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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
이우평 지음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대한민국은 아름답다. 물 맑고 산 좋은 금수강산이다. 어렸을 때 배웠던 말들이다. 이후 돌아다니면서 말로만 듣던 것을 직접 보고 확인한 바로는 한반도는 사람이 살기에 적절한 매우 아름다운 곳임에 틀림없다. 외국여행이 자유롭게 된 1990년대 들어 가본 몇 군데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지구 전제가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게 됐다. 인류가 인공으로 만든 건축물이나 각종 구조물도 아름다운 곳이 많긴 하지만 대자연이 만들어낸 산과 바다, 특히 지형물은 상상하기 어려움과 놀라움과 신비스러움을 보여주었다. 지구의 나이는 45억 살이라고 한다. 45억 년 지구는 폭발하고 뒤틀리고 솟아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지금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됐다. 위 이야기는 독자 개인의 입장에서 본 우리 지구이고 인류 과학의 발전은 지구 밖에서 본 지구의 모습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항공기의 발전이다. 대기권 내이지만 비행기에서 본 지구의 모습도 이를 데 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산과 바다를 땅에서 바라본 것과 위에서 내려다본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에 더하여 1968년 10월, 인간이 아폴로 우주선에 승선했다. 여러 차례의 테스트와 성공을 거친 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이 달 착륙에 성공했다. 암스트롱은 인간 최초로 달 표면에 우뚝 섰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한 우주인들도 기지국과의 통신에서도 달에 대한 설화 이야기를 한다. 달에 발을 내딛기 직전인 역사적인 순간, 기지국에서는 ‘남편한테 불사약을 훔쳐 달로 달아난 항아와 계수나무 아래 서 있는 토끼를 찾아보라’고 중국 설화를 인용하며 농담했고, 버즈 올드린은 ‘잘 찾아 보겠다’는 말로 응수했다고 한다. 이렇게 달과 계수나무, 방아 찧는 토끼의 환상은 깨졌지만 오히려 달에서 본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보고 갖게 되었다.
이 책 『세계 지형 탐사』는 전작 『한국 지형 산책』으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우리 땅 곳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특이한 지형을 소개한 이우평이 펴냈다. 저자 이우평은 이번에는 전 세계 대표 지형 56곳을 한 권에 담았다. 대상 지역이 지구 전체라서 약 700페이지에 이르는 대작이지만 그만큼 쏟은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랜드캐니언, 옐로스톤 국립공원, 아마존, 우유니 소금사막, 세븐시스터즈, 돌로미티, 치차이단샤, 파묵칼레, 나트론호, 울루루 등 여섯 대륙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지형들을 선별해, 각 지형의 현재 모습과 형성과정, 생태계 변화, 자연사적 가치 등을 최신 연구와 풍부한 이미지 자료를 토대로 알기 쉽게 소개한다. 45억 년 지구의 역사를 품은 다양한 지형에 관한 종합적인 안내서로, 지리·자연사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합다.
지구의 겉표면(지각)는 대륙과 바다로 이루어졌다고 배웠다. 땅에서 지하 30km까지를 지각이라 한다. 겉모습은 공처럼 원형에 가깝고 자전과 공전을 한다고도 배웠다. 달을 위성으로 두고 있으며 태양계에 속한 행성이다. 일년에 한 번 꼴로 태양의 주위를 돈다. 사계절과 해가 떠오르고 서쪽으로 지는 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의해 이루어진다. 지구의 위성 달도 바다의 흐름에 관여하는 등 제각각의 임무를 차질 없이 해내고 있다. 우주의 질서를 어기는 일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 만약 이 질서가 깨어진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대변화로 지구라는 거대한 땅덩이도 먼지 하나처럼 일시에 날아갈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여기에 '만약'이란 이루어지지 않을 일을 인간이 상상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주의 탄생과 소멸은 만약에 의해 성립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전 세계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지구의 움직임에 의해 45억 년에 걸쳐 이루어진 결과가 현재의 모습이다. 직접 가본 사람들이 말로 제대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비경이 있고, 상대적으로 생물이라고는 전혀 살지 못할 것 같은 황폐한 곳에도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인간이 아름답다고 표현한다는 것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지도 모를 처음 보는 엄청난 모습에는 마땅히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엇인가가 있다. 사람의 힘은 물론 자연이 해낼 것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들이 지구 겉모습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책은 지형·지질 경관의 미적 가치뿐 아니라 그 지형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떤 자연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환경·생태적 가치는 무엇인지, 그곳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구경도 하고 지식도 얻고... 일석이조 독서의 즐거움을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우리는 지구의 겉모습, 지각이 5대양 6대주로 이루어졌다고 표현한다. 바다 위에 6개의 대륙이 떠 있는 형상이다. 바닷물도 대기권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대륙 역시 현재에도 움직이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판단한다. 지구의 45억 년 역사 중 100년도 채 못 사는 인간이 느끼기에는 기간 자체가 비교가 안 된다. 이 책은 각 대륙별로 모두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북아메리카〉, 2부 〈남아메리카〉, 3부 〈유럽〉, 4부 〈아시아〉, 5부 〈아프리카〉, 6부 〈오세아니아-대양〉 등이다. 1부에서는 옐로스톤 국립공원, 아치스 국립공원, 모뉴먼트밸리, 엔털로프캐니언, 그랜드캐니언, 더 웨이브, 브라이스캐니언, 데스밸리, 요세미티 국립공원, 하이트샌즈 국립공원, 스포티드 호수, 투크투야크툭 등이 소개된다. 이 서평에서는 가장 앞에 나온 옐로스톤 국립공원만 다룬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이하 옐로스톤)은 전체 면적이 약 9,000제곱킬로미터로 우리나라 경기도 면적과 비슷하다.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면적의 3배가 넘을 정도로 광대하다. 옐로스톤강이 깎아 만든 평균 깊이 약 300m, 총길이 약 38km에 이르는 V자 대협곡이 발달했다. 이름은 계곡 일대의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융회암이 황 성분을 함유하여 노란색을 띤 데서 유래됐다. 이 지역을 저자는 「물과 열이 만들어 낸 간헐천과 온천의 집결지」란 제목으로 표현했다. 항공 사진인 듯한 이 지역의 모습을 본 순간 처음 본 독자로서는 압도감을 느꼈다. 화산지대에서 자연의 경이로움과 신비함에 정신을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이런 색이 융화될 수 있는지 놀라움의 시작이다. 이곳은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옐로스톤의 상징인 그랜드 프리즈매틱 온천은 폭 90m, 깊이 50m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온천이다. 프리즘처럼 다채로운 색상으로 밝고 선명하게 보인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이곳은 19세기 초 모피를 얻기 위해 로키산맥 고지대에 있는 미지의 땅에 들어간 수렵가들 사이에 '지옥의 솥뚜껑이 열리는 장소'를 발견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허풍쟁이로 치부했다. 그러나 훗날 탐험대에 의해 그 소문의 장소가 옐로스톤이며, 그곳은 열수(熱水, 마그마가 식어서 여러 가지 광물성분이 분리되어 나온 뒤에 남은 뜨거운 수용액으로, 유용한 많은 광물성분이 용해되어 있다)가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는 간헐천과 들끓는 진흙탕, 그리고 수증기를 내뿜는 분기공(噴氣孔 화산의 화구 또는 화산가스가 분출하여 나오는 구멍)과 온천 등이 넘쳐나는 화산지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책에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지형 특성이 잘 드러난 「나이카동굴」, 「그레이트블루홀」, 「카나이마 국립공원」, 「카뇨 크리스탈레스」, 「렌소이스사구」, 「아마존강」, 「우유니 소금사막」 등이 소개되지만 독자의 눈에 가장 띈 부분은 브라질 해안사구인 '렌소이스사구'이다. '사막과 호수를 넘나는 아름다운 모래언덕으로 새하얀 사구들이 물결치듯 끝없이 이어진다. 렌소이스사구는 건기에는 물 한 방울 없는 메마른 사막 같지만 우기에는 엄청난 양의 빗물과 강물이 흘러들어 새하얀 사구들 사이로 에메랄드 빛깔의 수많은 호수가 생겨나는 곳이다. 해안에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사구가 이토록 아름다운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렌소이스사구의 모래가 다른 사구 지역의 모래와 달리 하얀색인 것은 모래가 석영질이기 때문이다. '렌소이스'라는 포르투갈어는 '침대보'를 뜻하는데, 이는 침대보가 하얀색인 데서 유래한 것이다. 사구들의 높이는 해발 10~30m로 가장 높은 곳은 약 70m, 길이는 20~70km에 이를 만큼 장대하다. 렌소이스사구의 수많은 모래는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암석이 순환되며 생겨난 것이다. 사구 지역을 흐르는 대표적인 두 하천인 프레기사스강과 파르나이바강에 의해 육지부에서 침식된 모래가 바다로 운반된 뒤, 이 모래들이 조류와 해류에 밀려 다시 해안에 퇴적되어 거대한 해빈(海濱, 바닷가의 오목하게 들어간 해안에 모래가 쌓인 해변의 백사장)을 이루었다. 이곳 해안은 수심 약 70m까지 대륙붕의 경사가 평균 0.06도로 거의 수평에 가깝고 밀물과 썰물의 차가 7~8m로 크다는 점이 거대한 해빈이 만들어지는 데 한몫했다. 해안으로부터 내륙 약 50km까지 사구들은 현생의 활성사구다. 해수면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 약 6,000년 전 이후부터 쌓이기 시작한 사구의 면적은 1,000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이 책에는 각 대륙별로 간추린 경이로운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주 다닌 곳도 있고,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도 있다. 대륙별로 5~10곳씩 임의 선정해 기술했지만 책 서평으로 쓰기에는 단 한 곳도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절경과 빼어난 외관의 풍경이 있고, 기괴하고 지구가 아닌 듯한 모습의 이색적 경관도 있다. 이 책 서평의 입장에서 마지막 하나를 더 꼽자면 아프리카 「리차트 구조」를 선택한다. 사하라 사막에 새겨진 리차트 구조는 언형의 지형으로 크기와 규모가 지름이 50km에 이를 만큼 방대하기 때문에 고도 10km 이상 올라가야만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독자들이 〈세계테마기행〉이나 〈걸어서 세계일주〉 등 TV 세계여행 프로그램에서 흔히 접할 수 없던 이유이기도 하다. 생긴 모습이 황소의 눈 같아서 '황소의 눈', 사람의 눈처럼 생기고 사하라사막에 있는 동그란 지형이어서 '사하라의 눈'이라 불리운다. 이외에도 '지구의 눈', '아프리카의 눈' 등의 별칭도 있다.
사하라사막 서부 모리타니에 위치한 라차트 구조는 지구의 수많은 지질구조 가운데 가장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드넓은 사막지대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원형 소용돌이 모양을 하고 있다. 우주에서는 보는 방향과 시간대에 따라 빛의 굴절에 의해 다양한 빛깔로 보이기도 한다니 입이 쩌억 벌어질 뿐이다. 이 라차트 구조는 1965년 미국 우주선 제미니 4호가 지구를 돌며 지표면을 촬영하면서부터 알려졌다고 한다. 이후 우주에서 그 모양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지구로 귀환할 때 사하라사막을 통과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리적 랜드마크로 이용되었다. 이 지형은 늦게 발견되기도 했지만 많은 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해 각기 다른 이론을 제시하고 있어 아직 정설로 내세울 확실한 발생설은 없는 형편이다. 다만 캐나다 퀘백대학교 매턴 교수의 새로운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괴레메 계곡의 암석기둥 곳곳에는 벌집 모양 같은 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다. 그 구멍들은 암벽에 굴을 파서 그 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암굴 주거공간으로, 약 4,000년 전 이곳을 히타이트족이 지배할 당시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암굴 거주공간을 만든 이유는 내륙의 초원 및 반건조 지역이어서 식생조건이 불리하여 목재가 귀했던 반면, 화산재가 굳어 형성된 응회암은 암질이 부드럽고 약하여 뾰족한 나무와 돌 등으로 쉽게 굴을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p.449)
저자 : 이우평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고등학교, 공주사범대학교 지리교육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지리교육과를 졸업하였다. 1994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지리를 가르치면서 우리 땅에 내재된 역사문화와 자연사적 참가치의 발견 그리고 삶터의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 왔다. 특히 우리 자연과 지형에 대한 활발한 조사 연구는 물론, 전 세계 지리학의 정보와 이슈들도 꾸준히 살펴 모아 왔다. 《독서평설》에 ‘우리 땅 밟기’, 《과학동아》에 ‘길 따라 바위 따라’, 《월간 산》에 ‘백두대간’, 《사람과 산》에 ‘한국의 명산 지질 여행’ 그리고 일간지에 ‘시베리아횡단철도’, ‘히말라야트래킹’, ‘미국서부지형지질’, ‘터키-이집트이슬람탐방’ 답사기 등의 생생한 연재로 지리 대중화에도 힘써 왔다. 『고교생을 위한 지리 용어사전』, 『지리교사 이우평의 한국 지형 산책 1, 2』, 『이우평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나라 지리 이야기』를 썼으며, 『초등 세계지리 생생 교과서』와 고등학교 교과서 『사회』, 『공통사회』, 『한국지리』, 『세계지리』, 대안교과서 『살아있는 지리 교과서 1, 2』 등을 함께 펴냈다. 현재 전국지리교사연합회 상임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인천 부광고등학교에서 교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메일: lwp0424@nate.com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