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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고요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평점 :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박범신은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박범신은 1973년 단편 「여름의 잔해」로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강산이 5번이나 변하는 동안 박범신의 문학은 등단 초기의 젊은 시절, 강렬한 현실 비판적인 단편소설들을 발표했다. 당시 문단에 굉장한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많은 작가들 사이에 기억되고 있다. 80년대로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수많은 장편 베스트셀러를 펴내 이른바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90년대 문화일보에 『외등』을 연재하던 중 시대와의 불화로 돌연 “내 상상력의 불은 꺼졌다”고 말하면서 ‘절필’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박범신의 절필 선언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1993년 『흰소가 끄는 수레』로 문단에 복귀한 뒤엔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면서 이른바 ‘갈망의 3부작’으로 알려진 『촐라체』 『고산자』 『은교』를 비롯해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뛰어난 소설을 계속 펴냈다. 자본주의 세계구조를 통렬히 비판한 3부작 『비즈니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소금』 등을 연달아 펴내 '역시 박범신'이라는 찬사와 함께 독자를 사로잡았다.
박범신은 양극화되어 있는 대중문학과 본격문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왕성한 집필로 동시에 큰 성과를 이루어낸, 우리 문단에서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우리 시대의 대표적 작가이고, 25편 이상이 영화, 드라마, 연극으로 제작돼 다른 장르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으며, 네이버에 최초로 장편 『촐라체』를 연재해 수백만 독자를 사로잡음으로써 인터넷 장편발표 시대를 견인하기도 했다.
이 책 『두근거리는 고요』는 『순례』와 함께 등단 50주년을 맞아 펴낸 두 권의 산문집 중 하나다. 저자는 "자신에겐 오로지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살고 싶었던 ‘문학순정주의’의 가치와 모든 계파에서 자유로운 ‘인간중심주의’ 가치뿐이었으며 오직 그것들만을 신봉하며 살아왔다"고 술회했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평생을 '글쟁이'였던 작가답게 각 장의 제목 아래 부제로서 〈와초재 이야기〉, 〈문학 이야기〉, 〈사랑 이야기〉, 〈세상 이야기〉라고 달아 이야기꾼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1장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있는 집」, 2장 「나는 본디 이야기하는 바람이었던 거다」, 3장 「머리가 희어질수록 붉어지는 가슴」, 4장 「함께 걷되 혼자 걷고, 혼자 걷되 함께 걷는다」란 제목이 적혀 있다.
고향인 충남 논산에 있는 집필실의 이름이 와초재(臥草齋)이다. ‘와초’는 작가의 호(號)이다. 소설 『풀잎처럼 눕다』에 착안해 친구였던 소설가 김성동이 부르던 별명이었으나 점차 호로 굳어졌다고 한다. 와초재에는 제목으로 쓰인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있는 집”이라 쓰인 판석이 붙어있다. 와초재라는 현판을 걸기 전, 오랜 고심 끝에 직접 써 새겨온 것이라는 귀띔이다. 홀로 가득 차지 않고서는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없고, 따뜻이 비어있지 않으면 사람으로서 원만한 삶을 살 수 없으므로, 그 뜻을 가슴에 담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단독자로서 존재하는 ‘밀실’과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광장’을 수시로 오가며, 상상력으로 밀실뿐만 아니라 밀실을 둘러싼 우주까지 드높이 채우기를, 사람들과 더불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춤하며 광장의 삶에 깃들기를 소망한다.
저자는 홀로 와초재에서 지내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고 소소한 작물을 키우고 정처 없이 들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고 밤 깊도록 글을 쓴다. ‘가난한 밥상’과 ‘쓸쓸한 배회’에서 행복감을 얻는 것은 자유로운 삶의 본원적인 심지가 거기에 박혀 있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이 봄, 이 여름, 이 가을이 아니면 못 볼 꽃을 그냥 지나쳐 왔을까.” 장편소설 『당신』의 한 구절이기도 하려니와, 이 짧은 문장에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죽은 아내의 산소에 놓아주기 위해 들고 온, 생전의 아내가 아꼈다던 그 책에 저자는 그렇게 써 주었다고 밝힌다.
온화한 마음결만으로 사랑을 완성할 수는 없다. 불온한 시대일수록 더욱 그렇다. 작가는 어긋난 욕망으로 들끓는 세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자본주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른들과 부끄러운 줄 모르고 ‘대박!’이란 비속한 말로 자신의 이상을 설명하는 청년들, 정치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 또한 매일반이다. 그들에게 최상의 행복은 자본이 주는 소비의 감미, 기득권의 전략적인 방어밖에 없다.
사람에겐 세속의 욕망 말고도 완전한 사랑이나 신과 가까워지려는 초월적 욕망이 있다. 이루지 못할지라도 그것을 품고 살아야 삶의 품격을 얻을 수 있다. 추상의 가치를 이해하고 속 깊이 품을 수 있는 것도 인간만의 특권이다. 영원성이 그러하고 사랑이, 신이, 행복이 그러하다. 손으로 만져본 적도 없고 눈으로 본 적도 없는 가치다. 영원이든 신이든 행복이든, 따져보면 모든 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로 통합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요약된다. “사랑만이 가장 큰 권력이다!”
저자는 「연애 50년」이란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보다 산문집이 한 인간으로서의 내가 더 온전히 드러나 자못 수줍다"며 "언어가 가진 한계와 그 함정을 생각해온 나날인바 이 책이 세상에 소음을 보태는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라고 썼다. 저자는 데뷔한 지 올해로 50년이지만 소설쓰기는 늘 홀림과 추락이 상시적으로 터져 나오는 투쟁심 가득 찬 연애와 같았다"고 고백한다. 먼 것과 가까운 것, 영원과 찰나, 그리운 것과 부족한 것들이 자신의 안뜰에서 매일매일, 격렬히 부딪치고 껴안고 또 아우성치며 찢어졌다는 말도 남긴다. 더러 황홀했고 자주 무서웠고 많은 순간은 끔찍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익숙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저자의 데뷔 50년은 수십 권의 소설을 써왔지만, 돌아보면 단 한 번의 미친 연애로 시종해온 것 같은 세월이라고 회고한다.
첫 장에서는 집필실이 있는 〈와초재〉의 일상과 생각 등 단상 중심이다. 와초재는 아마 가족이 함께 생활을 하던 곳은 아닌 모양이다. 아내가 식사를 위한 반찬 등으로 잠깐씩 들르지만 오롯이 집필을 위한 공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따끔씩 아내가 내려와 있을 때면 식사 시간이 원만하다고 회고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글쟁이가 요리까지 잘한다는 말을 독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어쩌면 라면이나 제대로 끓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내가 내려왔다 2~3일 머무는 동안의 기억이 저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나 보다. "모든 연애는 필연적으로 '일상화'의 과정을 겪는다. 이 수상한 세월 속에서 낭만적 사랑만으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나날이 깨달아야 하는 제도권 결혼생활에서선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결혼을 통해 사랑을 지킨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의미에선 착각에 불과하다. '연애'는 나날이 조금씩 까먹고 그 자리에 '우의(友誼)'를 더께로 쌓는 것이 결혼생활일지도 모른다. (중략) 순서는 알 수 없으나 아내와 나는, 젊은 날 철없이 맹세했던 대로 ‘곁에서 죽는 것’을 지켜보게 될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2장에선 '결핍과 상처로부터의 자유'라는 글이 가장 독자의 눈에 띈다. 저자가 절필 선언을 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으리란 기대에서다. 독자는 등단 초 저자의 소설을 좋아하다가 80년 대 들어 대중 작가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잠시 관심을 멀리했다. 이 때문에 그가 절필을 선언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다. 복귀 선언은 앞서 언급한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다. 책에 따르면 1993년 문화일보에 『외등』이라는 소설을 연재하다가 하루아침에 연재를 끊었다. 이른 새벽 신문사로 찾아가 출근하는 사장을 기다렸다가 다짜고짜 "오늘 이후 누가 권총을 뒤꼭지에 대고 쓰라고 해도 한 줄초자 쓰지 않을 거외다"라고 말했다. 10여매 짜리 '연재를 중단하며'란 글과 함께 신문 연재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절필 선언을 왜?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저자의 글을 쓸 때의 버릇이 건강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무지'했던 것 아닐까 유추할 수 있는 단서는 있다. 글을 쓰다가 졸음이 덮치면 눈이 감기지 않게 호치키스로 눈을 찍어두고 쓰자고 생각한 적도 있었을 정로도 한 달 700~800장의 원고를 쓸 때도 있었다고 말한다. 주위에서 건강 걱정을 안 할 리가 없다.
이는 첫 번째 원인이었을 것이고 그때의 근황이나 저자의 생각을 들어보면 두 번째 이유는 여전히 군부 독재의 끔찍한 유산이 사라지지 않은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한 글을 이어 적고 있다. 유신 이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닫힌 시대와의 불화가 필연적으로 절필을 불러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80년 광주'가 준 충격과 트라우마는 세월이 가도 가시지 않았다. 장편 『불의 나라』를 쓸 때는 이태원을 그린 장면에서 미군을 비판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경찰서 대공과의 조사를 받은 적도 있었다. 불온하기 짝이 없는 시대였다. 역사의 잔혹한 울돌목에서도 작가로서 겨우 밥 먹고 살기 위해 연재소설이나 쓰고 있었다는 자학과 새로운 시대의 아침이 영영 오지 않을 것 무위한 절망감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고 말한다.
4장 「함께 걷되 혼자 걷고, 혼자 걷되 함께 걷는다」 〈세상 이야기〉에서 '삶의 두 가지 길'이란 글은 독자에게 소개하고 이 책을 읽기를 권유하는 의미에서 여기에 쓴다.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과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인생관, 가치관 등이 잘 나타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역시 자신의 집필실에서 쓴 것으로 보인다. 와초재에서 계룡산 밑에 있나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글에서 저자는 "눈이 내린다. 계룡산 밑에서 산을 올려다 본다. 연접되고 중첩된 산의 실루엣이 아득하게 소실점에서 지워지고 있다. 그 소실점으로 가고 싶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욕망으로 쌓은 생의 기억들 하나씩 하나씩 지우면서 가면 좋을 것이다. 욕망에의 기억들은 얼마나 무거운가. 하나씩 기억들을 지우면서 걷다 보면 나의 온몸이 나뭇잎처럼 가벼워질 게 틀림없다."
저자는 이어 "사람에겐 두 가지 층위의 욕망이 있다"고 전제하고, "하나의 묙망은 더 큰 아파트 더 빨리 달리는 자동차 등을 갖고 싶은 세속의 욕망일 것이고 다른 하나의 욕망은 불멸, 완전한 사랑, 신과 가까워지려는 초월적 욕망일 것이다. 모든 예술가의 최종적인 욕망이야 죽은 다음에도 살아남기, 이른바 불멸에의 욕망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 사랑도 마찬가지. 평생 완전한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다시 보면 늘 이렇게 빈손이다. 그래도 그렇다. 오직 한 가지, 자본주의적 소비의 욕망만 따라서 살 수는 없다. 이루지 못할지라도 초월적인 욕망을 품고 살아야 참된 삶의 품격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삶은 그런 관점에서 두 종류가 있다. 소비 생활의 만족을 위해 오로지 헌신하지만, 결코 충만한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삶이 있고, 소비가 주는 안락을 조금 유예하거나 희생하더라도 영혼의 안락을 얻어 삶을 보다 높은 성지로 끌고 가려는 삶이 있다."((p.257~258))
저자 : 박범신(朴範信)
1946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원광대 국문과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8년까지 문예지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ㆍ단편을 발표,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으며,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등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작품 중 70년대와 8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은 폭력의 구조적인 근원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또한 도시와 고향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구조를 통해 가치의 세계를 해부하려는 시도로 인해 대중작가라는 곱지 않은 평을 듣기도 했다.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문학과 삶과 존재의 문제에 대한 겸허한 자기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사유의 공간으로 선택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멀게 느껴지던 히말라야였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히말라야를 여섯 차례 다녀왔으며 최근에는 킬리만자로 트레킹에서 해발 5895미터의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1996년 유형과도 같은 오랜 고행의 시간 끝에 [문학동네] 가을호에 중편소설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재개한 후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묘사, 영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 세계로 문학적 열정을 새로이 펼쳐보이고 있다. 명지대 교수, 상명대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외등』은 그가 글쓰기를 떠나기 전의 문학세계와 그 후의 문학성이 어우러져 있는 작품으로, 해방 후의 현대사의 흐름을 같이 걸어온 주인공 서영우와 민혜주, 노상규 이 세 인물들을 통해 잃어버린 사랑의 원형을 찾아 결국엔 죽음에 이르는 피빛 사랑을 그려내면서 해방 후 현대사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더러운 책상』은 특이하게 '단장'으로 이뤄져 있다. 박범신의 자전적 소설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가 겪었을 젊은 날의 고뇌들이 그렇게 표현된 것처럼 평가받는다. "새벽이다. 무엇이 그리운지 알지 못하면서, 그러나 무엇인가 지독하게 그리워서 나날이 흐릿하게 흘러가던, 그런 날의 어느 새벽이었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 살고자 했던 그의 고민을 엿보게 해준다. 작가 박범신은 이 작품으로 창작과비평사가 제정한 2003년 제18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들, 쓸쓸하다』에서 박범신은 그의 문학인생 못지않게 녹록치 않았던 남자인생 60년을 이야기한다. 오로지 아들 하나를 욕망하던 어머니의 늦둥이 외아들로, 수많은 복병에도 불구하고 30년 이상 한 울타리를 지켜온 남편으로, 수십 년간 밥벌이를 감당해야 했던 고단한 아버지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이 땅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짚어본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가는 사회 구조 안에서 이제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남자들, 즉 구시대의 ‘화려한 권력자’에서 이 시대의 ‘쓸쓸한 인간’으로 자리바꿈한 중년 남자들의 현주소를 살펴봄과 동시에, 이제는 사회의 구석자리에서 불안한 헛기침만을 날릴 수밖에 없는 그 ‘쓸쓸한’ 남자들의 진솔한 속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비우니 향기롭다』는 더욱 더 소유하고자 하는 물질 만능주의 현실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안내서이다. 내면의 깊이가 더욱 확장된 저자가 히말라야에서 깨달은 바는 진정한 삶의 행복은 가지려는 마음보다 비우려는 마음에 있다는 것. 이는 바로 불교 철학의 '무소유'와 직결된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지만 살아가는 기쁨이 더 줄어든 시대.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이 외의 작품으로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겨울강 하늬바람』 『킬리만자로의 눈꽃』 『침묵의 집』 『와등』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등이 있고, 소설집에 『토끼와 잠수함』 『덫』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등이, 연작소설에 『빈 방』 『흰수레가 끄는 수레』 등이 있다. 2001년 소설집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로 제4회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나마스테』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5개월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촐라체」라는 소설을 연재하였다. 이 소설은 2005년 1월 히말라야 촐라체봉(6440m)에서 조난당했다가 살아 돌아온 산악인 박정헌·최강식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또한 『촐라체』와 『고산자』와 함께 ‘갈망의 삼부작(三部作)’인 은교에서는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이며,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는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은 최근에도 『비즈니스』, 『빈방』, 『외등』, 『힐링』,『소소한 풍경』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