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 - 한국경제 흑역사에서 배우는 오늘의 경제 교양
김정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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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는 부제 「한국경제 흑역사에서 배우는 오늘의 경제 교양」에서 보여진 것처럼 증권파동, 강남개발 등 우리 현대사에서 '흑역사'라고 사건 등을 되짚어 봄으로써 우리 미래 전망까지 가능하게 하는 경제 교양서이다. 저자 김정인은 우리나라 현대사 중에서 경제 부분의 사건의 뿌리나 유사한 사건을 연결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일반 사람들이 낯선 역사를 처음으로 공부하기에는 각종 사건·사고만 한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저자의 판단에서다.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현대사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불과 50년 만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완성하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는 등 화려한 이면에는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얼룩져 있다. 특히 정치와 경제의 유착 폐단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아 수많은 사건이나 사고의 중심 인물이 된 사람도 많다. 이를 우리 경제의 흑역사라고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 온 국가에서 여러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그 사회가 살아 움직이며 과거를 극복해 왔다는 증거이자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많은 사회였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는 저자의 경제 강의에 귀 기울여본다.

이 책은 5개 파트(PART)로 나뉘어 있다. 1부 〈부동산〉, 2부 〈노동과 복지〉, 3부 〈금융경제〉, 4부 〈정치와 경제〉, 5부 〈국제관계와 경제〉 등이다. 경제의 역사도 흐름이 있다. 이는 대부분 서양의 경제사 기술에 따르기 때문에 일반 경제사는 유명 경제학자의 이론에 따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시장경제와 계획경제 등으로 나뉘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또는 이 이론들은 대부분 유명 학자나 학파의 이론에 의해 경제의 흐름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이는 대략 애덤스미스의 시대부터 약 300년 간의 경제사이다. 즉 서양도 경제사를 애덤 스미스 이후부터 정식 체계를 갖춘 경제학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 시점은 신대륙 발견 이후 미국의 독립과 영국의 대영제국의 쇠퇴, 식민지 시대의 종말 등 굵직굵직한 세계사적 사건들이 경제의 흐름을 좌지우지 했다. 이 때문에 서양경제사는 이 점을 중요하게 다룬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도 인류는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경제 활동을 해왔다. 〈호모 이코노미〉라고도 불리우는 이유다. 고대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의 생성과 화폐의 발명, 산업혁명 이후엔 노동이 경제 문제에 접합되었고, 금융 산업의 발전으로 〈금융경제〉란 말도 생겨났다. 경제가 대규모로 다루어지는(거시경제) 시점엔 자연스럽게 전문화가 따라감으로써 분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으로서 국가 경제는 사실상 해방 직후 미군정이나 6·25 전쟁으로 거의 없었다고 본다면 실제로 이승만의 자유당 정부 시절부터를 시점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승만 정부가 우리나라 경제에 특별히 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농지 개혁은 비교적 잘해서 업적으로 평가를 받았다는 글을 어떤 책인가에서 본 기억이 있다. 북한의 농지 개혁과 미군의 압력에 의해 농지 개혁은 초대 농림부 장관에 조봉암을 등용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업적으로 평가받을 일이 없고 독재를 연장하려다 결국 4·19에 의해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망명하는 불행한 일을 연출하고 말았다.

이 책은 한국경제사 입문서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희망적으로 이해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자가 집필했다고 밝힌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니만큼 한국경제 전반을 스치듯 다루고 있다. 각종 이슈가 세상을 시끄럽게 할 때마다 이 책을 펼치면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된 일이니까 함께 천천히 짚어가보자는 독자들의 요구가 생길 것으로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좋은 일은 물론 나쁜 영향을 미친 일도 빠짐없이 다뤘다는 이야기다. 1부에서 다룬 부동산 문제는 성남시 개발 당시의 일이다. 이른바 〈8·10 성남민권운동〉이다. 개발 당시 분당은 엄청난 효과를 가져와 투기까지 겹쳐 말썽이 많았으나 2000년 들어서는 '천당 위의 분당'이라 할 만큼 강남 3구를 앞지를 정도로 아파트 값이 뛰었다. 2008년까지는 성남 아파트 가격이 서울 아파트 가격보다 평균적으로 높았다고 하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도권 부존'으로 불리운 도시는 지역 정치인들이 부동산 비리나 조폭과 얽혔다는 의혹이 2000년대 들어 유독 많이 보도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소문이든 실제 상황이든 그럴 만한 배경이 있을 때 증폭되는 법이다. 이에 저자는 명백한 판교 개발 부정부패와 3,200억 원짜리 호화 청사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성남의 빈민가 시절 역사인 광주대단지 사건까지 연결해 들어간다. 부동산 관련 정치인 부정부패는 서울 재개발 사업으로부터 시작된다. 책에 따르면 1970년대 부정부패 비리 없는 건설 현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건설사와 공무원이 열심히 예산을 빼돌리는 바람에 시민아파트는 날림으로 건설되고 심지어 서울 마포구의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이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이어진다. 또 아파트가 서울에 들어서기 시작하자 시유지나 사유지에 집을 짓고 무허가로 살던 철거민들을 대거 이주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광주대단지 사건은 꽤 독특한 시위이다. 우리나라 시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폭력성을 띤 동시에 정치구호 없는 생존권 시위였다. 당시 보수 우익 세력은 광주대단지 사건을 폭력 난동이라고 불렀고, 진보 좌익 세력은 민중항쟁이라고 불렀다. 민주화운동 이외의 시위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놓고 싸우기도 시간이 모자라 〈8·10 성남민권운동〉이라는 공식 명칭도 성남시청 주도로 2021년에야 결정되었다.

시위 주동자들은 경찰서에 끌려가서 간첩으로 몰려 고문받기도 했지만 시위대의 요구는 시위 이후 모두 관철된다. ① 토지 가격을 평단 1,500원 이하로 인하해줄 것, ② 총대금을 10년 동안 매년 나눠 갚게 해줄 것, ③ 향후 5년간 각종 세금을 면제해 줄 것, ④ 영세민 취로사업 일자리를 제공해 줄 것, 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환경을 개선할 구호 대책을 세울 것 등이었다. 요구 조건에 따라 정부는 1974년과 1976년 성남에 산업공단 세 곳을 만든다. 서울 성수동에 있던 공장들이 많이 이전해왔다. 도시 자급자족을 위해 독자적인 산업단지를 세우려는 성남시의 노력은 이때부터 시작된 도시 특성이다.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반발해서 개선을 이뤄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1970년대와 1980년대 열악한 노동 환경도 참지 않는다. 이렇게 천당 위의 분당의 문제는 1960년대 정부의 저곡가 정책이 나비효과를 부르고 다시 나비효과를 불러서 오늘날의 성남이 탄생된 것이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고, 신도시와 구도시 시민들도 서로 다른 성향의 정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현대사는 무척 빠르고 역동적으로 흘러왔다. 그만큼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또 그만큼 흑역사도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흑역사도 우리에게 미래를 통찰할 인사이트와 힘을 주었다는 점에서 빠짐없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가령 금융 비리를 해결하는 첫걸음이었던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은 강남 아파트 10만 채 해먹은 1982년 ‘장영자·이철희 어음사기 사건’이라는 희대의 사기 사건이 없었다면 조금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은행 거래를 시작할 때 신분증을 내고 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드는 것이 금융실명제이다. 사실 이런 당연한 설명을 하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금융실명제는 당초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보통사람은 자신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고 돈을 입출금하는데 누가 차명을 쓰고 무기명을 이용하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누가 그랬을까? 지금으로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금융실명제가 군사 작전 펼치듯 전격적으로 김영상 정부 최대의 업적으로 평가될 만큼 예상치 못하게 실시된 것. 차명이나 무기명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돈은 대부분 '검은 돈'이었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다. 내가 내 마음대로 동생 명의로 통장을 만든다든가, 주민등록번호 확인 절차도 안 거치고 ‘아무도 저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닉네임만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할 순 없는 일 아닌가. 하지만 1993년 8월 12일까지는 이게 가능했다. (중략) 개혁이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는 만큼, 금융 시장 혼란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는 당연했다. 하지만 금융실명제 반대론자의 주장은 과격한 면이 있었다. 게다가 혼란을 핑계로 비실명제 금융거래 관행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 도입에 어떻게 성공했을까? ① 비실명제를 이용한 장영자·이철희의 어음 사기 사건이 사회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주었고(1982), ② 김영삼의 문민 정부는 그런 사건을 겪고도 부정부패에 절어 있는 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풀어주겠다는 약속으로 세워진 정부인 데다, ③ 대통령 본인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치밀한 타이밍을 계산해 단숨에 해치웠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에 비하면 가상화폐 그까짓 거〉 중에서(p.260, 265~266)

 


 

이 책의 본문에 등장하는 소제목만 봐도 내용이 막 궁금하고 당장 책을 펼쳐보고 싶어진다. 정리가 잘 돼 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 한 권이면 한국경제사와 한국경제와 얽히고설킨 정치, 주택, 금융, 노동 등 거의 모든 분야와 밀접하고 불가분의 관계를 맺었다. 많은 정책들이 제 1의 목표 앞에 '고성장'이 가로막고 있었다. 환경 문제는 무차별하고 무계획한 개발에 밀려 문제 제기도 어려웠다. 노동 문제도 산업화 과정에서 당연히 피할 수 없는 문제인데도 산업화 과정에서는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난 다음에는 정치 자금 규모도 턱없이 커졌다. 기업으로부터 찬조 받는 정치 자금의 부담은 오롯이 소비자 국민에게 돌아갔다. 기업 측에도 정치 자금만큼 세금을 빼주기도, 소비자 가격을 올리기도 하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정치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런 이야기들이 흑역사 상에 드러나니 이 책을 읽을 때 지루하거나 어렵다운 생각보다 우리 경제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경제사에 따로 입문할 필요없이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우리 경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에는 저축은행에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돈이 6조5,000억 원어치나 저금되어 있었다. 금융 사고 보호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현실적으로 피해자 구제가 어렵다. 개인의 책임 문제와 금융상품 판매 구조의 부조리함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구조를 이길 방법은 없다고 봐도 좋다. 이에 따라 불합리한 구조와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당장 손해 보는 사람은 나 자신인 만큼,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똑똑한 소비자가 돼야 한다. 물론 이렇게 속 편한 소리도 21세기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고, 1972년 8·3 사채동결조치 때는 그럴 수도 없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축은행의 탄생이 1972년이었다. 이제부터 기업이 서민들에게 사채를 빌려 쓰던 기이한 관습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본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대리한테 돈을 빌려달라면?〉 중에서(p.347~348)

 


 

이렇게 시사 뒤에는 역사가 있다.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이 내린 ‘어제’의 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이 되었으며, 우리의 ‘오늘’은 어떤 모습의 ‘내일’로 찾아올지 예감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경제사는 한 번쯤 펼쳐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을 비교하고 연결하며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고 예측하게 한다. 가격이 오를 부동산을 고르는 법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명문고, 무장공비, 지하철 2호선 노선, 인구 과밀, 체비지, 경부고속도로 등으로 이어지며 강남의 탄생을 눈앞에 펼쳐 보이는 식이다. 빚이 100억이면 부자일까, 거지일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해 저축은행 뱅크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PF대출, 사채, 8·3 사채동결조치, 종금사와 ‘꺾기’ 관행까지 막힘 없이 술술 풀어가며 사금융과 제2금융권의 시작과 현재까지를 일목요연하게 들려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는 오늘의 한국 경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재밌고 빠른 지적 여행의 길잡이이다.

 

저자 : 김정인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수료했다.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비플라이소프트 미디어빅데이터분석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금융·경제 전문 뉴미디어 ‘어피티’ CCO로서 금융·경제 정보를 선별하고 해석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KDI 연구원 시절, 미디어에 내보낼 경제정책 정보를 정리하며 각종 경제 현상에 재미를 느껴 경제학과에 편입해 경제 공부를 시작, 경제학 석사과정에까지 진학했다. 경제학이 재미있는 만큼 어렵기도 했기에 늘 고군분투하는 나날이었다. 미디어빅데이터 회사에서 근무하며 경제 공부를 쉬게 되었고,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어피티’에 흥미로운 경제 사건과 그 뒷이야기를 2년 동안 매주 연재하다 2021년에 ‘어피티’ 정식 구성원이 되었다. 경제 공부에 재미와 어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교과서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경제 이야기를 실생활 사례들로 쉽고, 재미있고, 뼈저릴 만큼 생생하게 전하는 것이 목표다. 지은 책으로 《오늘 배워 내일 써먹는 경제상식》, 《웰컴 투 어피티 제너레이션 2022》(공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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