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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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은 자서전 쓰는 법을 이야기한다. 자서전이란 사전적 풀이만으로도 어떤 책을 가리키는 것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자서전(自敍傳, autobiography)은 한마디로 '자신의 생애를 기술한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자전(自傳)이라고도 한다. 자기를 말하는 일체의 모든 자료·일기·서간 등을 포함해 광의로 해석하는 수도 있다고 백과사전은 풀이한다. 뛰어난 자서전은 쓴 사람의 정신적 성장과 편력(遍歷)을 엿볼 수 있으며 생활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창작적인 요소가 가해진 것은 자서전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괴테의 『시(詩)와 진실』이 이에 속한다. 또 저자가 자기 자신보다도 그가 살아 온 환경이나 시대에 보다 더 중점을 두었을 때에는 '회상록' 또는 '회고록'이 된다. 자서전의 본질은, 이의 효시가 된 아우구스티누스나 루소의 『고백록』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적나라한 자기 내면의 토로이다. 널리 알려진 자서전의 걸작으로는 B.체르리니, D.흄, J.S.밀, B.프랭클린, 스탕달, 괴테, 하이네, G.상드, 샤토브리앙, 베를리오즈, 아나톨 프랑스, R.롤랑, 르나르, 지드,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고리키, 슈바이처 등의 자서전 또는 자전적 작품·회상록·일기 등을 들 수 있다고 두산백과사전은 기술하고 있다.

저자 낸시 슬로님 애러니는 평생 글을 쓰고 45년간 글쓰기 워크숍을 운영해왔으며, 16년간 아픈 아들을 간병하며 힘든 시간을 통과했다. 저자는 ‘자전적 에세이’ 쓰기의 의의부터 창작의 전 과정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자전적 에세이를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글쓰기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글쓰기의 단서와 풍부한 일화, 구체적 조언과 지침이 망라되어 있다. 「자전적 에세이 쓰기 A to Z」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글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자전적 에세이 쓰기에 접근하는 관점, 구체적인 방법론, 사례, 길잡이를 만들 수 있었고,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자신이 직접 쓴 글을 자전적 에세이의 예화로 제시하며,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글쓰기를 통한 치유, 글쓰기가 주는 해방감을 이야기한다. 책은 자전적 에세이 쓰기 가이드북인 동시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자전적 에세이이자 기나긴 애도의 글이다. 그동안 소설 및 실용문 글쓰기 책이 상당수 출간된 데 비해 자전적 에세이 글쓰기 책은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은 에세이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도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자기 삶에 대한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잘 쓰기보다 고유의 목소리와 리듬과 언어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강조하고 그것을 찾도록 안내한다. 자기 삶을 재현하는 에세이는 소설이나 시처럼 잘 짜인 구성이나 세련된 형식보다 삶을 얼마나 정직하게 대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자신의 아들이 생후 9개월부터 당뇨병을 앓기 시작한 후 서른여덟 살에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전 과정을 자신의 돌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의 글쓰기가 치유의 행위였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남편과 함께 16년간 아들 댄을 돌보는 동안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쓰기로 했다. 글쓰기는 삶을 요약하거나 납작하게 압축하지 않는다. 저자는 자전적 에세이 쓰기를 통해 고통의 한가운데서도 삶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괴로워하면서도 기뻐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최근 의학계에서도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데, 자기 삶의 서사화가 문제 해결과 치유의 길을 열어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전적 에세이 쓰기가 자기 삶의 힐러가 되고자 하는 용기 있는 시도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동안 글쓰기를 안 했던 독자에게도 용기와 감동을 주었다. 꼭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진정으로 열심히 산다면 삶 자체가 글의 내용이 되고 훌륭한 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이다. 사실 학교 다닐 때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는 누구나 일기 쓰라는 말을 선생님에게 듣고 실제 쓰기도 했을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방학 기간 일기를 써서 제출하라고 과제물로 내주기도 했다. 물론 매일 일기를 쓴 사람은 쉬운 과제물이지만 안 쓰고 있다가 방학이 끝나갈 무렵 한꺼번에 벼락치기로 써서 제출하다 들켜서 혼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다른 일이야 꾸며내 써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날씨를 잘못 적었다간 들통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컴퓨터가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저자가 69개 항목을 정해놓고 글쓰기, 특히 자서전에 알맞는 글쓰기를 설명한다. 글쓰기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이 많은 항목을 염두에 두고 글 쓸 일이 없을 테니 별 문제가 없겠지만, 글쓰기를 해보려는 사람이나 더 잘 쓰기 위해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지나치게 완벽한 글쓰기를 위한 책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 터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서전을 쓸 경우 이 항목에 대해 평소 관심을 두고 연습을 거듭하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들어 신경 쓰지 않아도 해결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니까.

 


 

69개 항목 중 1항 「시작은···」은 '서문'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책 출간 때 내는 책의 개략적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책을 왜 냈는지, 어떤 식의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도 이 항목에 해당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서문'을 따로 마련했다. 아들의 질병과 젊은 나이의 사망, 살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는 슬픔은 '가족의 사망'이라는 설문조사도 있었듯이, 한 사람의 생애 중 가족의 슬픔은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참담한 심경의 일렁임이 있을 것이다. 더욱이 아들을 젊은 나이에 잃은 어머니의 심정이야 오죽했겠는가? 저자는 "내 부서진 마음을 달래준 것은 정신과 의사도, 처방약도, 위로를 건네는 친구도, 심지어 (내 남편처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배우자도 아닌 자전적 에세이 쓰기였다"고 술회한다. 저자는 이런 말도 서문에 남김으로써 글쓰기의 치유력이 얼마나 큰 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한다. "그런 일들을 전부 글로 쓰지 않았다면, 나는 내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거의 대부분 잊어버렸을 것이다."

저자는 이어 수십 년 동안 글쓰기 워크숍을 운영하면서 수천 개도 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수천 개의 마음이 열리고, 수천 개의 머리가 맑항지고, 수천 개의 부서진 부위들이 회복하는 지켜봤다고 말한다. 이때 글쓰기에 어떤 힘이 있는지를 깨달았던 것 같다. 자신의 관점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진정으로 안다고 표현하는 저자에게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치료제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진정한 자전적 에세이는 단순히 자신에게서 일어난 일만을 기록하지 않는다.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가 중요하다. 왜라는 질문을 파고들 때 당신의 이야기는 보편성을 얻는다. 그것이 우리가 자전적 에세이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p.15)

 


 

저자가 69개 항목을 장(章)을 나누지 않고 일렬로 기술했는지도 궁금하다. 얼핏 보기에 생각나는 대로 기술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번역의 미흡으로도 투사도 해본다. 그러나 같은 문장을 다시 한 번 더 읽어볼 때는 느낌이 달랐다. 느낌이 다르니 의미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장을 나누지 않은 이유는 여기 모든 과정과 체득해야 할 것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란 제법 그럴 듯한 독자만의 해답도 떠오른다. 그렇지, 글쓰기를 단계적으로 배울 일은 아니겠지.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생각한다면 글쓰기 교본처럼 첫걸음부터 마지막 걸음까지 마치 마라토너처럼 단계적으로 가는 게 글이 아니라는 점을 몸에 배이게 하기 위해선 장을 나누는 것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스토리텔링 식 기술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란 추측도 끼어들었다. 몇 개의 제목만 여기에 적어보면 「어떻게 시작하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쓰라」(6항), 「당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 대해 쓰라」(9항) 「독자가 책을 읽을 때 당신은 그 자리에 함께 있지 않다」(15항), 「때로는 무언가가 부서질 때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17항), 「우연을 그냥 지나치지 마라」(19항), 「당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29항)), 「고통스러운 부분을 건너뛸 수는 없다」(53항), 「때로는 의식의 전환을 위해 외부의 이야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54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라」(67항) 등이다.

제목을 문장으로 나열하는 것보다 단어나 문구로 정하는 것도 있다. 오히려 문장보다는 임팩트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3항), 「영혼의 과제」(8항), 「통찰」(16항), 「고독」(26항), 「관점」(27항), 「시각화」(41항), 「유머」(60항) 등이다. 「통찰」을 여기에 인용한다. "통찰을 얻었다면 무심히 넘기지 말자. 찰나의 광명, 완벽한 각성을 선사받은 거니까."(p.94) 저자는 통찰은 신성한 지혜의 선물이라고 전제한다. 그 귀중한 기회를 흘려보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의심하지도 말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통찰의 기회를 꼭 붙들지 않은면 금세 휘발하니까 꼭 붙들고 "나 아니면 누가 쓰겠어"라는 심정으로 쓸 것을 권유한다.

 


 

저자는 통찰이란 매우 귀중한 것이어서 만일 곧장 글로 옮기지 않으면 심오한 것이라고 미뤄뒀다간 그런 것조차도 잊어버리는 것이 사람이란 사실을 명심하고 절대 미루지 말 것을 조언한다. 저자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또 왜 다른 사람에게 글을 쓰라고 권유하는가 같은 질문도 자주 받는단다. 저자는 즉각 책에 옮겼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디에서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새로운 통찰을 얻어서 치유의 글로 나아갈 수도 있다."(p.95) 저자는 자신의 온라인 글쓰기 강좌에서 가장 최근에 낸 "나는 ~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다"란 주제의 글쓰기 시간을 가졌다고 예로 든다. 이때 자신도 같은 주제의 글을 쓴다고 한다. 저자가 쓴 글을 책에 예시로 적어놨다. 크리스마스 조명에 관한 글이다. 여기에 옮겨 적을 수 없으니 독자 여러분의 독서에 참고하기 바란다.

저자의 글쓰기 자문은 69항 「끝」이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란 의미의 이 글에서 저자는 "마무리되지 않은 끝은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끝, 해결되지 않은 문제일 뿐이다. 모든 이야기가 완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 자전적 에세이의 대주제, 당신이 그 이야기를 쓰게 된 주된 이유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은 사기를 당한 기분이 될 것이라는 공포에 가까운 단어를 사용하며 대주제의 메시지를 완결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저자는 다시 한 번 언급한다. "당신이 거쳐온 길을 일일이 복기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빠져나오는 것이 가능했다. 그게 전부다. 그것이 핵심이다."(p.348)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들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기를 거부한다. 이야기 전달자인 우리는 빛을 향해 뻗어나가는 법을 배운 생존자들이다. 우리는 모두 작은 보라색 꽃이다. 자전적 에세이를 쓰면서 당신은 아주 작은 빛 조각을 향해 뻗어나간다.(p.234~235)

 

자전적 에세이를 쓸 때 고통스러운 부분을 건너뛸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로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또한 당신이 하는 이야기를 경험을 통해서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p.272)

 

저자 : 낸시 슬로님 애러니(Nancy Slonim Aronie)

메리워싱턴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자신이 거주하는 마서스비니어드 섬에서 칠마크 글쓰기 워크숍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칠마크 글쓰기 워크숍을 대표하는 프로그램 ‘마음으로부터 글쓰기’ 워크숍의 강사이기도 하다. 미국공영라디오의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뉴스 프로그램의 고정 논평가로 활동했고, 여러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게재했다.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해 여러 기관에서 글쓰기를 가르쳤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가르친 3년간 매해 최우수 강의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컬럼비아대학교 의학대학원의 내러티브 의학 프로그램에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역자 : 방진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국제학 대학원에서 국제무역 및 국제금융을 공부했다. 현재 펍헙 번역 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당신에게 잘 자라고 말할 때』,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 『지도에 없는 마을』, 『소설 속 숨겨진 이야기』,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 『삶의 마지막 순간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들』,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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