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편지 - 그저 너라서 좋았다
정탁 지음 / RISE(떠오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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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별 편지』에는 다양한 사랑과 이별이 그려져 있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항상 갑작스럽고 아프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사랑은 무엇이었고, 이별은 무엇을 남겼는지 한 번쯤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저자 정탁이 책에 담아둔 감정들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우리는 삶 속에서 만남과 이별을 수없이 반복해서 경험한다. 그때마다 감정들은 서로 어긋나는 느낌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사랑과 이별의 모습은 그의 직접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상담해온 지인들의 이야기와 그의 사색 속에서 일어난 사랑의 장면들이 담겨 혼재돼 있다. 누구나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의 감정이 전부 같지는 않다. 그것은 사랑할 때도, 헤어질 때도, 그리고 헤어지고 난 다음에도 그렇다. 우리는 모두 다른 독립적이고도 독창적인 감정을 갖고 살며, 상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감정은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의 감정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저자는 독자들을 자신이 사랑했던 시간과 공간으로 데려가며, 이곳에서 우리는 그날의 햇살과 바람, 연인들 사이의 침묵과 눈빛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저자의 희생적인 고백과 사랑과 이별의 탐구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이며, 이별이 있더라도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는 것과 어쩌면 이별이 있기에 더 아름다웠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준다. 인연은 반드시 가장 적합한 타이밍에 만나게 되어 있고, 그 시간까지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성숙한 사랑의 방법이라는 작가의 말은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

 

 

이 책은 이별의 아픔으로 상처 입은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이별로 아픈 감정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우리가 마음껏 아파하도록, 그래서 더 깊은 잠에 들어 아침에는 모든 것이 새로운 하루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의 집필 취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누구나 쉽게 고백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사랑의 순간을 되새긴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제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쓰다듬어주던 머리, 마주하던 눈, 맞추던 입술, 부둥켜안던 몸. 나는 어디 하나에 빠지지 않고 몸 구석 곳곳에 당신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 기억을 하나하나 잊으려고 하다 보니 저 자신을 잊게 될 지경입니다.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고 그렇게 그리워하며 살아갈 참입니다." 저자의 성격과 솔직함이 거침없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말들은 독자들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저자의 표현이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솔직함'을 바탕으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또 이별의 순간에 정직함은 그가 타인에게 위로와 격려를 줄 때도 받는 입장에서는 훨씬 정감 있고 현실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별을 말하는 순간으로 들어가 본다. "나의 것이었던 모든 것들이 내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을 겪는 거다. 살아가면서 겪는 상실 중 이별이 가장 즉각적이다. 뭐든 내 곁에서 천천히 사람지지만, 연인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그렇기에 이별의 후유증이 가장 큰 법이고. 그녀 또한 많은 이별을 겪어왔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지만, 어떤 이별을 맞이하냐에 따라서 사람은 많이 면이 변하게 된다. 그녀의 낯선 차가움은 분명 상처받은 아픔으로부터 기인된 것이었다. 어떤 아픔인지 꼭 들어야만 그 아픔을 짐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아픔은 듣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p.35)

 


 

이 책은 4개 파트(PART)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그녀〉, 2부 〈이별〉, 3부 〈만남〉, 4부 〈사랑〉 등이다. 각 부마다 작은 항목의 장(章)을 두고 있다. 1부에는 「그녀」, 「새벽」, 「재능」, 「취미」, 「이상」, 「이별」, 「너 없이 너를 사랑하는 일」, 「하루」, 「그와 그녀」, 「내가 하고 싶은 사랑」 등 10개의 장으로 나눠 짧지만 깊은 사유가 펼쳐진다. 2부에도 「흔적을 지우는 일」, 「외로움」, 「청춘」, 「첫사랑」, 「이제 정말 이별할까요」, 「잘 가요」, 「당신은 꼭 잘 지내기를」, 「사랑은 타이밍이다」, 「첫사랑에게」, 「이별 편지」 등이 있다. 3부는 '만남'을 이야기한다. 「다툼」, 「용서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것」, 「따듯한 채색」, 「기억해내자」, 「가진 것을 전부 주고도 아쉬운 마음」, 「시간을 건너」, 「사랑은 원래 기다림이다」, 「나는 언제까지나 나로서 마주할 것」, 「정말로 사랑한다면」, 「시작, 다시」 등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4부에는 「결혼」, 「고백」, 「단점」, 「서로에게 나들이 가는 것」 등이 짧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필로그〉를 통해 저자의 이별 편지가 끝난다. 책의 형식을 짚어본 것이지만 각 장에 사용된 단어들을 주욱 연결하다 보면 뒤섞여 있음을 알 수 있고, 여러 감정이 혼재돼 있다. 또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고 몇 명의 사례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젠 당신의 소식조차 듣지 못하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지만 내 삶에 잠시나마 머물러줘서 고마웠습니다. 나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는 오직 당신입니다. 매일같이 내뱉던 사랑한다는 말을 이제는 과거형으로밖에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날 슬프게 합니다. 하지만 난 아직도 당신을 사랑했던 기억으로 사랑하니 슬픈 과거형으로라도 내뱉겠습니다. 정말 사랑했습니다. 진심입니다. 심장을 꺼내어 보여줄 수 있다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중략) 끝이 아니길 바라도, 결국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서로를 안고 눈물을 흘렸던 그 순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함께 보낸 시간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기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모두 당신과 함께라서 소중했습니다."((p.221~225)

 


 

이 책의 주제와 형식은 앞서 말한 대로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안 풀리는 의문이 있다. 이 책의 총괄적인 〈서론〉이 되는 말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저자가 하는 말로 읽힌다. 역시 사랑과 이별, 특히 이별을 말하는 글입니다.

"사랑의 총량은 누구에게나 같습니다.

그걸 여러 사람에게 나눠서 쏟을지,

한 사람에게 온전히 쏟을지는

당신이 살아가는 형태에 따라서 변할 것입니다.

누구나 흠 없이 사랑하고 싶겠지만

우리 사실 그 어떤 사실보다도 사랑 때문에

울고 웃으며 성장해 나갑니다.

추억을 떠올리며 한산한 기운만 머금을

차디찬 밤 같은 날만 있지는 않겠지만

사랑에 몸을 내던질 준비를 했다면

그러한 시간도 견뎌낼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하략)

 


 

독자의 의문점 한마디를 보탠다. 이 책의 서두에, 4개 파트가 시작하는 맨 앞에 이 글들이 실려 있다. 사랑을 했다면 이별도 각오하고 버텨낼 내공도 있어야 한다는 말로 읽힌다. 그런데 "사랑의 총량은 누구에게나 같습니다."는 이 문장은 왜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특히 이별을 이야기하는 맨 앞에 두었을까 하는 의문점을 독자로서는 해석하지 못한다. 말 자체도 이해가 어렵고 이 문장을 책의 가장 앞에 둔 저자의 생각도 헤아리기 어렵다. '사랑의 총합은 누구에게나 같다'는 문장 자체가 어렵다. 누구의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인용 부호도 언급도 없으니 어떤 저명한 사람의 말은 아닌 것 같고, 저자의 판단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 독자는 이 문장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의 전제가 되는 중요한 문장이기에 더욱 오래 숙고했다. 그러나 결국 의문부호로 남았다.

비슷한 말을 배운 적은 있다. '에너지 불변의 법칙'의 법칙(물리학), 제로섬에서의 '총량의 합'(경제학). 사랑이나 이별이 물리학이나 경제학에서 다루는 물건 혹은 경제 현상의 법칙에 따른 것은 아닌데 왜 사랑의 총량은 같다고 했을까. 그것도 개인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서는 다음 문장을 읽으면 다소 의문은 풀린다. '그걸 여러 사람에게 나눠서 쏟을지, 한 사람에게 온전히 쏟을지는 당신이 살아가는 형태에 따라서 변할 것입니다'를 바탕으로 해석해본다. 한 사람이 가진 사랑의 총량은 같은데 그것을 여러 명의 연인에게 나눠서 써야할지, 한 사람에게 쏟아넣어야 할지는 각자 살아가는 형태에 따라 변한다? 사랑의 총량을 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물리학에서 에너지 총량은 인간이 측정 가능한 일정량의 '물건이나 물질'로부터 방출할 수 있는 에너지(힘)의 총량을 말한다. 또 이 에너지의 불변의 법칙은 에너지 100이 수 차례에 걸쳐 투입되어도 다른 특별한 이유 없이는 같은 양의 에너지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물리학의 법칙을 증명해내 '물리학'에서 채택된 법칙이다. 사랑도 감정으로 느낀다. 인간이나 다른 모든 생물은 같을 것이다. 우리 뇌속 감정뇌에서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잴 수는 없다. 잴 수 없기에 '열렬히', '많이' '하늘만큼' 등 부정확한 표현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총량이 같다는 말은, 더욱이 누구에게나 같다는 말은 이 책을 읽고 동의하지 못하는 유일한 말이다.

 


 

당신을 붙잡으면 당신은 물론 내 옆에 있어 줄 테지만, 나는 다시 사랑을 이어간다 해도 당신의 차가운 말투와 눈빛을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받아들였다. 당신과의 사랑을 언제까지나 나의 노력으로만 이어갈 수는 없었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은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숨길수록 상대방을 비참하게 만들 뿐. 그렇게 우리는 흔한 다른 연인들처럼 이별했다. 나를 진정 슬프게 한 것은 당신이 내 곁을 떠났다는 게 아니었다. - 「part 2. 이별」 중에서

 

그렇기에 결혼이란 참 기묘한 일이다. 연인이라는 이름으로는 허락되지 않던 것들이 허락되는 순간 우리는 색다른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온갖 다툼거리가 많았던 연인 시절과는 다르게, 이 사람만이 이 지구에서 유일한 나의 편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툼거리는 사소한 일이 되기도 한다. 밖으로 나가면 남인 세상, 유일하게 평생을 내 편을 들어주기로 약속한 이와 다투어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가장 든든한 아군을 얻는 일이 바로 결혼이기도 하다. 떠날까 하는 두려움이 사라져 소홀함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러니 반드시 그대를 떠나지 않기에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이와 평생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 「part 4. 사랑」 중에서

 

저자 : 정탁

 

우리 모두 이별을 합니다.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이별한 나에게 쓰는 편지를 당신에게 부칩니다.

인스타그램 @epilogue_t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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