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오디세이
에블린 에예르 지음, 김희경 옮김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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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지금까지 자연과학, 특히 생물학에서 가장 진보적인 이론인 〈진화론〉을 뒤엎을 만한 혁명적 이론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진화론의 약간 허술했던 부분에 대한 반대 이론은 여러 건 나와 진화론의 보충 역할을 했지만 진화론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 대한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수집된 사실로부터 귀납을 통해 결론을 얻는 과학적 방법을 채택하였다. 즉, 현재 존재하는 동식물이 처음부터 현재의 형태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완만한 변이에 의해 초기의 형태에서 진화되어 온 것이라는 방대하고 잘 선택된 일련의 증거들을 제시함으로써 세계의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서구 세계는 기독교 문화권이고 기독교는 진화가 아닌 창조론을 주장하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적 방법은 여러 가지로 연구 논의된 끝에 다윈의 진화론에 의한 생물의 변이 과정을 인정함으로써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종의 기원'을 밝혀냈다.

그러나 다윈도 생전에 밝혀내지 못한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인간의 기원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1930~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 이론을 합친, 종합된 유전과 진화 이론이 등장했다. 유전자에 의한 유전과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은 현대 생물학의 핵심이며, 의학과 농학 등 응용과학 분야에도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진화의 개념은 화학, 천문학, 언어학 및 인류학에도 응용되었지만, 자연선택의 학설이 그대로 적용된 곳은 주로 사회철학 및 윤리학이었으며, 사회진화론자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진화론의 등장으로 신학은 성서절대주의를 고집하는 파와 성서해석주의를 주장하는 파로 분파되었으며, 생명체는 신에 의해 창조되었고 자연의 오묘한 구조와 진행은 결코 우연일 수는 없고 신의 계획에 의해 진화된다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타협안도 제시되었다. 사회주의자들은 생존경쟁의 개념이 자신들의 견해에 부합되기 때문에 진화론을 환영하였다고 한다.

 


 

이 책 『유전자 오디세이』는 사바나를 떠도는 소수의 사피엔스였던 인류는 어떻게 수백만 년 만에 우생종이 되었을까? 아프리카의 발생지에서 벗어나 모험을 감행한 우리 조상은 어떤 경로를 거쳤을까? 우리의 게놈은 새로운 기후의 위협에 대처하며 얼마나 바뀌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대 초점을 맞추고 저자 등 학자와 탐험가들의 끈질긴 추격으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밝히고, 지구의 최우생종으로 주인이 되었는지를 유전자 해석을 통해 밝히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유전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해주는 매력적인 타임머신이다. 책에 따르면 인류의 몸에는 호모사피엔스와 그보다 더 오래된 조상의 DNA가 기록되어 있다. DNA는 우리 모두의 기원이 아프리카고, 유전자는 99.9퍼센트 동일하며, 지리적 기원과 관련하여 유전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을 이론의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 책은 까마득한 옛날 아프리카를 벗어나 지구를 정복한 인간의 모험 이야기를 유전자로 밝혀낸다. 위험천만한 이주를 감행하며 전 세계로 퍼진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고 다른 종족을 만나며 유전자를 남긴 다양한 과정을 탐사한다. 인종 차별의 문제가 이 과정에서 부닥치는 큰 이슈다.

얼마 전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우리나라 제주도에 난민 신청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사회는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의 논쟁으로 시끄러웠다. 그들의 종교가 문제였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 후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다양한 토론도 연일 이어졌다. 우리에게 도움을 준 현지인의 체류를 허가하는 선에서 논쟁은 일단락됐으나, 이런 방침이 전해지기 전까지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대다수였다. 역시 종교가 문제였다.

 

 

그들 대다수는 무슬림이고, 그 이유만으로 ‘무슬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됐기 때문이다. 대개의 난민 발생 국가들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는 그전까지 이민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이제 세계가 좁아지고 국가 위상이 올라가면서 난민 수용 문제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렇게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 출신 국가에 따라, 종교를 가진 사람이나 집단에 편견을 갖고 차별하는 것이 바로 인종차별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세 주인공은 만화가 이즈마엘 메지안느, 인류 유전학자 에블린 에이에르, 역사가 카롤 레이노-팔리고이다. 중동계 이민자로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이즈마엘은 무슬림에 의해 일어난 슈퍼마켓 테러, 샤를리 에브도 테러 등을 겪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민감하게 느낀다. 중동인이라는 이유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여겨지는 현실, 주위 이민자들에 팽배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을 겪으며 이즈마엘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기로 한다. 그리고 에블린과 카롤을 만나서, 그들에게 인종차별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듣고 이해할 기회를 갖는다.

이즈마엘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 준다. 주변에서도 우리와 다른 피부색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저개발 국가에 사는 사람을 차별하는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들리곤 한다. 생각보다 확고하게 자리 잡은 편견을 편견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인종차별이 생긴 것일까?

 


 

이 책에서는 인종차별의 논리를 역사가 만들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계속 견고해졌으며, 우리가 사는 공동체가 우리와 다른 공동체에 대한 인종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말해 준다. ‘자민족 중심주의’라는 이름하에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과 편견이 차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우리는 흔히 개인이 인종차별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인종차별주의자인 개인과 인종차별 사회가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 사회, 국가로 차별의 논리가 확장됨을 알 수 있다. 국가, 민족, 종교, 지역, 문화 등 각각의 다양한 집단이 서로에게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인종차별이 시작된다. 이 책에서는 논리적인 동시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종차별의 역사와 문제, 해결 방법을 짚어 본다.

저자에 따르면 약 7백만 년 전, 네 발로 걷는 종이 아프리카 땅에 살고 있었다. 이들은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이 책은 인간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가까운 사촌인 침팬지와 우리가 달라진 이유를 살펴보고, 1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모험을 떠난 이후 어떻게 지구를 정복했는지를 알아본다. 종족 간의 혼혈과 이주로 실현된 이 역사적 사건은 우리 DNA에 기록됐지만 결코 접근할 수 없을 듯했다. 그러나 이제는 유전자 암호(genetic code)를 해독해서 과거로 갈 수 있다. 정보처리 기술과 유전자 증폭 기술 덕분에 우리는 현재 살아 있는 인간의 DNA뿐만 아니라 먼 선조들의 DNA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각 개인의 혈통과 유전자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인류의 모험을 추적하며 네안뎉르탈인과 데니소바인처럼 사라진 종들뿐만 아니라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초기 농민들, 인도유럽어족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신비한 스텝의 민족, 현재 중국과 몽골 인구 10퍼센트의 조상인 칭기즈칸, 현대 캐나다 퀘백인 대부분의 선조인 왕의 딸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유전자 검사로 출생지가 밝혀진 노예들의 자취도 따라간다. 저자는 해답을 찾으려 하는 문제들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고 말한다. 75억 인구 전체가 선사시대 아프리카에서 살던 사람들의 후손일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눈매가 길쭉한 데 반해 가까운 이웃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피부가 검고 머리가 곱슬곱슬한 이유가 뭘까?란 궁금증에서부터 몇몇 유전병이 퀘백 지역에 특히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에 대한 의문도 증폭된다고 털어놓는다. 여기에 어째서 일부 사람들만 우유를 소화할 수 있을까? 문화의 다양성과 유전자의 다양성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등 파생되는 문제도 끝없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유전자에 기록된 긴 역사에 열광한다. 약간의 타액으로 자신의 유전자 계보를 추적할 수 있어서다. 이 책에서는 유전자 검사에서 가끔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해석하는 법도 살펴본다고 〈머리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 취지이자 결론에 이르는 말로 책의 서두를 시작한다. "과거를 돌아본다는 말이 미래를 계획하지 말자는 의미인 것은 아니다. 평균수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까? 한경의 영향을 계량화하는 방법이 있을까? 모엇보다 인간의 역사가 지구와 조화롭게 지속되려면 어떤 점을 가야 할까? 무엇보다 인간의 역사가 지구와 조화롭게 지속되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할까?"(p.13~14)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인류의 첫걸음」, 2장 「모험 이야기」, 3장 「자연을 정복하는 인간」, 4장 「정복의 시대」, 5장 「모두의 조상」 등이다. 그리고 「인류의 미래」란 제목의 결론을 덧붙인다. 이 책의 저자이자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유전자인류학자 에블린 에예르는 DNA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로 인류의 이주사를 재구성한다. 이동 경로와 혼혈의 흔적을 탐색하는 한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등의 친척을 소개한다. 또한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유전적 차이, 유목민과 농경인의 만남, 칭기즈칸과 바이킹의 침략, 아프리카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에 이르는 여러 주제를 통해 인류 역사의 놀라운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 : 에블린 에예르(Evelyne Heyer)

 

에블린 에예르는 유전자인류학자로서 인류의 유전적 진화와 종의 다양성을 연구하고 있다. 아프리카 피그미족에 관해 많은 연구를 수행했고,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전적 다양성을 추적하며 문화가 인간의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2017년 프랑스 파리에서 인류박물관 개축위원장으로 기획한 순회전시 <우리, 그리고 다른 사람들-편견에서 인종주의에 이르기까지Nous et les autres-Des prejuges au racisme>로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저서로는 《인간의 아름다운 이야기Une belle histoire de l’homme》,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왔는가?On vient vraiment tous d’Afrique?》가 있다.

 

역자 : 김희경

 

성심여자대학교(현 가톨릭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했으며 프랑스 피카르디 대학에서 불어불문학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불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뚱뚱해도 괜찮아!』 『어린이를 위한 갈리마르 생태환경교실』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미용사 레옹의 행복』 『소설가 줄리엣의 사랑』 『넌 누구니?』 『처음 그날부터』 『나는 나의 꿈이다』 『명작 스캔들』 『나의 첫 프랑스 자수』 『헤르메스 이야기: 100편의 연속극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테세우스 이야기: 100편의 연속극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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