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비주얼 / 블랙피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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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통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글쓰는 사람이나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글 잘 쓰는 비법'은 한참 유행이었다. 쉽게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묻는 사람들에게 오로지 딱 한 가지 대답뿐이었다. "3다(多)"다. 3다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다. 한자어로 '다독(多讀)·다사(多思)·다작(多作)'이라고 한결같은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지금 중견이란 소리를 듣는 작가분들은 수없이 듣고 수없이 되뇌었을 말이다. 요즘은 글쓰기 책이 언제든 서점에 가면 집어들 정도로 많이 출판되고 있다. 대부분 마음 치유 책으로 출간되고 있는 것이 많았다. 독자도 서너 권쯤은 읽어본 것 같다. 그 글쓰기 책들도 부분 부분 강조하는 점만 다르지 큰 틀에서 보면 역시 3다가 아직 글쓰기에 가장 최선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이 점을 스포츠로 비유해 본다면 역시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들이 가장 훌륭한 능력을 가진다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라 번뜩이는 기지와 위트, 영감 등이 글쓰기의 가장 좋은 이유라고 말하는 책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책들도 읽다보면 거의 비슷한 말을 한다. 다만 강조하는 부분만 다르고 목적(마음 치유)에 따라 집중 설명하는 부분이 다를 뿐이다.

이 책 『카피책』은 35년 카피라이터로 수많은 카피를 만들어온 정철이 낸 책으로 7년 전 출간된 것을 수정 보완한 개정판이다. 역시 카피라이터도 글 쓰는 직업임에 틀림없다. 다만 소설보다는 시에 가까운 카피의 성질상 단어에 집중하는 점이 소설가와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시인이 문장을 무시하거나 소설가의 어휘력이 좋은 문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표현 방법이 소설보다는 시에 가깝다는 독자의 의견이다.

 


 

저자 정철에 따르면 카피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글'이다. 맞는 말이다. 광고 카피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원하는 카피는 잘 된 카피가 아닐 터이다. 마땅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바로 사람의 관심을 끌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훔친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야구로 치자면 도루(스틸)이다. 도루의 '도'자가 훔칠 도(盜) 자고, 영어로도 '스틸(steal)'이 훔치다란 뜻이니 맞는 말이다. 이 훔치는 일이 야구 선수로서는 대단한 기술로 취급되는 일이다. 공격 부분에서도 도루상을 준다. 도루왕이라는 표현되는 선수도 있다. 카피라이터에도 카피왕이라고 있나? 광고업계에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못한 독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 보상을 주지 않을까?란 실없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은 퍼스널 브랜딩 시대, 남이 써 주는 글에 만족하지 않고 나만의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고, 1인 크리에이터와 유튜브 운영자가 많은 요즘 더 인기 있으리란 느낌은 갖는다. 출판사 측에서 팔리는 카피를 쓰고 싶은 마케팅 및 광고 종사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글은 어떻게 쓰는 것일까? 이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저자 정철이 35년 노하우가 담긴 32가지 실전 카피 작법과 감각을 키우는 광고 비주얼 73컷을 담았다. 독자는 저자의 전작 『영감달력』을 처음 가질 때는 굉장한 호기심도 있었고, 처음 주욱 훑어보고 왜 이름을 '영감달력'이라고 썼는지 공감하면서 무척 소중히 다뤘다. 지금도 갖고 수시로 보고 킬킬거리는 여유까지 생겼다. 가끔 심심할 때 읽어보는 정도로 사용하지만 "재미도 새로움도 감각도 떨어져 가는 35세 이상의 독자로서 『영감달력』 '저자의 말'을 통해 들은 대로 인사이트를 잡을 때는 쾌감도 느껴질 정도로 친숙해졌다.

 

 

글 한 줄 쓰기 위해 사전 불안감, 쓸 때까지의 초조감, 다 쓴 뒤에도 개운치 않은, 글 쓰는 게 가장 어려운 보통사람들에게 이 『카피책』은 해답을 내놓고 적지 않은 독자들에게 영감과 통찰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이 먼저다’ 등 울림을 주는 카피를 써 온 저자 정철은 이 책에 32가지 실전 카피 작법을 마음먹고 담았다. 당장 글을 써내야 하는데 책 읽고 고민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불평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런 걱정은 접어 둬도 좋다고 자신한다. 『카피책』은 제목과 부제가 그 자체로 카피이자 글쓰기 팁이라는 말이다.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말이지만 분명 독자들에게 쉽게 가장 빠르고 재미있게 카피 작법을 내놓은 책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2부(Part)로 나누어져 있다. PART 1. 〈이렇게 연필을 씁니다〉에서는 카피라이터가 꼭 알아야 할 카피 작법의 핵심적인 수사와 표현 팁을, PART 2. 〈이렇게 머리를 씁니다〉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마음을 훔치는 카피를 쓰기 위한 유용한 발상과 기획 팁을 담았다. 책에 등장하는 카피 일부를 ‘before’와 ‘after’로 나누어 재미없는 카피와 마음에 꽂히는 카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32개의 실전 카피 작법의 제목만 봐서도 한눈에 알 수 있는 것부터 몇 번을 읽고 내용을 읽어봐도 한눈에 파악되지 않은 것까지 다양하다. PART 1에는 「카피작법 제1조 1항-글자로 그림을 그리십시오」, 「로미오와 성춘향의 결혼-낯설게, 불편하게 조합하십시오」, 「깍두기 썰듯 깍둑깍둑-바디카피는 부엌칼로 쓰십시오」, 「일대일-소비자 한 사람과 마주 앉으십시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사칙연산을 활용하여 맛을 살리십시오」, 「카피라이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말과 글 가지고 장난을 치십시오」, 「산, 산, 산, 나무, 나무, 나무-반복하고 나열하십시오」, 「산, 산, 산, 나무, 나무, 나무-반복하고 나열하십시오」, 「지우개 과소비-쓴다, 지운다, 두 가지 일을 하십시오」, 「도둑질을 권장함-경찰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어깨에서 힘 빼기-카피는 make가 아니라search입니다」, 「못 살겠다 갈아 보자-리듬을 살리십시오」, 「단정의 힘-딱 잘라 말하십시오」, 「택시 요금 3,500만 원-뚱딴지같은 헤드라인을 던지십시오」, 「집착과 선점-단어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드십시오」, 「덜컹! 꽈당! 비틀!-의성어나 의태어를 출전시키십시오」, 「굿바이 옥편-한자어는 북경반점으로 돌려보내십시오」가 선보인다.

 


 

이어 PART 2에는 「사람이 먼저다-상품보다 먼저 사람을 보십시오」, 「제품을 향해 달려가는 광고-죽 쒀서 강아지 주지 마십시오」, 「브랜드! 브랜드! 브랜드!-브랜드네임에서 아이디어를 찾으십시오」, 「귀에 들리는 말-그들의 언어를 채집하십시오」, 「받들어, 슬로건!-슬로건을 앞세우고 전장에 나가십시오」, 「부자 되세요!-돈을 벌어 준다고 말하십시오」, 「내 위치를 확인할 것-넘버원 캠페인, 도전자 캠페인」, 「라이벌 사용법-적의 입으로 나를 이야기하십시오」,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겁을 주십시오」, 「카피라이터와 아트라이터-비주얼을 침범하십시오」, 「5학년 3반 혜진이에게-쉽게! 쉽게! 쉽게!」, 「제품에서 한 걸음 물러나기-소비자 머릿속으로 들어가십시오」, 「물구나무서기-뒤집는 순간 아이디어가 보입니다」, 「삼겹살 굽기-캠페인을 먼저 생각하십시오」, 「모델 사용법-가난한 광고주를 위하여」「칭찬이라는 엄청난 무기-소비자를 잘난 사람으로 임명해 주십시오」 등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카피작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처럼 절대적이며 나머지 카피 작법에도 모두 적용되는 기법이다. '구체성'이다. '잘생겼다'는 '강동원 동생일 거야'로, '많다'보다는 '삼십육만칠천팔백 개'로, '꼼꼼하다'보다 '손톱 열 개 깎는 데 꼬박 20분을 투자한다'로 구체적으로 쓰라는 이야기다. 막연한 카페, 추상적인 카피, 관념적ㅇ니 카피와 멀어지려고 애쓰라는 주문이다. 구체적인 카페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준다는 저자의 주장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는 건 사진 한 장을 찰칵 찍어 카피와 함께 머릿속에 배달한다는 뜻'이라는 설명이 뒤따라야 비로소 머릿속이 맑게 갠다. 카피 문외한인 독자의 수준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하나 더 설명을 곁들이자면 아파트 광고 중 단순히 '용인의 분양가가 1억원 낮다'는 카피보다는 '용인에 집 사고 남는 돈으로 아내 새 차 뽑았다'라는 식으로 표현할 것을 권유한다.

 


 

길게 모든 작법을 쓸 수 없지만 열여섯 번째 「굿바이 옥편-한자어는 북경반점으로 돌려보내십시오」란 항목은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될 수 있는 대로 우리말을 쓰라는 주문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다. 요즘 신조어가 난무한 가운데 우리말을 사용하라는 카피라이터의 권고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다. 자주 쓰이는 한자어 사례로 '진가', '발휘', '역부족'이란 말을 지적했다.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다. '진가를 발휘합니다'는 우리말로 표현이 가능할까 생각될 정도로 흔히, 두루 쓰이는 말 정도로 우리말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 범위 밖에 있던 말인 것 같다. 저자는 한자어 대신 '① 제대로 합니다 ② 힘이 되어 줍니다'로 우리말로 쓴 두 줄을 소개한다. 물론 이것들이 '진가를 발휘합니다'라는 표현과 100퍼센트 같은 뜻이라 할 수는 없지만 뜻 전달에 크게 무리가 없다면 자꾸 우리말 쪽을 기웃거리는 게 좋습니다. 저자의 지적에 따라 독자도 바로 떠오른 한마디를 여기에 적어본다 '제몫을 다합니다'로 하면 어떨까.

또 '역부족'이란 말이다. 역시 자주 쓰인다. 우리말 표현이 없을까. 저자는 역시 있다고 답한다. '① 모자랐다 ② 힘이 부쳤다'로 고쳐 쓰자는 제안이다. 100퍼센트 공감한다. 저자의 이에 대한 설명도 매우 지당하다. "한자어는 세련미가 떨어집니다. 부드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고리타분한 느낌이 듭니다.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카피에 한자어가 불쑥불쑥 등장한다면 첨단이라는 이미지와 거기에 등장하는 단어가 괴리를 만들겠지요. 공무원 보고서나 법전에 박혀 있어야 할 딱딱하고 생경한 단어를 너무 자주 밖으로 들고 나오지 마십시오."(p.177)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개정판이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등 초판 출간 이후로 저자가 새롭게 쓴 최신 카피 사례를 풍부하게 더했으며 시대적 감성에 맞지 않는 사례는 과감히 버리고 더 쉬운 문장으로 채웠다고 밝힌다. 저자는 또 읽는 것에서 끝나면 『카피책』은 의미가 없다고 전제하고, "이 책은 쓰기 위해 존재한다. 이번 개정판에는 기존 책에는 없던 ‘카피 실습’ 부록을 추가해 독자가 책의 내용을 바로 적용해 자신만의 카피를 써 볼 수 있도록 본문을 더 알차게 구성했다. 책 속의 광고 비주얼 역시 기존 책에는 없던 새로운 비주얼을 대폭 추가했다. 73컷의 비주얼이 텍스트와 어우러져 독자의 미적 감각까지 키워 줄 것이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사람이 먼저다’ 이후의 새로운 카피가 궁금한 독자에게 7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 이 책을 추천한다."는 말을 더했다.

저자의 말대로, 출판사의 주장대로 나는 카피라이터가 아닌데, 카피라이터가 될 생각도 없는데 『카피책』이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카피는 카피라이터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온다.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라는 책의 부제처럼 명함, 메일 제목, SNS 프로필 등 일상의 모든 글이 카피가 될 수 있다. 오늘 하루도 다르게, 낯설게, 나답게 살았는지를 매일 질문하며 글을 쓰는 저자의 조언은 나만의 글을 쓰고 싶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주체적으로 글 쓰는 능력을 향상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저자 : 정철

 

35년 차 카피라이터. 책 몇 권을 쓴 작가. 광고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선생. 발상 전환에 목마른 사람들 앞에 서는 강사. 드르륵드르륵 연필 깎는 소리를 좋아하고 쓱쓱 싹싹 연필과 종이 만나는 소리를 좋아하는 아날로그 사람.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지금은 정철카피 대표,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초빙교수로 있다. 《내 머리 사용법》, 《한 글자》, 《사람사전》, 《누구나 카피라이터》, 《영감달력》 같은 책을 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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