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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행복하기 - 너무 먼 곳만 보느라 가까운 행복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조연경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3년 5월
평점 :
요즘 '행복'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심리학 혹은 인문학 책까지 천천히 살펴보면 우리는 행복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평생 돈만 쫓다가 행복과 거리가 멀어진 경우도 있고, 또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권력 등만을 위해 치열하게 도전만 거듭하던 사람도 많다. 옛말에 재물이나 명예는 자신의 건강한 몸 이후에 할 것을 경계하는 말이 있다. 원전이 어딘지 모르고 독자가 자주 쓰는 말 중에도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란 말도 고전을 읽다 알게 된 격언인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닥치면 반대로 쫓아다닌다. 지금이야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아직도 명예욕은 남아 가슴속에서 꿈틀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다행히 나이가 들면서 재물욕은 거의 없어진 것만이라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중주척인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오포 세대'란 말이 유행어처럼 퍼졌다. 이것은 '삼포'에서 진전된 것이다. 이들이 포기한 것은 직장, 연애, 결혼 등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암담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심적 고통으로 이어지면서 '수저 계급론'으로 확산됐다. 그 암담한 미래에 우울감이 더해진다면 사회를 끌어가는 동력을 잃을 것이고, 사라진 동력 이후에는 삶의 포기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 점을 인식한 기성 세대가 나서지도 않고, 올바른 인식으로 전환시킬 노력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달리 방법이 었는 것인지, 그냥 '주어진 대로 살 것'을 강요하는 듯하다.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빌어 쓰자면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가 딱 지금 우리 사회 분위기가 아닌가 우려스럽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재능을 가진 예술인들은 크든 작든 청년 세대에게 희망마저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고 또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해보고 사라질 우리가 아니다'란 위로를 받고 활력을 얻기도 한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을 주는 메시지는 '행복'을 담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행복을 목표로 살아야지, 결코 부나 권력을 좇아서는 행복에 이를 수 없다는 제언이다. 사실 이런 말은 이전 사회부터 있었던 말이다. 우리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노력하면서 잃어왔다는 뜻이다. 다산 정약용의 책에도 다산을 연구하는 모임의 책에도 '행복'은 삶의 가장 최고의 목표이자 후손들에게 우선적으로 물려줘야 할 최고의 유산이라는 삶의 가르침이 나와 있다.
우리가 가난을 벗기 위해 들인 피와 땀이 행복으로 결실을 맺기 위한 것 아닌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서 되돌아보면 돈을 좇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행복과 맞바꾼 것이었다는 자괴감이 든다. 그리스 신화에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마지막 튀어나온 것은 '희망'이라는 말도 있고, '망각'이란 말도 있다. 그만큼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 책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의 저자 조연경은 행복은 우리 곁에 있으니 멀리까지 가서 찾지 말고, 먼 훗날의 행복을 기약한다고 오늘의 삶을 희생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저자는 저 멀리에 있어서 잡히지 않는, 언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행복을 찾아 지금, 여기서의 행복을 놓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명제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드라마 한 편을 써 내려가듯 우리 일상의 행복한 순간을 주워 글로 엮은 이 책에서 저자는 행복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고, 생각보다 우리의 인생은 훨씬 더 달달하고 고소하고 말랑말랑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가진 사소한 습관부터 사람과 사랑을 통해서 오는 행복의 순간, 지금 바로 우리가 행복해져야 할 이유, 비울수록 더 풍성해지는 마음 작용법 등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우리가 행복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면 사실 그렇게 대단하고 거창하지 않다. 이 책에는 아침에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을 때, 아메리카노 한잔과 달콤 쌉싸름한 티라미수 한 조각을 입에 넣었을 때, 재래시장 한구석에 쌓여 있는 싱싱한 과일과 야채를 바라볼 때, 피곤에 지친 퇴근길에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본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발견했을 때와 같이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순간들이 담겨 있다.
행복은 어디에나 있는데 우리는 왜 항상 저 멀리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어디에서나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안다면 우리는 매일매일 행복해질 수 있다. 이 책은 그 방법을 가장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내 이야기 같고, 또 내 주변의 이야기 같은 이 책이 너무 먼 곳만 보느라 가까운 행복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소곤소곤 말해줄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행복을 누리라고. 아마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구든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어디에나 있고, 행복의 문은 사방에 열려 있다.
"돈이 많다고 행복이 보장될까? 돈으로 좋은 물건을 많이 사는 게 행복은 아니다. 좋은 집도 멋진 차도 시간이 지나면 평범함으로 바뀐다. 그래서 처음 감격이 사라질 때 즈음이면 더 크고 좋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진다. 소유할수록 욕심이 커지고 행복은 곁을 떠난다. 매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매 순간 돈을 버는 사람보다 더 부자다.(p.244)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행복은 의외로 쉽고 단순하다」, 2장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을 만든다」, 3장 「행복과 사랑은 단짝이다」, 4장 「행복은 적금이 아니라 신용카드다」, 5장 「행복의 기준과 부자의 기준은 다르다」 등이다. 각 장의 제목은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말을 하려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명확한 단문으로 구성돼 있다. 한눈에 그 뜻이 가슴으로 파고 든다. 혹시 독자들의 혼란으로 바로 이해되지 않을지 몰라 각 장의 제목에는 친절한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의 따뜻한 감성이 드러난다. 1장의 부제는 '행복한 사람들의 사소한 습관'이다. 1장은 〈사소한 습관〉 14개의 소항목을 두어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2장은 '행복은 사람을 통해서 온다'란 부제를 갖고 있다. 행복은 물질이나 돈, 권력, 명예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온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3장엔 '행복은 사랑이 있는 곳에 찾아온다'란 부제로써 〈사랑〉을 강조한다. 또 4장은 '바로 지금이 행복해야 할 시간이다'라며 〈바로 지금〉을 부각시킨다. 5장은 '비울수록 더 많이 채워지는 이상한 공식'이란 부제로 〈비움〉이 핵심어로 등장한다. 제목으로 살펴본다면 행복의 조건은 사소한 습관, 사람, 사랑, 지금, 비움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1장에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이야기다. 영화의 시작은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초라한 카페가 나온다. 책에 따르면 여행 중 남편과 싸우고 혼자 떨어져 나온 여주인공 '야스민'은 우연히 황량한 사막에 세워진 카페를 발견한다. 야스민은 그 카페에서 잠시 머무르기로 한다. 카페의 여주인 '브렌다'는 생활력이 강하지만 무능한 남편과 말썽만 피우는 아이들 때문에 조금도 행복하지 않은 여자다. 쌈닭처럼 매일매일 소리 지르며 삶의 생기를 잊은 지 오래다. 커피가 없는 카페, 음악이 사라진 카페, 이러니 손님이 오는 게 이상할 정도다. 남편은 집을 나가고 피아노를 꿈으로 삼고 있는 아들은 피아노를 칠 때마다 그만두라고 소리치는 엄마 때문에 인생이 모래알처럼 쓰라리다. 두 딸도 사는 게 지겹다. 이런 카페 안에 뛰어든 야스민, 그 여자의 눈부신 긍정의 힘과 밝음 덕분에 마법 같은 일이 생긴다. 브렌다의 남편이 돌아오고, 아이들은 표정이 환해지고, 카페에는 춤과 노래 그리고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여주인 브렌다는 행복을 찾는다.
카페를 멋지게 리모델링한 것도 아니고 게으른 남편과 말썽꾸러기 아이들도 달라진 게 없다. 도대체 무엇이 브렌다를 그렇게 변화시켰을까? 저자는 브렌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을 이유로 꼽는다. 브렌다는 긍정적인 야스민으로 인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무능한 남편은 착하고, 집안일은 나몰라라 피아노만 두드리는 한심한 아들은 피아노 연주로 사람들을 감동시킬 줄 아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멋진 청년이고, 사사건건 엄마와 부딪치는 큰딸은 아름답고 건강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제까지는 브렌다를 불행하게 한 가족이 오늘은 브렌다를 미소 짓게 만든 것이다. 저자는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와 같이 행복은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그런데 우리는 돈, 건강, 풍요로운 식탁, 좋은 직장 등 행복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그 속에 갇혀 살면서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억울해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조금만 시각을 달리한다면 삶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우리는 행복해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해인 수녀의 〈1%의 행복〉이라는 시를 인용한다.
저울에 행복을 달면
불행과 행복이 반반이면
저울이 움직이지 않지만
불행 49% 행복 51%면
저울이 행복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행복의 조건엔 이처럼 많은 것이 필요 없습니다.
우리 삶에서 단 1%만 더 가지면 행복한 것입니다.
2장의 '정직한 법칙'에서 저자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떠나 파리까지 가서 거기서 다시 기차를 타고 덴마크로 갈 계획인 슈바이처 박사의 일화를 소개한다.
"선생님, 어떻게 3등 칸에 타셨습니까?"
"예, 이 기차는 4등 칸이 없어서요."
그가 파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신문기자들이 취재를 하려고 그가 탄 기차 특등실로 몰려들었다. 그는 영국 황실로부터 백작 칭호를 받은 귀족이다. 당연히 특등실에 탔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다. 그는 병원을 세우고 당시 비참한 상태에 있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평생 헌신적으로 의료봉사를 한 분이다.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의사라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평생 안락하게 살 수 있었지만 그는 특등실처럼 편한 곳보다 3등 칸처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곳에 늘 있었다. 그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저자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인용하며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하나 추가한다. "행복은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데 자신을 비치는 것이다."란 러셀의 말이다. 저자는 물론 누구나 슈바이처 박사처럼 될 수는 없다. 나를 헌신하면서 오직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살기란 매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한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나의 말 한마디 또는 작은 행동이 타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어떨까?라고 언급한다.
여기에 취업이 어려운 청년의 에피소드 하나를 덧붙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창밖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때 편의점 주인이 우유와 빵을 앞에 놔 주고 청년의 어깨를 몇 번 토닥인다. 청년 앞에 놓인 건 우유와 빵이 아니라 따뜻한 격려다. 청년을 허기를 채우면서 다시 희망을 본다.
책 출간 당시 계절은 아직 봄이 오지 않은 3월 어느 날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슈바이처를 소개한 항목 마지막 단락에서 슬그머니 내놓는다. 이에 따르면 내 자신을 다 던지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겨우내 언 땅을 뚫고 연둣빛 새싹이 올라온 3월, 봄은 새로운 계절의 시작이다. 입학, 취직, 결혼 등 설렘과 기대가 있지만 두려움과 긴장도 있다. 낯선 곳, 새로운 사람들 틈에서 과연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심할 필요가 없다. 행복의 법칙은 의외로 정직하고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걸, 내가 받고 싶은 걸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주면 된다. 우리 모두 '자신 있게 행복하기'로 봄을 열어보자.
저자 : 조연경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MBC에서 희곡 [딩동댕]이 당선되어 MBC 드라마 [제3교실], KBS 드라마 [금방울 은방울], CBS 라디오 드라마 [우리 집은요] 등 다수의 드라마 작품을 썼다. 199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2년 CBS 방송문화대상, KBS 코미디 시트콤 대상, 라디오 방송 PD 주최 ‘따뜻한 작가상’을 수상했다.
공주영상정보대학 겸임교수와 조선일보 메트로 여성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신문 컬럼니스트, 문화센터 및 기업체 강의, TV 드라마 작가로 활동 중이다.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어 놓은 코로나 19와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지치고 황폐해진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슈퍼마켓에 상품이 진열되어 있듯 우리 주변에 행복이 진열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 행복은 공짜이고, 내가 집어 들기만 하면 된다. 이런 상상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행복은 의외로 쉽고 간단하다.
대표작으로는 미니시리즈 [아내가 있는 풍경], [사랑의 조건], [레테의 연가], [사랑과 전쟁] 등 30여 편의 TV 드라마와 [여인극장 술래잡기] 등 50여 편의 라디오 드라마가 있으며, 저서로는 장편소설 『첼로』, 『사랑을 위한 몇 가지 변명』 등 22권의 작품집이 있다. 특히 『준비된 신혼이 아름답다』와 어른들을 위한 행복동화 『행복 줍기』가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