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자성어 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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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되었는데도 아직도 우리는 한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글 전용이 구호에 그치는 이유가 뭘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사실 모든 공적 문서나 생활 글까지도 모두 한자, 한문이 사용되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제정·반포한 지 500년이 지나도록 한글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한 형국이었다. 물론 일제강점기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한글 전용을 하기는 어려웠을 테다. 우리나라를 강제 병합한 일본도 한자를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자신들의 문자(히라가나·가타카나)와 한자를 혼용해 쓰는 바람에 우리도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는 시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국한문 혼용시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국한문 혼용도 실제 중요한 말이나 중요한 글자는 한자로 적고 수식어, 토씨 등 한글로 표현되지만 한자로 쓰기에 부적당한 것을 썼으니 사실상 한자 사용이 먼저였던 셈이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곧바로 골육상잔의 6·25 전쟁으로 제대로 된 교육 체계도 실시할 수 없는 바람에 한글 전용은 미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모두 한자나 한자가 섞인 교육을 받았기에 공문서는 물론 학교 교과서마저도 일제강점기 때처럼 국한문 혼용이 일상적이었다. 한글 세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당시 1970~1980년대까지의 신문들을 보면 제목에 한자가 없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다. 한글로 쓰기보다 한자가 더 뜻 전달이 쉬어서였을까? 일반 독자로서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한글 전용의 당위성을 느끼지 못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독자의 추측 이유는 한글을 만들어 놓고도 쓰지 않으니 한글로 표기되는 수많은 우리 고유의 어휘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을 받은 양반들은 모두 한자를 쓰고, 한글은 교육 받지 못하는 일반인이나 여성들 사이에서만 쓰였으니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나라가 안정을 되찾은 후에 우리도 한글 전용을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바뀔 일은 아니라서 1972년 당시 문교부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 1800자를 제정 공포해 한자를 아예 못 쓰는 게 아니라 일부 글자에 한해 쓰도록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이후 상용한자는 1999년 7월 13일부터 개편 과정을 거쳐 2000년 12월 30일에 개편안이 공표되었으며 2007년 8월 30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일부자형의 수정을 거쳐 개정한 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때 발표한 '한문 교육용 기초 한자 1800자' 목록에는 중학교용 900자와 고등학교용 900자로 나뉘며 44자가 추가·제외되었다고 한다.

한글 전용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차츰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수천 년간 이어져온 한자 사용이 쉬울 일이겠는가.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에서도 꾸준히 한자 사용에 대해 공론화 토론, 설문 조사 등 수많은 조사를 거쳐 2013년 〈초등학교 한자교육 필요한가〉란 공청회를 열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5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한자교육추진단을 만들었다. 초등학교·중학교 교과서 단어를 중심으로 한자교육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교재도 개발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자어 어휘력이 낱말의 정확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만큼 수학능력에도 보탬이 된다”는 목소리와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고 국어교육을 무너뜨린다”는 반박도 있다.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중앙일보, 7.27) 한자 교육 실시 찬반의 공청회다. 각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나와 의견을 교환했다.

 


 

사실 이러한 논쟁은 매번 교육과정 개정 시기마다 재개되고 있는데,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 때와 2015 개정 교육과정 시기 때만 유독 '한자 병기안'을 놓고 언론사들끼리 치열한 공방을 벌인 적도 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개발 중이다이라고도 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공교육에서의 한자 교육의 비중은 시민단체(정치 이익단체)들의 볼멘소리로 3차례의 개정 끝에 꽤 축소된 바가 있다. 이로 인해 공교육에서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든 대신에, 가정교육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한자 교육 파이가 2020년대 초반 들어 다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즉 사교육 소관으로 거의 다 넘어가는 셈이다. 이에 맞서 차라리 공교육에서 다시 의무화하여 이를 해소해달라는 주장이 다시 대두되었고, 반대 측에서는 공교육에서 중요성을 과시하면 사교육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이른바 순환 딜레마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한문·한자는 7차 교육과정 시기까지만 해도 필수 과목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 적용된 세대까지도 선택과목이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도덕, 기술·가정와 비슷한 위상인 제2 과목쯤으로 인식되었다. 제2외국어 1과목과 한문 과목을 중고등학교에서 각각 1년씩 가르치던게 7차 교육과정과 2009 개정 총론 시기의 일반적인 교육과정 운영 방식이었다. 그러나 소위 Z세대 교육과정부터 점차 재량 과목으로 격하됨에 따라 아예 한문 교과를 개설하지 않는 학교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금은 음악·미술·체육보다 보기 힘든 과목이 되었고, 일부 초등학교에서나마 재량 교과로 채택한다.

그러다가 2020년대부터 한자 어휘력 부족으로 인한 각종 이슈가 떠올랐고,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학습용어(학습도구어)'에 관한 역량이 매우 떨어지면서 수업 자체를 이해 못하는 현상이 대두되었다. 실제로 한 논문 보고서에서 현 사회문제를 해소하려면 '학습용어(학습도구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적도 있다. 교육계도 인지했는지 2025년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고교 한문과에 〈언어생활과 한자〉라는 과목을 신설했다. 이는 한문과의 융합선택과목이다.

 

 

한국어 어휘의 약 51%가 한자어이며, 명사까지 포함하면 70% 후반대를 상회하기 때문에 한국어에서 한자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당연히 한자를 배운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어휘력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일상적인 언어생활부터 교과 개념 이해까지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물론 현대에는 한자로 표기를 하는 경우가 매우 적기 때문에 해당 한자 자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큰 지장이 없겠지만, 최소한 그런 한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독자로서는 가장 설득력을 가진다고 본다.

공교육에서 15년 간 한자어 및 한문 교육이 점차 위축되면서, 교육과정 개편 때마다 '학생들이 한자어를 생소해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EBS 특집 예능 '당신의 문해력'에서 방영된 내용에서는, 2000년대생 학생들이 '두문불출', '기적 소리' 같은 일상 언어에 생소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단 2000년대생 외에도 1980~1990년대생들 역시 한국사 시간에 배웠던 '사림', '붕당', '정권', '장악', '분화' 등의 용어도 각각의 뜻 구성을 모르고 그냥 외워 왔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수능 국어 지문에는 '진흥하다', '저촉되다', '견지하다', '관념적', '담화 표지' 등과 같은 중급 어휘들은 주석도 안 건네고 당연하다듯이 서술된다. 한국사·역사·문학 교과는 확실히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미송리식 토기라고 하면 일단 '미송리(美松里)'를 모른다. 그밖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출현하는 '전열', '정령(政令)', '칙령', '의용·의열', '결사', '반출되다', '참찬', '정강', '신탁', '촉성하다', '방곡', '춘궁기', '영수' 등은 고졸들도 꽤 생소해할 만한 단어로, 별도로 풀이되지 않은 채 교과서 서술에 활용되고 있다.

 


 

이 책 『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는 사자성어 공부를 통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초 한자들을 익힐 수 있다는 취지에서 발간되었다. 즉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일부 한자는 꼭 배워야 한다는 데 출간의 뜻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사자성어에는 지식뿐 아니라 옛사람들이 살면서 깨달은 지혜가 담겨 있고, 사자성어의 유래와 뜻을 이해하면서 국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쌍방향 지식과 지혜가 모두 담겨 있다는 게 저자 신성권은 강조한다.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사자성어 또는 고사성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저자는 상식적 차원에서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고사성어(故事成語)를 모두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고사(故事)'란 유래가 있는 옛날의 일로 주로 역사적인 일을 가리키고, '성어(成語)'는 옛사람들이 만들어낸 관용어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단순 지식보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의미가 많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단어 길이는 네 글자가 가장 많아 사자성어라 한다. 이런 사자성어를 모아 쉽고 재미있게 구성하여 10대들의 어휘와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실생활에 사자성어의 어휘를 어떻게 표현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도 함께 다루었다.

이 책을 살펴보면 청소년을 주요 독자로 설정하고 있지만, 처음 입문하는 성인들이 부담 없이 공부하기에도 적합하다. 저자는 사자성어를 이루는 한자의 뜻과 음을 해당 사자성어가 유래된 고사와 함께 제시하여 그 의미를 재미있게 기억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교과서에 수록된 필수 사자성어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이럴 때 이렇게 표현하기를 통해 적절한 예문과 예시와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부록에서는 더욱 다양한 사자성어를 다루어, 이 책 한 권으로 웬만한 사자성어는 모두 정복할 수 있도록 했다. 사자성어 공부를 통해, 지적 교양을 높이고, 더불어 삶의 지혜를 터득하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사전식으로 '가나다' 순으로 기술돼 있어 모르는 사자성어가 있으면 찾아보기 쉽게 배열했다. 또 색인과 목차 역시 마찬가지로 사전식 배열이다. 모두 여기에 적을 순 없지만 독자가 임의로 몇 개만 여기에 적는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이란 말이 있다. 잘 알다시피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고쳐 착하게 됨"을 이르는 뜻이다. 이 말은 유래가 있다. 진(晉)나라 해제 때 향흠 지방에 주처(周處)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부친이 동오의 파양 태수를 지낼 무렵에는 성격이 원만했으나, 부모님 사후 혼자가 되자 성격이 거칠어졌다. 남달리 힘이 강했고, 무기를 다루는 방법에 뛰어났던 그는 어느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불량배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주처는 자신의 허물을 깨닫고 새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주처에게 괴롭힘을 받던 마을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당시의 사람들이 늘 해로운 것으로 여기던 것이 세 가지 있었는데, 첫째는 근처 남산에 있는 사나운 호랑이요, 둘째는 다리 밑에 살고 있는 교룡, 셋째는 부랑아 주처였던 것이다.

주처는 자신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며칠 후 그는 남산에 올라가 호랑이를 없애고, 장교 아래로 뛰어들어 교룡과 사흘 밤낮을 싸웠다.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와 교룡, 그리고 주처가 함께 죽은 것으로 알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주처가 천신만고 끝에 살아나 그들 앞에 나타나자 마을 사람들은 다시 근심에 빠져 아무도 그를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실망한 주처는 마을을 떠났다. 여기저기 떠돌다 학자 육기(陸機)를 만났다. 그가 "진정 개과천선했다면 자네 앞날은 밝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마음을 가다듬어 열심히 학문에 정진했고, 결국 대학자가 되었다. 고사는 여기서 끝나고 저자의 해석이 이어진다. "알고서도 고치지 않는 잘못은 두 배, 세 배로 커져 갈 뿐이지만, 뉘우치고 돌아서면 허물은 고쳐지기 마련이다. 뉘우치는 데 너무 늦은 시간이란 없다."(p.15) 사자성어 넉 자에 대한 각 글자의 뜻과 음, 부수까지 함께 적어 한자의 이해를 높인다. 또 마지막에 사용례를 덧붙여 일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구우일모(九牛一毛)는 아홉 마리 소 가운데 한가닥 털이다. 아주 많은 것 가운데 극히 적은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구(九)는 아홉 구, 우(牛)는 소 우, 일(一)은 한 일, 모(毛)는 털 모이다.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한 사람쯤 죽는 것은 구우일모라 말할 수 있다. 그런 나라에서는 사람의 인권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을 것으로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할 때 쓴다.(p.38~39) 낭중지추(囊中之錐)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띄게 됨을 이른다.(p.69) 동병상련(同病相憐)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지 서로 가엽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지 서로 동정하고 도움을 이르는 말이다.(p.91) 괄목상대(刮目相對)는 눈을 비비고 상대를 마주한다는 의미다. 상대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향상된 것을 이른다. 괄(刮)은 깎을 괄, 목(目)은 눈 목, 상(相)은 서로 상, 대(對)는 대답할 대이다. "향미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피아노 연주 실력이 괄목상대할 만큼 향상되었다"라고 사용례를 보여준다.(p.29) 교각살우(矯角殺牛)는 소의 뿔을 바로잡으로려다가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p.33) 온고지신(溫故知新)은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주옥 같은 말 중의 하나다. 공자는 "옛것을 익히어 새로운 것을 온전히 앎으로써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된다"라고 하였다. 고(故)는 역사를 가리키며 온(溫)은 고기를 모닥불에 끓여 국을 만든다는 의미다. '온고(溫故)'는 역사를 기이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뜻이다.(p.178)

 

저자 : 신성권

 

인문·사회·심리분야 전문 작가이다. 1989년생의 젊은 작가로 전북대학교 MBA(경영학 석사)과정을 거쳐, 경영학 박사 과정에 있다. MENSA 회원이기도 한 그는 인간의 지능과 창조성을 다루는 다양한 인문교양서를 집필하였으며, 그의 책은 2021년, 2022년 두 번이나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 《삶의 지혜로 읽는 니체의 말》, 《교양 개념어 사전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누구나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을 위한 창조성 수업》, 《동양철학사 : 청소년이 처음 만나는》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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