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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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사이비 종교에 의한 피해 호소는 많다. 예전에는 주로 민간신앙에서 발호했으나 이제는 세계적 종교의 탈을 쓰고 있다는 것이 예전과 크게 다른 점이다. 그들은 성경이나 교리보다는 재산 증식과 여신도 성폭력 등의 혐의로 대부분 처벌 받는다. 과거에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엔 살인까지 저지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교주가 성폭행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됐고, 조력자 등의 변호인단이 집단 사임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조력자들은 교주를 보좌하는 교회 2인자 등 교주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라 언론에서 잠잠해졌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또 한 차례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 수도 있는 사건이다.

이 책 『따르는 사람들』은 우리말로 번역했지만 원제는 『A Deadly Influence』다. 21세기에 접어들어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존재로 부상한 두 부류의 추종(following)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소설이다. ‘사이비 교주 추종자’와 ‘SNS 인플루언서 팔로어’라는, 언뜻 보기에 매우 다른 두 집단을 저자가 탁월하게 엮어냈다. 이 소설은 밀리언셀러 작가 마이크 오머가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쓴 장편 스릴러다. 이 작품은 2021년 미국 현지에서 출간도 되기 전에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아마존〉 베스트셀러 랭크 작가였던 마이크 오머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주는 새로운 대표작이 되었다.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저자 마이크 오머는 화제의 전작 〈조이 벤틀리〉 시리즈 『살인자의 사랑법』과 『살인자의 동영상』에서 보여준 탁월한 구성력을 선보였다. 또 매력 넘치는 인물(캐릭터)의 창조는 『따르는 사람들』에서 한층 빛을 발한다고 문학평론가들은 입을 모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최고의 서스펜스!”(〈커커스 리뷰〉), 이 책은 또 하나의 놀라운 명품 스릴러로서 매력적인 인질 협상가 ‘애비 멀린’ 의 이야기를 화려하게 열고 있다. 이 소설에서 SNS 인플루언서와 팔로어, 사이비 교주와 추종자들 사이에 놓인 어둠의 미로에 발을 들이는 주인공 애비 멀린은 뉴욕 경찰청 최고의 인질 협상가이면서, 두 아이와 티격태격하며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는 싱글맘이기도 하다. 또한 30여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비 종교 집단 대학살에서 생존한 아이라는 과거를 숨기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애비 멀린은 미래에 어디선가 반복될지 모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각종 사이비 종교 집단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집착한다. 빌딩 50층에서 투신하려는 사람 앞에서, 거미와 뱀을 키우는 여덟 살짜리 아들 앞에서, 복잡한 경쟁 구도에 놓인 경찰 동료들 앞에서, 인질 협상가의 화법을 배워버린 10대 딸 앞에서, 무장한 광신도들을 거느린 사이비 교주 앞에서, 자식의 생일을 두고 고집을 부리는 전남편 앞에서, 사랑으로써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준 양어머니 앞에서, 인질의 목에 칼을 들이댄 살인자 앞에서 각각 펼쳐지는 애비의 복잡한 내면 심리와 치밀한 화법은 소설 특유의 생생한 리얼리티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 경찰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알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바쁘고 위험한 경찰들이다. 뉴욕은 세계 최대 번화가와 마천루, 슬럼가가 공존하는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이다. 가장 부유한 도시 중의 하나이기에 사건도 많아 바쁜 것은 그들의 일상이다. 그들이 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이유는 미국이 개인 총기 휴대가 법적으로 허용돼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절도 사건이라도 사건 현장에 뛰어드는 경찰들은 매일 목숨을 저당잡히고 일하는 셈이다. 뉴욕 경찰은 또 흑인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시도 때도 없이 현장으로 출동해야 한다. 뉴욕 경찰이 안고 있는 숙명이다. 바쁘고 위험하기에 사건을 해결하면 그 공로로 대중매체에까지 알려진다는 이점도 있다. 진급에 이보다 좋은 요인이 있겠는가?

이 소설의 주인공 애비 멀린이 뉴욕 경찰 최고의 인질 협상가이다. 오늘도 새벽에 빌딩 50층에서 뛰어내리려던 사람을 가까스로 삶으로 돌아오게끔 만들고 집에 돌아와 인질범보다 더 협상하기 만만찮은 두 아이, 그리고 이혼한 전남편과 티격태격하면서 시작했다. 집에서는 그도 어느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가정주부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휴식도 잠깐 날이 저물 무렵 애비는 도움을 청하는 한 여자의 전화를 받는다. 전화의 내용은 자신의 어린 아들 네이선이 몸값 500만 달러를 요구하는 괴한에게 납치되었고 애비가 도와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경황없던 하루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낯선 목소리에 담긴 간절함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던 애비는 곧장 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어린 시절 빠져나왔던 사이비 종교 집단의 또 다른 생존자 이든이 그 목소리의 주인임을 알게 된다.

 

 

3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과거의 끔찍한 기억과 강박이 되살아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애비는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좀처럼 지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든. 그녀가 그 긴 세월 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고 가족들은 어떤 상황일지 애비는 의문을 갖는다. 신원 조사를 지시했던 경관이 애비에게 조사 결과를 보고한다.

 

“전 가족을 좀 파헤쳐봤습니다.” 윌이 말했다. “개브리엘 플레처는 잘나가는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입니다. 그러니까, 그럭저럭 잘나가는 편이죠. 패리스 힐튼 급은 아니지만 팔로어가 꽤 됩니다.”

“‘꽤’가 몇 명이죠?” 애비가 물었다.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7만 명 정도인데, 주로 인스타그램이에요. 그리고 최근에는 자기 가족에 관한 포스팅을 했어요. 네이선에 관한 포스팅이 많아요. 그리고 정보가 아주 많죠.”(p.125)

 

네이선을 납치한 범인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이든의 딸이자 네이선의 누나 개브리엘에게 집착을 보인다는 것이 밝혀진다. 애비는 개브리엘의 인스타그램에서 이든의 남편과 한 남자가 찍힌 사진을 발견하고, 그 남자가 지역의 사이비 교주임을 알아본다. 일곱 살 때 몸소 겪은 사이비 종교 집단 대학살의 비극이 또다시 반복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평소 각종 사이비 집단들에 대한 정보를 열정적으로 수집하던 애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건 종교집단이 아니야.” 이든이 방어조로 말했다. “그냥 공동체야. 난 집이라고 부를 곳을 찾고 있었어. 내가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을. 어릴 때 사랑받았던 것처럼."

"그리고 오티스가 널 찾아냈지. 널 자기 공동체로 전도했지."

"그건 사실 데이비드였어. 내 전남편. 그 사람이 날 만나서 오티스에게 소개했지. 그리고 그 사람들은 너무 행복해 보였어. 정말 목적의식으로 가득했어. 그 사람들은 날 전도하지 않았어. 거기서 주말을 같이 보내자고 초대했지.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그래서 거기 가봤더니 사람들이 너무 착했어. 그리고 날 좋아해줬고, 날 정말 좋아했어. 내가 있을 곳을 드디어 찾은 것 같았어.”(p.162)

 


 

그러나 사건은 해결되기는커녕 그 속으로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한층 복잡해진다. 그때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 현장에서 네이선의 흔적이 발견된다. 무장한 사이비 종교 집단과 인스타그램이 뒤엉킨 어둠의 미로에서 한 발 한 발 나아갈수록 애비는, 이제껏 묻어두며 살았던 과거의 그림자가 자기 앞에 드리워짐을 감지한다.

소설에서 추종자들을 끌어들이는 구체적인 과정에서부터 집단을 유지하는 방식과 바깥 사회로부터 방어하는 논리, 성 착취와 노동 착취, 신체 학대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조건과 환경, 간신히 집단을 벗어난 이들의 오래되고 끈질긴 트라우마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사이비 종교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

이 소설 『따르는 사람들』은 맹종의 문제가 현대 사회의 SNS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소설은 실감 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선악의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그것들이 오늘날 사람들 안에 깊숙이 파고들게 된 정황을 다층적·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과 반전들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하게 해줄 따름이다. 다분히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손에서 책을 못 놓게 하는 최고의 몰입도와 속도감, 세련된 유머와 위트로 훌륭한 균형감을 갖춘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 만드는 한편 웃음과 감동의 눈물을 동시에 선사하는, 묵직한 무게감을 지닌 보기 드문 스릴러 소설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애비가 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지만 다음 부분은 독자에게도 성찰을 독려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없이 남발한 '좋아요'와 공감의 표시들. 이 맹종이 우리 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뇌를 완전히 재배치한다는 거였다. 포스트에 달린 '좋아요'와 댓글들은 계정주의 도파민을 폭발시키고 계정주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건 이해할만했다. 페이스북 포스트에 '좋아요'가 눌리는 건 누구나 좋아했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휴대전화를 개인적 도파민 시뮬레이터로 바꿔놓았다. 뇌 스캔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 사람들의 뇌는 자신을 재배치해, '좋아요'나 리트윗이나 웃는 이모티콘을 갈수록 더 욕망하게 만들었다.(p.402)

 


 

오랜 세월에 걸쳐 사이비 집단 생존자 및 그들 가족 수십 명과 이야기를 나눠온 애비는 이미 그 두려운 진실을 알고 있었다. 사이비 집단은 누구라도 전도할 수 있었다. 부자, 가난뱅이, 배운 사람, 못 배운 사람, 종교인, 무신론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 넘치고 극진히 아껴주는 가족이 있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었다. 의심이 많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었다.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고 해도 안전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흔히 가진, ‘나는 절대 그럴 일 없어’라는 오해야말로 사이비에게 가장 귀한 자산이었다. 왜냐하면 사이비의 전도에 대한 백신은 단 하나뿐이기 때문이었다. 조심하는 것. 그리고 당신이 이미 그런 데 면역이 있다고 자신한다면 사이비 종교집단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는 당신이 위험하다는 뜻이다.(p.336)

 

저자 : 마이크 오머(Mike Omer)

 

영어로 글을 쓰는 이스라엘 작가. 마이크 오머(본명 미하엘 오머)는 범죄·스릴러·공포·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쓰는 작가이며,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되고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밀리언셀러 저자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워싱턴포스트〉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셀러 랭크 작가이면서 라이브리브 독자 선정 탐정소설상, 러시아 탐정소설상, 토머스&머서 은까마귀상 등을 수상했다. 1979년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때 이미 다수의 책을 출간한 바 있고 사회풍자 웹사이트 플랫폼 론칭, 컴퓨터 게임 플롯 작가, 로딩게임스 CEO 등 삶의 편력을 두루 거쳤다. 35세 때 서스펜스 스릴러 ‘글렌모어 파크’ 시리즈를 펴내며 미국 아마존의 문학 임프린트인 토머스&머서 소속 작가가 되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에 등장했던 젊은 FBI 프로파일러 조이 벤틀리의 이야기를 다룬 2018년 작 《살인자의 사랑법》은 아마존 ‘퍼스트 리드 셀렉션’에 선정된 데 이어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후 마이크 오머는 독자들의 열렬한 요청으로 후속작 《살인자의 동영상》을 출간하면서, ‘조이 벤틀리’ 시리즈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 스릴러소설 독자들의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시켰다. 《따르는 사람들》은 ‘조이 벤틀리’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질 협상가 애비 멀린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미국 현지에서 출간도 되기 전에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는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며 마이크 오머의 또 다른 대표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특유의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생생한 캐릭터가 빛나는 또 하나의 명품 스릴러인 ‘애비 멀린’ 시리즈는 후속작 《손상된 의도(Damaged Intentions)》 《불타는 망상(A Burning Obsession)》에서 이 매력적인 인질 협상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풀어가고 있다.

 

역자 : 김지선

 

서강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 『기사도와 테러리즘』, 『런웨이 위의 자본주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북유럽 문화사』와 『살인자의 사랑법』, 『애프터 쉬즈 곤』, 『출구는 없다』,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등 다양한 서스펜스 소설과 더불어 『엠마』, 『오만과 편견』 등의 고전소설을 한국어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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