을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알랭 드 보통과 인생학교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사랑과 이별에 관한 24가지 질문에서 찾는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자기 자신을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하겠다는 상대방의 다짐을 믿어도 될까? 이별을 결정할 자격이 나에게 있을까?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꺼내면 좋을까? 책에 담긴 질문들은 이별을 결심하기 전 반드시 살펴봐야 할 체크 리스트와 같다.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는 선명히 드러나고, 각자의 기준에 따라 사랑과 이별을 결정할 용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의 출간 동기는 분명하다. '안전 이별'을 통해 독자들의 미래가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점이다. 사실 누구나 살면서 겪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이별은 어렵다. 여러 차례 겪는 이들에게도 이별은 여전히 어렵다. 이에 따라 누구나 한 번쯤 이별을 고민하며 속수무책이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불꽃처럼 타오르던 사랑이 지나가고 남아 있던 감정까지 모두 소진하면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우리 관계는 괜찮은 걸까? 이제 정말 헤어져야 할까? 자문하지만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헤어질까 말까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하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정의 순간을 기약 없이 미룬다. '헤어질 결심'을 하면서도 쉽게 단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심적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한마디로 규정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아무리 유능한 심리학자도, 아무리 유명한 정신의학자도 개인적 고통의 색깔을 쉽게 찾아내기 힘들다. 당사자는 그렇게 이별을 겪으며 염세주의와 자기 연민에 빠져 스스로를 갉아먹기도 한다.

사랑과 연애, 행복과 우울처럼 일상적이고도 심오한 주제를 섬세한 필치로 이야기하여 ‘일상의 철학자’, ‘닥터 러브’라 불리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이별이 어려운 이유는 합리적인 기준 없이 타성에 젖어 감정과 관계를 정의하고, 낭만주의에 기대어 상황을 낙관하는 탓이라고. 그럼 어떻게 이별을 마주해야 할까? 이 점을 알랭 드 보통이 에디터로 참여해 기획한 인생학교 시리즈 『안전 이별』이 이별 앞에서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만한 24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성숙하게 이별을 마주하는 방법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연인 관계에서 이별 자체는 비극이 아니다. 이별을 하고도 아무것도 깨우치지 못하는 상황이 진짜 비극이다."(p.61) - 「지난 연애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까?」 중에서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2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질문에 각각 1장씩 모두 24개의 질문이 장의 제목이며, 그 모든 질문은 책의 표제어이자 주제인 '안전 이별'을 위한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이별의 핵심은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교제 폭력’과 ‘이별 범죄’의 공포가 만연한 연애의 경험은 관계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기고 자기를 잃어버리기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체적·물리적 보호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자기감정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양도하지 않고, 주체성을 가진 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직접 결정하며, 각자의 성장과 한계를 인정하면서 뒤끝 없이 헤어지는 것. 이 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안전 이별’의 모습이다.

4장에서 이 책은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한다. 「정말 섹스 때문에 헤어지는 걸까?」. 도발적이지만 현실적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류가 기원한 이래 존재했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해괴망측하게 들리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연인 관계가 원만한지 판단할 때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꼽히는 기준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왕성하고 만족스러운 성생활이라는 것. 우리는 강렬한 성적 긴장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연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오히려 별나고 이상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불만족스러운 잠자리는 꽤 그럴 듯하고 납득할 만한 이별 사유로 통한다. 이 때문에 '섹스리스라서' 혹은 '속궁합이 안 맞아서' 헤어진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동정과 이해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어딘가 이상하고 터무니없는 것도 사실이다. 길어야 고작 몇 분 지속될 뿐인 감각의 만족도와 빈도가 이별의 진짜 이유일까? 굳이 따지면 끝내주게 맛있는 디저트를 먹거나 클럽에서 신나게 춤출 때와 비슷하거나 조금 덜한 정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행위 때문에? 정마로 이런 문제 때문에 자녀를 버리고, 가정을 파괴하고, 그동안 모은 재산을 몽땅 축내고, 제 발로 지옥의 구렁텅이로 걸어 들어간단 말인가? 저자의 질문은 계속된다. "헤어지는 이유가 섹스 때문이라는 말은 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섹스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행위가 육체적이면서 동시에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헤어질지 말지를 두고 각종 이유를 생각할 때 섹스는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자리하게 된다. 어떤 섹스는 테니스 게임 한 판과 별다를 것 없지만, 도 어떤 섹스는 상대와 영혼을 나누는 의식으로 다가온다. 섹스라는 행위 자체는 항상 엇비슷하지만, 그 의미나 중요성은 감히 어떤 잣대로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천차만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쯤에서 한번 이론을 재정립해 보자고 제안한다. 사실 '섹스가 별로'라는 이유만으로 연인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은 없다는 게 저자가 내놓는 문제의 핵심이다.

물론 이 말에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그래도 섹스가 문제일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하지만 섹스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다른 조건이 잘 맞고 충족된다면 섹스리스나 속궁합 문제 따위는 부차적이고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진정으로 견딜 수 없는 것, 그래서 애인에게 이별을 고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바로 애정의 부재다. 상대의 관심을 받는 것, 내 존재를 이해받고 받아들여지는 것,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것,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애정을 쏟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충만하게 느끼는 것이 연인 관계의 핵심이다. 이러한 감정적 교류가 없는 연인 관계는 결국 한쪽을 말려 죽인다. 사랑받는다는 감정은 참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방식을 통해 전달되고 느껴진다.

서로의 팔다리를 얽고 입술을 맞대는 스킨십이나 서로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면서 사랑을 느낄 수도 있지만 따뜻하게 마주 잡는 손, 잠결에 내 등 뒤에 바짝 붙이며 몸을 웅크리는 순간, 속상한 마음에 최대한 귀 기울이며 공감해 주는 모습, 내가 바라는 것을 늘 잊지 않고 기억하는 세심함에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또 집에 돌아왔을 때 애인이 건네는 산뜻하지만 애정 가득한 입맞춤이 격렬한 섹스보다 더 큰 유대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해석은 "관계가 파국으로 치다는 이유는 상대가 나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벽을 세우고 냉담하게 거부하며 심지어 나를 모욕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로 귀결된다.

 


 

섹스 문제 등 도발적인 질문이 전부가 아니다. 24장의 24개의 질문 중 하나일 뿐이다. 〈변화〉, 〈차이〉, 〈신뢰〉, 〈자녀〉, 〈최선〉, 〈외로움〉, 〈실패〉, 〈현실 대처능력〉, 〈거부〉, 〈선택 불능〉, 〈두려움〉, 〈헤어질 결심〉, 〈자격〉, 〈아련함〉, 〈타협심〉, 〈다른 선택지〉, 〈실수〉 등을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 사람의 능력, 관계 능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하는 이유는 그만큼 만남과 이별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란 반증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이별 후의 아련함에 대한 저자의 말 역시 독자에게 인상적이다. 이별 후 애인에게 잘 지내? 라는 문자를 보내거나 받는다든지, 연락을 서로 주고 받기로 하자든지 하는 일이 가능할 것처럼 생각하는 일을 저자는 '아련함'이라 표현한다. 이 아련함은 일상을 함께하다가 갑자기 텅 비어 버린 느낌의 외로움과 함께 온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이 처럼 설명한다. "이러한 감정을 대체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음을 이제야 깨닫고 후회하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러한 감정은 정확히 말하자면 갓 헤어진 사람이 모든 걸 혼자서 해내야 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 겪는 매우 일반적인 심리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아련함, 좀 더 구체적으로는 '향수'라고 부른다.(p.110~100)

 

"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 보자.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이며, 모든 결정의 주체는 바로 나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타인의 허락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p.113~114) - 「나에게 이별을 결정할 자격이 있을까?」 중에서

 


 

저자 :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학교.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모토 아래 2008년 영국 런던에 처음 문을 열었다.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상파울루 등에 분교가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을까?’, ‘관계는 어떻게 맺고 유지할까?’, ‘돈은 어떤 의미일까?’처럼 삶의 본질과 연결된 다양한 질문을 묻고 토론한다.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세한 교육 과정과 활동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학교에서 깜빡하고 가르치지 않았지만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을 이해하고, 인간 관계와 직업, 사회생활을 향상시키며, 평온을 찾고,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우며, 영상, 워크숍, 출판, 상품 제작·판매 등의 활동을 합니다. 런던, 앤트워프, 암스테르담, 이스탄불, 멕시코시티, 파리, 상파울로, 타이베이, 서울에 사무실이 있으며,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역자 : 배경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Texas A&M 대학 영문학 박사연구원으로, 20세기 이후 문학과 현대 탈식민주의 여성 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 『정원가의 열두 달』(펜연필독약, 2019) 등이 있다.

 

 

기획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능통하다. 알랭 드 보통은 스물세 살에 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책들은 현재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2003년 2월에 드 보통은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명예인 예술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슈발리에 드 로드르 데자르 에 레트르」라는 기사 작위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츠베탕 토도로프, 로베르토 칼라소, 티모시 가튼 애쉬, 장 스타로뱅스키 등과 같이 유럽 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수여되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 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내용에 바탕을 둔 TV 다큐멘터리 제작에 오랫동안 관여해왔다. 『프루스트는 어떻게 당신의 삶을 바꿨나』는 BBC 영화제작팀에서 랄프 파인즈와 펠리시티 켄들을 주연으로 하여 제작됐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영국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동시에 영국에서 「철학: 행복으로의 안내」라는 제목으로 6부작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방영됐다.

그의 대표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놀랍도록 기이한 첫 만남에서부터 점차 시들해지고 서로를 더이상 운명으로 느끼지 않게 되는 이별까지, 연애에 대한 남녀의 심리와 그 메카니즘이 철학적 사유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기술되어 있는 작품이다. 알랭 드 보통은 미국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는데, 20대의 재기와 30대의 깊이가 뛰어난 조화를 이룬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로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새로운 글쓰기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 책은 전기 형식으로 문학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저자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으로 버무린 인생학 개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비롯한 프루스트의 편지와 메모들을 인용하며, 프루스트가 겪은 잡다한 사건들은 물론 사생활까지도 인정 사정 없이 들춰낸다. 그는 또한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으로 철학의 대중화를 시도해왔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에서는 철학사 속에서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다룬 가장 탁월한 여섯 명의 정신에 눈길을 돌린다. 그리하여 돈의 결핍, 사랑의 고통, 부당한 대우, 불안, 실패에 대한 공포와 순응에의 압력 등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에 대해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의 처방전이 소개된다.

2009년에 출간된 『일의 기쁨과 슬픔』은 로켓 과학자에서 비스킷 공장 노동자, 유조선 일등 항해사부터 택배 배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는 특유의 위트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자주 도망치고 싶은 이 ‘일’의 세계가 결국 우리 삶에 근본적인 ‘의미’를 주는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런던 히드로 공항에 상주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은 『공항에서 일주일을』은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공항의 다양하고 매력적인 면면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2012년에는 한국의 젊은 작가 정이현과 ‘사랑, 결혼, 가족’이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각각 젊은 연인들의 싱그러운 사랑과 긴 시간을 함께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을 집필했다. 2010년 4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꼬박 2년 동안, 작가들은 함께 고민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상대 작가의 원고를 읽고, 서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원고를 수정하여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기초 한 남자』를, 정이현은 『사랑의 기초 연인들』을 내놓는다. 이외에도 유머와 통찰력으로 가득한 철학적 연애소설 『우리는 사랑일까』,『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여행에 관한 에세이『여행의 기술』, 독특한 문학평론서 『프루스트 선생에게 물어보세요』, 불안에 관한 인간의 상념을 고찰한 에세이『불안』, 다양한 건축물을 조명한 『행복의 건축』 등의 저서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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