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인생 수업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3년 4월
평점 :
우리들은 가끔 '왜 사는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볼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철학자들은 답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답은 찾지 못한다. 철학을 배우지 않아서인가? 그렇다면 철학하는 사람들은 답을 찾았을까? 모르겠다. 짧은 지식이지만 살며 들어보니 못 찾았다고 생각된다. 찾았다면 그것을 찾기 위해 철학을 계속한다는 답에는 설득력이 없다. 사실 왜 사느냐는 질문은 '행복'과 연결돼 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살지만 '행복하지 못하다'는 전제 위에서 질문을 한 것 아닌가? 철학이 행복한 삶을 가져다 주지 않는 것 같다. 왜 사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질문에 답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왜 인간은 고민 속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삶과 질문을 반복하는가?
더욱이 현대 사회는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은 삶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맡기고 각자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이전보다 삶은 더 바빠지고 경쟁은 더 심하다. 스트레스는 더 심화되고 의학이나 과학이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고 수명도 연장해 주었지만 행복을 느끼는 감정이나 정신은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다. 과학 기술에 의존해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로 발전돼 왔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피폐화되는 이유는 뭘까? 철학자들에게서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찾지 못하면 다른 어디에서나 행복은 꼭 존재하리란 건 희망이다. 철학에서 찾지 못한 인생 문제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개인적 사색을 깊게 하고 지혜를 모아도 인간이 이 답을 찾지 못한 것은 혹시 답이 없는 질문을 하고 있지 않을까?란 회의감도 들 때가 있다.
이 책 『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는 행복을 찾는 사람에게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문학'에서 찾아볼 것을 권유한다. 저자 장재형은 인문학을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학 때부터 30여 년간 고전 문학, 동서양 철학, 그리고 역사에서부터 서양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깨달은 바를 우리 삶과 잇는 실용적인 방식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해 왔다. 그리고 이를 칼럼과 저서로 독자에게 전한다. 언젠가 TV에서 유행했던 '행복 전도사'에 가깝다. 그는 행복도 '문학'에서 찾을 것을 권유하고 강의도 한다. 독자는 한 번도 그의 전작이나 강의를 읽고 들은 적이 없다. 이 책이 저자를 만나는 첫 번째 통로다.
이 책은 저자가 살면서 고민하던 주제들 자아, 희망, 꿈, 실패, 죽음, 우정, 여행 등과 관련한 문제를 고전 문학 속 주인공들은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갔는지를 살펴보고 자신의 철학적 사색을 곁들인 결과물이다. 감수성, 욕망, 삶과 죽음, 행복이라는 큰 주제를 다룬 인문학 에세이로써 독자에게 고전 작품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깊은 인문학적 지혜를 선물하기 위해 출간됐다. 해답을 찾아 저자와 함께 고전 문학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방향 쪽으로 키를 잡은 선장과 같은 결정이다.
이 책 출판사 측에서도 지적했지만 우리 현대인은 갈수록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아차 하면 낙오되어 나락으로 떨어질까 항상 불안하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말 그대로 먹고 입고 자는 문제는 분명 과거보다 나아졌는데 왜 늘 허전하고 불안할까? 우리는 삶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것일까? 인생의 성공이란 무엇이고 실패란 무엇일까? 사랑이 먼저일까? 돈이 먼저일까?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저자의 답은 확고하다. 현대 사회에서 인생의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면 고전을 펼쳐보라는 것이다. 옛날 '온고이지신'이라는 말이 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가던 때가 있었다.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창조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던 말이다. 고전 읽기도 같은 맥락이리라. 말 그대로 실천한다면 어쩌면 행복 찾는 길을 제대로 찾은 것 같다. 미로 같은 인생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실타래를 발견한 셈이다. 이 책에는 28편의 고전 문학 작품이 나온다. 우리가 한 번쯤 접해본 『데미안』, 『어린 왕자』, 『달과 6펜스』, 『오즈의 마법사』, 『여자의 일생』, 『고도를 기다리며』 등 28편이다. 또 각각의 고전 해설 속에 독자들도 선뜻 다가가지 못했던 『좁은 문』, 『지상의 양식』, 『구토』 등이 저자의 권유를 확인하기 위해 등장한다.
이 책 『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는 저자가 지금껏 살면서 품어 왔던 인생의 질문들과 관련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작품 속 주인공과 함께 질문의 해답을 찾아 나간다. 행복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진정한 나로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 삶이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살면서 부딪히는 질문에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이끈다. 질문은 책의 서두에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일괄적으로 제시된다. 독자가 임의로 번호를 붙여 여기에 옮겨 적는다. 단 항목이라도 여기 제시된 질문을 해본 적이 있거나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기 시작해야 한다. ① 내 삶을 지탱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가? ② 사는 동안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③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④ 무엇을 꿈꾸고 욕망해야 하는가? 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⑥ 왜 살아야 하는가? ⑦ 죽음이란 무엇인가? ⑧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가? 이 질문 이후에 프롤로그에는 '1서(書)1장(章)'의 모두 28개의 질문이 28개에서 읽어내야 할 답의 질문들이 실려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고전 예찬'을 노래한다. 우리는 인생에 답이 없다고 느껴질 때, 여러 방법을 찾다 결국 책으로 돌아오곤 한다. 굳이 저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그런 경험을 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의 마지막 종착지는 대개 고전이라는 것이 저자의 경험에 의한 결론이다. 성공한 많은 이가 고전을 즐겨 읽는다는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고전에 옛 성인들의 지혜가 녹아 있고 이를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고전을 읽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속 SNS에 넘쳐나는 짧은 글에만 익숙해져 긴 글을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는 저자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런데도 진정한 삶의 변화를 원하고, 진심으로 인생에서 추구할 가치를 찾고 싶다면, 나답게 행복해지고 싶다면 고전을 읽어야 한다. 특히 무의미한 시간이 반복되는 복제의 삶을 벗어나길 원한다면 말이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이는 저자의 주장이 정답이라는 의미에서보다 독자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일 것이다.
고전은 긴 세월 퇴색되지 않고 버틴 인류의 근육이며 신경 체계이다. 고전은 삶에 기쁨을 쏟아 주는 위대한 이야기다. 사무엘 바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저자는 인생이 기다림이며, 끊임없는 기다림 속에 찾아오는 인생의 공허를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이야기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통해서는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는 강인한 의지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 인간의 운명임을 알려준다. 고전에 담긴 내용과 저자의 통찰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면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그동안 현실의 문제와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다면, 이제는 고전 문학을 찾아 읽어 볼 것을 권유한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28편의 고전 작품을 비슷한 주제로 저자는 6개의 장으로 분류했다. 1장 「나 자신에게 이르는 길」, 2장 「우리는 사랑으로 산다」, 3장 「단 한 번뿐인 삶, 욕망하라」, 4장 「살아 있음이 곧 기적이다」, 5장 「내 삶의 의미를 묻다」, 6장 「행복해지고 싶을 땐」 등이다. 각 장의 제목을 살피면 몇 개의 키워드로 압축된다. 자아, 사랑, 욕망, 삶의 기적, 삶의 의미, 행복 등이다. 이 단어들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수없이 들은 단어이고, 삶의 이유(존재 이유)가 된다.
1장에는 헤르만 헤세 『데미안』, 라이언 프랭크 바움 『오즈의 마법사』, 장 폴 사르트르 『말』,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실려 있다. 그들의 작품이 아니라 저자의 해설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다른 책이나 명언, 관련된 책의 밑줄 칠 만한 내용 등의 사례를 든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2장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앙드레 지드 『좁은 문』,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4편이다. 3장에는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가 소개되면서 '욕망'에 관한 많은 영감을 준다.
이어 4장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장 폴 사르트르 『구토』,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나온다. 5장에는 프란츠 카프카 『변신』,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안네 프랑크 『안네의 일기』, 오 헨리 『마지막 잎새』,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이다. 마지막 6장에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기 드 모파상 『여자의 일생』, 헤르만 헤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이 각각 실려 있다. 여기 있는 고전들은 한 가지 정해진 해결책이 아닌, 자신만의 창조성에서 나온 가치와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가도록 안내한다. 한 권 한 권 읽다 보면 자연히 행복이라는 나만의 정원이 풍성해질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우리는 종종 출구를 찾기 힘든 삶에 갇혀 방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방황한다는 것은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또한 많은 것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질병, 가난, 실패, 외로움, 죽음, 다른 사람의 평가 등등.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변화’이며 그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될 좌절들이다.
변화를 꿈꾼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송두리째 미지의 세계로 내던지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삶은 그런 진통을 겪을 때마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무언가를 얻는다. 그러므로 안전한 모든 것을 뿌리치고 고통스러운 변화를 겪는 것을 그리 두려워하지 마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삶이 스스로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낄수록 변화를 꿈꾸자.(p.129~130)
저자 : 장재형
세렌디피티 인문학 연구소 대표 및 장수코리아 CEO. 오프라인 독서 모임 ‘장작가의 인문학살롱’을 운영하며 인문학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 달에 100권이 넘는 책을 소화하는 독서의 달인이자 서평가이며 강연가이다. 대학 때부터 30여 년간 고전 문학, 동서양 철학, 그리고 역사에서부터 서양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깨달은 바를 우리 삶과 잇는 실용적인 방식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해 왔다. 그리고 이를 칼럼과 저서로 독자에게 전한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항상 곁에 두고 삶이 힘들 때마다 읽은 것을 계기로 『니체 전집』 21권을 수없이 읽고 주옥같은 아포리즘들을 수집했다. 여기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인생의 난관을 이겨 내고 자신의 삶을 사랑한 니체의 실천 방법을 『마흔에 읽는 니체』로 정리했다. 저서로 『마흔에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이 있다.
인스타그램 @phillex_jang, @wizard.of.oz.writer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