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의 첫걸음 - 자연으로 돌아가라
박동창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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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맨발걷기의 첫걸음』은 독자로서는 오랜만에 읽는 건강 에세이다. 맨발로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안 지는 오래됐지만 당장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여서 잊고 말았다. 그러나 나이가 더 들고, 오래된 호흡기 질병 상태가 나빠져 최소한 산책이라도 규칙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막상 계획 세우고 실천하려 했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일, 또 내일 미루다 결국은 포기하고 지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호흡기 질환자로서 감염 고위험군이라서 재택 근무를 하다보니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고, 1년 지나 이틀만 출근하는 등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특히 동료들과 자주 마시던 술도 자제하고 아침 출근을 하지 않으니 시간은 더 많아져 다시 아침운동을 해볼까 하던 참이었다. 갑자기 아침 운동을 시작하려다 보니 심한 유산소 운동은 어렵고 아무래도 산책하듯이 '걷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았다. 너무 힘들게 아침 운동을 하면 하다가 중단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새삼 이 책이 반가웠던 이유다. 마침 집 근처에 이름도 아예 '발바닥 공원'이란 곳이 있는 터다. 뒤늦게 이사와 이름이 왜 발바닥 공원이냐 물었더니 이웃 지인이 공원 안에 조그마한 맨발로 걷는 시설을 해놨다고 알려준다. 빠른 시일 내 답사도 해보고 마음의 결정이 내려진다면 시도할 예정이다. 은근히 기대된다. 이 책은 맨발로 걷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주는 건강 에세이다. 저자 박동창이 직접 맨발걷기를 실천하며 느낀 감상과 효능을 전하며, 맨발걷기에 대한 그 여정은 매우 서정적인 글로 표현되어 있다.

 


 

책은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맨발을 통한 대지와의 교감」, 2장 「맨발걷기와 자연의 순환」, 3장 「맨발의 기원과 역사」, 4장 「맨발로 걷는 이유」, 5장 「맨발걷기의 경이로운 치유효과」, 6장 「맨발걷기로 인해 변화하는 일상」, 7장 「당신의 고민을 해소하는 맨발걷기」, 8장 「체질개선과 성인병 치유효과」, 9장 「맨발로 하는 일곱 가지 걸음걸이」, 10장 「맨발걷기 실천 방법」, 11장 「맨발로 느끼는 다양한 감촉」 등이다. 책은 저자가 맨발걷기를 처음 경험한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책 전반에 걸쳐 맨발걷기가 주는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파헤친다. 또한 맨발로 걷는 것과 정신건강의 연관성, 그리고 맨발로 걷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 큰 평온함과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탐구한다. 출간 취지는 맨발로 걷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걷는 자세에 따라 지압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부터 안전하게 맨발걷기를 하는 법, 맨발걷기에 적합한 땅이 무엇인지까지 모든 것을 다룬다.

“맨발로 흙과 자갈을 밟아본 일이 있는가?” 이 책은 독자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그만큼 오늘날 맨발로 걷는 일은 일반적인 규범을 벗어난 흔치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맨발걷기를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맨발걷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그러나 저자는 무턱대고 맨발로 걸을 것을 종용하지 않는다. 그보단 아직 맨발걷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독자들의 감정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서술의 속도를 조율한다.

 


 

저자는 폴란드에서 은행 경영을 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로 간이 상해있었고,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있었다고 한다. 살아온 나날을 돌이켜봐도 평생 감기를 달고 살았으며 만성적인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던 경험을 털어놓는다. 우연히 TV에서 의사도 포기한 암 환자가 숲길을 맨발로 걸어 치유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폴란드 바르샤바 집 뒤에 있는 카바티 숲을 찾았다. 주말이면 가끔 운동화를 신고 걷던 숲길을 맨발로 걸었다. "발과 흙의 접촉, 맨발과 대지와의 첫만남, 그것은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마사토의 부드러움이 그러하였고, 숲을 가득 메우고 있는 푸른 풀과 나무들의 청신함이 그러하였다. 맨발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오는 숲길의 싱그러운 기운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p.23)

당시 경험의 순간을 저자는 '경이로움'과 청정한 싱그러움의 에너지를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굳이 맨발걷기를 하지 않았더도 맨흙땅을 걷기만 해도 느낌과 전해오는 느낌이 다른 것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독자도 등산이나 가끔씩 텐트 여행을 하는 동안 매번 느끼는 감동이 비슷했다. 어쩌면 아스팔트를 걷는 현대인들은 맨땅을 맨발로 걷는 동안 생동감과 신선한 에너지의 기운을 느끼는 것이 서투르다. 그러나 걷는 동안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맨발로 걸을 때는 발바닥으로 토양과 생물체의 질감과 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맨발로 걸을 때는 발을 디딜 흙바닥과 주변의 자연환경을 세심히 관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신발을 신고 있을 땐 불가능했던 자연과의 교감이 가능해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기에 맨발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맨발걷기는 자연과의 만남을 음미하는 뜻깊은 경험이며, 자신이 얼마나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는 성찰의 시간이다. 이러한 맨발걷기의 가치를 하나하나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맨발로 걷는 행위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은 차츰 변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금수강산이라고 어릴 적부터 배웠다. 청소년기에는 많은 곳을 다니며 교과서를 통해 가르쳤던 우리나라 땅을 가끔씩 돌아다니며 그때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땅의 아름다움을 비교해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은 땅을 직접 걷거나 생활하는 기회가 거의 없다. 더욱이 자동차나 지하철 등 탈것을 이용하기 때문에 맨땅을 경험하기는 부지런을 떨어야 가능하다. 가끔씩 등산이나 야외 캠핑을 즐기는 이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이같이 맨땅을 밟아본 사람들은 다시 찾고 매주 반복을 한다. 대부분 그렇다. 어쩌면 흙과 우리 인간과의 관계는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 현대 도시인들이다. 굳이 맨발이 아니더라도 이는 산책이든 등산이든 숲길을 걷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평소 경험하지 못해 느끼지 못하던 싱싱함과 에너지 등이 온몸으로 전해져 옴을 감지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피로와 스트레스, 답답함 등은 일시에 사라진다. 어쩌면 중독성을 넘어 일체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인류가 신발을 신기 시작하는 것은 추위에 견디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또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추위나 위험물로부터 보호해주고 발의 부상을 덜게 해주는 신발은 땅만큼 중요한 것이어서 "인류는 땅을 주고 신발을 얻었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도 웃음이 나올 정도의 공감이 간다.

 


 

이 책은 맨발걷기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맨발을 강조한다. 기원전 5세기 누더기를 걸치고 아테네 시내를 맨발로 걸어다니던 소크라테스를 비롯해 현대 무용의 새로운 개척자, 이사도라 덩컨은 맨발로 추앙받고 있다. 또 많은 예술가들, 특히 화가들이 표현하는 신화 속 인물들은 물론 그리스·로마 사람들은 대부분 신발보다는 맨발을 선택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테네나 로마 시대 신발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은 매우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가죽신이었다. 가죽은 질기고 인간의 피부에 밀착 가능해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주기 때문에 첫 번째의 신발 소재로 더할 나위 없이 적합했을 것이다. 특히 로마 제국 시대에는 매일의 전쟁터를 누비는 병사들의 신발을 가죽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기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로 인해 로마 병사들의 발에는 적은 가죽으로 하나의 신발이 완성되는 '샌들' 이 신겨진 것이다.

이 책에 쓰인 많은 이야기 중에 독자가 가장 관심이 간 대목 중의 하나는 이사도라 던컨이다. 책에 따르면 '자연으로 돌아가자, 인간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으로 토슈즈를 벗어던진 20세기 현대 무용의 개척자 이사도라 던컨이, 오늘날 한국 전위무용을 대표하는 홍신자가 그렇게 맨발로 예술혼을 불태운 사람이다. 토슈즈를 벗어던지고 나선 맨발의 몸짓 그리고 맨발로 무대를 누비며 뱃속 깊이에서 뿜어내는 영혼의 절규는 통상 청중에게까지도 그래도 공명되어 진한 감동의 무대를 연출한다. 예술혼의 발산이 맨발의 그 명징한 상징성으로 인해 더욱더 증폭되는 것이다. 이사도라 던컨은 '무용이란 육체의 동작을 매개로 한 인간정신의 신성한 표현'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전통적인 의식과 기교의 틀에 갇힌 고전발레의 인공성과 형식성에 반기를 들고 무용을 그로부터 해방시켰다.(p.89)

 


 

맨발걷기에 관심 있거나 실제로 해본 사람은 누구나 '건강상의 이유'를 댈 것이다. 그만큼 맨발걷기는 건강 때문에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맨발걷기의 효과와 인간에게 주는 에너지와 기운을 차치하고라도 성인 만성질환의 대표격인 당뇨와 고혈압 등에 가장 큰 효능이 있으리라는 것은 이미 수많은 의사의 이야기과 TV의 건강정보 쇼 등을 통해 대부분이 알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암을 비롯 간경변 등을 치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발'에 관한 지식은 확산되어 있다. 맨발걷기는 육체적 치유는 물론 정신 치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고(故) 틱낫한 스님이 권유하던 수행법 중의 하나도 '걷기명상'이었고 수행자들은 스님과 함께 숲으로 이어지는 초원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가 건립한 '플럼빌리지'는 걷기명상을 주요한 수행법의 하나로 가르치고 있다. 한의학은 물론 동양 의학에서도 '발'은 제 2의 심장이라고 할 정도로 주요 부위다. 발을 통해 진단할 수도 있고, 발을 통해 치료할 수도 있다. 혈액순환을 돕고,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며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각종 질병을 걷기로 고칠 수 있다는 영감을 갖게 한다. 이 책에는 7가지의 맨발걷기 방법(걸음걸이)도 소개돼 있다.

'한국 맨발걷기계의 대부'로 불리는 저자는 처음으로 맨발걷기를 한국에 전파한 주인공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막 폴란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2006년 출간됐던 그의 첫 책이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당시 저자의 맨발걷기 건강법은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도서는 소량밖에 출간되지 않고 절판되었다. 이후 이 책의 중고본은 10~2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귀한 도서가 되었고 그마저도 물건이 없어 읽어보길 원하는 독자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그 책이 올해 17년 만에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어보길 오매불망하던 독자들에겐 뜻밖의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본의 내용을 빠짐없이 담되, 완성도를 높인 개정판으로 재탄생했다. 또한 당시 수록하지 못했던 5편의 원고를 추가로 수록하여 이 책을 읽어보길 기다리던 독자들에게는 물론 책을 읽어본 독자들에게도 아름다운 맨발걷기의 통찰과 서정적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맨발걷기의 두 번째 걸음은 발바닥을 활처럼 둥글게 휘게 하여 걷는 것이다. 뒤꿈치부터 발가락 끝까지 땅바닥에 순차적으로 접지(接地)하며 걷는 것으로, 이것은 성큼성큼 걷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때 팔은 휘이휘이 젓되, 발걸음은 황새와 같이 날렵해야 한다. 이 걸음은 첫 번째 걸음에서 얻은 자연과의 합일, 몸과 대지의 균형, 육체와 정신의 완벽한 통일과 안정감에 바탕을 두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을 향한, 사물을 향한 자신감 있는 행진의 시작을 의미하고 또 지향하는 걸음이다. 대지의 자식이 된 내가 그 대지의 기운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p.201)

 

저자 : 박동창

 

1952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한국외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5년간 ‘헝가리 대우은행’ 성공의 주축이었고, 1996년 폴란드에서 ‘LG 페트로 은행’을 인수한 후 CEO 및 은행장으로 부임, 3년 만에 폴란드 내 ‘톱 4 은행’으로 성장시켰다. 2006년 귀국 후,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2008년 하나금융 글로벌전략고문, 2010년 KB금융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으로서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에 헌신하였다. 은퇴 후, 폴란드에서 깨달은 ‘맨발걷기’ 치유효과를 계도ㆍ계몽하고자 2016년부터 서울 강남 대모산에서 ‘무료 숲길 맨발걷기로의 초대’ 프로그램인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운영해왔다. 2018년에는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를 창립하여, ‘맨발걷기를 통한 질병의 예방과 치유’라는 인류적 차원의 대승적 이슈를 계도ㆍ계몽하는 맨발걷기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금융 세계화, 그 가능성에 도전한다』, 『글로벌형 CEO』, 『맨발로 걷는 즐거움』, 『맨발걷기의 기적』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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