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카페 - 평범한 일상이 철학이 되는 공간
크리스토퍼 필립스 지음, 이경희 옮김 / 와이즈맵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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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제어 '소크라테스 카페'는 미국에서 시작한 한 철학 모임의 이름이다. 교육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 크리스토퍼 필립스가 28년 전 미국에서 처음 조그만 모임을 시작했다. 지금은 참여 나라수가 10개국이 넘어섰고,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이 책 『소크라테스 카페』는 모임 현장에서 벌이는 토론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모임의 참가자들은 인종, 학력, 빈부, 나이를 초월해 저마다 갖고 있는 생각과 이념을 자유롭게 개진한다.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교수가 경청하기도 하고, 노숙자와 CEO가 열띤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참가자들의 질문과 그 생동감 있는 대화를 망라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마치 토론 현장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나누는 흥미진진한 대화는 일상적인 고민부터 삶의 심오한 질문까지 넘나들며 철학만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해답을 들려준다.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고 싶거나,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사람에게 『소크라테스 카페』는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처음 한 서점에서 시작된 모임의 장소는 지금은 카페, 서점, 유치원, 양로원, 교도소 등 다양하고 어느 곳이든 구애받지 않는다. 21세기 현대인들은 '챗GPT'라고 불리는, 대화형 인공지능과 문장을 통해 질문을 주고받는다. Chat GPT는 작년 11월에 공개되어 5일 만에 사용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여전히 소크라테스에게 열광하며 그의 지혜를 듣고 싶어 할까? 그건 바로 소크라테스가 정답을 알려주는 철학자가 아닌, 정답을 깨닫게 해주는 철학자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지 않고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는 저마다의 철학을 일깨워 주는 철학, 대화법을 소크라테스가 창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지혜를 공유하기 위해 열린 ‘소크라테스 카페’에서는 누구나 철학자가 되어 자기 생각과 의견을 거침없이 교환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호기심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신선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펼쳐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양로원에서 노인들은 저마다 살아온 세월의 깊이만큼 짙은 통찰력을 공유하며 감동을 선사한다. 교도소의 수감자들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회한과 그들의 미래에 관한 뜨거운 설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건 삶의 방향성을 고뇌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내면을 알 수 있다. 모든 과정에서 ‘철학’은 강의실 안 교재로 학습하는 어려운 ‘학문’에서 누구나 활용하는 실용적 ‘지혜’로 거듭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 모임에서 가르치려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 다른 사람을 통해 발상을 전환하길 원한다. ‘윤리적인 갈등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착한 거짓말은 옳은 걸까?’, ‘나는 왜 스스로를 괴롭히는가?’ 등 많은 이들이 고민해 봤을 법한 질문을 같이 공유하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명확한 관점을 얻는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자기 잠재력과 철학을 구현할 기회는 흔치 않다. 『소크라테스 카페』는 철학적 의견을 나누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상대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 때로는 흥미롭게, 때로는 사색에 빠져들게 만드는 대화로 철학에 쉽게 닿아보도록 하자. 또한 자신만의 관점을 지닌 ‘소크라테스’로 거듭나도록 하자. 이 책은 그 여정을 함께하는 친절한 안내서이다.

 

 

「21세기에 만나는 소크라테스」라는 제목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이 모임의 취지와 시작, 그리고 왜 이 모임이 확대되고 참여자들이 늘어나는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만연한 자기도취와 편협성, 그리고 책임감의 결여에 맞서려는 온당한 노력으로 철학적 문답을 나누는 모임을 열기로 마음 먹었다. 목적은 더 명확했다. 공개적인 토론과 담론을 통해 참가자들 사이에 공감과 이해의 유대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이런 모임은 서로에게 격려와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시 말해 서로 특별한 탁월성으로 이끌어줄 재능을 발견하고 육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내 생각에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네라고 불렸던 탁월성, 숭고함, 미덕을 추구하는 일은 포용 범위를 넓히려는 개방적인 사회 내에서 가장 잘 성취된다."(p.7)

이런 숭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저자는 참가자들이 서로의 견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대화법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것을 통해 현재의 사고에 안주하게 만드는 어떤 습관도 우리의 비판적 통찰력에 영감을 주는 습관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이론가 다나 빌라(Dana Villa)가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인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도 해당될 것이란 저자의 주장은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스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독단적이어서가 아니라 끊임없는 투지를 지닌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대화로 시민들에게 스스로 깨우치고 많은 지식을 알아가도록 유도한 방법이었다고 이해한 것이다. 사실 끊임없는 투지라는 자질은 본질적으로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자질이 어떤 태도로 향할지는 우리의 능력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도주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함양해야 할 도덕적 규범이 무엇인지도 고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크라테스 모임'은 매우 훌륭한 과정이라는 말이다.

 


 

저자의 이 같은 목적과 계획은 현대화된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을 이용해 다양한 시민들과 공공장소에서 철학적 탐구를 하는 모임이 필요했다는 설명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펼쳐졌다. 처음에 토론의 상대가 저자 주위에 사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지만, 소크라테스 카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의 뭄바이부터 아프카니스탄의 카불, 시리아의 알레포, 이집트의 카이로, 일본의 도쿄, 튀르키예 그리고 한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소크라테스 카페가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저자는 소크라테스 카페가 서구적 감성을 가진 사람들과 장소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소크라테스 문답법은 아시아는 물론 남아프리카 공화국(원형을 이루며 주고받는 대화는 부족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부분이었다)부터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을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길 원하고, 자신과 대화하는 많은 사람들이 세계 시민으로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지평을 넓히기를 원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평생 아테네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기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되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저자는 예측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지구 곳곳을 얼마나 많이 다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관광객들이 여행 중 마주친 사람들과 반드시 유대감을 형성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한 사람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풍부하고 깊은 탐구를 통해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연결하고, 우리 내면과 외부 사이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이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든 것의 온전함과 일체성에 더 밀접하게 연결되기 위해서다"고 답한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위엄이 수세기에 걸쳐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은 우연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더 사려 깊고 상상력이 풍부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기적절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용기 있는 그의 노력 덕분이라고도 말한다. 그처럼 우리 모두 세상의 공동 창조자가 될 수 있도록 지식과 존재, 행동의 경계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는 것이 소크라테스 카페의 목적이자 존재 이유라고 말한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질문이란 무엇인가?」, 2장 「나는 어디에 있는가?」, 3장 「무엇을 원하는가?」, 4장 「대체 모두 무슨 말인가?」, 5장 「왜 이유를 묻는가?」와 부록으로 「철학자 해설」, 「소크라테스 카페를 시작하는 법」을 책 뒷 부분에 두었다.

'대화'란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진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인간의 삶과 물건의 존재를 밝혀내는 방법으로 학문을 하고, 특히 철학을 했다. 질문은 우리가 무지에서 앎으로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답을 구하는 근본임을 일깨워준 것이다. 그가 서양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이유다. 질문은 소크라테스 이후로 모든 학문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서양 학문의 발전은 이 질문을 토대로 튼튼한 성을 쌓듯이 차근차근 축적되어 왔다.

이 책의 첫 장 첫 항목부터 '질문'이 이어진다. "한여름 화요일 밤, 이 특별한 주간 모임은 한껏 열기가 달아오르고 이번에는 '광기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구체적 사례로 시작해 더 많은 질문으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히틀러는 미치광이였는가? 아니면 당시 미친 사회를 교묘하게 이용한 냉혹하고 치밀한 천재였는가? 잭 런던도 미치광이였는가? 애드거 앨런 포는 어떤가? 또 반 고흐는? 이들의 천재성에 광기는 꼭 필요한 것인가? 예술을 위해 건강을 망치는 사람은 모두 미치광이인가? 아니면 이런 예술에 혼신을 바치는 열정은 온전한 정신의 본질인가?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열정은 제정신인가? 신념도 없이 목숨을 버리는 일은 또 어떤가? 죽도록 싫어하는 일에 온종일 매달리는 회사원은 정신이 온전한가?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의 생명을 계속 연장하려 애쓰는 사회는 정상인 걸까? (중략) 질문, 질문, 질문.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p.19~20)

 


 

마지막 장은 「왜 이유를 묻는가?」이다. 첫 항목에서 〈질문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다시 내놓는다. 이 마지막 장에서는 이 항목 외에 〈내 호기심이 지나치다고?〉, 〈무지는 나쁜가?〉, 〈너 자신을 알라〉, 〈돈으로 살 수 없는 지혜〉, 〈벗과 함께 지혜의 길을 가라〉라는 세부 항목을 제시하고 독자에게 깊은 생각과 질문을 요구한다. '순수'와 '무지'의 차이는 무엇인가? 지혜는 돈으로 살 수 없다. '벗과 함께 지혜의 길을 가라'고 말했던 소크라테스 철학의 중심으로 다가가기를 저자는 권유한다. "소크라테스에게 탁월한 인간이란 지혜, 용기, 절제, 같은 덕목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다. 이유가 무러까? 이런 덕목을 갖추면 풍부한 공감 능력과 창의적인 통찰력, 자기 발견 등 다양한 풍요로움이 생기기 때문이다."(p.343)

 

저자 : 크리스토퍼 필립스(Christopher Philips)

 

온라인 상의 토론장 '필로소퍼(www.philosopher.org)'와 오프라인 상의 게릴라성 토론회 '소크라테스 카페'를 통해서 대중에게 쉽고 유쾌한 철학적 사유를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현대판 소크라테스. 질문을 던져서 상대가 스스로 자기 생각의 오류를 깨닫도록 하는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의 전파에 힘쓰고 있다. 현재, 교육자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비영리 철학탐구단체 소사이어티 오브 필로소피컬 인콰이어리Society of Philosophical Inquiry를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소크라테스 카페』『소크라테스 씨, 질문 있어요!』『사랑, 그 위대한 악법』 등이 있다.

 

역자 : 이경희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어번역학을 전공하고 글밥 아카데미에서 출판번역 과정을 마친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좋은 글을 번역하는데 행복한 에너지를 쏟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원워드』,『왜 그들이 이기는가』,『히스토리』,『5분 작가』,『철학의 책』,『심리의 책』,『더그래픽북』,『위대한 예술』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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