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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
샘 아크바 지음, 박지혜 옮김 / 한문화 / 2023년 3월
평점 :
독자는 이 책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을 처음 본 순간 심리적 관점으로 쓴, 요즘 흔히 출간되는 자기계발서로 착각했다. 표제어만 봤던 탓이다. 그러나 책을 펼치고 강렬한 「감정과 씨름하는 대신 당신에게 더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라」는 프롤로그(들어가는 글) 제목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부제로 쓰인 「생각과 감정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심리 기술」이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제목과 부제에서 읽은 대로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갖게 되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루어, 삶의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사용법」이란 별도의 글에서 확신을 갖게 된다. 이 책의 내용과 저자가 책을 낸 이유, 그리고 어떻게 내용을 끌고 갈지에 대해 짧은 글이지만 확실하게 독자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사용법에서 저자 샘 아크바는 작고 두께가 얇아 언제 어디서나 펼쳐볼 수 있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읽을 것을 주문한다. 또 다른 일을 하는 도중에 잠시 숨돌릴 때에도 이 책을 펼쳐보기 좋게 소지하고 있을 것을 권유한다. 저자로서 자신이 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것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비교적 짧고, 크기마저 작은 책을 펴낸 이유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저자는 첫 번째 장에서 뇌의 작동 원리를 알려주며 독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잘 다룰 수 있도록 돕는다. 이어지는 여섯 개의 장(생각을 다루는 법, 감정을 다루는 법, 관점을 다루는 법, 현재에 집중하는 법, 중요한 가치를 좇아 사는 법, 행동하는 법)이 순서대로 나열돼 있다. 이들 여섯 개 장에서 저자는 심리적 유연성의 핵심이 되는 요소인 생각과 감정, 행동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나머지 두 개의 장(자기 자비를 실천하는 법, 자신을 이해하는 법)은 두 가지가 행복에 매우 중요하고 심오한 영향을 미치기에 추가했다고 썼다. 책의 주제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들을 회피하지 말고, 직접 해소 방법을 실천해 극복하는 방벙을 이 책에 적은 것이다.
저자 샘 아크바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들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전 세계 심리학자들에게 트라우마 다루는 법을 가르쳐 온 심리학자이다. 10년 이상의 경험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루며, 삶의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을 이 책에 담았다. 인간의 뇌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원리에서 출발하여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부정적인 생각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법, 자신의 내면세계를 관찰하는 법,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법,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법,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보살피는 법까지 스트레스의 감옥에서 벗어나 좀더 유연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세심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압도당할 때 따라오는 가장 큰 문제는 고통스러운 감정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찾거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이 책은 스트레스와 마주하고도 그것에 잠식당하거나 갇히지 않고 여전히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나 목표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독자들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하는 온화한 인솔자가 되어 준다. 저자는 이를 위해 다양한 명상 기법을 적용해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법을 제시하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묘사와 설명으로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기분 좋게 펼쳐 볼 수 있도록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뇌는 외부의 공격이나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도록 진화했다. 우리 뇌는 우리를 망하게 하거나 인생 계획을 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반응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스트레스는 물속의 비치볼과 같아서, 억지로 물속에 머물게 하려면 상당히 지속적이고 강한 힘이 필요하다. 동시에 다른 행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다 손을 놓치면 바로 얼굴을 향해 튀어 오른다. 스트레스를 회피하고 밀어내는 데만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면 결과적으로는 더 큰 고통이 돌아오거나 소극적이고 쪼그라든 삶이 기다릴 뿐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피하거나 밀어내려는 것은 그동안 어디에서도 이것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거나 유연하게 다스리는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면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생각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스트레스받는 내가 비정상적이거나 문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며, 살아가면서 당연히 느껴야 할 감정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있다.
"원하지 않는 감정을 밀어내는 행동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으므로 우리는 이를 지속하지만, 감정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들은 삶의 질을 낮추고 중요한 삶의 가치로부터 우리를 점점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중략) 고통스러운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덮어버리거나 모든 감정을 통째로 없애버리거나 감정을 회피하는 것밖에는 없어 보인다."(p.65)
삶에는 기쁨과 고통이 모두 존재한다. 피할 수 없는 고통에서 비롯한 스트레스를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심리적 유연성을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피해 갈 순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더는 감정을 피해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면 어떨까? 감정과 씨름하는 대신 내게 소중한 가치에 집중한다면 어떨까?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면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저자가 하는 질문은 모두 자신이 스스로 경험한 내용에서 말하는 것으로 설득력을 키운다. 실제로 저자는 각 장(章)마다 용례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저자 샘 아크바 역시 자신만의 스트레스 산을 오르고 절벽에서 떨어지기도 하며, 그럴 때면 이 책에 소개한 도구와 기술들을 이용해 다시 기어 나온다고 한다. 이 기술들이 자신의 삶을 바꿨으며 소중한 이들의 삶도 바꿨다고 이야기한다. 삶에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스트레스의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려고 할 때 이 책은 독자들이 꽉 붙잡을 수 있는 든든한 밧줄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5장에서 저자는 '지금'이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미래 걱정하기와 과거 되새기기는 시간 여행을 하는 우리의 마음, 마음놓침 상태를 야기하는 자동 조종 모드와 공모하여 우리를 현재의 순간과 제대로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방해물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가 바로 모든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바꾸는 행동들은 바로 지금 현재에 일어나지, 과거나 미래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과 몸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순간순간 인지하여 노력한다면 긍정적인 순간이든 부정적인 순간이든 상관없이 모든 순간을 충분히 감상하고 줄길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6장에 다다르면 저자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여기에 있는가? 당신의 삶에 차고 넘치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가? 아니면 더 잘사는 방법을 알고 싶은가?라는 질문들이다. '삶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이 책은 스트레스 관리법을 다루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무엇을 좇아 살아야 하는가?’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무엇에 스트레스를 느끼는가는 결국 삶의 방향성이나 가치관과도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기술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심리적으로 좀더 유연해지고 풍부해짐을 느끼고,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생각과 감정을 이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책의 제목처럼 생각과 감정의 감옥에 갇혀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 이 책에서 배운 기술들을 이용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실천을 반복함으로써 습관적으로 익힐 수 있다.
저자는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에필로그에서 진정으로 삶에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면 지금까지 읽은 내용 중 적어도 몇 가지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누군가는 그대로 할 것이고, 누군가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돌아와 시도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저자는 잘 알고 있다. 이 기술들은 평생 다시 돌아와서 참고해도 되는 것들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더 자주 돌아올수록 더 자연스럽게 와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순간에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독자들을 가득 메우더라도 독자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용기를 준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나 감정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자 이 책을 쓴 이유다.
가치는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비밀 무기다. 당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주고 길을 안내하며, 좋은 날에는 더 잘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좋지 않은 날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마디로 가치란 당신이 선택하는 삶의 방향이자 당신을 이끌어 주는 길잡이다. 당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면의 나침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가치는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 당신이 마음속 깊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반영한다.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삶에서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한 적은 있는가?(p.126~127)
저자 : 샘 아크바(Sam Akbar)
고문이나 전쟁, 성폭력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임상 심리학자이다. 이라크 북부 난민수용소의 여성과 아이들, 런던 그렌펠 화재 생존자와 유가족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많은 이들을 치료했으며, 세계 곳곳의 심리학자들에게 트라우마 다루는 법을 가르치고 훈련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고전학 학위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은 10년 이상 임상 심리학자로 일하며 얻은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일상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생각과 감정을 잘 다루며, 궁극적으로는 삶의 역경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키워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하고 현실적인 지침을 제시한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다양한 명상 기법을 적용해 좀더 건강하고 유연하게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런던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역자 : 박지혜
홍콩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공간을 다루는 스타트업 기업을 거쳐 혁신을 다루는 외국계 기업에서 행복을 찾으며 일하고 있다. 바른번역 소속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번역한 책으로는 《빌어먹을 감정 날려버리기》가 있다. 인생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는 순간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을 찾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