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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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에서 '일타강사'로 인기몰이를 했던 설민석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탄탄한 역사 지식과 화려한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방송가에서도 '모셔가는 역사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설민석이 컴백한 이후 그의 인기는 여전함을 증명했다. 컴백한 설민석은 방송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한국사 강의를 해 대단한 인기를 여전히 실감할 정도로 많은 구독자가 생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돌아온 스타강사 설민석은 중국 및 동양사, 세계사까지 강의하는 종횡무진의 활동을 보여준다. 잠시 방송을 쉬는 사이 그의 역사 지식은 오히려 확대된 듯 삼국지, 그리스로마 신화 등 고대 문화에서 서양 역사까지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엔 삼국지나 그리스로마 신화 책 출간으로 기염을 토하고 있다.

갈수록 대단한 역사나 신화까지 확대한 지식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가 이번에는 웹소설 작가 원더스와 공동으로 역사에 판타지를 더한 소설을 선보였다. 이 책 『요괴어사-지옥에서 온 심판자』(이하 요괴어사)가 그것이다. 이 소설 작품은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강철, 삼두구미, 길달 등 실제 기록에 전해지는 대한민국의 괴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역사 기록에 없는 인물들도 가미된다. 이들은 힘을 합쳐 세련되고 매혹적인 'K-요괴'로 재탄생했다. 이 소설은 역사적 소재에 저자들의 상상력이 더해져 통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선 후기 '개혁 군주'로 칭송되는 정조는 뛰어난 학문과 위민 정신으로 조선 후기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쌓은 왕으로 우리 역사에 기록된 왕이다. 정조의 죽은 백성까지 살피겠다는 위민 정신의 뜻에 따라 양성된 특별한 조직이 '요괴어사대'다. 이들은 조선 땅 곳곳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들을 찾아다니며, 각자 가진 특별한 재주로 원한의 굴레에 빠진 원혼을 천도하고, 사악한 요괴들을 상대한다. 『요괴어사』는 정의가 흐려진 오늘날의 우리에게 권선징악의 통쾌함과 소외된 자들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위로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타강사에서 이젠 작가로까지 영역을 확대한 설민석의 역사 지식이 다음 어느 분야로 확장될지 기다려지기도 한다. 책의 뒷 부분의 〈작가의 말〉을 통해 이번 소설 작품을 선보인 소감을 말한다. "정조께서는 〈일득록〉에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앞으로 일어날 일의 거울로 삼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앞서간 선배들의 실수나 배울 점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가 나아갈 미래를 그려 보는 것은 영웅이 죽고 서사가 사라진 이 시대에 한 줌 희망의 불빛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사적 본질을 판타지 소설에 태워 당신께 띄워 보냅니다. 이 작품에 승선하시어 고난의 파도를 이겨 낸 벅찬 승리의 세상을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p.(420~421) 이 소설 작품 역시 '역사'에서 떠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또 정사로서의 역사만이 아니라 소설로서의 역사도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그의 역사 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 보인다.

 


 

공동저작이라는 사례는 소설 작품에서는 드문 편이다. 두 저자가 역사적 사실에 인식에 더해 문학적 상상력이 같다는 것을 독자들로서는 이해하기에는 힘들다. 두 작가의 친분이나 평소에 역사에 대한 의견 교환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꽤 가까운 사이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이유다. 어느 한 작가가 먼저 제의해 주제에 동의함으로써 각각 다른 작품을 쓰는 일은 종종 있지만 한 문학 작품을 두 저자가 함께 썼다는 사실은 어쩌면 새로운 시도인지도 모르겠다. 독자의 독서력이 미치는 한 읽어보지 못한 일 같다. 아무튼 두 저자의 의기투합은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에서 독자로서 시기심이었을까? 물론 소설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말이기에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슬그머니 꺼낸 본 말로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공동 저자인 원더스는 웹 소설 작가로 출발한 분이라고 한다. 독자는 시력 때문에 종이책으로 출간되지 않은 소설을 잘 읽지 않아 모르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을 통해 접한 분으로서 그의 앞날도 이 소설을 계기로 많은 작품이 출간되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많은 웹 소설을 그리 왜 괴이한 이야기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두려움과 그 안에 녹아든 우리의 맨얼굴을 탐하다 보면 현실 공포가 저만치 물러나는 매력 때문인 듯합니다. 이 책을 읽으신 분께도 그 매력이 흠뻑 전해졌길 바랍니다."고 밝히고 있어 판타지 소설을 많이 쓰신 것으로 추정된다.

소설의 배경이 된 조선 후기는 계급과 성별의 나뉨이 분명한 시대이다. 상과 하, 남과 여로 구분된 그곳에서 소외된 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수의 민초들이다. 『요괴어사』는 부당함을 당연하게 감내하는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18세기 조선, 임금 정조에게 괴이한 일들이 펼쳐진다. 꿈속에 나타난 국운을 예언하는 여인, 죽은 이를 본다는 아이와의 만남, 그리고 아버지 ‘사도세자’가 남긴 편지의 메시지, ‘망자천도(亡者薦度)’.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 정조의 가슴은 미지에 대한 확신으로 벅차오른다. ‘억울한 원혼을 좋은 곳으로 보내고 지은 죄에 따라 합당한 벌을 내리는 조직을 꾸리자.’ 그렇게 정조의 뜻에 따라 결성된 조직이 〈요괴어사대〉다. 죽은 이를 보는 아이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장사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이 한곳에 모이고, 그들의 첫 번째 임무가 시작되기 전, 정조를 찾아온 염라대왕은 어사대에 도움이 될 거라며 마패 하나를 건넨다. 소설의 시작은 정조의 꿈에서 시작된다.

 

커다란 박동이 울리더니 임금의 발밑까지 흔들렸다. 그때였다. 여인의 손에 쥐여 있던 아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우리를 찾으세요!"(p.9)

 

임금은 호흡을 가다듬고 여인이 손에 쥐고 있던 아이와 심장이 뜻하는 글자를 조합해 보았다.

“여인(女)과 어린아이(夭), 그리고 심장(心). 흙 묻은 손은 힘쓸 골(?)을 뜻하니···.”

머릿속에 글자가 완성되자, 임금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요괴(妖怪).(p.11)

 

 

등장인물도 당시의 소외되고 핍박받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가족들에게 희생당한 반쪽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체를 거두다 억울하게 죽임 당한 승려, 동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처녀 귀신, 그리고 양반에게 협박받다 살해당한 기생···. 살아서는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죽어서는 요괴로 남아 버린 그들의 상처를 저자는 요괴어사대의 손을 빌어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듯하다. 악한 자가 벌을 받는 권선징악이야말로 현실에서는 판타지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소설 속 요괴어사대의 활약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참과 거짓을 가리는 해치의 심판장에서 재물과 권력은 감형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거짓과 핑계가 통하지 않는 해치의 판결을 따라가다 보면 정의라는 단순한 진리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요괴어사-지옥에서 온 심판자』는 먹먹한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것이 『요괴어사』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요괴어사대의 구성원은 책에 이력서처럼 보여지고 있어 흥미롭다. 죽은 이를 보는 아이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장사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이 한 곳에 모이고 그들의 첫 번째 임무가 시작 되기 전, 염라대왕이 저승사자를 앞세우고 정조를 찾아온다. 저승사자는 정조에게 호통친다. "어허 하찮은 인간 주제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버티다니, 네놈이 죽고 싶은 게로구나!" 정조를 향해 염라대왕에게 예를 갖추라는 저승사자. 하지만 정조는 갑작스런 염라대왕의 등장해 황망해하나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 저승사자를 꾸짖는다. "하찮은 건 네놈이겠지." 그리고 정중하게 염라대왕에게 하는 말이 독자들의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한다. "나 또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오.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한낱 인간이 스스로 이 자리에 오를 수 있겠소? 그러니 지옥을 다스리는 왕께 머리를 조아린다면 도리어 하늘을 낮추는 것이 되니 이 또한 예가 아니지." 저승사자는 데굴데굴 눈알만 굴리는데...(p.54~55)

 


 

저자 : 설민석

 

머리에는 지식을, 가슴에는 교훈과 감동을 전하는 역사 선생님dl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고 명쾌하게 역사를 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역사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강의, 저서 집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설민석의 강의는 유익함과 재미를 뛰어넘어 감동이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메시지, 대중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을 한국사와 접목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한국사는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함께 배우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로 인식된다. 20년 이상을 수험생들을 위한 강의를 했고, 지난 몇 년간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대중들에게 ‘역사 읽어주는 남자’로 한국사 대중화에 앞장섰다. EBSi, 메가스터디, 비타에듀, 이투스, 온라인 교원연수원(티처빌) 역사 강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단꿈아이 대표이사를 역임중이다. 2018년 대한민국 브랜드만족도 1위 역사교육 부문 수상, 2017년 ‘세상을 밝게 만드는 사람들’ 문화 분야 수상, 2017년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대상 특별상 수상, 2016년 대한민국 교육서비스 브랜드대상 역사교육부문 수상, 2016년 대한민국 교육산업대상 역사교육부문 수상, 2014년 대한민국 창조신지식인대상 역사교육부문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 대모험-신들의 사생활』, 『설민석의 책 읽어드립니다』, 『설민석의 삼국지』, 『설민석의 한국사는 살아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설민석의 첫출발 한국사』,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시리즈,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시리즈, 『설민석의 삼국지 대모험』 시리즈, 『설민석의 그리스 로마 신화 대모험』 시리즈 등이 있다.

 

저자 : 원더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라는 질문에 ‘병아리 감별사’라고 대답한 후부터 올곧게 괴(怪)짜의 길을 걷고 있다. 같은 돌림자여서 그런지 괴이한 것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이야기를 써 왔다. 괴물 감별사의 자세로 우리네 신화와 기록에 나오는 존재를 선별하여 한 상 차렸다. 괴이한 이야기는 매운 음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땀 흘리며 먹다 보면 몸이 개운해지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분의 마음도 가뜬해지길 바란다. 그동안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웹소설 <함무라비를 원해>, <오뉘탑: 퇴마사건일지> 등을 연재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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