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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쩐 : 하 - 김원석 극본
김원석 지음 / 너와숲 / 2023년 3월
평점 :
"그 잔인하고 지독한 돈의 승부에서 내가 늘 승자였던 이유는, 평정심"이라는 명대사를 쓴 드라마 〈법쩐〉의 작가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독자는 하권 서평을 작가를 조명한다. 시청자로서 드라마 〈법쩐〉의 대사나 스토리를 만들어낸 사람은 아무래도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쩐〉을 보면서 현 권력층을 비판하기 위한 작품 같다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기에 더 알고 싶은 이유도 있다. 그는 이미 전작 〈태양의 후예〉, 〈맨투맨〉의 작가이어서 이미 '믿고 보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오히려 이 작품 〈법쩐〉이 7년만에 내놓았기에 관심을 더 모았다고도 한다. 거기에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됐기에 '권력 비판' 차원의 작품이 아니냐는 후문이 날 정도로 정면 돌파한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독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서는 7년의 공백기는 〈법쩐〉을 쓰기 위한 준비기간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면 현직 대통령이 정치에 뜻을 두거나 출마를 생각도 하기 전에 구상된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 권력 구조를 상대로 하는 작품이 아니라서 목적이 권력 비판이 아니라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작가가 '자문자답' 형식의 인터뷰를 상권 마지막에 실은 이유도 설명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 인터뷰 중 몇 개만 간추려 적어본다.
* 태양의 후예, 맨투맨 이후 무려 7년만의 작품이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 특별한 건 없고, 대본을 쓰면서 지냈다. 처음엔 '특수부 사건'을 소재로 심플하게 정의로운 검사들 얘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잘 안 됐다. 취재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댈 수 있는 캐릭터들이 애매해졌고, 그래서 전 버전의 이야기를 뒤집어엎고, 돈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했다.
* 〈태양의 후예〉라는 소위 '흥행 대박' 작품 이후, 〈맨투맨〉을 하고 〈법쩐〉을 완성했다. 흥행 대박 이후,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 나는 흥행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흥행했던 드라마의 작가였던 것은 사실이다. 대박이 나는 경험은 즐겁고 신나는 기억이고, 고마운 경험이다. '태후' 이후에 '맨투맨'까지는 정신없이 달렸는데, 그다음 작품은 숙성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이제 또 한 작품 끝났으니 더 깊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왜 〈법쩐〉인가?
- 〈법쩐〉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는 우리 편의 이야기를 담은 통쾌한 복수극이라 소개한다. 처음 제목은 〈법X쩐〉*이었고, 영어 제목은 〈Payback, Money and Power〉... 겁법 권력을 중심으로 부정하고 불의한 돈과 권력의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이다. 돈과 권력, 둘은 사실 따로 있어 주면 참 좋겠으나, 늘 붙어 있어 문제를 일으키는데... 우리가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면, '어? 저 사람 나쁜 사람이네? 그럼 벌을 받아야지. 돈도 싹 몰수해야지! 이렇게 생각했던 사건들이... 한 며칠 지나 신문에 나는 거 보면, 뭔가 복잡한 법률 용어들로 설명하며 풀려났다. 무죄다. 라는 결론을 듣게 되는데... 그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때마다 되게 좀 이상하고 슬펐다. 복잡한 법률 용어들이 아닌, 아주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정의로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요즘이 손목 자르는 시절은 아니니. 그냥 딱 죄지은 만큼은 벌 받게 하자. 그만큼도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대단한 판타지일지 모르겠으나.
* 여기서 X는 〈맨투맨〉을 〈맨X맨〉으로 관계성을 표현했던 것과 같게, 전작과 라임을 맞춘 곱셈기호다. 돈과 권력은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처럼 공생하는데, 누가 기생충이고 누가 숙주일까? 명 회장은 돈 쥔 놈이 쎈놈이다. 라고 단호했으나... 욕망은 뒤섞여 있으니 쉬이 나눌 수 없지 않을까? 다르나 같은 자웅동체.(저자 주)
* 〈법쩐〉은 주요 인물들의 전사도 큰 비중으로 등장하고, 등장 캐릭터도 많으며 이들 간의 관계도 꽤나 복잡하다. 캐릭터와 관련해 가장 고민했던 점은?
- 법쩐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유능하고, 나름 영리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똑같이 유능하고 영리해도 누군가는 우리 편이고, 누군가는 개같이 몰락하길 기원하는 악당이다. '우리 편'은 중요한 키워드였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도덕률이나 선악의 이분법은 아니다. 공공연히 법과 원칙으로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건 '우리 편'도 마찬가지. 쎈놈들을 상대로 한 복수를 위해선 때로 괴물이 되기도 하지만, 왜 우리는 누구는 우리 편이고, 누구는 악당이라 생각할까? 뭔가 막 엄청 대단한 이유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우리들이 갖고 있는 상식적인 사람의 마음. 사람의 마음. 고마운 일에 대해 고마워할 줄 알고, 미안함에 대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그래서 그 마음을 늘 품고 살아 약자는 도와주고 강자에겐 물러섬이 없이 맞서는. 우리 편. 드라마 보는 동안에라도 영리하고 믿음직한 우리 편을 만나 함께 응원하고 같이 싸우자. 그래서 결국 이겨 보자, 쫌. 요즘 같은 시절엔 손에서 레이저 나가는 것보다 더한 판타지일지 모르겠으나.
* 관련 소재들에 대한 연구나 조사는 어떻게 했나? 취재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매우 현시적이지만, 또 한편으론 일종의 특권 의식이 느껴져 고민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그래서였을까. 높은 자리의 사람들보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일선의 공무원들에게서 늘 감동을 받았다. 공무원이 된 후엔 향우회나 동문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분이 있었다. 드라마에선 마지막 회, 퇴임을 앞둔 남 계장의 대사를 통해 남겼는데,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개혁은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구치소 수감 중인 명 회장이 한밤중에 검찰청으로 나와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에선 불가능해 보이는데...?
- 전해 듣고, 기사에서 확인한 어떤 사건을 모델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이야기다. 현실은 때로 작가의 상상력을 초라하게 만들 만큼 지독한 경우들이 있다. 하여, 본 드라마의 인물, 단체, 지명, 사건, 검찰 조직의 설정* 등은 모두 실제와 관련이 없는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 드리나. 어쩌면 현실과 매우 닮아 있을 수 있다.
" 극 중 드라마의 현재는 2014년이다. 처음 기획하여 취재하고, 드라마를 쓰면서 계속해서 검찰 조직의 편제가 바뀌었다. 그래서 그냥 2014년을 현재로 설정했다. 이런 드라마에서 현실 고증이란 늘 어려운 양날의 검처럼 느껴진다.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 윤 대표와 은용. 편견 없이 존엄한 사람으로 대해 주는 어른. 그리고 그 고마움을 잊지 않는 마음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멋지게 연기해준 두 배우 분들께 고맙다.
* 몽골 씬도 그렇고, 영화 같은 신선함이 많았다. 평소에 아이디어 스케치는 어떻게 하나?
- 대평원에서 말을 타 보고 싶어서 몽골 여행을 다녀왔었다. 몽골의 말은 생각보다 작고 배가 나왔지만, 3일째 달리기 시작하자 빠르고 힘이 좋았다. 게르 안의 왕파리들은 추울 땐 사라졌다가, 나로는 켜면 시끄럽게 날아다녔다. 특별한 취미가 없어, 틈날 때는 여행을 떠나길 좋아한다. 먼 곳으로 떠나는 긴 여행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남산 둘레길을 걷는 산책은 아이디어를 준다. 대본은 앉아서 써야 하지만.
* 은용과 박준경의 러브 라인이 살짝 기대되기도 했다. 그 부분은 일부러 배제했나?
- 남성형 명사로 표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모르겠으나, '형제애' 같은 관계를 보여 주고 싶었다. 좋아하는 영화인 〈영웅본색〉에서 송자호(적룡)과 소마(주윤발)의 관계 같은.(그런 맥락에서 장태춘은 송아걸(장국영)의 자리에 닿아 있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 중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주요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지 금세 알 것이다. 그 주요 인물 중 4명의 간단한 소개를 덧붙인다.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를 개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이 드라마의 제작 배경과 작가의 의도, 또 숨기려는 내용 등이 인물들에 의해 밝혀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선균 : 은용 역 (아역 : 이천무, 윤정일) - 돈 장사꾼
그는 항상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가능한 많이. 중앙아시아 대평원의 부동산 사용권을 매입 중인 그는 사모펀드 ‘체인지’의 실질적 오너이자 투자 총괄 책임자다. 낮에는 유목민들과 어울리며 말을 달리고, 밤에는 게르의 모니터 앞에서 ‘해가 지지 않는 세계 금융시장’의 자본들과 치열한 거래를 계속한다. 파트너 매니저인 한나를 펀드의 얼굴로 내세우고 자신은 거액을 투자하는 고객들 앞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차트에 가득한 붉은 숫자들과 우상향의 실적 그래프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은용은 10년의 세월동안 끊임없이 ‘돈으로 더 큰 돈을 버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고국에서 들려온 준경이 시작한 싸움의 소식에, 은용은 모든 걸 걸고 참전한다. 아직 덜 영글었으나 누구보다 물러섬 없는 싸움꾼 청년검사, 조카 태춘과 함께.
문채원 : 박준경 역 (아역 : 한동희) - 전직 검사, 법무관 육군 소령.
정의로운 검사가 되고 싶었다. 서울 법대, 사법고시, 연수원 수석까지..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루는 그녀의 삶은 차질 없어 보였다. 대형 로펌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했지만, 검찰청 시보를 지원했다. 공익의 봉사자, 공무원인 검사로서의 삶이 스스로에게 가장 어울린다 생각했다. 하지만, 연수원 시보시절... 잘 나가는 선배 황기석에게 차출되어 특수부 수사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검찰 조직의 생리는 생각보다 훨씬 역겨웠다. 어머니는 기석의 음모에 휘말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머니의 사망 이후, 군에 입대한 준경은 법무관이 되어 차가운 복수를 준비했다. 이제 시작하는 싸움은 어떤 희생이 있다 해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준경은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될 각오는 단단한가.
강유석 : 장태춘 역 (아역 : 서윤혁)- 형사부 말석검사, 은용의 조카.
출세하고 싶었다. 세상 누구도 무시 못 하는, 거악을 때려잡는 검사로. 기깔나게. 판사, 검사, 변호사 중에 출신학연과 상관없이 실력으로 뒤집을 수 있는 조직이 검찰이라고 들어서 검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막상 검사가 되어 3년째 형사부 말석검사로 빡세게 구르며 내린 결론은.. 검사는 실력? 노력? 노오오오오력? 아닌 것 같다. 명문대 학연으로 견고하게 이어진 검찰 내부의 ‘라인’에는 지잡대 출신 태춘이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늑대무리에 끼고 싶은 배고픈 아웃사이더 태춘에게 어느 날 익명의 제보서류가 도착한다. 겁 없이 달려든 태춘의 수사에 커넥션은 작동하기 시작했고.. 그토록 잡고 싶었던 ‘라인’은 그에게 달콤한 회유의 술잔을 건네 왔는데.. 고민하는 태춘 앞에 10년 만에 돌아온 외삼촌 은용이 자신의 손을 잡으라 말한다. 서울지검 7층 특수부. 그 곳에 오르기를 꿈꾸는 말석검사 장태춘, 커넥션의 술잔을 받을 것인가. 은용의 손을 잡고 맞서 싸울 것인가.
박훈 : 황기석 역 - 특수부 부장검사
외고-서울법대, 21살의 나이에 사법고시 소년급제, 연수원 차석, 법무관, 서울지검 초임발령.. 흠잡을 데 없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특수통 라인의 핵심 브레인으로 성장했다. 초임검사 시절부터 수사가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특히 언론을 다루는 솜씨는 일품이다. 어떤 사건을 갖다줘도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능력이 탁월해 검찰 내에선 황쉐프로 불린다. 3년 전. 리드미컬한 실력을 발휘해 요리했던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으려한다. 예습 복습 철저히 했다는 모범생 준경은 격한 복수심으로 목숨 걸고 달려들었고, 지잡대 출신 주제에 큰 사건 한 방으로 뜨고싶은 말석검사 태춘은 겁도 없이 덤벼들었다. 그들의 ‘편’이라며 나타난 돈장사꾼 은용. 그 놈의 변칙 플레이가 상당히 까다롭다. 불의의 일격을 당해 대분노했으나, 이내 냉정을 되찾고 잔인한 반격을 준비한다. 적에게 보낼 존경따윈 없다. 지독한 싸움이라면, 더욱 질 수 없는 승부다.
연출 : 이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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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