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쩐 : 상 - 김원석 극본
김원석 지음 / 너와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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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만 대본집이 풀어쓰지 않은, '날 것' 그대로 출판돼 인기를 모은 사례가 많다. 이 책 『법쩐』도 지난 1월 6일부터 2023년 2월 11일까지 방송된 SBS 금토 드라마 대본집이다.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장사꾼’과 ‘법률기술자’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시청률 10% 안팎을 매회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독자도 거의 매회 '본방'을 고수한 시청자 중의 한 명이다. 이 드라마는 검찰의 권력을 조명하며 잘못 행사할 경우 얼마나 큰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의 역할도 하기에 더욱 인기를 끈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대한민국 대통령이 검찰 출신인 데다 취임 후 각종 요직에 전·현직 검사들을 배치해 권력 남용의 경우 국민들이 또 다른 독재에 시달릴까 걱정하는 점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지켜보는 시청자의 마음을 졸이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특히 현 대통령 역시 특수부 출신이어서 검찰 특수부가 비리에 연루될 경우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에게 위기를 가져다 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곳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갖기에 충분할 정도로 세부적 묘사도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이 드라마가 단순히 '법'과 '돈'을 둘러싼 고위층의 비리를 주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유추 가능할 정도로 수위가 높은 탓에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란 평가도 받는다고 시청자는 알고 있다. 이는 작가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 저의가 있는 드라마라는 말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혹시 그런 의외의 평가가 있어서인지 책 뒷 부분에 작가 김원석이 방영 전후 「자문자답 형식의 인터뷰」를 따로 실었다.

 


 

이 대본집은 드라마 인기를 반영하듯 화려하고 심혈을 기울여 출판한 느낌이 독자들 눈으로 바로 전해온다. 배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인물 사진의 효과야 크다는 당연한 예상을 비켜서라도 잘 만들어진 대본집다운 면모를 자랑한다. 상, 하 두 권 세트로 제작된 이 대본집은 드라마 장면을 중심으로 컬러 사진을 대폭 늘렸고, 등장 인물에 대한 소개부터 드라마 주제에 일관된 역할을 부각시킴으로써 독자들의 눈길을 끌어모은다. 모두 12회가 방영된 이 대본집은 상권에 1~6화, 하권에 7~12화를 나눠 실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상권에 작가 인터뷰는 자문자답이라고 못 박음으로써 혹시 일어날지 모를 구설수를 차단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말」, 「인물관계도」, 「작가 인터뷰」와 1화 「쩐쟁의 시작」, 2화 「법이 아닌 돈으로」, 3화 「너 이제 내 손 잡아」, 4화 「당신에게 정의란 무엇입니까」, 5화 「네 손으로 수갑 채워」, 6화 「쩐쟁의 위기」로 이어진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른 이 드라마는 '믿고 보는' 김원석 작가가 내놓은 7년 만의 신작이어서 방송가에서 큰 관심이 됐다고 말한다. 또 이원태 감독의 뛰어난 영상미와 이선균, 문채원, 강유석, 박훈, 김홍파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던 그야말로 주말 드라마로서의 '갖출 건 다 갖춘' 작품이다. 특히 『법쩐』은 다른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던 은용의 몽골 신을 비롯해 윤혜린의 죽음과 관련한 '떡밥 추리' 등 다채로운 이야깃거리가 풍성했을 뿐 아니라 지상파 드라마에서 만나기 힘든 영상미라는 반응들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황금 피에 굶주린 아귀들로 가득한 자본의 정글에서 살아남은 돈 장사꾼, 은용. 그는 비루했던 어린 시절 자신을 존엄하게 대해 줬던 ‘좋은 사람’의 기억을 잊지 않았다. 바로 김미숙이 연기한 준경 엄마다. 독자도 물론 보았고, 김미숙의 아름다움과 고운 마음씨에 사회 인식도 곧아 매우 적절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문무를 겸비한 엘리트로 성장했으나 증오심에 불타는 법률 기술자, 박준경(문채원 역). 그녀는 법을 버리고 복수를 설계했지만, 괴물과 싸우다 괴물을 닮아가는 모습에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폼 나는 계급 상승의 출세를 꿈꾸며 죽어라 노력 중인 싸움꾼 청년 검사, 장태춘. 그는 아직은 덜 영글어 욕망에 갈등하고 흔들리지만, 끝내 자신이 손에 쥔 ‘칼의 무거움’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들 모두 ‘우리 편’인 까닭은 욕망의 전장에서 ‘함께’ 싸움으로 서로를 통해 ‘최소한의’ 사람됨을 지켜가기 때문이다.

몽골 초원에서 유목민들과 어울리며 ‘하루 동안 말을 달린 거리만큼의 땅’을 사들이는 중인 헤지펀드 대표 은용은 조카 장태춘 검사가 한때 돈 장사의 스승이었던 명 회장의 주가 조작을 수사하는 것을 돕게 된다. ‘우리 편’ 준경이 싸움을 시작하자 한국으로 돌아온 은용은 윤 대표의 억울한 죽음의 배후에 명 회장과 그의 사위 황기석 검사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황기석 검사는 장인 명 회장을 수사하는 장태춘에게 세련된 방식으로 회유의 손길을 내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리한 복수전을 준비하던 은용은 명 회장이 있는 구치소로 넘겨져 죄수 살인죄 누명까지 쓰게 된다. 급기야 뇌물죄 조작 증거를 터뜨리려는 준경을 의식불명 상태로까지 만드는 명 회장과 기석. 준경의 소식을 듣자 분노를 폭력으로 폭발시킨 은용은 징벌방의 어둠 속에 갇히게 된다. 인물들의 치밀한 두뇌 플레이와 몸 바친 활약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

 


 

드라마는 역시 다음 장면을 기대되게 해야 제맛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 책은 단순한 이분법으로 정면 돌파한다. '우리편'과 '나쁜놈편'의 갈등과 분쟁이 자연스럽고 필연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밌는 드라마' 주요 요인인 구성의 묘미를 한껏 뽐낸 작품이 될 수 있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물론 독자가 드라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시청자 관점에서 보아서 작가와 연출자의 능력에 기인한다고 생각했다. 작가 김원석은 〈태양의 후예〉(2016), 〈맨투맨〉(2017)을 연속 집필해 '믿고 보는'이라는 드라마 집필의 대명사로 부각된 작가이다. 이번에 그 명성에 못지 않게 멋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고 방송가는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의 면면도 화려하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비롯해 영화 〈악인전〉, 〈대외비〉 등 최근 히트작만 해도 5~6개에 달하는 영화감독으로 '미다스의 손'이라 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흔히 대본집이나 시나리오, 희곡집은 그대로 출판되면 독자의 상상력을 방해하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는 게 평설이었다. 한편으론 실제 연극이나 영화 제작에 참여하지 못한 일반 독자들은 대사와 지문만으로 쓰여 있는 출판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평설도 있어서 그동안 선뜻 출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희곡 작가였지만 그를 소설가로 알고 있는 독자들이 더 많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희곡으로 쓰인 것이지만 세계 많은 사람들이 소설로 옮겨 출판한 것도 소설과 다른 문체나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에게 책을 많이 판매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그간 많지 않는 두세 편의 희곡집과 시나리오 1편, 드라마 대본집 1편밖에 읽지 못한 독자가 주장하기에 조금 겸연쩍은 일이다.

 


 

독자는 사실 문채원 배우가 나온다고 예고 방영돼 보고 싶었다. 그의 전작 연기 중 독자가 관심 있게 봤던 공주의 역할에 잘 어울리는 연기력보다 외모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그녀의 팬이 되기에 독자로서는 충분했다. 이번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도 문채원의 역할 때문이라는 점도 있었다. 언제 봐도 가슴이 설레는 외모가 좋아서다. 방영 횟수가 거듭될수록 문채원의 역할은 마음에 들지 않아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팬심까지 변할 정도는 아니었다. 연기자는 이런 저런 역할을 모두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독자로서는 대사가 훌륭했다는 점이다. 매우 훌륭한 대사가 많아서 대중 사이에서 유행어가 될 법도 한데 별로 크게 유행한 대사는 없었던 점을 독자는 의아하게 생각한다. 마침 이 책에서는 훌륭한 대사가 많았다는 자평 차원에서 '명대사를' 상, 하 각 권에 나눠 방영 회차별로 수록했다.

1화 「쩐쟁의 시작」에서 나온 명대사 한 줄 "신의 마음은 바꿔 봐야죠. 돈으로.", "검사가 진짜 권력을 쥘 때는 수사를 할 때가 아니라 수사를 안 할 때예요. 그렇다고 옛날처럼 다 덮을 수는 없고 반만 하는 거죠."

 

저자 : 김원석

 

영화 〈닥터K〉(1999),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짝패〉(2006) 연출부.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 극본, 공동연출.

드라마 〈여왕의 교실〉(2013), 〈태양의 후예〉(2016), 〈맨투맨〉(2017) 극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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