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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 - 그들은 왜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가?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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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전쟁 직전 귀순한 공군 장교를 시작으로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대한민국 땅을 밟은 탈북민의 역사는 어느덧 70년이 흘렀다는 기사를 몇 년 전 읽은 기억이 있다. 탈북민 수가 이미 3만 명을 돌파했다는 말은 훨씬 전 2015년에 이미 들은 바 있다. 지금쯤은 4만 명에 가까운 숫자일 것이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국내 거주 탈북민은 3만 3,718명이다. 탈북민은 어느덧 우리 일상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났다. 지난 총선에서는 지역구 최초의 국회의원까지 배출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코리안드림’은 아직 머나먼 이야기라고 한다. 국내 적응에 실패해 다시 북으로 돌아가거나 제3국으로 떠나는 탈북민의 소식이 심상치 않게 들려온다.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 다시 월북을 하는 것인지는 독자로서는 모르지만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독자가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이유는 탈북해 대한민국으로 온 사람들이 탈북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목숨마저 잃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사선을 넘은 분들이 다시 월북하거나 다른 나라로 떠난다는 것은 얼마나 적응하기 어려웠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리라. 국내 종합편성 TV 채널이 탈북민들의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10년도 훨씬 넘은 일인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어느 방송이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두세 개의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가끔씩 접했기 때문에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그들이 탈북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듣다보면 저절로 울컥 감정이 복받치기도 했다. 탈북 과정에서 들어가는 돈도 마련하기 어렵지만, 설령 마련했다 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들 개개인이 겪은 일을 하나씩 소개할 때마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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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는 작가 이지성이 이름도 얼굴도 밝힐 수 없는, 이른바 〈수퍼맨〉의 탈북을 돕는 과정을 쓴 것이다. 저자 이지성은 이 이야기를 쓰기까지 5년 동안 취재를 위해 탈북을 돕기도 하고, 〈수퍼맨〉과 함께 행동하기도 했기에 이 책 제목처럼 단순 여정을 쓴 것이 아니라 목숨 걸고 사선을 넘는 여정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중심은 저자가 아니라 〈수퍼맨〉이다. 그의 일은 바로 탈북인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탈북인들은 북한을 떠나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서 한국에 도착한다. 그 멀고도 험한 여정이 거의 1만 킬로미터에 달한다. 제목에 적은 대로다. 먼 여정이 생사가 엇갈리는 길이고, 물리적 거리만으로는 엄혹한 현실을 대체하기 힘들 터, 이 책으로라도 탈북 과정을 함께 해보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죽음을 각오한 탈출이지만, 대부분은 중국 공안과 북한 보위부의 철통 경계에 좌절하고 만다고 한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나서는 영웅들의 이야기도 이 책은 담고 있다.
그들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의 쉰들러’라 불리는 〈수퍼맨〉 목사다. 그는 구출 과정에서 자신도 중국 공안에 8번 체포되고, 3번 감옥을 다녀왔다. 사실을 알게 된 세계 인권 단체들과 UN이 도우면서, 그는 30여 년 동안 무려 4,000 명 이상의 탈북인을 구출했다. 저자는 지난 5년 동안 수퍼맨 목사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탈북민 구출과 탈북로드 정비 비용, 그리고 한국에 탈북인 현실을 알리고 동참 후원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저자의 전작 『꿈꾸는 다락방』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적잖은 수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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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르면 저자는 수퍼맨 목사와 함께 중국 단둥과 라오스, 태국 현장으로 날아가 직접 탈북인의 구출을 도왔다. 발각 즉시 체포, 독사가 우글거리는 밀림, 북한의 감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극도의 경계심으로 녹다운이 된 저자는 자문하곤 했다. “도대체 나는 어쩌다 이 일에 동참하게 된 것인가.” 소위 잘 나가는 작가에서 자유와 인권을 억압받는 이들을 구출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온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책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3만3,000 탈북인들의 자유를 향한 행진과 숨겨진 진실을 담은 이 책은 너무나 생생해서 단숨에 읽힌다. 목숨을 건 탈북인들의 험난한 1만 킬로미터의 여정과 중국 공안과 북한 보위부의 무서운 추격, 그리고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탈북민을 돕거나 괴롭히는 브로커들 이야기가 이 책에 모두 담겼다. 여기에 탈북민을 돕는 한국의 인권, 선교 단체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온 일부 단체들의 불편한 진실까지도 이 책은 다루고 있다. 저자의 예리한 통찰력은 그동안 거짓과 과장이 넘쳐나는 탈북 이야기들과 다르게 철저히 검증된 사실만을 포착, 진실만을 기록하려 애쓴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다.
한쪽 발목이 잘린 북한 여성을 들것에 실어 산을 넘고, 탈출에 성공한 스무 살 청년이 다시 북으로 가 죽음을 맞고, 아기를 등에 업은 채 3미터 철책을 맨손으로 넘은 엄마 등, 탈북인의 이야기는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이고 존엄함을 지키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를 마주하게 한다. 저자는 말한다. “이들이 보여준 것은 탈출이 아니다. 자유를 향한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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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먼저 읽은 도희윤 대표(피랍탈북인권연대)의 말처럼, “이 책의 선한 영향력이 전 세계에 파도처럼 퍼져 다시 시작되려는 냉전시대가 따뜻한 생명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데 이 책이 작은 불쏘시개가 되기를 독자는 기대한다. 그동안 〈수퍼맨〉 목사와 저자의 탈북인 구출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이 책의 출간을 미리 알고 있었던 케이시 라티그 주니어 하버드대 친선대사는 탈고되자마자 바로 영문으로 번역, 현재 하버드대 교수들과 대학생들이 읽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 4월에 열린 하버드 크림슨 150주년 행사에 초청되었으며, 이달에는 이스라엘의 명문대학인 히브리대, 하이파대, 텔아비브대에서 이 책을 기반으로 한 이지성 작가의 특강이 이어질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이 책은 모두 9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는 거절하지만 내 몸은 이미 메콩강을 향한다」, 2장 「모두가 안다고 말하지만 누구도 알 수 없는」, 3장 「삶을 바꾼 만남」, 4장 「의심하는 순간, 진실이 보인다」, 5장 「자유를 향한 행진」, 6장 「“꿈은 꿈대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다”」, 7장 「어떤 영적 광채」, 8장 「미리 온 인류 평화」, 9장 「미래를 향한 도전, 다시 시작이다」 등이다. 각 장의 앞뒤로 '프롤로그' 「마음의 이름을 불러주자」와 '에필로그' 「1만 킬로미터가 0킬로미터가 되는 그날까지」가 있다. 맨 마지막에는 '추천사'와 본문 주(註)를 '요약'한 일정 등이 담겼다. 탈북인들을 돕는 일에는 돈(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우선 탈북인 1인 당 수천 만 원까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목숨 걸고 탈북을 돕는 일이 돈으로만 되지 않을 일이지만 높은 비용은 탈북의 한계에 부딪치게 하는 큰 요인 중의 하나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탈북 과정에 필연적으로 끼어야 하는 '브로커'들의 비용이다. 그들도 목숨 걸고 하는 일이라 비용을 탓할 처지는 못 되지만 수천 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 탈북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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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장에서 저자는 〈메콩강가에 선 두 남자〉라는 글에서 〈수퍼맨〉과 자신이 메콩강가에 서 있다. 물론 탈북민들을 무사히 넘겨 받기 위한 일이리라. 잠깐 〈수퍼맨〉의 정체를 소개한다. "또 메콩강이다. 무심히 흐르는 탁한 물 앞에서, 나는 멍한 얼굴로, 이 강을 아무 생각 없이 넘나들던 배낭여행자 시절을 떠올리고, 수퍼맨은 능숙한 얼굴로, 구출 경로를 살핀다. 그나저나! 나는 또 왜 이곳에 온 걸까. 나는 작년에 여기 탈북인들을 구출하다가 멀리 숲속에서 다른 곳을 보고 있던 경찰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호흡곤란 증세까지 겪지 않았던가. 그때 내가 현장에 맞지 않는 사람임을 절감하면서 앞으로 현장엔 절대로 오지 말자고 굳게 다짐하지 않았던가. 다시 그나저나! 나는 또 왜 수퍼맨과 이곳에 온 걸까.
수퍼맨은 베트남, 몽골 루트에 이어 여기 메콩강 루트를 최초로 만들고 이 루트를 통해서만 2,000명이 넘는 탈북인들에게 자유를 선물한 인물이다. 덕분에(?) 북한 보위부, 중국·라오스 공안, 태국·미얀마·캄보디아 경찰의 표적이 되었고, 마침내 태국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고, 치앙라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9개월 형과 메콩강 접근 금지 4년을 선고받았다. 한마디로 수퍼맨은 메콩강과 접한 국경도시들을 관할하는 공안들과 경찰들에게 인지도가 높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영상이 한 편 돌아간다. 태국 형사들이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부터 우리 뒤를 따라붙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망원경으로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동남아의 맹주라고 불리는 태국 같은 국가가 이런 일에 공권력을 동원할 리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에서는 북한 인권 운동가가 공안의 기획 수사에 의해 체포되고 감옥으로 끌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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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한국을 들썩인 두 가지 사건〉이란 글이 독자의 관심을 끈다. 이른바 '탈북인 살인사건'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탈북인이 동거 중이던 다른 탈북인 세 명을 칼로 살해한 뒤 탈북 경로를 되밟아서 북한으로 도주했다. 당시에 범행 현장을 조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 탈북인은 이상한 짓을 했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치기에도 바빴을 시간에 굳이 세 탈북인의 시신에서 피를 잔뜩 빼서 방바닥을 피로 흥건하게 적셔 놓았다. 수사기관 관계자들과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이 괴이한 사건을 두고서 설왕설래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북한 정권을 잘 알고 있는 수퍼맨은 이렇게 단언했다.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인들 중 극히 일부는 간첩이라고 보아야 한다. 물론 북한 당국에 의해 체계적인 간첩 교육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탈북하다 붙잡혀서 강제 북송된 뒤 보위부에서 협박과 회유를 받아 간첩이 된다. 사실 간첩보다는 보위부 끄나풀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런 류의 탈북인들은 평소에는 정상적인 탈북인들과 똑같이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북한으로부터 누구를 죽이라거나 무슨 사건을 저지른 뒤 북한으로 들어오라는 지령을 받는다. 만일 지령을 거부하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친척들이 수용소로 끌려가고, 자신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다른 탈북인에게 살해당한다. 한마디로 지령을 따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번 사건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탈북 간첩이 저지른 전형적인 사례다. 북한 정권은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 탈북인 사회를 보이지 않게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 사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부조차도 여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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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탈북 과정의 어려움, 목숨과 바꾸는 탈북 등으로 표현되는 여러 가지 탈북인들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또 실제 목숨을 잃는 사례도 여러 차례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탈북민 돕기를 사칭하는 돈벌이 '가짜 탈북 도움단체(종교 단체 포함)' 등을 소개한 부분도 여러 번 나온다. 독자에게는 한 줄 한 줄 눈물이 담기지만 이미 TV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은 바 있어 여기에 자세하게 소개하는 것을 생략한다. 다만 저자가 〈수퍼맨〉과 잠시 활동을 함께하는 일을 멈췄다가 마지막 장쯤에서 다시 그를 돕는 결심을 하고 다시 시작하면서 〈수퍼맨〉이 내놓은 「열가지 회복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어서 여기에 번호를 매겨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요점만 옮겨놓는다. ① 붕괴된 북한 내부 조직 재건 ② 북한의 고아원들과 양로원들 그리고 꽃제비들에게 식량과 생필품 등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시작 ③ 중국 일꾼 조직 복구 ④ 중국 공안의 첨단 감시 기법에 절대 노출되지 않는 기상천외한 탈북인 수송 작전 기획해 중국 일꾼 조직 훈련 ⑤ 중국 내 협력자 조직 복구 ⑥ 중국·라오스 국경지대 일꾼 조직 복구 ⑦ 메콩강 일꾼 조직 복구 ⑧ 태국에 새로운 선교사들과 선교관 건립 ⑨ 미얀마와 베트남 구출 루트 복구 ⑩ 러시아 구출 루트 건설, 선교사들과 선교관 건립.
저자 : 이지성
1993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교육, 자기계발,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른 권 넘는 책을 출간했다. 대표작으로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 『에이트』, 『에이트:씽크』, 『생각하는 인문학』,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일독』, 『이독』 등이 있다. 주요 저서들은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스무 살 3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주변에서 모두 무시하고 비웃을 때 도서관의 책들은 그 꿈을 응원해주었다. 꿈이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로부터 14년 뒤, 꿈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인 R=VD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꿈꾸는 다락방』을 썼다. 베스트셀러에서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읽히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꿈꾸었다. 그러자 놀라운 속도로 베스트셀러의 꿈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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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